2022/08 44

제 186 화. 어느 시대나 살기가 쉽겠는가.

제 186 화. 어느 시대나 살기가 쉽겠는가. 그 무렵 진晉 나라 사람들은 진헌공晉獻公이 세자 신생申生과 공자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뿐만 아니라, 모든 공자를 강성絳城에서 떠나게 하고, 공자 해제奚齊와 탁자卓子 만을 남겨놓았다. 이러한 일로 알만한 사람들은 언젠가 일어날지 모르는 골육상잔骨肉相殘을 예측하였다. 귀족들은 어느 공자를 따라가야 피해를 보지 않으며, 출세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면서, 만약 줄을 잘못 서면, 집안이 멸문당할 수도 있었으므로, 생존의 큰 갈림길에 있다고 봐야 하는 시기였다. 그때 진헌공晉獻公은 세자 신생申生을 앞세워 경耿, 곽藿, 위魏 나라 등을 점령하였으며. 이어서 순식筍息과 이극里克을 앞세워, 괵虢 과 우虞 나라마저 합병시킴으로써, 사방 1천여 리에 달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하게..

제 185 화.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여주는가.

제 185 화.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여주는가. 살아 계시느냐. 죽어 계시느냐. 어마마마. 어쩐 일이시옵니까. 세자 앵罃은 어젯밤에 무얼 한 것이오. 왼 술을 그리 많이 들도록 하여 이렇게 궁 안을 벌컥 뒤집어 놓았소. 아바마마께서 기분이 좋으시어 술을 들었사오나? 그리 많이 드신 편은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피로가 겹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뭘 하는가. 빨리 태의太醫를 불러오도록 하라. 군부인君夫人 마마, 태의太醫 이옵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진맥하여 보아도 평상시와 다름이 없사옵니다. 태의太醫가 진맥하여 보니 평상시와 같다고 하나? 움직이지도 않고 깨어나지도 안 찼소. 어떤 일인지 알아봐 주세요. 군부인 마마. 귀신이 붙은 것이 맡습니다. 군부인 마마, 이는 필시 귀신이 붙은 것이오니,..

제 184 화. 덕필 유린은 어떤 뜻일까.

제 184 화. 덕필 유린은 어떤 뜻일까. 진목공秦穆公은 신료臣僚들이 다 모여 조례朝禮가 열리게 되자, 좌중을 둘러보며, 생각하였던 바를 이야기한다. 우리도 초楚 나라처럼 말馬 목장을 만들면 어떻겠소. 좌서장 左庶長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신 좌서장左庶長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산이 험준하고 거칠며 춥기도 한 곳이라 강한 말을 키우기에 좋은 여건이 되겠습니다. 좋소. 가까운 날에 양산梁山 쪽에서 사냥도 하고 말馬 목장 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떻겠소. 주공, 좋은 방안이 옵니다. 모처럼 진목공秦穆公이 다 함께 사냥하러 가자고 하자, 신료들이 모두 기분 좋게 출발하였으며, 양산梁山의 울창한 숲을 둘러싸며 저녁까지 사냥하고 나자, 서로들 모여들어 사냥감을 맛있게 구워 먹으며, 화기애애和氣靄靄 하게 ..

제 183 화. 회자정리가 무슨 뜻인가.

제 183 화. 회자정리가 무슨 뜻인가. 백리시百里視는 아버지 백리해百里奚로 부터 자초지종 이야길 다 들으며 요세繇勢를 소개받자, 훈련원으로 가게 되었다. 둘이는 훈련원에서 대련하며, 요세繇勢의 책임감 있는 성품과 출중한 무예 솜씨에 매우 흡족해져 훈련 교관을 담당하게 하였다. 패싸움이 벌어졌다고 하였느냐. 예.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느냐. 아닙니다. 칼로 싸우느냐. 아닙니다. 옹성雍城의 많은 젊은이가 모여 몽둥이와 작대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다행이다. 어떤 패싸움이냐. 옹성雍城의 젊은이들과 거지 떼들이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싸우며 서로 숫자가 너무 많아 큰일이 나겠습니다. 해가 질 무렵에 긴급한 연락을 받고, 백리시百里視는 요세繇勢와 함께 달려가 싸움판을 보게 된다. 싸움판은 정말 장관이..

제 182 화. 오고 대부를 아시나요.

제 182 화. 오고 대부를 아시나요. 공자孔子는 시와 노래는 사실적이면서도 진정성이 있어, 거짓 없는 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키고 안정시키면서, 새로운 생각과 깨달음을 하게 한다고 말하였다. 사람의 마음을 어질仁 게 하는 데는, 이보다 더한 본보기가 없도다. 시詩 를 적극적으로 공부하면 좋겠노라. 중국 고대로부터 전승되어 흘러오는 민속 노래가 3,000여 편이 넘었으나, 공자孔子가 이를 305편으로 선별하여 추렸으며. 사침思沈 하여야 사무사思無邪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다. 이 뜻은 깊이 생각할수록 사특私慝 함이 없어진다는 것이며, 읽으며 깊이 생각하여야, 사악邪惡 함이 없는 올바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사특私慝 함이란 자기만이 아는 나쁜 생각이란 뜻일 것이다. 시경..

제 181 화. 어떤 마음으로 노래 부르나.

제 181 화. 어떤 마음으로 노래 부르나. 약籥은 갈대 대롱을 엮어 만든 관악기이며, 막목莫目은 나무속을 파내어, 작은 방망이로 두들기는 타악기이다. 그리고 소라로 만든 소라 나팔. 물소 뿔로 만든 뿔피리 또는 뿔 나팔. 취구吹口는 본래 새의 주둥이를 말하는데, 지篪 라는 악기는 취구吹口에 입을 데어 단소短簫 처럼 옆으로 부나, 피리와 다른 점은 취구吹口 부분이 단소 윗부분을 잘라 붙인 것처럼 생겼으므로, 그 모양을 보고 의취적義吹笛 이라 부른다. 퉁소는 원래 동소 洞簫라 쓰는데, 신화시대 복희伏羲 씨가 처음 만들었다고 하며, 퉁소는 대나무 속의 마디를 모두 뚫어내고, 입구를 조금 파내어 입으로 부는, 죽부竹部에 속하는 공명共鳴 악기이다. 금笒은 대나무를 가로로 비껴들고, 한쪽 끝부분에 있는 취구吹口에..

제 180 화.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제 180 화.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두씨杜氏 부인은 정성껏 풀칠하여 다린 백리해百里奚의 관복을 들고, 백소아百素蛾를 찾아가며, 악사들이 늘어서서 앉거나 서서 연습하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지나갔다. 백리해百里奚의 관복官服을 내놓자, 백소아百素蛾는 꼼꼼하게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두씨杜氏 부인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다. 꼼꼼히 잘 데렸네요.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냥 두씨杜氏 라고 부르면 됩니다. 혹시 고향이 어디입니까. 우虞 나라에서 살다가 왔습니다. 어쩐지 말씨가 고향 쪽이라 좋네요. 백소아가 반가워하며 고생하신다고 격려해주지만, 내가 백리해의 부인이란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서 나오는 슬픈 모습이다. 잠깐만요. 저기요. 빨래 말고 무얼 잘할 수 있나요. 자리를 옮겨 줄 수도 있습..

제 179 화. 고생은 끝이 없는가.

제 179 화. 고생은 끝이 없는가. 미루나무 골은 이제는 진秦 나라 땅이나, 옛날에는 우虞 나라의 작은 고을이었으며, 커다란 미루나무가 서 있는 동네였지요. 미루나무 골에는 청빈한 선비가 서당書堂을 훌륭하게 운영하는, 훈장訓長 두씨杜氏 로 존경받는 분이 있었답니다. 올곧아 청빈한 훈장訓長 두씨杜氏 에게는 정숙한 부인과 어여쁜 외동딸이 있었지요. 어여쁜 외동딸은 부모님을 닮아 예의바르고 머리 좋아 글도 또랑또랑 잘 읽으며, 거문고도 잘 탄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좋은 혼처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지요. 그때 한 마을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한 소년이 있었네요. 이 소년은 어릴 적부터 총명하며, 예의도 밝아, 크게 될 인물이라며, 청빈한 훈장訓長 두씨杜氏 께서는 소년을 늘 아끼며 항상 가까이 두..

제 178 화. 초록은 동색인가.

제 178 화. 초록은 동색인가. 허허, 요여繇余께선 뭐 하고 계시오. 진후秦候께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무얼 하고 있었소. 그저 잠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공손公孫 칩縶과 공손公孫 지枝 와 함께 기산崎山으로 사냥이나 다녀오시구려. 진후秦候께선 신을 어찌 자꾸 붙드십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아니요. 돌아가 봐야 급한 일도 없을 테니 좋은 이야기나 좀 더 나누고자 하오. 조금만 더 좀 머물러 주시 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와 늘 자리를 같이하며, 음식을 먹을 때도 한자리에서 같이하는 등으로 붙들어 놓다가, 일 년이나 지나가자, 많은 예물을 실어주며 돌아가게 하였다. 적반赤班 임, 이제 돌아왔습니다. 허 참, 오래도 있다 왔구려. 그보다는 여자들을 멀리하십시오. 여러 해괴한 소문이 ..

제 177 화. 베품은 어떤 것인가.

제 177 화. 베품은 어떤 것인가. 어느 날 오후 녘이었다. 백소아百素蛾가 관복官服을 들고 같이 들어온 한 여인을 백리해百里奚에게 소개하자, 그 여인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감동적으로 흐느끼면서 큰절을 올리었다. 나리. 이 여인을 알아보시겠는지요. 글쎄, 내가 어찌 알겠소. 누구인데, 무슨 일로 이렇게 우는 것이오. 소녀, 난순欒順 이옵니다. 난순欒順 이라니, 누구인가. 나리, 미루나무 골에 동생들을 보내주신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루나무 美柳 골이라. 아하. 그렇구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구나. 이젠 동생들도 다 컸겠구나. 동생들을 만나봤는가. 하도 먼 곳이라 아직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벌써 십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니 하긴, 궁 안에 매인 몸이라 어려웠겠도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