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44

제 176 화. 오고 대부는 누구인가

57. 운명적인 만남 제 176 화. 오고 대부는 누구인가. 백리해百里奚 와 건숙蹇叔, 의형제 두 사람은 거의 2십여 년 만에 만난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진秦 나라의 옹성雍城으로 들어갔다. 의형제 義兄弟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형제와 자매를 친형제라 부르네. 남남끼리 만나 서로 의기가 통하여 친형제보다 가까워지니 의형제라 부르게 된다네. 한번 맺어진 의형제는 마음의 진실함이 믿음 그 이상을 능가하여 확고한 신념으로 굳어 이어지니 변함없는 의리로 뭉쳐진다고 하네. 재물의 욕심을 초월하며 죽는 것도 먼저 나서며 죽을 때까지 같이하는 의형제. 그 일생의 모습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어 역사에 남겨지며 오랜 세월이 흘러도 아름다운 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 백리해百里奚가 건숙蹇叔을 모시고 같..

제 175 화.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제 175 화. 가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건숙蹇叔, 선생께서는 인사를 받으십시오. 소인. 공자 칩縶 이옵니다. 찾아뵙게 되어 영광이로소이다. 어떤 일로 이 깊은 벽촌僻村까지 오시었소. 백리해百里奚의 편지를 가져왔습니다. 백리해百里奚 라 하셨소. 내 아우 백리해百里奚 라 하시었소.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소식이오. 나의 아우 백리해百里奚의 편지를 가져오셨다니 먼저 보여줄 수 있겠소. 백리해百里奚의 서신을 전해 받은 건숙蹇叔이 봉함封緘을 뜯고 편지를 읽어나가는 모습이 자못 신중하게 보였다. 우매한 아우는 형님의 말씀을 듣지 않다가 우虞 나라가 망하는 데 휩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초楚 나라에 숨어 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진목공秦穆公이 초楚 나라에서 이 몸을 빼내어 정사를 맡기려 하는데, 아무리 생..

제 174 화. 목표를 성급히 쫓아가야 하는가.

제 174 화. 목표를 성급히 쫓아가야 하는가. 상경上卿 자리를 맡으시어 우리, 이 진秦 나라를 키워나가 주십시오. 신의 재주는 별로 뛰어나지 않나이다. 진목공秦穆公은 백리해百里奚 와 3일간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백리해百里奚의 비범함에 확신하게 되면서, 제일 높은 상경上卿 벼슬을 내려 주면서, 진秦 나라의 모든 국정을 맡기려고 하였다. 아니. 상경上卿 자리를 맡지 않겠다니요 맡지 못할 다른 뜻이 있는 것이오. 백리해百里奚는 마음을 비운 지 오래되어 눈앞의 욕심에서 이미 벗어나 멀리 바라보며, 앞일을 헤쳐 나갈 생각을 먼저 하는 사람이다. 진목공秦穆公은 백리해를 상경으로 제수하고 모든 정사를 위임하고자 하였으나, 끝내 상경의 직을 고사하고는, 한 사람의 인물을 천거하여 자기의 직을 대신토록 상주上奏 ..

제 173 화. 사람의 진가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56. 밝아지는 운명 제 173 화. 사람의 진가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백리해百里奚는 십여 년 전 진晉의 공주 백희伯姬가 진秦 나라로 시집가는 대열에 잉신媵臣으로 따라가던 때를 생각하여 본다. 진秦 나라는 황하黃河 서쪽 산악지역의 작은 나라로 필시 중히 쓰려고 나를 잡아가는 것이리라. 진목공秦穆公은 도량이 넓고 속이 깊은 사람일까. 여자나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닐까. 좋다. 한번 만나, 사람 됨됨이를 알아보자. 집의 현관문玄關門이 열리며 이른 아침 햇살이 반짝 스며들어오던 꿈이 생각나는구나, 무슨 뜻일까. 기왕에 들어오는 햇빛이 한 번에 왕창 들어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들어오다니, 조금씩 풀린다는 뜻일까. 왜 그리, 더디게 풀리게 하려는 걸까. 어떤 다른 뜻이 숨어 있는 것일까. 양금택목 良禽擇..

제 172 화. 선경지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제 172 화. 선경지명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 말馬은 목이 길고 귀는 곧추서있으며, 목의 갈기 부분인 기갑부鬐甲部가 높고 등과 허리는 짧으며 궁둥이 부분인 미근부尾根部가 높으므로 사람이 올라타기에 아주 적합하다. 털의 색깔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위모葦毛 라는 털은 태어날 때 갈색이나 흑색이었다가, 자라면서 백색으로 변한다. 체형이 잘 빠지고 말갈기가 아름다우며 잘 훈련이 된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그 지위가 더욱 높여 보이는 시대였다. 백리해百里奚는 일과를 마치면, 별빛을 헤아리고, 하늘의 운세를 살펴보다 자리에 들며, 이른 새벽에 어렴풋이 밝은 햇빛을 보게 된다. 사는 집 현관문이 조금 열리며, 밝은 햇빛이 스며들어오자, 누가 왔나 하며 일어서다가 꿈인 걸 알게 되자, 의구심이 생긴다. 참, 이..

제 171 화. 자기도 모르게 신상이 털린다.

제 171 화. 자기도 모르게 신상이 털린다. 백리해百里奚가 잉신媵臣이 되어, 할 수 없이 우虞 나라를 떠나게 되자, 크게 실망한 우공虞公은 궁벽한 한촌寒村에 유배되었으며, 할 일 없이 흐르는 산천을 바라보다가 쓸쓸히 죽어가게 되었다. 장계狀啓가 올라왔다고 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우공虞公이 죽었다고 하옵니다. 진헌공晉獻公은 장계狀啓가 올라오자, 옛날의 가도멸괵假道滅虢 때를 생각하며, 측은한 연민憐憫의 정으로 후하게 묻어주라 하자, 한 시인이 지은 노래에 사람들이 따라 부르며 멀리 퍼져나갔다. 우공虞公 이여. 내 형제의 입술을 없애면 내 이빨이 시릴 줄 왜 몰랐는가. 우공虞公 이여. 부귀영화를 탐하여 형제가 망할 길을 빌려주다니 나도 따라 망할 줄 왜 몰랐는가. 그대는 부귀영화를 탐하였지만 부귀도 입술도..

제 170 화. 별빛에 운명을 알 수 있을까.

55. 절차탁마 제 170 화. 별빛에 운명을 알 수 있을까. 목 부장님,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동해목장 東海牧場은 먼 곳이다. 고생한다. 그냥 이곳에 있는 게 편할 거다. 아닙니다. 꼭 따라가고 싶습니다. 말도 꼭 키워보고 십구요. 너는 삼촌 집에 얹혀사니 먼 곳인데 삼촌이 허락하겠느냐. 목동牧童 성희成僖는 부지런하고 똑똑하며, 삼촌의 허락을 받아내자, 의기양양意氣揚揚 하게 백리해百里奚를 따라간다며 기뻐하였다. 그간 고생이 많았소이다. 동해 목장에서도 열심히 하구려. 여기, 약소하나 보답을 하고자 하오. 그동안 소 팔아 얻은 이익금 일부이오.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고맙사옵니다. 성주님. 그간 보살펴주시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목 부장, 나에게 더할 말이 있소. 성주님. 말 세 필만 주십시오. 말 세..

제 169 화. 보답과 명성은 어떻게 따라오는가.

제 169 화. 보답과 명성은 어떻게 따라오는가. 백리해百里奚는 우虞 나라에서 중대부中大夫로 살았다는 신분을 드러내지 않으며, 점잖으면서도 힘차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나는 우虞 나라 사람이오. 우虞 나라가 망하여 도망쳐 나왔소. 왜 이곳 완성宛城으로 온 것이냐. 헤어진 가족이 이곳으로 왔다기에 가족을 찾아 이곳에서 살려 할 뿐이오. 저자의 몸을 샅샅이 뒤져봐라. 신발도, 보따리도 모두 뒤져라. 성주님. 봇짐에는 옷가지와 돈이 조금 있을 뿐 세작細作으로 인정할 물증이 없습니다. 의심될 물건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성주님, 그렇습니다. 세작細作은 자기의 신분을 감쪽같이 감추면서 전문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어 자신의 편에 넘겨주는 사람으로 간첩間諜을 말한다. 세작細作이 아닌 게 분명한가. 예. ..

제 168 화. 과감해야 운명을 바꾸는가.

제 168 화. 과감해야 운명을 바꾸는가. 큰 미루나무 美柳가 서 있는 미루나무美柳 골 이 근처가 옛집이 있던 곳일 터인데 옛집은 어디로 가고 잡초만 우거져 있는가? 옛날의 집은 부엌도, 방문도, 창호도, 기둥도, 지붕을 받치던 서까래도 없어지고 잡초 속에 집의 기초만이 찔끔 솟아있구나. 너무나 황당이 바라보며 서 있기만 하는 백리해百里奚의 모습에 한 노인 부부가 다가와 아는 체를 하며 말을 건다. 이 사람 백리시百里視 아비가 아닌가. 아니. 아저씨 아닙니까? 아니. 아주머니 안녕하셨습니까? 그렇다네. 왜 이제야 왔는가? 너무 먼 길로 다녀오느라 늦었습니다. 안다. 아네. 고생이 많았겠지. 집사람과 아이는 어디로 갔습니까? 무심한 사람. 십오여 년이 짧은 세월인가. 오래되었지. 우여곡절 迂餘曲折이 많았다..

제 167 화.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가.

54. 인생의 전환점 제 167 화. 평생의 인연을 만나는가. 처자식을 지키려 허송세월하지 마시고 큰 뜻을 이룰 수 있는 길을 찾아가십시오. 가정만을 지키려 망설이던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의 과감한 권유에 어느 나라든 벼슬길에 오르러 떠나게 되었다. 어느 나라가 좋겠는가. 이제 겨우 세력을 키우려는 진晉 나라는 아니고 정鄭과 송宋과 노魯 나라는 뜻은 있으나 작은 나라이고 아니 된다면, 멀지만 제齊 나라까지 가보자. 백리해百里奚는 기원전 690년경에서 680년경인 10여 년간 뜻을 이루지 못하며, 그 당시 잘 산다는 먼 제齊 나라까지 가게 된다. 그 당시 제齊 나라는 제양공齊襄公 시절이며 과거제도가 없을 때라, 특출하게 이름을 날리어 아주 유명해지거나, 높은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 벼슬을 할 수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