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이야기 28

섬둥반도

섬둥반도 서 휴 가거도 항리 마을 동쪽 섬둥반도는 독실산이 지탱하는 다리인 듯 뿌리인 듯 길게 내뻗은 기암절벽 붉은 듯 검은 듯 높다란 암벽 절벽 틈 사이사이 원추리 꽃 백합꽃 들국화 꽃 틈틈이 짙푸른 나무들 나비 날고 산새 날고 어느 화가 어느 세월에 물감 들여놓았을까? 벽화는 이어지고 경이로운 모습 바다가 떠받쳐 거울처럼 일렁이며 파도가 노래한다. 손 안 닿는 곳곳 이 꽃 저 꽃 활짝 피어 가까이 가까이 오라 한다. 누가 가까이서 볼 수 있으랴 누가 가까이서 저 꽃을 따랴. 아름답다는 말 다 하지 못하고 벌린 입 다물지 못한다. 세차게 부는 바람 꽃 흔들고 나무 흔들고 내 마음 활짝 흔들어 실어 절벽을 탄다. 섬둥반도의 빼어난 절경을 바라보며 젊은 여신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독실산 犢實山

독실산 犢實山 서 휴 수억 수천만 년 전 백두산을 만들고 백두대간으로 따라 내려오며 백두대간의 마지막 큰 산山 어머니같이 포근한 지리산이 있으려다 겨울날 굵은 고드름 따다 거꾸로 세워놓은 양 가파르게 너무 우뚝하여 지리산에 어울리지 못하고 멀리멀리 바다 멀리 홀로 내려온 독실산 외롭게 뿌리내려 산만이 서 있는 가거도 높기도 한 산밑은 온통 절벽으로 오르자면 어여쁜 여인이 성깔이 있듯 아름다운 장미꽃에 가시가 있는 양 독실산만의 아름다움 속에 위태롭고 험한 걸 넣어 더한층 장엄하니 혼자서 걸어 오르면 퍼렇게 날 선 작두위에 맨발로 서가는 양 마음 졸이며 아찔하기도 하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는 내 모습이 독실산만큼이나 아름다우며 외롭고 외롭다 위태하기도 하다.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가거도

가거도 서 휴 누가 있어 이 섬을 만들었을까 누가 있어 이 많은 꽃. 나무 심었을까 산 높고 구름 많은 가거도 바다는 우렁차게 파도치고 세찬 바람 반겨 손짓하는 이파리들 세찬 바람 웃음 지며 흩날리는 꽃들 하얀 꽃 보고 열 발짝 아니 가 노란 꽃 빨간 꽃 보고 열 발짝 아니 가 파란 꽃 봄여름 가을 겨울 꽃이 피네 꽃이 지네 늘 푸른 이파리들 늘 나는 향기들 멍, 보리똥, 산딸기, 지근두, 오디, 산머루, 둔복, 들맹이, 주렁주렁 열매는 누구 기다리나. 박쥐나비, 호랑나비, 횐나비, 노랑나비, 이리저리 춤추고 흑비둘기, 뿔쇠오리, 흰날개해오라기, 황로, 오추, 찌르래기, 직박구리, 새들은 날며 서로를 맞이하네. 구름 위 얼굴 내밀어 가까운 곳 먼 곳으로 밝은 마음 보내는 독실산 산이 있어 새들도 노래한다..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가거도는

가거도는 가거도可居島는 목포’에서 배로 노 저어가면 약 22시간 요즘엔 페리호로 4시간 반 거리의 서해안 맨 끝에 있는 마지막 섬 중국 상하이와 가까운 섬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가기가 힘든 아주 먼 우리나라의 외로운 고도입니다 항상 안개와 구름이 뒤덮인 639 미터의 큰 산으로 이뤄져 섬 주변은 온통 절벽으로 아름답다기보다는 우람하다 하여야지요. 논은 없고 손으로 일군 자투리 밭만 조금 있으나 약초 등이 많이 자라 나물이 풍부하고 물고기도 많이 잡혀, 먹을거리가 많기도 하지요. 639 미터의 독실산은 자연경관이 수려하여 요사이 관광객이 모여들어 왔다가 감명받아 다시 오겠다, 하며 떠나는 곳입니다 각종 어종이 풍부하여 갈치, 조기, 열기, 멸치 등이 많이 잡히며 60여 년 전에는 종종 파시가 이뤄졌다고 합..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모녀바위

모녀바위 서 휴 1. 신등개(新嶝浦)에 아이 업은 앳된 여인 애처롭게 홀로서서 먼 바다 바라보네. 그 여인 애틋한 이야기 나누고파 아이 업고 저 멀리 바라보네 서방님 실은 배는 보이지 아니하고 고기잡이 배는 돌아오지 아니하고 아가야, 허여 허여 돌아올 거여 아가야, 허여 허여 돌아올 거여 2. 며 눌 애기야 며 눌 애기야 바다가 허여면 뱃길이 없는 거여. 바다가 꺼머면 물길이 없는 거여.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저 바다가 허연 곳으로 데려간 거여 허연 곳을 지나면 꺼먼 곳이라 제 꺼먼 곳으로 더 멀리 가고 있나 베 3. 엄니 바다는 허옇게 꺼멓게 보인 다여 맴이 편해 바라 퍼런 물이 두둥실 춤 추며 다가오제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려야 제 허여 허여 혼백이나 기다..

가거도 이야기 2018.02.05

밀사초

밀사초 密絲草 서 휴 눈 녹이려 세찬 바람 다가오면 은 황록색黃綠色 긴 이파리 바람에 흩날리다 누런 덩어리 꽃 피우며 봄소식 알리는 밀사초密絲草 벼 심을 논이 없는 가거도 볏짚이 없는 가거도 잔디가 없는 가거도 밀사초密絲草 베어다 엮으면 볏짚처럼 길고 질긴 수풀이 되어 비올 때 볏짚 대신 도롱이 만들어 쓰고 가을에는 볏짚처럼 초가草家 지붕 씌우고 나이 드신 어른 돌아가시며 목선木船 타고 고기 잡는 아들 보고 싶어 하시면 추울세라 빙 둘러 돌담을 쌓고 밀사초密絲草 덮어 초분草墳 만들어 고기 잡다 힘들면 안개 덮인 독실산犢實山 자락 초분草墳 바라보며 부모님 생각하지요 갯가 산자락 섬사람 돕는 밀사초密絲草 가거도의 민초民草 라며 누런 이파리들 한겨울에도 살아 손 흔들고 국흘도, 개린여, 두억여, 검은여 섬들 ..

가거도 이야기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