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7 화. 베품은 어떤 것인가.

서 휴 2022. 8. 25. 21:11

177 . 베품은 어떤 것인가.

 

어느 날 오후 녘이었다. 백소아百素蛾가 관복官服을 들고 같이

들어온 한 여인을 백리해百里奚에게 소개하자, 그 여인은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감동적으로 흐느끼면서 큰절을 올리었다.

 

      나리. 이 여인을 알아보시겠는지요.

      글쎄, 내가 어찌 알겠소

 

      누구인데, 무슨 일로 이렇게 우는 것이오.

      소녀, 난순欒順 이옵니다.

      난순欒順 이라니, 누구인가.

 

      나리, 미루나무 골에 동생들을 보내주신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미루나무 美柳 골이라.

      아하. 그렇구나. 많은 세월이 흘러갔구나

      이젠 동생들도 다 컸겠구나.

 

      동생들을 만나봤는가.

      하도 먼 곳이라 아직 만나지 못하였습니다.

 

      벌써 십여 년이 흘렀는데 아직 만나지 못하였다니

      하긴, 궁 안에 매인 몸이라 어려웠겠도다.

 

      나도 여태껏 미루나무 골 소식을 모른단다

      나도 궁금하니 사람을 시켜 알아보마.

 

      나리, 정말 고맙습니다만.

      베풀어주신 은혜를 어떻게 보답해야 할는지요.

 

      너무 깊이 담지 마라.

      세상은 서로 도우며 사는 거란다.

 

며칠 후 백리해百里奚는 성희成僖를 불러, 중요한 요점을 알려

주고는, 백소아百素蛾 를 찾아가보라고 하였.

 

      군부인 마마. 난순欒順 과 성희成僖가 왔나이다.

      으음. 무슨 일이냐. 어서 들어오너라.

      난순欒順의 동생을 찾으러 성희成僖가 떠난답니다

 

      으음. 참으로 잘된 일이로구나.

      이제 난순欒順이 소원을 풀게 되겠구나.

 

      그곳은 진나라 땅이 된 지 오래되었다.

      내가 진나라 공주의 표찰標札을 줄 터이니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을 받도록 하여라

 

      이 비단緋緞 100필은 동생을 키워준

      아저씨 집과 두 동생에게 나눠주거라.

 

      군부인 마마, 정말로 고맙사옵니다.

      군부인 마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나이까.

 

      괜찮다. 성실하게 살아온 난순欒順에게

      보답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목희穆姬는 진나라의 공주로써 황금으로 만들어진 공주의 표찰을

선뜻 내어주자, 성희成僖는 고마워하며 목희穆姬의 표찰標札을 품고

나오는데, 난순欒順이 쫓아와 간곡히 부탁한다.

 

      동생들에게 이 편지를 보여주시고

      여동생이 시집갔다면 이걸 주세요.

 

      이게 무엇입니까.

      틈틈이 모은 것이지요.

 

      여동생에게 살림에 보태라 하시고

      신랑 되는 사람이 무얼 하는 사람인지

      꼭 알아봐 주세요.

 

      . 잘 전하겠습니다.

      몸 성히 잘 다녀오세요.

 

성희成僖는 목희穆姬 공주의 표찰과 백리해百里奚가 미루나무

골 아저씨에게 보내는 예물과 편지와 그리고, 난순欒順이

동생에게 보일 편지와 물품을 잘 간수 하고, 평복으로 갈아입은

호위 무사 두 명과 함께 미루나무 골로 서둘러 떠나가게 되었다.

 

조정朝廷에서는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와 중신들이 매일같이

밤늦도록 나라의 형편을 살피며 토론하느라 바쁘게 지낸다.

 

      우리 진나라는 황하黃河 서쪽 변방의 나라로

      강가나 산악의 골짜기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작은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습니다.

 

      산골짜기가 너무 많아 서로 소통이 잘 안 되며

      다스릴 수 있는 영토를 능률적으로 운영하기가

      어렵다 보니, 곳곳의 융족戎族 들이

      힘을 쓰며, 괴롭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야별로 새로운 법령을 빨리 만들며,  

      부국강병책富國强兵策을 하나씩 진행해 나가봅시다.

 

이때부터 진나라의 모든 생활상이 혁신되기 시작하였으며,

민심이 살아나면서 나라 전체가 활기차게 움직이게 되자, 나라의

재정에도 여력이 생겨나면서 융족戎族 들을 포섭하기 시작하였다.

 

      백성의 소문은 참 빠르기도 합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유민流民 들이 자꾸 찾아오니

 

      이제 유민流民 들에게 농사지을 토지와

      자리가 잡힐 때까지 양곡糧穀을 베풀어주며,

      빨리 정착하도록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몇 년 사이에 진나라가 달라지기 시작하니, 주변의 융족戎族

들이 겁을 먹고 하나씩 복속해 들어오기 시작하는데, 그런데

갑자기 자기 힘만을 믿고는 강융주姜戎主 오리五離가 쳐들어왔다.

 

      강융姜戎이 겁 없이 쳐들어왔다고 하였느냐.

      그래, 지금 어디쯤 오고 있는가.

      땅을 침범하여 약탈하고 있습니다.

      좋소이다. 아예 뿌리를 뽑아버리고 맙시다.

 

공자 칩은 공손지公孫枝와 함께 나아가, 강융주姜戎主 오리五離

무찌르며, 과주瓜州 땅을 차지하니, 진목공秦穆公은 크게 기뻐하였다.

 

이렇게 되자,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이 진나라에 찾아와 돌아보고

난 후에, 다시 서융西戎의 중신 요여繇余를 옹성絳城으로 보낸다.

 

      요여繇余는 진나라에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진목공秦穆公이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아 보고 오시 오.

 

서융西戎의 중신 요여繇余가 옹성絳城으로 진목공秦穆公을 만나러

찾아오자, 조례朝禮 석상에서 진목공秦穆公이 중신들에게 묻는다.

 

      서융西戎의 요여繇余가 우리를 찾아왔다니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이겠소.

 

      주공, 서융西戎의 요여繇余

      우리나라를 살피러 온 것이 분명하옵니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를 맞이하여, 둘이서 궁원宮苑을 거닐다가

삼휴대三休臺에 올라가 화려한 궁원宮苑과 궁궐을 자랑하였다.

 

      요여繇余는 이 궁원宮苑과 궁궐宮闕을 보시 오.

      이 얼마나 화려하고 멋집니까.

 

      진후秦侯께서는 이 화려한 궁정宮庭

      귀신을 부려 지었습니까.

      사람의 손으로 모두 지은 것입니까.

 

      귀신을 부리기엔 만만치 않은 일이며

      사람을 많이 부려 지었다면

      백성들이 매우 고달팠을 것입니다.

 

      그렇소이까. 이만한 정도의 규모를 갖추어야!

      나라라 할 수가 있지 않겠소.

 

      융이戎夷의 나라는 예악禮樂과 법도法度가 없다는데

      무엇으로 나라를 다스린단 말이오.

 

      진후秦侯 , 오히려 예악禮樂 과 법도法度

      백성에게 혼란을 가져올 수 있나이다.

 

      군주가 백성을 잘 살게 해주겠다며

      새 법을 만들면서 약속 들을 하나

 

      군주가 예악禮樂을 빌려 사치를 하게 되고

      법도法度의 위엄威嚴으로 백성을 괴롭히니

 

      살기 어려워진 백성들이 원망을 쌓으며

      때로는 군주를 죽이는 일도 생기기도 하나이다.

 

      진후秦侯 , 융이戎夷의 나라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순한 덕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니

      아랫사람은 충과 신으로 충성을 다합니다.

 

      아래위가 서로 속이는 일이 없으므로

      으로 다스려야 필요조차 없습니다.

      이것이 지극한 다스림이라 할 수 있나이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의 말에 대답하지 못하고 돌아와서는

둘이서 나눈 이야기를 백리해百里奚에게 이야기하게 된다.

 

      주공. 요여繇余는 원래 진나라 사람으로

      현자로 이미 소문이 파다한 사람이었으나

 

      에서 발탁이 안 되자, 융족戎族 인 서융西戎의

      적반赤班 청하여 서융西戎에 머무르게 한 것입니다.

 

      이웃 나라에 현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의 근심거리가 되는 것이 아니겠소.

 

      주공, 그렇습니다.

      요여繇余는 서융西戎에 두기 아까운 인물이오니

      차라리 우리 사람으로 만들면 어떻겠습니까.

 

      , 좋소, 어찌하면 좋겠소.

      주공께서 요여繇余를 오래 붙들어 놓고,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이 믿지 못하여

      등을 돌리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좋은 방법이 있겠소.

      주공, 내사內史 는 특이한 지혜가 많사오니

      그에게 맡겨보시면 어떻겠습니까.

 

      주공, 부르셨사옵니까.

      내사內史 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주공, 먼저 요여繇余를 붙들어 계속 머물게 하십시오.

 

      융족戎族 인 서융西戎적반赤班

      아름다운 음률音律을 전혀 모르고 있사옵니다.

 

      아름다운 여자들을 많이 보내어 음률을 즐기게 하면

      음탕함을 좋아해 게을러지게 되면서

      정사에 태만해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상하가 어지러워지게 되면

      서로 간의 의심이 생겨날 것이며

 

      가까운 사람들이 서로 반감을 갖게 되면

      똑똑한 요여繇余도 마음이 떠나게 될 것입니다.

 

      내사內史 는 그렇게 만들 수 있겠는가.

      주공, 맡기시면 좋은 결과를 가져오겠습니다.

      좋소, 꼭 그렇게 만들어 보시 오.

 

      주공. 수일 내에 어여쁜 여자들을 골라 보내어

      융족주戎族主 적반赤班을 망가트려 놓겠습니다.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는 요여繇余

궁금하여, 나라에 머무는 이유를 아랫사람에게 묻게 된다.

 

      요여繇余는 진나라에 왜 오래 있는 것인가.

      글쎄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적반赤班 , 나라에서 공자 칩

      아름다운 여인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공자 칩은 어떤 일러 오시었소.

      저의 주공께서 노래와 춤과 악기를 다루는

      여인들을 골라 선물로 보내셨습니다.

 

      허 어. 고맙구려.

      지난번에도 잘 대접하여 주었는데

      또 선물까지 보내주다니 고맙소이다.

 

      어찌 보답하면 좋겠소.

      다만, 지금처럼 서로 평화롭게 지내면 됩니다.

 

      걱정하지 마시오.

      국경을 침범치 못하도록 단속할 것이오.

 

      요여繇余는 그곳에서 무얼 하고 있소.

      풍류風流를 즐기고 있습니다.

 

      풍류風流 가 무엇이오.

      아름다운 경치景致를 구경한다거나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이지요.

      허 어, 그렇게 한가로이 놀고 있단 말이오.

 

진목공秦穆公은 순서대로 잘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자, 곧바로

백리해百里奚와 상의하고 난 후에, 잘 머무는 요여繇余를 부른다.

 

      요여繇余는 요즈음 어떻게 지내시오.

      너무 잘해주시어 부담스럽습니다.

 

      우리 진나라의 형편을 어떻게 봅니까.

      신은 번거로운 것을 싫어합니다.

 

      허 어, 번거롭단 말은 무슨 뜻이오.

      물샐틈없이 짜인 조직이 참으로 부담 되나이다.

 

      서융西戎의 생활은 어떻소.

      번잡하지 않으므로 산천을 유람하듯

      조용히 살며 책이나 읽고 있습니다.

 

      큰일을 할 수 있는 그릇이라 하던데

      . 가슴속의 큰 뜻을 펼치지 않으시오.

 

      큰 나라마다 유능한 재상들이 있는바

      신은 이미 번거로운 생활을 버렸으며

      영달에 뜻을 접은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긴 그렇소. 굳이 번거롭게 살 필요가 없지요.

      어찌 보면 인생은 짧은 것이 아니겠소.

 

178 . 초록은 동색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