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8 화. 초록은 동색인가.

서 휴 2022. 8. 26. 15:17

178 . 초록은 동색인가.

 

       허허, 요여繇余께선 뭐 하고 계시오.

       진후秦候께서 오셨습니까.

 

       그렇소, 무얼 하고 있었소.

       그저 잠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공손公孫 과 공손公孫 와 함께

       기산崎山으로 사냥이나 다녀오시구려.

 

       진후秦候께선 신을 어찌 자꾸 붙드십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아니요. 돌아가 봐야 급한 일도 없을 테니

       좋은 이야기나 좀 더 나누고자 하오.

       조금만 더 좀 머물러 주시 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와 늘 자리를 같이하며, 음식을 먹을 때도

한자리에서 같이하는 등으로 붙들어 놓다가, 일 년이나 지나가자,

많은 예물을 실어주며 돌아가게 하였다.

 

       적반赤班 , 이제 돌아왔습니다.

       허 참, 오래도 있다 왔구려.

     

       그보다는 여자들을 멀리하십시오.

       여러 해괴한 소문이 퍼져있습니다.

 

       허 허, 나라에서 실컷 놀다가 오고서는

       오자마자 무슨 잔소리를 그리 하는거요.

 

       전처럼 나랏일을 잘 보살펴야지

       너무 소홀한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요여繇余를 의심하고 있던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요여繇余

보자마자 화가 치밀올랐으며, 그가 하는 말을 듣는둥 마는둥하며

엉뚱한 말로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잔소리하지 마오.

       왜 그리 늦게 왔는지나 말해 보오.

 

       신이 밤낮으로 귀국을 졸랐으나

       진후秦候께서 보내주지 않아 늦었습니다

 

       허 어, 뭔 변명을 그리 하는 것이오.

       붙든다고 일 년이나 있다, 오는 거요.

 

       왜. 나라에 그리 오래도록 머물렀소.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고 하나?

       허 참, 풍류를 장기간 즐겼다는 말도 있고

 

       여러 가지로 그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구려.

       이제 나가보구려.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은 요여繇余의 간청을 듣지도 않고, 이제는

부르지도 않으며, 나라 내사內史 가 보내준 여자들과

어울려, 음탕한 일로 매일 즐기기만 하고 있었다.

 

       주공, 이제 요여繇余를 부를 때가 된듯합니다.

       좋소. 요여繇余를 초청하여 보시 오.

 

백리해百里奚는 세작을 통해 알아본바, 요여繇余가 적반赤班에게

옛날처럼 정사에 몰두하도록 있는 힘을 다하여 간청하였으나,

 

이에 적반赤班 요여繇余의 말을 물리치고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리게 되자, 요여繇余를 정중히 초청하게 되었.

 

       나라에서 요여繇余를 부른다 하였느냐.

       그렇습니다. 사자의 말에 따르면

       적반赤班 임께 선물을 보내고자 한답니다.

 

       선물을 보내려면 그냥 보내면 될 일을

       요여繇余를 굳이 부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냐.

 

       요여繇余를 부르라.

       내 따져봐야겠다.

 

       그대는 어찌하여 정사는 안보고

       나라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인가.

 

       아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신도, 진후秦候께서 찾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또 풍류를 즐길 기회가 온 것인가.

       풍류라니 요. 무슨 말입니까.

 

       내 이미 다 알고 있소.

       나라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나라에 가서 아예 돌아오지 마시오.

 

요여繇余는 서융주西戎主 적반赤班의 괄시를 받으며, 나라에

가게 되니,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건숙蹇叔과 백리해百里奚

반갑게 맞이하여, 간략한 주연을 베풀며 뜻깊은 말을 하게 된다.

 

       큰 뜻은 큰 곳에서 이룰 수 있소이다.

       큰일을 맡아야만 큰 뜻을 펼 수 있지요.

       우리 한번 같이 일해봅시다.

  

초록동색草綠同色 이라는 말이 있다

풀 초. 초록빛 록. 한 가지 동. 빛 색

 

       서로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모여

       함께 행동하며, 같이 살아감을 이르는 말이다.

 

진목공秦穆公은 요여繇余에게 아경亞卿의 벼슬을 내려 머물게 하며,

얼마 후 중신 회의에서 참고 있던 가슴속의 야망을 털어놓는다

 

      우리 진나라가 조금씩 안정이 되고 있으나

      언제 또 융족戎族 들이 쳐들어올지 모르오.

 

      유민流民 들이 몰려오는데,

      융족戎族이 쳐들어온다면

      모든 면에서 큰 차질이 생길 것이오.

 

      주공, 지금. 우리가 먼저 공격하여

      모든 융족戎族 들을 통합시키면 어떻겠습니까.

 

      그렇다면 서융西戎 적반赤班이 가장 강력한

      융족戎族 들의 영수領袖 인바

      적반赤班을 먼저 굴복시켜야 할 것이오.

 

요여繇余가 서융西戎의 정벌 계획과 지리地理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하여 주게 되자, 진군秦軍은 익숙한 길을 가듯이 기습적으로

공략하여 서융西戎의 적반赤班을 굴복시켰다.

이에 후세의 한 사관이 시를 지어 두 사람을 노래했다.

    

       虞違百里終成虜 (우위백리종성로)

       백리해의 말을 듣지 않던 우공은 결국 포로가 되었도다.

 

       戎失繇余亦喪邦 (융실요여역상방)

       융주 역시 요여를 잃더니 나라를 진에게 빼앗겼다.

 

       畢竟賢才能幹國 (필경현재능간국)

       결국은 훌륭한 사람만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걸

 

       請看齊覇與秦强 (청간제패여진강)

       패자인 제환공과 강성해진 진 나라에 물어보기 바란다.

 

서융西戎의 적반赤班이 항복하였다는 소문이 퍼지자, 융족戎族

모두가 진나라의 위세를 두려워하여 그들의 영토를 바쳐가며

의 신하가 되고자, 끊이지 않고 줄을 이어 복속해 들어왔다.

 

       이에 진목공秦穆公나라 밖에

       현자와 인재가 많이 있다고 생각하여

       더욱 사람을 많이 밖으로 내보내 찾게

       하며, 인재들을 구해 모여들게 하였다.

 

또 다른 시인이 진목공秦穆公을 칭송하는 멋진 시를 지어

노래하니 사람들이 또 따라 부르며 즐거워하였다.

 

      옛날에 진목공秦穆公은 선비들을 구함에 있어,

      완땅에서 태어난 백리해百里奚를 얻었으며,

      송나라에서는 건숙蹇叔을 맞아들였고,

 

      서쪽의 융땅에서 요여繇余를 구하였고,

      나라에서는 비표丕豹와 공손지公孫支

      구하였다고 하네.

 

      이 다섯 사람은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진목공秦穆公은 그들을 과감히 등용하여

 

      이십여 융적戎賊 나라를 병합시키면서

      마침내 서융西戎을 제패制霸 하였다네.

 

      태산泰山은 한 줌의 흙도 양보하지 않아

      저렇게 커졌으며,

 

      하해河海는 한 줄기 세류細流

      가리지 않아 저렇게 깊어졌다네!

 

      공자公子 은 공손지公孫枝를 천거하고

      공손지公孫枝는 백리해百里奚를 천거하고

      백리해百里奚는 건숙蹇叔을 천거하고

 

      공자公子 은 서걸술西乞術을 불러들이고

      공손지公孫枝는 비표邳豹를 불러들이고

      백리해百里奚는 요여繇余를 불러들이니

 

      이보다 크든 작든 더 많은 인재가

      나라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네.

 

진목공秦穆公의 목회穆姬는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여 중신들이

모여 있는 부중府中으로 보내며, 백소아百素蛾는 작만해간 음식을

정성스럽게 풀어놓으면서, 중신들에게 정중히 대접하고 나자,

돌아가 목회穆姬에게 본대로 상세히 보고하였다.

 

       군부인君夫人 마마, 비좁은 부중府中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검소하게 생활하며,

       격의없이 토론을 벌이고 있사옵니다.

 

목희穆姬는 진목공秦穆公에게 부중府中이 너무나 비좁으니, 이에

오늘날의 종합청사綜合廳舍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큰 부중府中

지어주자고 간청을 하게 되었다.

 

      옛날의 부중府中 이란 곳은,

      봉건시대封建時代의 관청官廳 으로,

 

      오늘날의 종합청사綜合廳舍 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으로앞의 큰 건물은

      관청으로 정사를 보는 곳이며,

 

      별도로 주요 대부大夫 들이 업무를 보는

      개별 사무실과 문서실과 같은 보관실 등

      여러 편의시설便宜施設 이 따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 부중府中의 뒤에 잘 조성된 정원을 만들어 부중府中

과 격리시키면서, 한 지역에 생활하는 살림집들이 지어지는 것이다.

 

      진목공秦穆公은 이와는 별도로 좀 큰 집 한 채를 더 지어

      백리해百里奚가 들어가 살도록 하여 주었다.

 

      진목공秦穆公은 백리해百里奚가 들어가 살게 되는 살림집에

      현판懸板을 내리며, 그 이름을 낙우당 樂于堂 이라 하였다.

 

      백리해百里奚가 그동안 지나온 참담한 고난의 역사와

      그의 선량한 마음가짐을 잘 아는 진목공秦穆公 이었다.

 

      이제 평온한 마음으로 즐거움이 있어라. 하는

      뜻이 담겨있는 듯이 낙우당 樂于堂 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어 준 것이다.

 

진목공秦穆公은 부중府中이 완공되자, 부중府中 앞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바지 밑에 야외 마당놀이 공연장을 만드어 준공식을 화려하게

열도록 하자며, 공자 칩과 공손 지에게 명하였다.

  

       , 우리는 모두 앞으로 좋은 일만 생겨야 합니다.

       우리 진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성대하고 풍성한

       낙성식落成式 연회를 베풀도록 하여 주시오.

 

진목공秦穆公의 명령이 떨어지자, 공자 과 공손公孫 지枝

함께 곧바로 나와, 부중府中 앞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바지 밑에

야외 마당놀이 공연장을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백소아百素蛾가 공연에 대한 책임을 맡게 되었으며, 이에 새로

지은 부중府中에 들어오게 되어, 연예인演藝人과 악공樂工 들을

불러오면서 안팎으로 준비하느라 바쁘게 왔다 갔다 하게 된다.

 

      초지일관 初志一貫 이라는 말이 있다.

      처음 초. 뜻 지. 한 일. 꿸 관

 

      처음에 품은 뜻을 이루려 한다면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는 뜻이리라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처절하게 살아오면서

      오르지 초지일관 初志一貫 으로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바로 백리해百里奚 이다.

 

태공망太公望 강태공姜太公은 생활에 대한 모든 걸 포기하고는

자기의 뜻이 펼치게 될 때만을 기다리며, 위수謂水 강가의

반계磻溪에 앉아 낚시질만 하고 있을 때, 그를 뒷바라지하던

부인은 더는 먹고살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집을 뛰쳐나갔다.

 

       그러나 두씨杜氏 부인은

       더는 먹고살 수가 없게 되자,

 

       어차피 고생하며 견뎌내야 한다면,

       차라리 자기가 어린 아들을 키워내겠다며

 

       백리해百里奚에게 집을 떠나 출세하여

       돌아오라며 집에서 내보냈으며,

 

       꼭 성공하여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하였던 것이다.

 

나라에서 자리를 잡게 된 백리해百里奚는 두씨杜氏 부인이

죽었는지 살아있는지도 모르는 채 열심히 나랏일을 보고 있었다.

 

          부부夫婦

 

       처음이든 나중이든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사이가 부부라 한단다.

 

       부부는 다 그렇단다

       알고도 만나고 모르고도 만난단다.

 

       만나서 사랑도 만들고

       만나서 원망도 만든단다.

 

       사랑도 원망도 다 그렇단다.

       그게 부부니까

       다 만들어지는 거란다.

 

179 . 가까운 곳을 왜 찾아가지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