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6 화. 어느 시대나 살기가 쉽겠는가.

서 휴 2022. 8. 31. 11:53

186 . 어느 시대나 살기가 쉽겠는가.

 

그 무렵 진나라 사람들은 진헌공晉獻公이 세자 신생申生

공자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뿐만 아니라, 모든 공자를 강성絳城에서

떠나게 하고, 공자 해제奚齊와 탁자卓子 만을 남겨놓았다.

 

       이러한 일로 알만한 사람들은 언젠가 일어날지

       모르는 골육상잔骨肉相殘을 예측하였다.

 

귀족들은 어느 공자를 따라가야 피해를 보지 않으며, 출세도 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면서, 만약 줄을 잘못 서면, 집안이 멸문당할 수도

있었으므로, 생존의 큰 갈림길에 있다고 봐야 하는 시기였다.

 

      그때 진헌공晉獻公은 세자 신생申生을 앞세워

      , , 나라 등을 점령하였으며.

 

      이어서 순식筍息과 이극里克을 앞세워,

      과 우나라마저 합병시킴으로써,

 

      사방 1천여 리에 달하는 넓은 영토를

      보유하게 되는 강대국이 되었다.

 

이제 괵과 우나라를 점령함으로써, 직접 황하黃河를 건너

왕실이 있는 낙양洛陽으로 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므로,

나라가 생긴 이래로 가장 큰 업적의 일을 해낸 것이다.

 

      그동안 고생들이 많았도다.

      이제 논공행상을 할 터이니 조례를 열라.

 

      이제 순식筍息을 해제奚齊의 태부太傅로 삼노라.
      또한, 와 괵을 점령한 공이 크기에

      나라 땅의 반을 영지로 내리노라.

 

      이번에 고생이 많았던 이극里克

      상경으로 삼고, 하양河陽 땅을 내리노라.

 

      , , 나라 정벌에 많은 공을 세운바,

      조숙趙夙에게 경땅을 내리노라.
      또한, 필만畢萬에게 위땅을 내리노라.


봉건시대에는 넓은 영토를 군주가 일일이 직접 다스릴 수 있는

체계가 서 있지 않았으므로, 군주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신하에게

땅을 영지領地로 떼주어, 대신 다스리게 하는 제도이다.

 

      신하의 지위는 자신이 맡은 직위와 보유하는 영지의

      위치와 넓은 면적으로 비교되므로,

 

      진헌공晉獻公은 논공행상을 통하여 공을 세운

      공신을 해제奚齊에게 뭉쳐지게 만든 것이다.


조숙趙夙1백여 년 전 주유왕周幽王의 횡포를 피해 망명해온

조숙대趙叔帶의 후손으로 진나라에 살고 있었으며

 

이번 경, , 나라를 정벌할 때 진헌공晉獻公

차우車右로써 병거兵車를 열심히 조종한 공을 인정받은 것이다.


      필만畢萬은 주왕실에 있던 필공畢公의 후예로서

      역시 진헌공晉獻公의 차우車右를 맡기도 하였고,

 

      더구나 위나라 공략 시, 가장 먼저 성벽을 타고

      올라가, 나라 깃발을 꽂은 장수이기도 하였다.

 

진헌공晉獻公은 신료臣僚 들의 마음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으므로,

신생을 세자에서 폐하고, 총애하는 여희驪姬의 아들인 해제奚齊

새로운 세자로 만들면서, 후계자로 삼으려 결심하고 있었다.

 

이에 해제奚齊에게 동조하는 세력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우선으로

네 사람에게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과한 상을 내려주는, 고도의

정치적 수완을 보인 것이다.

 

      순식筍息, 이극里棘, 조숙趙夙, 필만畢萬,

      이 네 사람은 이번 논공행상으로

      너무나 큰 혜택을 받은 걸 알게 됨으로

 

      이 좋은 행운을 어떻게 잘 관리하여,

      자손에게 잘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느냐,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서로 다른

      면모와 행동을 보여주게 된다.

 

먼저 순식筍息은 진헌공晉獻公의 신뢰에 크게 감복하게 되면서,

진헌공晉獻公의 뜻을 받들어, 해제奚齊 공자를 잘 보필하겠다고

굳게 결심하게 되었으므로, 진심으로 충성을 맹세하였다.

 

반면에 이극里棘은 대신의 반열에 오른 것에는 기뻐하였으나,

그 이면에 여희驪姬의 눈빛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으며,

세자 신생申生의 스승으로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게 되었다.

 

      세자의 위험이 점점 빠르게 다가오고 있구나.

      내가 신생申生에게서 멀어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진헌공晉獻公의 혜택도 잃고 싶지 않구나.

      나만의 세력을 구축하여 세자 신생申生을 지킬 수 없을까.

      어쨌든 일단 이대로 편안히 지내며 생각해 보자.

 

한편 순식筍息 과 이극里棘에 비하여, 조숙趙夙 과 필만畢萬

모두 다른 나라에서 흘러들어온 망명객의 후예이었기에

더욱 냉철한 판단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어렵게 진나라에 들어와 온갖 고초를 겪었도다.

      이제야, 겨우 드넓은 영지를 받게 되었도다.

 

      이 영지를 어떻게 해서라도 잘 이끌어나가

      후손에게 반드시 잘 물려주어야 한다.

 

      어찌하면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겠는가.

      진헌공晉獻公은 고령이라, 오래 가지 못한다.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해제奚齊가 있으니

      네 공자 중에 한 공자가 후계자가 될 것이다.

 

      이 넷 중에 한 공자만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 넷 중에 누구 후계자가 될 것인가.

 

      세자인 신생申生이 가장 유력하여야 하나

      하지만, 여희驪姬가 진헌공을 부추겨

      해제奚齊를 세자로 세우려 하는 것이다.

 

      신생申生은 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겠는가.

      그러나 진헌공晉獻公의 도움이 없으므로

      피해만 보며 가능치 않을 것이다.

 

조숙趙夙 과 필만畢萬은 이렇게 판단하면서, 세자 신생申生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을 내리게 되었다.

 

      진헌공은 칠십이 넘었으므로

      오래 살아봐야 불과 4, 5년이다.

 

      다음의 유력자는 공자 해제奚齊 이다.

      그러나, 공자 해제奚齊는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제 겨우 열 살이 아닌가.

      이 넓은 영토를 열 살짜리 소년이

      어찌 다스릴 수 있겠는가.

 

      무엇보다도 공실의 공자들이

      그냥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신료臣僚 들도 편을 가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공자는 중이重耳와 이오夷吾가 아닌가.

      중이重耳 는 패기覇氣가 부족하지만, 이 있다.

      이오夷吾 는 덕이 부족하지만 패기覇氣가 넘친다.

 

중이重耳와 이오夷吾, 두 공자를 평가하는 세상 사람들의 평은

대단히 정확하였다. 먼저 중이重耳를 따라 포읍蒲邑으로 간 가신의

면면을 살펴보면 세간의 평이 정확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이重耳의 가신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호모狐毛 와 호언狐偃 형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들의 아버지인 호돌狐突이 신생申生의 스승임에도

      불구하고 중이重耳를 선택하게 한 것이다.

 

      특히 호언狐偃 은 현사賢士로 이미 소문난 사람이며.

      그런 그가 굳이 중이重耳를 주인으로 모신 데에는

      그것은 바로 중이重耳 공자의 덕때문일 것이다.

 

      그에 비하여 이오夷吾 공자를 따라, 굴읍屈邑으로

      따라간 가신의 대표는 극씨郤氏 일문이다.

 

      대부 극표郤表의 아들인 극예郤芮의 형제는

      상당히 활달하고 기세가 강하여,

 

      이오夷吾의 성품과 많이 닮아 있어.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으며 그만한 실력도 갖추고 있었다.

 

      극표郤表는 장차 진나라가 어지러우면

      나라를 바로 세울 사람은 이오夷吾 공자뿐이라고

      단정하며, 가문의 미래를 이오夷吾에게 맡겼다.

 

이에 조숙趙夙과 필만畢萬은 호돌狐突과 극표郤表의 선택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자신들도 주사위를 내던져야 하는 처지가

되었으며, 더는 미룰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 있었다.

 

       먼저 결정을 내린 사람은 조숙趙夙 이었다.

       그에게는 조맹趙孟 이라는 아들이 있었으나,

       이미 진헌공晉獻公에게 출사出仕 하고 있었으므로,

       그는 아들 대신에 손자인 조쇠趙衰를 불렀다.

 

조쇠趙衰는 나이가 젊었지만, 호언狐偃에 버금가는 현사顯士로서

이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젊은이였다.

 

      조쇠趙衰 , 우리 가문의 장래가 걸린 일이니라.

      할아버님, 말씀하여 주십시오.

 

      너는 지금 곧 포읍蒲邑으로 가거라.

      중이重耳 공자를 섬기라는 뜻이옵니까.

 

      그래, 그렇도다.

      힘은 일시적이지만 덕은 영원한 것이니라.

 

      너는 가겠느냐.

      할아버님, 따르겠사옵니다. 하온데

      할아버님과 아버님께서는 어쩌시려 하옵니까.

 

      나와 네 부친은 여기 남아 주공을 섬길 것이다.

      서산에 기울고 있는 해도 태양太陽 이니라.

 

      아직은 진헌공晉獻公의 눈 밖에 나서는 곤란하다.

      그 역할은 나와 네 아버지 조맹趙孟이 맡을 것이다.

 

한번 결정하면 망설이지 않고 시행하는 것이 조숙趙夙 이라고

한다면, 필만畢萬은 정반대의 성격으로 매우 신중하게 처신했다.

 

      태복太卜 곽언郭偃 께선 무얼 하시오.

      필만畢萬 장수, 어서 오시 오.

 

      어찌 오신 것이오.

      그저 앞으로의 길흉吉凶을 알아보고 싶소이다.

 

필만畢萬이 내용을 말하지 않으며 그저 길흉吉凶 만을 말하였으나,

태복太卜 곽언郭偃은 이미 필만畢萬의 마음을 짐작한 듯 점을 칠

생각조차 하지 않으면서 곧바로 말을 하여주는 것이다.

 

      오오, 대길大吉 이오.

      땅을 봉읍封邑으로 받은 것이 천운이 될 것이오.

 

      태복太卜 어른, 그게 무슨 뜻이오.

      그대의 이름은 만이며,

      봉읍封邑의 이름은 위이오.

 

      천자의 민을 조민兆民 이라 하고,

      제후의 민을 만민萬民 이라 부르오.

 

      그러므로 만이라는 뜻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수치數値 이오.

 

      또한, 는 빼어나다는 글자로

      매우 크다는 뜻이 들어 있소이다.

 

      크다는 뜻을 가진 위땅을 만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대가 포상으로 받은 것이니,

      이는 하늘이 운을 터준 것이오.

 

      와 만이 어우러지는데,

      어찌 만민萬民이 따르지 않을 수 있으리오.

 

      태복太卜 어른제가 묻고 싶은 것은

      이 위읍魏邑을 앞으로 어떻게

      지켜나갈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오.

 

      단지 위읍魏邑을 지킬 수 있는가만 묻는단 말이오?

      태복太卜 어른, 그렇습니다.

 

      그대 마음의 소리대로 행하시오.

      태복太卜 어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대의 자손은 큰 공을 이루어내게 되며

      그대가 이루어낸 공을 탄탄하게 지켜나갈 것이오.

 

      그대의 자손을 믿어도 된다는 뜻이오.

      태복太卜 어른, 너무나 고맙습니다.

 

      다만, 어떤 고난이 일어나더라도 변화하지 말라고,

      그대의 자손들에게 크게 주의를 주시 오.

 

      좋으신 말씀 고맙습니다.

      자식놈에게 반드시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곽언郭偃의 모습은 신선의 자태姿態 라 할 만큼

청정淸淨 하게 보였으며, 사람의 마음을 속이는 사기邪氣의 빛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에 필만畢萬은 기대 이상의 뜻을 이룬 듯,

       마음속으로 너무나 기뻐하였으나,

       기쁜 기색을 감추려는 듯 얼굴을 붉히었다.

 

187 . 어리석게 말려들면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