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9 화. 고생은 끝이 없는가.

서 휴 2022. 8. 26. 16:42

179 . 고생은 끝이 없는가.

 

      미루나무 골은 이제는 진나라 땅이나,

      옛날에는 우나라의 작은 고을이었으며,

      커다란 미루나무가 서 있는 동네였지요.

 

      미루나무 골에는 청빈한 선비가 서당書堂

      훌륭하게 운영하는, 훈장訓長 두씨杜氏

      존경받는 분이 있었답니다.

 

      올곧아 청빈한 훈장訓長 두씨杜氏 에게는

      정숙한 부인과 어여쁜 외동딸이 있었지요.

 

      어여쁜 외동딸은 부모님을 닮아 예의바르고

      머리 좋아 글도 또랑또랑 잘 읽으며,

 

      거문고도 잘 탄다는 소문이 퍼져나가

      좋은 혼처가 많이 들어오고 있었지요.

 

      그때 한 마을에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와 같이 사는 한 소년이 있었네요.

 

      이 소년은 어릴 적부터 총명하며,

      예의도 밝아, 크게 될 인물이라며,

 

      청빈한 훈장訓長 두씨杜氏 께서는 소년을

      늘 아끼며 항상 가까이 두려 하였네요.

  

      어느정도 세월이 지나가자,

      소녀 아버지 두씨杜氏 훈장은 오르지

      공부 잘하고 성실한 늙은 총각

      백리해百里奚에게 마음을 더 두고 있어,

 

      여자는 눈앞에 보이는 돈보다,

      멀리 바라볼 줄 아는 장래가 촉망되는

      서방을 만나야, 마음고생 안 하고 잘 산다며

 

      두씨 훈장 아버지의 고집으로

      혼자 사는 총각總角 백리해百里奚에게

      시집을 보내고 마네요.

  

동네 여인들은 젊은 새댁이라 부르며, 새댁이 거문고도 잘 타며

노래도 잘 부른다면서, 직녀織女의 애절한 사랑 노래인 오작루

烏鵲淚를 자꾸 부르라며 조르기도 하였답니다.

 

      처음에야. 백리해百里奚가 벼슬을 못하여 도.

      친정엄마 도움으로 버티어 살아가다가

      부모님이 불운하게 모두 갑자기 돌아가시니,

      먹고 살기가 너무나 어려워졌데요.

 

어려움을 겨우 견디어 살아가다가. 먹고살기 힘든 판에, 뒤늦게

아들 백리시百里視 가 태어나며, 더욱 굶을 지경이 되었답니다.

 

       용기를 잃으면 죽은 사람과 같데요.

       굶고 살더라도 용기를 가지세요.

 

       나는 남편 만을 믿으며 살아요.

       나는 남편의 뛰어남도 알고 있어요.

 

       어떻게 하던 살아 낼 터이니,

       세상에 나가 성공하여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이렇게 살면 셋 다 굶어 죽고 말거에요.

       차라리 집을 떠나면 한 입을 덜게 되며

       더욱이 성공하여 돌아오면 얼마나 좋겠어요.

 

겨우 남은 한 마리 씨암탉마저 잡았으며, 쌀이 없어 노란 조를

빌려와 밥을 짓자니 땔감조차 없어, 할수 없이 부엌 문짝을 뜯어내

겨우 암닭 백숙白熟을 작만 하고, 한 상을 차려 내놨지요.

 

       이별의 밥상이 아니어요,

       행운의 밥상이어야 해요.

 

       이렇게 안 드시면 어떡해요.

       아무 경비도 없이 떠나야 하는 당신

       한술이라도 더 떠먹고 떠나시어야 해요.

 

백리해百里奚는 눈시울을 적시며 고향을 떠나가고, 두씨 부인은

멀리까지 손을 흔들며, 이별의 설움에 펑펑 울고 말았네요.

 

       신령神靈 . 신령神靈 . 우리 신령神靈 . .

       우리 남편 백리해百里奚는 어디로 갔을까요.  

 

       기다리는 남편은 소식조차 없는데

       삼 년이나 지나가고 말았네요

 

       살아있기나 한 걸까.

       살아있다면 꼭 찾아올 거야.

       아무렴 찾아오고말고.

 

       그래. 좋은 소식이 오겠지.

       그래. 좋은 소식이 오긴 올 거야.

       설마 오 년이면 꼭 찾아오지 않겠어.

 

       손에 못이 박히도록 길쌈을 하며, 그렇게

       기다려도 사랑하는 남편은 돌아오지를 않는데

 

       길쌈조차 힘든 판에 오년이나 흉년까지 들어

       애환이 깃든 집마저 떠나야 하네요.

 

       아아. 집이 없다면

       어디서 서방님을 기다린단 말이냐.

 

       그래 앉아서 굶어 죽을 바에는

       차라리 서방님을 찾아 직접 나서 보자.

 

어여쁜 소녀는 어린 아들의 어여쁜 엄마로 시작하여,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면서,

 

       어린 아들이 딸린 아줌마로,

      점차 억센 아줌마가 되어가며

 

아무리 팔자가 어렵더라도 한때를 넘겨준다 하지만,

집도 먹거리도 없으니,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겠어요.

 

       고생하지 말고 좋은 사람에게 개가하라는

       중매도 뿌리치고,

 

       거친 세상에 막일도 하게 되며,

       때로는 거지가 되어 떠돌아다니기도 하였답니다.

 

전쟁이 수시로 일어나는 춘추시대春秋時代, 그 혼란 속에서도

모질게 흘러가는 것은 세월 뿐이라고 하였다.

 

두씨杜氏 부인은 우여곡절迂餘曲折 끝에 그때를 넘기면서, 이제는

나라의 옹성雍城에 들어와 빨래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었다.

 

      아들아. 백리시百里視  

      이제는 집안 살림을 좀 도우려무나.

 

      어머님. 알아요. 어머님.

      고생하시더라도 조금만 더 참아주세요.

 

      내 꼭 훌륭한 장수가 되어

      어머님께 꼭 효도하려고 해요.

 

      어머님. 사람은 초지일관初志一貫 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하네요.

 

      어머님 조금만 참으며 기다려주세요.

      이놈아. 이 아들 놈아.

 

      그래. 초지일관初志一貫

      우리의 운명이 되었구나.

 

      너의 아비도 초지일관初志一貫 하며

      살아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

 

      그러나 한평생 아무리 초지일관初志一貫 하여 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이 아들 놈아, 정신좀 차려라.

 

두씨杜氏 부인은 살기가 조금 나아졌다고, 빨래 잘하는 여러 부녀자

들과 어울려. 일의 고단함을 잊고자 재잘거리며, 이런저런 세상

이야기를 많이도 듣다가, 오고대부五羖大夫 라는 상경上卿 벼슬을

하는 사람이 백리해百里奚 란 소문을 듣게 되었다.

 

      오고대부 라니

      오고대부가 무어야

      오고대부가 내 남편 백리해百里奚 라니

 

      아니. 아니. 어디 어디. 정말일까.

      그럴 리가 있겠어. 정말일까.

 

      오고대부五羖大夫 가 내 남편

      백리해百里奚 라면 얼마나 좋을까.

 

      아들아. 백리시百里視 . 네 아비를 아느냐.

      아버지라니요. 아버지가 살아있기나 합니까.

 

      이놈아. 오고대부를 알아보아라.

      아무래도 네 아버지 같다는 마음이 자꾸 오는구나.

 

      아버지라니요.

      오고대부五羖大夫가 우리 아버지라니요.

 

      설마요. 그럴 리가 요.

      설마라니 이놈아. 너도 빨리 알아보아라.

 

잠 못 이루는 며칠이 지나가게 되자, 두씨杜氏 부인은 부녀자 들의

이야기를 모아보고 따져보며, 백리해百里奚 가 내 남편이 맞다면서

믿음을 갖게 되자, 집에 돌아오자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두씨杜氏 부인은 벌써 헤어져 30년이 훌쩍 넘어 이제 40년이나

다 되어간다는 걸 깨닫게 되자, 자기 나이가 벌써 60을 훌쩍

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서는 주저앉으려 한다.

 

      내 모습이 왜 이리 초라할까.

      입고 나갈 옷이 있나.

 

      화장 한번 하지 못한 내 얼굴

      주름은 왜 이리 많아졌어.

 

      이렇게 쭈그렁 할머니,

      내 남편인들 나를 알아보겠어.

 

      제일 높은 상경上卿 님이라니

      부인이 있으면 어떡하지.

      제일 높은 분이라 곁에 여자가 있으면 어떡하지.

 

      부인이 있을까. 아니야. 아니야.

      그래, 올곧은 성격에 혼자일 거야.

 

      그래. 혼자라야 돼, 내가 얼마나 기다렸어.

      그래, 혼자라야, 내가 만날 수 있지 않겠어.

 

      부중府中 정문에 문지기가 서 있으니,

      기웃거리지도 못하고,

 

      까치발로 상경의 가마를 들여 봐도 보이지 않으며,

      울며불며 크게 고함高喊 지르려 해도,

      혹여 미친 여자로 보면 어떡하지!

 

      아아, 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애간장만을 태우고 있구나.

 

      이 남루襤褸 한 내 옷차림에

      상경 백리해百里奚의 부인이라고 말한들

      어느 누가 믿어주기나 하겠어.

 

혼자서 애간장 태우다가. 때마침 반가운 소식消息을 듣게 되네요.

부중府中에서 빨래하는 여자를 찾는다는 말에 얼른 쫓아가네요.

 

       두씨杜氏 부인은 기어이 부중府中

       빨래하는 완부浣婦가 되어 노심초사勞心焦思 하며,

       마음을 졸이며 빨래를 하게 되네요.

 

노심초사 勞心焦思 라는 말이 있다.

애쓸 로, 마음 심, 탈 초, 생각할 사.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생각을 너무 깊게 함이며

       또한 애쓰면서 속을 태운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두씨杜氏 부인은 남편인 백리해百里奚를 만나기 위하여, 기어이

부중府中의 빨래하는 완부浣婦로 뽑혔으며, 매일같이 빨래를

열심히 하면서도 자꾸 부중府中 쪽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남편 백리해百里奚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을까.

 

      그러나 정사를 보는 부중府中 건물과

      멀기도 한 빨래터에서 어찌 보일 리 있겠는가.

 

      빨래하는 짬짬이 고개를 돌려 부중府中 건물을 보며

      안타까워하는데, 다행히 빨래를 해주다 보니

      백리해百里奚의 옷도 빨아주게 되면서

 

      백리해百里奚가 혼자 살고 있음에 안도하며

      긴 숨을 내쉬면서 위안으로 삼는 것입니다.

 

두씨杜氏 부인은 남편인 백리해百里奚 와 하루라도 빨리 만나게

될 날을 안타까이 기다리며, 만날 방법만을 고심하게 된다.

 

      고집 세고 청렴한 우리 아버지

      엄마가 그리 반대해도 나를 시집보내며

 

      평생 마음고생 안 시키는

      장래성 있는 신랑이라 하셨지만

 

      너무 멀리 보는 사람을 고르시어

      너무 늦게 성공하는 사람을 고르시어

 

      이토록 찢어지게 고생만 시키는 세월에

      애통한 눈물만 줄줄 쏟고 있네요.

 

      아버지, 나는 어떡하나요.

      남편을 지척에 두고도 만나지 못하는 나는

      이 애타는 마음을 어찌해야 하나요.

 

      나를 어여삐 봐줄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내 남편 백리해에게 내 얘기 좀,

      제발 전해 줄 사람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아버지. 아버지. 우리 아버지.

      도와주세요. 제발 도와주세요.

 

이른 아침이었다. 백소아百素蛾 가 나타나 누가 관복官服을 이리

험하게 다림질하였냐며 호통號筒을 치며 난리亂離를 일으키네요.

 

       다림질 방은 따로 있는데,

       빨래터에 와 큰소리친다며,

       한 여인이 돌아서서 혀를 쑥 내밀자,

 

       두씨杜氏 부인은 백리해의 관복官服 인 걸 알고는

       얌전히 받아 풀칠하면서 잘 다려,

       백소아百素蛾를 찾아가게 되네요.

 

180 .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