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5 화.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여주는가.

서 휴 2022. 8. 30. 20:43

185 .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여주는가.

 

      살아 계시느냐.

      죽어 계시느냐

 

      어마마마. 어쩐 일이시옵니까.

      세자 앵은 어젯밤에 무얼 한 것이오.

 

      왼 술을 그리 많이 들도록 하여

      이렇게 궁 안을 벌컥 뒤집어 놓았소.

 

      아바마마께서 기분이 좋으시어 술을 들었사오나?

      그리 많이 드신 편은 아니옵니다.

 

      어마마마, 피로가 겹치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뭘 하는가. 빨리 태의太醫를 불러오도록 하라.

 

      군부인君夫人 마마, 태의太醫 이옵니다.

      아니, 이게 어찌 된 일이오.

      진맥하여 보아도 평상시와 다름이 없사옵니다.

 

태의太醫가 진맥하여 보니 평상시와 같다고 하나?

움직이지도 않고 깨어나지도 안 찼소.

 

      어떤 일인지 알아봐 주세요.

      군부인 마마. 귀신이 붙은 것이 맡습니다.

 

      군부인 마마, 이는 필시 귀신이 붙은 것이오니,

      내사內史 를 불러 공을 올리라 하시옵소서.

 

세자 앵은 어머니 목희穆姬의 말에 따라, 내사內史 를 불러

를 올리며, 빨리 회복되도록 열심히 기도하려 하였다.

 

      빨리 내사內史 를 부르라.

      군부인 마마. 부르셨사옵니까.

 

      태의太醫가 진맥하여 보니 평상시와 같다고 하나?

      왜 움직이지도 않고 눈을 감은 채 깨어나지 않는 것이오?

 

      어떤 일인지 알아봐 주세요.

      군부인 마마. 귀신이 붙은 것이 맡습니다.

 

      지금은 인사불성 人事不省 이오나

      아마도 이상한 꿈을 꾸고 있을 것입니다.

 

      깊은 잠을 자는 것이오니 기도하며

      을 올린다 해도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옵니다.

 

      스스로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군부인 마마, 조금 기다리시면 깨어나실 것입니다.

 

이일이 소문이 나자, 신료臣僚 들이 모두 모여들기 시작하였으나,

그저 안부만 묻고는 그냥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세자 앵은 진목공秦穆公의 침상 곁에서

      사흘 낮 밤을 떠나지 않으면서, 마음속 깊이

      빨리 깨어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닷새째 되는 날의 이른 아침이 되자, 그때 진목공秦穆公은 몸을

뒤척이기 시작하며, 비 오듯이 땀을 흘리면서 비로서 깨어났다.

 

      아바마마. 옥체 만강하시옵니까?

      어떤 일로 이리 오래 주무시었나이까?

 

      잠시 잠을 잤을 뿐이로다.

      기이하도다. 기이해.

 

      아바마마. 무엇이 그리 기이하나이까.

      혹여, 좋은 꿈이었사옵니까.

 

      아니, 네가 꿈꾼 걸 어떻게 아느냐.

      내사內史 가 말하여 주었습니다.

 

      그러한가. 내사內史 를 부르라.

      주공. 이제 깨어나시었나이까.

 

      내사內史 는 들어보시오.

      과인은 꿈에서 귀한 부인을 만났소.

 

      얼굴은 단정하고 아담하였으며

      피부는 백설 같아 무척 아름다웠소.

 

      손에는 천부天符를 들고 나를 부르는 것이었소.

      부르기에 다가가니 갑자기 구름이 다가오며

      귀부인과 함께 구름을 타고 가게 되었소.

 

진목공秦穆公은 산천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산속을 거닐다가 화려한

옷에 어여쁘면서 정중한 여인이, 하늘나라 사람의 표시標示

천부天符를 들고 부르자 다가가게 되었다.

 

      상제上帝의 명으로 부르는 것이오.

      이 구름을 타면 옥황상제 玉皇上帝가 계시는

      천계天界에 가게 될 것이오.

      진후秦侯는 어서 구름에 오르십시오.

 

갑자기 구름을 타게 되면서, 멀리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게 되자,

갑자기 단청이 찬란한 하늘의 궁궐에 들어서게 되었다.

 

궁궐의 높은 옥 계단을 오르자, 전내殿內의 호화로운 황금 기둥들이

즐비한 복도를 지나가며 한참을 따라가니, 주렴珠簾 장막이 걷히고,

면류관冕旒冠에 곤룡포袞龍袍를 입은 옥황상제玉皇上帝

앉아있고, 그 양옆에 천상의 왕들도 서있는데 그위엄이 대단했다.

 

      , 진후秦侯는 벽옥碧玉 잔을 받아라

      벽옥잔碧玉盞의 천주天酒를 마셔보아라.

 

      가까이서 옥황상제玉皇上帝의 성지聖旨를 받들라.

      앞으로 그대는 진 나라의 소란을 평정할지어다.

 

진목공秦穆公은 벽옥잔을 받들어, 향기롭고 감미로운 천주天酒

마시고 잔을 놓자, 시종을 통하여 죽간竹簡 한편을 내려주었다.

  

      . 이제 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상제上帝 임께 인사 올리십시오

 

진목공秦穆公은 상제에게 두 번 절을 올리고, 천계에서 내려오며,

천부天符를 들고 있는 여인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본다.

 

      그대를 어떻게 불러야 하오.

      나는 보부인寶夫人 이라 하오.

      태백산太白山에 있으니 진땅에 있는 것이오.

 

      군후君侯는 아직도 들어보지 못하였소?

      내 남편 섭군葉君은 남양南楊 땅에 있는데

      일이 년 만에 겨우 한번 만나고만 있소.

 

      나를 위하여 사당祠堂을 세워준다면

      진후秦侯는 만세에 빛나는 패자覇者가 될 것이오.

 

      보부인寶夫人, 그리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반드시 사당祠堂을 지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물어봅시다.

      나라에 무슨 난리가 나기에

      상제께서 이렇게 명하시는 것이오.

 

      에 어떤 난리가 나는 것이옵니다.

      그러나 그 내용은 하늘의 비밀이라

      천기天機를 누설漏泄 할 수 없소이다.

 

      이윽고 닭 우는 소리가 들리더니

      바로 이때 뇌성벽력雷聲霹靂 같은 소리가 들리어

      마침내 놀라며 깨어나게 되었소.

 

      이게 무슨 조짐兆朕의 꿈인지 모르겠소?

      내사內史 는 알 수가 있겠소?

 

진목공秦穆公은 닷새 만에 일어나, 잠자는 사이에 꾼 꿈 이야기를

빠짐없이 하여주니, 내사內史 가 꿈 풀이를 하기 시작한다.

 

      주공, 진헌공晉獻公이 여희驪姬를 지나치게 총애하여,

      세자 신생申生을 죽이면서 폐하려 하니

      어찌 변란이 일어나지 않겠습니까.

 

      주공. 하늘에서 천하를 제폐制覇 하라는 명을

      내려주시는 것은 큰 복이 될 것입니다.

 

      꿈속의 보부인寶夫人은 어떤 여자요

      들꿩의 정으로 암놈을 얻은 자는

      천하의 패자覇者 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내사內史 는 진목공秦穆公에게 지난날의 선군先君 시대인

진문공秦文公 때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알려주게 된다

 

      선군先君 이신 진문공秦文公 때에 일어난 일입니다.

      진창陳倉 사람이 땅속에서 이상한 짐승을 잡았답니다.

 

      그 모양이 마치 가득 찬 주머니같이 둥글고

      그 짐승의 겉에는 황색과 백색이 섞여 있었으며

      꼬리는 짧으며 네 개의 다리가 있고

 

      주둥이는 뾰족이 날카로우며 온몸은 큰 바늘 같은

      큰 침들이 에워싸여 아주 위험한 짐승이었답니다.

 

진창陳倉 사람이 이 짐승을 선군께 바치러 가던 중에, 길에서

동자童子를 만났는데, 그들은 손뼉을 치며 큰소리치더랍니다.

 

      네가 죽은 사람에게 포악하게 굴더니

      이제 산사람에게 잡히고 말았구나.

      에이, 정말 나쁜 놈이로다

.

      아니, 동자童子는 이놈이 무엇인지 알고 있소.

      저놈은 커다란 고슴도치로, 라는 놈이오.

 

      땅속에서 죽은 사람의 골수骨髓 만 파먹고

      그 정기精氣를 얻어 사람이 되려 하니

      잘 끌고 가서 꼭 죽여야 할 것이오.

 

두 동자가 이처럼 말을 하자,

라는 놈이 갑자기 화가 내면서

두 동자를 향하여 큰 소리로 말하였답니다

 

      그래. 내가 고슴도치 태위太猬 가 맞다.

      저 두 동자는 사람이 아니라 진보陳寶 .

 

      진보陳寶 가 무엇이오

      진보陳寶 , 들꿩의 정을 말하는 것이오.

      한 놈은 수꿩이고 한 놈은 암꿩이오.

 

      수꿩을 얻는 자는 왕이 되고

      암꿩을 얻는 자는 천하를 제패制覇 한답니다.

 

      나를 풀어주시오.

      내가 둘 다 잡아드리리다.

 

진보陳寶 사람은 고슴도치 위의 말을 믿고, 욕심이 나서

진보陳寶를 잡으려 쫓아가자, 두 동자는 한참 도망을 가다가

갑자기 들꿩이 되어, 진창산 陳倉山으로 날아갔답니다.

 

      진창陳倉 사람은 욕심을 내다가 다 놓친 거지요.

      진창陳倉 사람은 이 이야기를 선군께 고하였으니

      부중府中 내부內府에 이를 기록 한 문서가 있을 겁니다.

 

      문서고文書庫에서 기록을 찾아보아라.

      호 오. 과연 보부인 寶夫人의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내사內史 는 이 기록에 덧붙여

      나의 꿈 이야기도 적어 비장하도록 하시오

 

      대관절 진창陳倉 이 어디에 있는 곳이오.

      주공, 태백산 자락 서편에 있습니다.

 

      좋도다. 태백산으로 한번 가보자.

      주공, 사냥으로 가시는 게 좋을 듯합니다.

      주공, 시험 삼아 그 꿩의 자취를 찾아보십시오.

 

진목공秦穆公은 친위대를 거느리고 태백산 서쪽으로 가볍게 사냥을

하면서 지나가며, 드디어 진창산陳倉山에 이르렀다.

 

      이곳이 진창산陳倉山 이라고 한다.

      모두 조심스럽게 사냥을 하도록 하라.

 

      주공. 꿩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렸나이다.

      꿩은 온몸이 연녹색의 옥빛이 나옵니다.

 

      어디 보자. 옥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던

      암꿩이 잡히자마자 옥돌이 되다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로다.

 

      암꿩은 옥돌 꿩인 옥치玉雉 로 변하였으나

      화려하고 찬란한 그 빛만큼은 그대로구나.

 

      주공, 신 내사內史 이옵니다.

      이것이 바로 보부인寶夫人 이옵니다.

 

      암놈을 얻으면 천하를 제패制覇 한다 하였으니

      이 어찌 기쁜 징조가 아니겠나이까.

 

      주공께서는 진창산陳倉山에 사당을 세우시고

      이제부터 봄가을에 제사를 올리시면

      반드시 큰 복을 받으실 겁니다.

 

진목공秦穆公은 크게 기뻐하였으며, 보부인寶夫人인 옥치玉雉

난초蘭草에 달인 물로 깨끗이 목욕시키고 옥의 궤에 넣었다.

 

      나무를 베어 사당을 짓도록 하라.

      이제 사당을 다지었다고 하였느냐.

      그래, 어서 진창산陳倉山으로 가보자.

 

      보부인寶夫人 인 옥치玉雉

      사당祠堂에 정중히 안치시키고

      사당祠堂의 이름을 보부인사 寶夫人祠 라고 하여라.

 

      , 진창산陳倉山을 보계산 寶鷄山으로 이름을 바꾸고

      유사有祀를 두어 일 년에 두 번 제사를 올리도록 하라.

 

진창산陳倉山 보부인사 寶夫人祠에서 봄가을로 제사를 올리게 하니,

제사를 지내는 날 새벽이면, 밝은 빛이 십여 길이나 솟아오르며

그럴 때마다 커다란 우렛소리가 은은히 울려 퍼졌다고 한다

 

       이는 곧 보부인寶夫人의 남편인 섭군葉君

       찾아와 서로 반기면서 서로 아름다운 울음소리로

       화답하는 것으로 알려지게 된다.

 

186 . 어느 시대나 살기가 쉽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