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0 화.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서 휴 2022. 8. 28. 08:05

180 . 왜 곁에서 만나지 못하나.

 

두씨杜氏 부인은 정성껏 풀칠하여 다린 백리해百里奚의 관복을

들고, 백소아百素蛾를 찾아가며, 악사들이 늘어서서 앉거나 서서

연습하는 모습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지나갔다.

 

백리해百里奚의 관복官服을 내놓자, 백소아百素蛾는 꼼꼼하게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두씨杜氏 부인에게 몇 가지를 물어본다.

 

      꼼꼼히 잘 데렸네요.

      앞으로 뭐라고 불러야 합니까.

      그냥 두씨杜氏 라고 부르면 됩니다.

 

      혹시 고향이 어디입니까

      나라에서 살다가 왔습니다.

      어쩐지 말씨가 고향 쪽이라 좋네요.

 

백소아가 반가워하며 고생하신다고 격려해주지만내가 백리해의

부인이란 말을 차마 꺼내지 못하고 돌아서서 나오는 슬픈 모습이다.

 

      잠깐만요. 저기요.

      빨래 말고 무얼 잘할 수 있나요.

      자리를 옮겨 줄 수도 있습니다.

 

백소아百素蛾는 고향 사람이란 따뜻한 정이 솟아나, 궁실宮室

안의 좀 편안한 자리로 옮겨줄 마음으로 말하였다.

 

두씨杜氏 부인은 더듬거리면서, 거문고를 오랫동안 타보았고,

도 노래도 읊을 수 있다고 말하자. 백소아百素蛾는 이외의

답변에 설마 하며 의아스럽게 바라보았다.

 

      부르셨습니까. 악단장樂團長 입니다

      바쁜데 불러서 미안해요.

 

      이 부인이 거문고를 타며 노래도 한다니

      한번 시험해 보시겠어요.

      . 알겠습니다.

 

두씨杜氏 부인은 백리해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백리해가 얼른 알아볼 수 있는 노래이며,

옛날에 즐겨 불렀던 오작루烏鵲淚를 우선 악단장의 마음에 들게끔

정성을 다하여 거문고를 켜며 혼신魂神의 힘으로 불러 주었다.

 

       백소아百素蛾 , 이 부인이

       오작루烏鵲淚를 애절하게 부르는 걸 보아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데리고 쓸 만합니다.

 

두씨杜氏 부인은 백소아百素蛾의 도움으로 악단의 거문고를 켜게

되었으며, 노래도 부르게 되니, 백소아百素蛾는 입던 옷과 쓰던

좋은 화장품까지 갖다 주며 많은 도움을 베풀었다.

 

두씨杜氏 부인은 오랜만에 맵시를 내보니, 10년은 젊어진 듯이

하였으며, 매일같이 악단장의 가르침에 따라 열심히 연습한다.

 

      옛날처럼 거문고 실력을 더 키워야 해.

      옛날처럼 노래도 솔솔 나오도록 더 연습해야 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생각하는 만큼이나 바라는 만큼이나,

하늘도 그 뜻을 알아준다는 옛말이 있다. 지성至誠 이면 감천感天

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에 구곡간장 九曲肝腸 이란, 말이 따른다.

 

      구곡간장 九曲肝腸

      아홉 구. 굽을 곡. 간 간. 창자 장.

 

      과 창자가 아홉 번이나 굽었다. 는 뜻인가.

      과 창자가 굽이굽이 서렸다는 말인가.

 

배 속의 간과 창자가 아홉 번이나 꼬였다는 말을 구곡간장九曲肝腸

이라, 한다니 비유적比喩的 인 말이라 해도. 얼마나 애가 탔으면

아홉 고비를 넘겨야 하듯 그렇게 힘든 고통의 심경을 말하는 것일까.

 

      하기야, 누구나 말을 안 할 뿐

      애달픔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리오.

 

      굽이굽이 깊고 깊이 숨겨진 안타까운 마음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요.

 

남편을 떠나보내고, 숱한 고생을 하다가, 빨래를 빠는 완부浣婦

되었다가, 거문고를 잡게 된 두씨杜氏 부인은, 연회 날짜가 점점

다가오자, 마음을 가다듬으려 하지만, 가까이 있는 남편을 만나지

못해 애타는 마음속으로 아버님의 말씀이 스며들어 온다.

 

          큰 시련

 

      큰일을 할 사람은

      큰일을 올바르게 잘하라며

 

      큰 시련을 주어

      큰 시련으로 단련을 시켜나간단다.

 

      큰 시련을 받은 연후에야

      큰 일 할 자세가 갖추어지는 거란다.

 

      큰 외로움과

      큰 서러움을 주는 것은

 

      큰 행복과

      큰 기쁨을 주기 위해서란다.

 

      큰 행복과

      큰 기쁨도

      큰 고비를 잘 넘겨야만 찾아온단다.

 

      큰 시련은 아무나 주지 않으니

      큰 시련은 넘기가 참으로 어렵단다.

 

아버님. 고맙습니다만,

큰 외로움과 큰 서러움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힘든 줄 모르실 거예요.

 

      몸과 마음이 요동치도록 힘든 세월이

      얼마나 서럽게 넘어가는지 모르실 거예요.

 

      그래요. 아버님. 아버님의 말씀이 옳아요.

      이 어려운 고비도 최선을 다하여 넘기고 말겠어요.

 

두씨杜氏 부인은 마음속 깊이 아버님의 말씀을 새기며, 거문고의

에 손을 올리는데 또 아버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픈 노래

 

      너무나 슬픈 노래는 부르지 마라.

      너무나 슬픈 노래는 맺힌 한을 머물게 하며

      없던 한이 맺힐 수가 있느니라.

 

      밝고 즐거운 노래를 불러야 마음이 개운해지고

      살아가는 힘이 생겨난단다.

 

      가슴 속을 비워내라

      지난날의 외로움과 슬픔과 애통함을 다 쏟아내라

 

      빈 가슴만이 새로운 인연이 다가와 

      새로운 즐거움과 기쁨을 담아줄 수 있느니라.

 

아버님. 정말 하늘나라에도 애틋한 사랑이 있을까요. 아버님

하늘나라에도 애타게 그리워하는 사연이 정말 있을까요. 아버님.

 

      옥황상제의 외동 손녀인 직녀織女

      소를 키우는 목동牧童 인 견우牽牛

 

      서로 너무나 깊은 사랑을 하게 되어

      직녀織女의 물래 소리는 들리지 않고

 

      견우牽牛의 소들은 꽃밭의 아름다운 꽃들을

      먹어 치우며 뭉개고 다니니

 

      화가 난 옥황상제玉皇上帝

      둘 사이에 넓고 긴 은하수銀河水를 두어

      서로 만나지 못하게 하고 말았네.

 

      견우牽牛와 직녀織女.

      멀고도 뽀얀 은하수銀河水를 건널 수 없어

 

      멀리서 서로 보고파 하는

      그 애타는 마음이 어떠하였겠어요.

 

견우牽牛와 직녀織女가 서로 보고파 하는,

애절한 노래인 오작루烏鵲淚

나는 왜, 어릴 적부터 흥얼거렸으며

 

      사랑하는 백리해가 성공하여 돌아오면 좋으련만,

      평범한 사람이 되어있다 하더라도,

 

      날 사랑하는 남편이기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도

      나는 왜, 오작루烏鵲淚 노래를 흥얼거렸으며

 

      나는 왜, 내 남편을 애타게 찾아 돌아다니며,

      때로는 거지가 되어 온갖 수모를 당하여

      구곡간장九曲肝腸을 끌이면서 

 

      세상사 아홉 고비를 힘들게 넘기려 하면서도,

      나는 왜, 이 오작루烏鵲淚 만을 부르며 살아왔을까.

 

두씨杜氏 부인이 연습하다가 지난 과거를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넋을 놓고 있을 때 악단장이 다가온다.

 

      두씨杜氏 부인. 악단장이 이야기하겠소.

      많은 사람이 모인 연회 자리이니만큼

 

      오작루烏鵲淚를 너무 애처롭게 뽑지 말고

      고상한 목소리로 은은하게 불러야 하오.

 

      육소蓼蕭 라는 노래는 기분 좋게 소리 높여

      한껏 흥을 돋우어가며, 흥겹게 불러야 하오.

 

거문고를 현금玄琴 이라 부르는데, 두꺼운 오동나무 널빤지를

달걀처럼 둥그스름하게 다듬고, 그 속을 온통 파내어 엷은 밤나무

판을 뒤에 붙여 소리가 울리는 공명동共鳴胴 인 조를 만들고

 

누에고치의 실을 꼬아, 소리 줄인 비단緋緞 을 만들어 걸고,

비단 현을 한 손으로 누르며 다른 손의 손톱으로 튕겨낸다.

 

      두씨杜氏 부인이 연주하는 악기는 우리의 거문고가

      아니라, 나라 때에 만들어진 13현의 쟁이며,

      이해를 돕기 위하여 비슷한 거문고라 번역한다.

 

그때의 공연장인 노천극장露天劇場은 요즘의 극장 같은 실내

무대가 아니라, 야외의 기울어진 비탈에 층층으로 계단을 만들어

그곳에 앉아서 구경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야외극장이다.

 

       맨 위쪽 계단에서부터 내려오며

       옹성雍城의 유지들이 앉게 되며,

 

       맨 밑으로는 병풍屛風 처럼 낮은 울타리를 쳐두고,

       울타리 밑 중앙에 무대가 잘 보이는 앞쪽으로

       건숙蹇叔 과 백리해百里奚가 앉으며

 

       그 양옆으로 조정의 대부大夫 들과

       공실公室의 종친宗親 들이 앉도록 하였다.

 

노천극장은 높은 분들이 단상壇上에 앉아 잘 내려볼 수 있도록

하였으며, 예인藝人 들이 낮은 평평한 곳에서 연기하며, 뒤에서

악공樂工 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도와주는 형태이다.

 

      진목공秦穆公의 명령으로 진나라가 생긴 이래

      가장 호화롭고 풍성한 연회를 만들라 하여, 넓은 곳의

      기울어진 언덕을 다듬으며 가설무대를 만들었다.

 

      공연하는 날이 되니이른 아침부터 공연 준비에 바빠지며

      군사들이 장내를 엄하게 감시하며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마당 옆으로 음식을 장만하는 취사장炊事場과 음식을 내보내는

 방이 있고, 그뒤에 커다란 가마솥들을 걸어놓은 곳이 있으며,

이 모두다 초막草幕 집이지만 그럴듯한 규모이다.

 

        시녀들은 음식을 장만하랴,

        술통을 쌓아놓고 표주박에 담으랴

 

        탁자와 의자를 정리하여 놓으며 그 위에

        음식과 술잔과 술이든 표주박을 갖다 놓으랴.

 

        수십 명의 내시가 많은 종친宗親 들을 맞이하랴.

        몇백 명의 옹성郢城의 유지들을 맞이하랴.

 

넓은 노천무대露天舞臺 마당 옆에 있는 취사장炊事場과 찬방의

초막草幕 집이 있고, 건너편 초막草幕 집에는 예인藝人 들이 옷을

갈아입으면서 화장을 하고 있으며, 무대舞臺 인 마당에 악공樂工

들이 천천히 걸어 나와 악기들과 함께 한편에 즐비하게 앉는다.

 

악단장樂團長은 출연할 순서를 정하여 주며가사와 음정과

박자가 서로 다르지 않도록 몇 번을 강조하며 일일이 부탁을 한다.

 

       한사람이 두 가지 노래를 부르고 잘한다재창再唱

       나오면한 가지를 더 불러야 하니

       세 가지 노래를 준비하여야 하오

       명심銘心 하여 주시 오.

 

상고시대의 갑골문자에 나오는 것과 전해오는 문헌의 글에서

그 당시의 악기 들을 알아보고 가자.

 

      나라의 수도首都로 추정되는

      지금의 중국中國 동부에 있는 하남성河南省

      은허殷墟 라는 곳에서, 흙 피리의 원형으로

      보이는 고대악기가 대량으로 발굴되었다.

 

      흙 피리는 진흙만으로 구워 만들었으나

      잿물을 입히지 않아, 반질반질하게

      윤기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이는 잿물이 생겨나기 이전의 것이므로,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면서 만들어졌다 할 만큼

     아주 오래된 고대 악기 중의 하나인 것이다.

 

질 나팔 훈은 점토를 옹기처럼 구워 만든 아악기雅樂器 ,

좁은 취구吹口에 입으로 바람을 불어 넣으면서, 여러 개의

구멍을 여러 손가락으로 열고 막으며 소리를 만들어낸다.

 

      은 나무틀에 납작한 돌을 여러 개 걸어 놓고

      나무망치로 두들기면, 서로 다른 맑은소리가

      울려 나오는 타악기打樂器 이다.

 

      사면고四面鼓는 왼쪽에 소가죽을바른쪽에는

      돼지가죽을 붙여, 양쪽 면을 두드리는 북이며

      한쪽만을 사용하는 북은 고라고 부른다.

 

뇌고雷鼓는 원뿔 모양의 작은 북 여섯 개를 매달아 두드리면,

서로 다른 소리를 번갈아 내게 된다

 

181 . 어떤 마음으로 노래 부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