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84 화. 덕필 유린은 어떤 뜻일까.

서 휴 2022. 8. 30. 05:28

184 . 덕필 유린은 어떤 뜻일까.

 

진목공秦穆公은 신료臣僚들이 다 모여 조례朝禮가 열리게 되자,

좌중을 둘러보며, 생각하였던 바를 이야기한다.

 

      우리도 초나라처럼 말 목장을 만들면 어떻겠소.

      좌서장 左庶長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주공, 신 좌서장左庶長 백리해百里奚 이옵니다

      산이 험준하고 거칠며 춥기도 한 곳이라

      강한 말을 키우기에 좋은 여건이 되겠습니다.

 

      좋소. 가까운 날에 양산梁山 쪽에서 사냥도 하고

       목장 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떻겠소.

      주공, 좋은 방안이 옵니다.

 

모처럼 진목공秦穆公이 다 함께 사냥하러 가자고 하자, 신료들이

모두 기분 좋게 출발하였으며, 양산梁山의 울창한 숲을 둘러싸며

저녁까지 사냥하고 나자, 서로들 모여들어 사냥감을 맛있게 구워

먹으며, 화기애애和氣靄靄 하게 이야기를 펴기 시작한다.

 

      주공. 소나 말은 기장쌀과 귀리를 좋아하지요

      기장쌀은 알지만귀리가 무엇이오.

 

      귀리는 연맥燕麥 이나 작맥雀麥 이라 하며

      麥이면서 쌀맛이 나는 곡식穀食 이며,

      거친 산에서 잘 자랍니다.

 

      산 밑을 개간하여 논이나 밭을 만들게 되면

      밭에는 옥수수나 감자(), 농사를 지을 수 있으며

      비탈 부분에는 기장 쌀과 귀리를 심을 수 있습니다.

 

      알곡은 밥이나 수제비나 국수로 만들어 먹으며

      껍질인 짚은 다른 풀과 섞어 건초乾草를 만들면

      이 건초乾草는 겨울철 좋은 사료가 됩니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일이군요.

      그렇게 되도록 해봅시다.

 

      주공, 신 우서장右庶長 건숙蹇叔 입니다.

      목장은 물과 가까워야 하므로

      물이 많은 강이나 천에 가까이 있어야 합니다.

 

      물이 부족한 곳이라면

      크고 작은 저수지貯水池를 만들어

      비가 많은 우기에 물을 담아 놓아야 하며,

 

      이는 목장뿐만 아니라 농사용으로 쓰일 수 있어

      농부들에게도 큰 도움이 됩니다.

 

      주공, , 요여繇余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이제 융족戎族 들을 많이 병합시켰습니다만  

      백성들이 대부분 산골짜기에 있습니다.

 

      마을마다 길을 닦아 서로 소통이 잘되도록 하면

      마을끼리 서로 협력하는 효력이 생깁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유민流民 들을

      더욱 받아들여 다 같이 잘 먹고

      다 같이 잘살 수 있도록,

 

      더욱 산과 들을 개척開拓 하여

      농지를 더욱 넓혀나가야 하겠습니다.

 

      이처럼 계속하여 생활 터전을 만들어 주면

      유민流民 들이 더욱 많이 몰려올 것이며

      나라의 백성이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대부 요여繇余는 좋은 이야길 하였소.

 

      주공, 신 건숙蹇叔이 또 말씀 올리겠습니다.

      농지 개간은 어려우면서 장기간이 걸리오니

      서로 돕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방안을 말씀해보시오

      농지의 개간을 좀 쉽게 하는

      방안이 있사오니, 들어보십시오.

 

      우리 진나라는 큰 마을이 5백여 개나 있습니다

      이 중에 50 마을을 선정하여

      한마을에 5만 묘씩 개간을 하게 하면서

      그곳에 유민들을 배정하는 것입니다.

 

      이 방안이 잘 성공하게 되면 소문이 나기 마련이며

      이는 참여하지 못한 마을들도 서로 하려는

      경쟁심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것참, 좋은 방안입니다

      시범적으로 50 마을에다 5만 묘씩을 먼저

      개간해보자는 것이 아닙니까좋습니다.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가 또 간하겠습니다.

      이렇게 계획된 국가사업을 하자면

      크든 작든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가까운 나라들과 우호조약을 맺으면서

      미리미리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써야 합니다.

 

      주공, 더구나 농사짓는 데는 소가 꼭 필요하며,

      여러 가지 용도로 말도 필요합니다.

 

      이참에 말 목장과 소 목장도 같이 만들어

      소와 말을 백성들에게 나눠주면 어떻겠습니까.

 

      그 귀한 소와 말을 그냥 나누어준단 말이오.

      아니면 팔겠다는 것이오.

 

      주공, 농사일은 노동력이 많이 듭니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품아 씨를 하며

      서로 힘을 합쳐야 농사가 이뤄집니다.

 

      더욱이 소와 말이 있다면

      농사일이 아주 수월하여지므로,

 

      더 많은 농사를 지을 수 있고

      더 많은 수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보탬이 되도록 소와 말을 그냥 나눠주어

      백성들이 잘 먹고 잘살게 된다면

 

      나라 곡간에도 곡식이 많이 쌓이게 될 것이며

      소와 말의 값어치를 넘을 것입니다.

 

      주공, 신 건숙蹇叔 이옵니다.

      지역마다 산물이 다를 것이므로 서로 다른걸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시장이 형성되게 되옵니다.

 

      시장은 곧 지역 산물의 유통 장소가 될 것이며,

      산물의 유통이 활발하게 넓어지면

 

      넓은 지역을 바라보는 제조와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게 되면서, 이에 조금씩 거둔 세금이

      점점 많아져 재정에 보탬이 될 것입니다.

 

      주공백성들이 배부르게 살면 

      주공이 부자가 되는 것이 오며

 

      주공의 마음이 넉넉하여지면

      우리나라가 큰일을 벌릴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성과가 좋은 마을에

      우선 적으로 소와 말을 나눠주면서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더구나 농한기農閑期에는 길을 내거나?

      마을이 필요한 일을 자발적으로 하도록

      협동심을 키워나가게 해야 합니다.

 

      거참 좋은 방안들이오.

      오 년마다 검토해가며

      계속 집행해 나가자는 거지요.

 

      , 모두 좋은 이야기입니다.

      하루바삐 시행되도록 추진해봅시다.

 

      그런데말 목장이나 소 목장이든 맡아 일할

      적임자가 있어야 할 텐데 그럴 사람이 있겠소.

 

      주공, 신이 키워낸 사람이 있습니다.

      누굴 말하는 것이오.

      신이 십여 년간 키워낸 성희成僖가 있습니다.

 

      아 하동해목장東海牧場에서 데려온

      , 그 젊은이를 말하는 것이오

      주공, 그러하옵니다.

 

      지금 성희成僖는 어디에서 무얼 하오

      마방馬房에서 말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모두 생각이 그러하고, 방안도 좋으니

      이제 나라가 발전할 때가 된 것이오.

 

      함께 힘을 합하여 곧바로 준비하여

      계속 시행토록 하여 보시 오.

 

사냥감을 구워 먹으며 술도 마시면서 한참 재밌게 이야기하고 있는

차에, 호위 군사軍士가 쫓아와 무릎 꿇으며 급하게 아뢴다.

 

      주공큰일 났습니다.

      주공의 애마愛馬 두 마리가 없어졌습니다.

 

      무엇이라고,

      허 어. 빨리 찾아보아라.

 

      주공. 큰일 났습니다.

      양산梁山을 지나 기산崎山의 골짜기에서

      거지 떼들이 불에 구워 먹고 있습니다.

 

      말 두 마리를 다 구워 먹는단 말이냐

       300여 명이나 되는데 모두 잡아 오겠습니다.

 

      아니, 왼 거지가 그리 많으냐

      거지들도 조직이 있나 봅니다.

      제일 높은 방장方丈을 뽑는 거 같습니다.

 

      애마愛馬 두 마리는 이미 죽었단 말이지.

      예에, 그러하옵니다.

 

      주공. 그자들도 주공의 백성일 것입니다.

      거지 떼들이라면 약한 자들이옵니다.

 

      주공, 고기에는 술을 곁들여 먹어야 만이

      다들 병이 나지 않습니다.

 

백리해百里奚의 말에 진목공秦穆公은 백리해가 거지 생활도 하여

보았다는 옛말이 떠올라 백리해를 보며 호탕하게 웃으며 말한다.

 

      허허. 거지가 300명이라 많기도 하구나.

      어서술을 많이 갖다 주고

      모두 병이 나지 않도록 보살펴주어라.

 

      주공 고맙습니다.

      하하하. 죄서장左庶長께서 고맙다니요.

 

이렇게 베풀어 준 술이 앞으로의 훗날에 진목공秦穆公의 목숨을

구해주리라고 짐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준 만큼 받는다

      받은 만큼 준다.

 

      주고받는 범위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선한 마음에서 그 범위가 정해진다.

 

      받을 마음이 앞서면 받기가 어려워지기도 하고

      줄 사람의 마음조차 닫히게 할 수 있다.

 

      베풀고도 선심을 쓴 양 자랑을 하게 되면

      공치사한다는 말을 듣게 되며

      베풂을 받은 사람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다.

 

먼 아프리카의 못사는 나라, 굶주려 병든 아이들을 도우려,

자기 돈으로 찾아가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여 돕는 모습들은 

남의 행복을 바랄 뿐으로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다.

 

      열린 마음은 베푸는 사랑이며

      받는 마음에서 사랑을 싹트게 만든다.

 

      사랑을 베풀 줄 아는 사람에게는

      사랑을 받은 사람들이 따르게 되어

 

      많은 사람을 품으면서 세상을 품게 되어

      세상을 움직이는 인물이 될 수가 있다.

 

      열린 마음으로 베푸는 사람에게는

      준 만큼 받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받기 어려운 큰 복을 내려준다.

      이것은 하늘의 뜻이기도 하다.

 

덕필유린 德必有隣 이란 말이 있다.

은 반드시 이웃이 있다.

 

德不孤必有鄰 德不孤必有邻

덕불고필유린 덕불고필유련

 

덕은 반드시 이웃이 생겨 외롭지 않으며

덕은 반드시 사람이 따르니 외롭지 않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덕

      베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내가 남에게 덕을 베풀면

      내 주변에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며

 

      내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나를 돕는 사람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공자孔子논어論語4, 이인편 里仁篇.

      마을 이야기 편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진목공秦穆公은 양산梁山으로 사냥을 하였다가 돌아와, 중신들의

부국강병책 富國强兵策의 이야기를 기분 좋게 귀담아들었으며,

나라를 더욱 커나갈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게 되었다.

 

       이에 젊은 대부들과 반주를 곁들이며

       양산梁山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에 서로 깊은 내용까지 상의하면서 기분 좋게

       술을 마시면서 만취하게 되어 깊은 잠에 빠지게

       되면서,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일어나지 않는다.

 

185 . 큰일은 꿈속에서 먼저 보여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