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101∼200 회

제 170 화. 별빛에 운명을 알 수 있을까.

서 휴 2022. 8. 22. 09:40

       55. 절차탁마 

 

170 . 별빛에 운명을 알 수 있을까.

 

       목 부장님, 저도 따라가면 안 될까요.

       동해목장 東海牧場은 먼 곳이다.

       고생한다. 그냥 이곳에 있는 게 편할 거다.

 

       아닙니다. 꼭 따라가고 싶습니다.

       말도 꼭 키워보고 십구요.

 

       너는 삼촌 집에 얹혀사니

       먼 곳인데 삼촌이 허락하겠느냐.

 

목동牧童 성희成僖는 부지런하고 똑똑하며, 삼촌의 허락을 받아내자,

의기양양意氣揚揚 하게 백리해百里奚를 따라간다며 기뻐하였다.

 

       그간 고생이 많았소이다.

       동해 목장에서도 열심히 하구려.

 

       여기, 약소하나 보답을 하고자 하오.

       그동안 소 팔아 얻은 이익금 일부이오.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고맙사옵니다.

       성주님. 그간 보살펴주시어 정말 고마웠습니다.

 

       목 부장, 나에게 더할 말이 있소.

       성주님. 말 세 필만 주십시오.

 

       말 세 필이라니, 말도 소처럼 비싸다.

       아웁니다. 동해 목장에 가면 돌려보내겠습니다.

 

       어어. 하하. 그렇지. 동해 목장엔 말들이 많도다.

       우리 완성宛城에서 좋은 말을 골라 타고 가라.

       앞으로 완성宛城에는 좋은 말을 많이 보내주오.

 

성주와 귀족들이 섭섭하다며 많은 여비로 보답하여 주게 되니,

모처럼 여유가 생겨나며 특별한 전송을 받으면서 떠나게 되었다.

 

       어느 곳, 어느 일이나 열심히 하다 보니

       상대가 알아서 좋은 보답을 하여 주는 모양이다.

 

백리해百里奚는 이제 말키우는 어인圉人이 된 것에 만족하기로

하고, 성희成僖와 함께 동해 목장을 찾아가게 되었다.

 

       목 부장님. 동해 목장은 어디에 있습니까.

       으음. 한수漢水와 장강長江이 만나는

       한구漢口 유역이면서,

 

       완만하게 비탈진 구릉丘陵으로

       말을 키우기가 아주 좋은 곳이라 하더라.

 

       나라 영성郢城은 한수漢水 옆에 있다.

       우리가 한수漢水를 따라 내려가면

       아주 긴 장강長江과 만나게 된다.

       그곳을 한구漢口 유역이라 하는 것 같다.

 

       성희야. 말을 잘 타는구나.

       소를 타보아 그렇습니다.

 

       그렇다. 사람은 경험이 중요한 거란다.

       경험으로 얻은 지혜는 평생을 간단다.

       그러므로 올바른 지혜를 간직하여야 한다.

 

       목 부장님. 천리마千里馬 라는 게 있습니까.

       하루에 1,000(400km)를 달린다는

       발 빠른 천리마千里馬를 말하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빠른 말이 있을까요.

       그래. 있다고 한다.

  

       피처럼 붉은 땀을 흘린다는 한혈마汗血馬가 그렇단다.

       우리도 한번 한혈마汗血馬를 키워보면 좋겠구나.

 

한혈마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 투르크메니스탄(Turkmenistan)으로

국보로 지정되어있으며 공인된 이름은 아칼 테케(Akhal Teke) 이다.

 

중국 서북쪽의 천산산맥天山山脈을 넘어가면 중앙아시아 쪽이며,

그곳은 기후가 거칠고 험한 산악지역이라 좋은 말이 필요한 곳이다.

 

       한혈마汗血馬는 아주 멀리까지 빨리 달리다 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옥황상제玉皇上帝 임의 말이라고

       천마天馬 라 부르기도 한다.

 

주로 유목민의 카간可汗인 군주가 타는 왕의 혈통을 지닌 말이라고

부르며, 중국은 이 말을 차지하려 전쟁까지 벌인 일이 있다.

 

       전한前漢의 무제武帝는 장건張騫이 가져온

       한혈마를 타보고는 뛰어난 명마라며

 

       너무나 감탄하여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 라는

       노래를 지어 지금도 전해지고 있으며,

       그때부터 한혈마汗血馬의 이름이 유명해졌다.

 

       지금의 감숙성甘肅省 무위시武威市에 있는

       뇌조묘雷祖廟의 뢰대한묘 雷台漢墓에서 나온

       청동으로 된 마답비연상 馬踏飛燕像

       이 한혈마汗血馬를 본떠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고구려 무용총舞踊塚에는

       씩씩하게 말을 타고 달리는 수렵도狩獵圖가 있고,

 

       신라의 천마총天馬塚에는 하늘로 승천하는

       비마飛馬가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어!

 

       이 모두 세계를 놀라게 하면서, 동이족東夷族

       기마민족騎馬民族 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12간지 중 하나이기도 한 말은 우직하고 성실하기로는 소를

따라갈 수 없지만, 옛날부터 사람과 친근한 동물이 되었다.

 

       말은 사람을 옮겨주는 역마驛馬역할을 하며,

       전쟁터에서 사람과 함께 싸우는 주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건육마乾肉馬라 하여 식용으로 쓰이기도 하며

       가죽부터 털과 힘줄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꼬리인 말총은 갓이나 장신구를 만드는 데 쓰였고,

       가죽은 악기 재료로도 쓰이고 있으며,

       마분馬糞은 비료, 약재, 연료로도 쓰인다.

 

주무왕周武王의 동생인 주공周公 나라에서 내려오던

의식과 의례를 정리하여 주례周禮를 저술했으며, 팔괘八卦

를 해설하여 역경易經을 완성했다.

주례周禮 에는 말을 관리 감독하는 관직이 들어있다.

 

       전복田僕은 왕이 사냥할 때

       말이나 수레를 관리하는 관직이다.

 

       어부馭夫는 각종 수레를 관리하면서

       공마公馬를 분류하는 일을 했으며,

 

       취마趣馬는 좋은 말을 골라 훈련을 시켰으며,

       무마巫馬는 병든 말을 치료하는 관직이다.

       목사牧師는 목장을 관리하는 최고 책임자이다.

 

이 밖에도 마구간을 관리하면서, 근래 죽은 말의 영혼을 위로하며,

말의 조상祖上대한 제사를 관장했던 유인庾人이 있었다.

 

       말은 좋은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종마種馬,

       싸움터에 나가는 융마戎馬,

       수레를 끌거나 짐을 나르는 제마齊馬,

 

       사람이 일상적으로 타고 다니는 도마道馬,

       농경용으로 쓰이는 논, 밭갈이용 전마田馬,

       쓸모가 없는 노마駑馬, 모두 6종으로

       나뉘어 구분하였다.

 

       전쟁터에 나가는 융마戎馬 4필을 하나로 묶어

       병거兵車 1이라 했으며,

 

       3을 조라 했고, 3개 조를 계라 했으며,

       6개의 계를 주라 했다.

 

       1개 주에 해당하는 말은 전부 융마戎馬 218마리이다.

       여기에 교대시킬 예비 말을 합한다면 400여 필이 될 것이다.

 

       또한, 기마 부대는 갑사인 군사 마다 말을 타며,

       개별적으로 장수, 부장, 연락병들의 말까지

       모두 합한다면 대략 1천여 마리가 될 것 같다.

 

       왕실의 천자는 12개의 주를 둘 수 있으며,

       제후국에는 6개의 주를 두게 하였으며,

       천자가 인정한 가에는 4개의 주廄 까지 두게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엄격한 제한은 인구가 많아지며 시대가 변하면서,

또한, 전쟁의 규모가 커지면서 전혀 지켜지지 않게 된다.

 

       목 부장님, 우린 언제까지 동해 목장에 있는 겁니까.

       성희成僖 , 이제부터는 목사牧師 라고 불러야 한다.

 

       소 목장은 목부장牧夫長 이었잖습니까.

       사람은 맡은 직책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단다.

 

       언제까지 있기는, 그렇게 오래가지는 않을 것 같다.

       글쎄, 10년 안에 변화가 있지 않겠느냐.

 

몽고 Mongolia가 한창 말을 많이 키워 외국에 팔 때는 전국적으로

2천여만 마리 이상을 키웠다고, 어느 학자분의 조사에서 나온다.

 

       나라마다 충분한 말의 숫자를 유지하는 일은

       국책 사업으로 그 나라의 국부國富를 보여 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록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는 160여 군데 말 목장이 있었으며

       신라시대에는 174개의 말 목장이 있었고,


       조선시대 초반에만 해도 200여 개 존재했고,

       종사하는 인원도 9천 명을 넘겼다고 한다.

 

       지금도 제주濟州에서 2,500여 두를 키우고 있으니

       한창 전성기全盛期 때에는 몇 마리나 키웠을까.

       아마 칠팔천이나 1만여 마리를 키웠을 것 같다.

 

동해 목장은 7천여 마리의 말을 키우며, 용도에 따라 철저한 훈련을

시켜, 봄가을에 필요한 곳으로 내보내는 곳이라, 100여 명의 목부가

있으며, 이런 목장을 지키려 군사들도 주둔하고 있었다.

 

       동해 목장이 7천 마리씩이나 키워도 모자라,

       귀족이나 지역유지들은 작은 목장을 가지고,

       직접 말을 키워 사용하고 있었다.

 

이러한 말들은 분야별로 일을 맡은 사람들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키워내며 훈련을 시키면서, 나라에서 지정하는 곳으로 내보낸다.

 

       말은 11개월 만에 새끼를 1마리 낳고

        6개월이면 젖을 떼며, 4년이면 다 자란다.

 

       앞니와 윗니로 풀을 잘게 뜯으며,

       어금니로 잘근잘근 씹어 넘기면,

        25m나 되는 하나의 긴 위장胃腸

       천천히 소화를 시켜 나간다.

 

       긴 목과 튀어나온 둥근 눈은 높이 달려있어,

       180도까지 두루 살필 수 있으며,

       신경계가 발달 되어 본능적으로 예민하다.

 

       후각과 청각이 사람보다 예민하면서,

       지능이 70~80 이상으로 높은 편이라.

       사람의 신호를 잘 맞추는 분별력이 있기는 하나,

 

       급한 성질로 매우 다루기가 힘들어

       매일 반복적인 훈련을 시켜야 한다.

 

말은 원래 겁이 많은 동물이나, 사람과 유대감紐帶感 이 깊어져

믿을 수 있는 주인과 함께라면, 호랑이와도 싸우는 용맹성을

지녔기에 험한 전쟁을 수행할 수가 있다.

 

       말의 어깨높이는 보통 150~163cm 이나

       한혈마는 약 2m이며, 20년에서 25년을 살며

       조랑말은 더 오래 산단다.

 

       말발굽은 달리기 좋도록 V자 홈이 있어.

       말발굽 쇠 인 편자를 붙여주어야!

       말발굽이 잘 유지되며 오래 달릴 수가 있다.

 

       빨리 달릴 수 있는 네 다리는 길고 튼튼할 뿐만 아니라,

       뒤편의 위험에는 엄청난 뒷발질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목 뒤로 뻣뻣한 털이 많아 갈기를 이루며

       눈에 닿으려는 날 파리나 빗물을 튕겨낸다.

 

       긴 꼬리는 말총이라는 털이 나 있으며

       이를 휘둘러 달려드는 파리 등을 쫓아낸다.

 

       말은 마방에 오래 갇혀 있으면 답답하고

       속박받는 것을 싫어하여 화를 낸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아래위 이빨을 부딪쳐

       소리를 내며, 벽을 물어뜯는 버릇이 나온다

 

백리해百里奚는 동해 목장의 목부牧夫 들의 우두머리인 목사牧師

되었으며, 잘 모르는 일이나, 이해理解가 가지 않는 일들은,

 

잘 아는 사람에게 스스럼없이 물어보며, 서로 믿고 열심히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니, 서로 서로 사이가 좋아지며 운영 질서가 잡힌다.

 

       체계 있게 운영하니, 사람들은 힘이 드나 즐거워하고

       말들은 건강해지니 훈련도 잘 받게 된다.

 

목부牧夫 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며, 여유 시간에 밭도 조성하여,

기장쌀과 귀리를 가꾸어 종사자들의 양식을 도와주며, 짚은 잘 모아

보관 하면서 겨울을 대비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인근 동내에 내려가

동내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도 한다.

 

       때로는 완성宛城 성주에게서 받은 돈으로

       성실하면서도 몹시 어려운 집에 송아지를

       사주어, 키우는 법을 가르쳐주었으며,

 

       이 소들이 커서 새끼를 낳으면,

       마을에 공평하게 나눠주게 하였다.

 

       이에 서로 협동하는 마을로 만들어 나가니

       마을 사람들과 깊은 정이 들며 유대감이 깊어졌다.

 

백리해百里奚는 이처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며, 작은 성과라도

하나씩 열심히 실적을 쌓아나가는 성실한 사람이었다.

 

       절차탁마 切磋琢磨라는 말이 있다.

       끊을 절. 갈 차. 다듬을 탁. 갈 마

 

       자기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는 뜻이리라.

 

171 .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상이 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