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43

제 234 화.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

제 234 화.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 내시 발제勃鞮가 몰래 다녀가고 나자, 세자 어御는 한참 고심하게 되었다가, 긴급히 가신들을 불러들이며 비밀회의를 열게 되었다. 세자. 주공께서 병석에 누우신바 이곳에 머물고 만 계시면 아니 됩니다. 만약 우리나라 내부에서 중이重耳 공자를 귀국시켜 군주로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강성絳城에서 더는 연락이 없었는가. 예. 발제勃鞮 후에 더는 연락이 없습니다. 우리가 돌아가고자 한다면 진목공秦穆公에게 무어라 말해야 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모시러 오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양梁 나라까지 멸망시킨바, 우리는 더 갈 데가 없습니다 만약 백성이 중이重耳 공자를 내세운다면 우리는 백성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중..

제 233 화.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제 233 화.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초성왕楚成王은 한두 달 동안 중이重耳 일행과 같이 지내다 보니 그들의 풍모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으므로 혹여, 이들에 의해 천하의 패업을 이뤄내 패공이 되려는 희망에 방해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자, 혼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들은 예사 인물들이 아니로다. 저 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겠도다. 저들을 확실하게 눌러두지 않으면 차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겠도다. 좋다. 이제 미리 중이重耳의 행동에 대해 어떤 제약을 만들어 놓아야만 하겠도다. 그 제약으로 어떤 걸 하여놓아야 좋겠는가. 진晉 나라 영토를 할양해 놓으면 어떻겠는가. 그건 만족스럽지 않도다. 진晉 나라 땅은 황하黃河 건너가 아닌가. 남방에 있는 우리 초楚 나라가 어찌 황하黃河..

제 232 화.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제 232 화.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다음 날 저녁에 중이重耳 일행이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초성왕楚成王을 비롯한 신료들이 모두 일어나 열렬히 환영하여 주었으며, 그때부터 연회가 시작하게 되었다. 초楚 나라 신하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고, 제후에게 바치는 예법에 따라 중이重耳에게 술잔을 올리려고 하였다. 중이重耳 공자께선 사헌四獻의 예禮를 받으십시오. 아니 오, 저는 제후가 아니오. 저는 그저 떠도는 유랑 객일 뿐이오. 중이重耳 공자는 고마운 감격에 앞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두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고자 하였다. 무릎을 꿇고 술잔을 올리던 초楚 나라 신하는 당황하였으며, 이에 연회장은 순간적으로는 침묵이 흐르게 된다. 공자, 조쇠趙衰 입니다. 공자께서 타국에 망명하며 돌아다닌 지..

제 231 화. 마지막 때를 기다릴 수 있는가.

제 231 화. 마지막 때를 기다릴 수 있는가. 주공, 어찌 된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중이重耳는 당대의 호걸들이 따르고 그의 어짊은 하늘이 보호한다고 합니다. 하늘이 그자를 돕다니 그럴 리가 있겠소? 주공, 중이重耳의 몸도 건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이 하늘이 돕는 한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 어, 가당치도 않은 말이오. 중이重耳는 아버지를 배반하여 열국을 떠돌며 거지처럼 얻어먹는 유랑자에 불과하오. 굳이 예禮로써 대접할 가치가 없소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말하고 싶소? 중이重耳가 고국인 진晉 나라를 떠나온 뒤로 진晉 나라는 늘 변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진晉 나라를 다스릴 인물을 시간을 들여 키우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상경은 그 인물이 바로 중이重耳 라는 것이오 그렇습니..

제 230 화. 나를 알아주는 자 누군가.

제 230 화. 나를 알아주는 자 누군가. 주공, 공손 고固가 말씀 올리겠습니다. 진晉의 공자 중이重耳 일행이 제齊 나라를 떠나! 우리 상구商丘 성에 입성하였습니다.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정말로 우리 송宋 나라에 찾아왔단 말인가. 주공, 정말 그러하옵니다. 호오, 너무나 반가운 일이로다. 반드시 국군國君의 예로써 대접하여야 한다. 어서 빨리, 진晉 공자 일행을 공관에 모시어라. 국군國君의 예로써 일곱 마리의 소를 잡아 환영 잔치를 베푸는 칠뢰七牢를 준비하라. 칠뢰七牢는 소, 양, 돼지 각 한 마리를 1뢰牢 라 하는데, 7뢰牢 라 하면 각기 7마리씩 잡아, 음식을 후하게 많이 차린다는 뜻이 된다. 공손 고固는 이러한 송양공宋襄公의 명을 즉각 호언狐偃에게 알리면서, 국군國君의 예禮로써 대접한다는 말도 전하..

제 229 화. 뼈에 사무친 원한은 어떻게 풀까.

제 229 화. 뼈에 사무친 원한은 어떻게 풀까. 조曹 나라 상경 희부기僖負羈는 현명한 아내 여씨呂氏와 함께 공자 중이重耳의 노여움을 풀어주고자 고심하면서 의논하고 있다. 제가 듣건대, 주인이 훌륭하면, 그 신하가 훌륭한 법이고, 그 신하가 훌륭하면 그 주인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좌받는 공자라면 반드시 진晉 나라를 손에 넣을 것이 분명합니다. 만일 그리된다면 진晉 공자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른 나라를 치게 되면 어찌 되겠어요. 이번에 조공공曹共公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요. 우리 조曹 나라는 그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부인은 참으로 영명英明 하구려. 나도 그 점을 염려하던 참이었소. 잘못하다간 우리 가문마저 결딴이 날 일이 벌어질까, 정말 걱정이 많이 되는 바이오...

제 228 화. 냉대하는 자, 누구인가.

제 228 화. 냉대하는 자, 누구인가. 공자, 이 호언狐偃은 유쾌하게 웃고 있습니다. 공자, 이 얼마만의 일입니까. 공자, 이 호언狐偃은 무릎을 꿇나이다. 공자께서 저를 죽여 꿈을 이루실 수 있다면 저는 사는 것보다 죽기를 바라나이다. 공자, 저희는 부모 형제 처자까지 버리고 공자를 따라 만리타국萬里他國을 떠돌면서 서로 도우며 서로 버리지 않는 것은 공명을 죽백竹帛에 길이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공자가 성공하지 못하신다면, 저희는 아무것도 남길 수가 없는 사람이 되옵니다. 지금 고국은 진혜공晉惠公이 무도하여 우리 진晉 나라 백성들이 도탄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누가 공자에게 천하를 갖다 바치겠습니까. 저희 모두가 함께 공모한 짓입니다. 공자, 저는 아직도 강성絳城 밖 고원高原 에서 지내던 시절의 꿈을 버..

제 227 화. 중이, 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제 227 화. 중이, 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조쇠趙衰는 중이重耳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 자기의 말을 중이重耳 공자에게 전하게 했다. 공자님과 교외에 나아가 사냥이나 할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공자께서 몸에 피로가 풀리지 않아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세수와 머리에 빗질할 시간도 없어 오늘은 사냥할 수가 없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나, 위주魏犨 요. 내 참, 내가 말하겠소. 공자께서는 요즘 코빼기도 볼 수가 없소. 밤낮으로 연회와 환락에 져져 있소이다. 우리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소. 공자께서 떠나지 않으려 하시면 어쩌겠소. 가신 일행은 중이 공자가 안락함에 져져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자, 모두다 고민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임..

제 226 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제 226 화.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두 딸인 백미伯羋 와 숙미叔羋를 데리고 초성왕楚成王을 모시었으며, 초군楚軍의 군영까지 가게 되었다. 허 어, 이제야 다 왔구나. 과인은 두 생질녀 甥姪女에게 잠자리 시중을 받겠노라.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그리 알고 돌아가라. 아니 오라버니, 백미伯羋와 숙미叔羋는 요. 아니, 둘 다 조카 딸이어요 허 어. 내가 알아서 한다고 하였잖느냐.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초성왕楚成王에게 해괴망측駭怪罔測 한 일을 당하게 되었으나, 위세에 눌려 감히 아무런 말도 못 했다. 해괴망측駭怪罔測 놀랄 해駭, 기이할 괴怪, 없을 망罔, 헤아릴 측測. 헤아릴 수 없으며 놀랄 만큼 기이하다. 백미伯羋와 숙미叔羋 야. 너희들은 과인을 잘 모셔야 한다. 알..

제 225 화. 송양지인은 누구인가.

제 225 화. 송양지인은 누구인가. 송양공宋襄公은 조정의 대부들과 백성들이 계속 원망을 터트리자 또 변명하듯이 인의仁義에 대하여 길게 강조하고 있다. 옛 성인들은 인의仁義의 도리를 지켜왔소. 이러한 인의仁義를 지켜야 만이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는 것이오. 적이 좁은 골짜기나 막다른 곳에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 더는 몰아붙이지 않는 법이오. 내가 비록 망한 은殷 나라의 후예이긴 하지만 미쳐 전열을 갖추지도 못하고 있는 적을 어찌 예의도 없이 공격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결코 군자의 인의仁義가 아니다. 아무리 적이라고 하여도 인격이 있는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이 헛된 인의仁義를 펼치려다 싸움에 지게 되면서 많은 군사를 죽게 만들었다는 뜻의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라는, 말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탄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