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5 화. 송양지인은 누구인가.

서 휴 2022. 10. 4. 09:30

225 . 송양지인은 누구인가.

 

송양공宋襄公은 조정의 대부들과 백성들이 계속 원망을 터트리자

또 변명하듯이 인의仁義에 대하여 길게 강조하고 있다.

 

      옛 성인들은 인의仁義의 도리를 지켜왔소.

      이러한 인의仁義를 지켜야 만이

      천하의 패자가 될 수 있는 것이오.

 

      적이 좁은 골짜기나 막다른 곳에 마지막으로 버티고

      있을 때는 더는 몰아붙이지 않는 법이오.

 

      내가 비록 망한 은나라의 후예이긴 하지만

      미쳐 전열을 갖추지도 못하고 있는 적을

      어찌 예의도 없이 공격할 수 있었겠는가.

 

      이는 결코 군자의 인의仁義가 아니다.

      아무리 적이라고 하여도 인격이 있는 것이다.

 

송양공宋襄公이 헛된 인의仁義를 펼치려다 싸움에 지게 되면서

많은 군사를 죽게 만들었다는 뜻의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라는,

말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탄식 했다. 

 

 

      궤변詭辯 인가, 아니면

      군자가 지켜야 할 의무이며 덕목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송양공宋襄公

      평소에 자주 쓰는 특유의 말솜씨란 말인가.

 

송양지인宋襄之仁 이라는, 말의 전고典故는 홍수전투泓水戰鬪

싸움에서 생겨난 말이다.

 

전고典故 라는 말은 전례와 고사를 아울러 모두를 이르는 말이며

지켜야 할 규범의 근거가 될 만한 옛일을 일컬어 가리키는 것이다.

이에 염옹髥翁이 시를 지어 송양공의 어리석음을 한탄했다.  

 

       不恤滕鄫恤楚兵 (불휼등중휼초병

       등과 증. 두 나라에는 엄하게 대하였으면서도  

       초에게는 오히려 관대하게 굴더니

 

       寧甘傷股博虛名 (녕감상고박허명

       결국, 허벅지에  부상하며 헛된 이름을 얻었구나

 

       宋襄若可称仁義 (송양약가칭인의

       송양공이 행한 일이 진실로 인의일 것 같으면   

 

       盜拓文王兩不明 (도척문왕양불명

       몰래 땅을 넓힌 주문왕은 어떻게

       그들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송양공宋襄公에게 수차례 간언한 바 있던 공자 목이目夷

 인의론仁義論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하였다.

 

      군대가 싸우는 목적은 이기기 위해서이며,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어차피 나라를 위해 군사를 쓸 바에는

      적이 좋지 못할 때 쳐서 이기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구좌명左丘明도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이러한 홍수전투

내용을 기록함으로써 송양공宋襄公의 인의론仁義論을 비판하였다.

 

      후세 사람들도 홍수泓水 전투는 송양공宋襄公이 괴상한

      인의론仁義論을 지키려다 전쟁에 크게 패하면서 끝내는

      목숨까지 잃었으며

 

      송 나라 또한 매우 곤경에 처하게 만들었다며

      송양공의 어짊仁 이 무엇이냐며 비웃었다.

 

이러한 홍수전투泓水戰鬪의 결과는  중원中原의 세력 판도에도

커가란 영향을 미쳤으며 크게 셋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첫째는 제환공齊桓公이 이룩해놓은 업적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 동방의 대국 제나라와

 

      둘째는 중원中原 한복판에 자리하면서

      나라의 후예라고 자부하는 송나라와

 

      셋째는 남쪽으로부터 세력을 뻗치고 올라오고 있는

      초나라를 말하는 것이다.

 

      서방西方에 진과 진이 있다고는 하지만

      중원中原으로 진출하려는 힘은 아직 부족한 상태였다.

 

초성왕楚成王과 송양공宋襄公 사이에 벌어진 홍수전투泓水戰鬪

춘추시대春秋時代의 중기中期로 접어드는 무렵이었기에

중원中原의 판도를 하루아침에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 것이다.

 

      동방의 대국 제나라는 후계 다툼의

      휴류 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중원中原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송나라는

      비참한 패전국으로 몰락하고 있었다.

 

      이로써 송양공宋襄公은 천하 패권의 다툼에서

      완전히 탈락하고 말았으며, 이제 남은 것은

      초성왕楚成王이 이끄는 초나라뿐이었다.

 

초군楚軍의 총대장 성득신成得臣은 홍수전투에서 크게 승리하여,

군사들과 함께 개선가를 부르며 귀국길에 올랐다.

 

      우리 왕께서는 어디 계신가.

      장수님, 왕께서는 후군을 이끌고

      가택柯澤 이라는 곳에 주둔하고 있습니다.

 

      가택柯澤은 정나라 정성鄭城과 가까운 곳이 아닌가.

      좋다. 방향을 돌려라. 가택柯澤 으로 가자.

 

가택柯澤 땅은 지금의 하남성 신정현 동남쪽 일대이다. 이 소식을

들은 성득신成得臣은 가택柯澤 땅으로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승리를 큰 소리로 정식으로 보고 하였다.

 

      왕이시여, 나라를 괴멸시켰나이다.

      홍수泓水 강까지 건너가 단 한 번의 싸움으로

      괴멸시키다니, 정말로 용감했도다.

 

      허허, 정말 잘 되었도다.

      이제 중원中原까지 괴멸시켜야 한다.

 

      우리 초나라가 앞으로 나가는데

      우리 초나라를 누가 당할 수 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송나라를 파하고 돌아온 초군楚軍과 총대장

성득신成得臣을 맞이하여 기쁨을 감추지 못하였으며, 마치 황하

유역의 중심인 중원中原을 모두 점령하기라도 하였다는 듯이

기뻐하였으며, 기고만장氣高萬丈 해지고 있었다.

 

      기고만장氣高萬丈

      기운 기, 높을 고, 일만 만, 지팡이 장.

 

      우쭐하여 뽐내는 기세氣勢가 대단하다거나,

      펄펄 뛸 만큼 대단히 화가 났다는 뜻도 된다.

 

은 길이 단위로 한 장一丈은 약 3m에 해당한다. 이 말은

아주 높아 만장萬丈의 길이만큼 기세가 올라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은 자신의 능력이나, 자기가 쌓은 성과에 비해

너무 우쭐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기고만장氣高萬丈자기가 바라던 대로 일이 이루어져,

       자신의 능력이나, 자기가 쌓은 성과에 비해 너무 우쭐하는

       모습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스스로 자랑스러워

뽐내기 위해 힘이 잔뜩 들어가 오만하고, 방자하게 비치는 태도를

표현하는데 많이 쓰이는 말이다.

 

       왕이시여, 나라 사자가 찾아왔습니다.

       , 그래 들라 하라. 무슨 일인가.

 

       왕이시여. 여기 서신을 보시옵소서.

       왕이시여, 정문공鄭文公 서신을 올리옵니다.

 

       왕께서 우리 정나라를 구해주시어

       너무나 감사함을 비할 데가 없나이다.

 

       왕의 승전을 축하드리고자 

       가택柯澤으로 찾아가 음식을 대접하고자 하오니

       부족하더라도 잘 봐 주시옵소서.

 

초성왕楚成王은 정문공鄭文公의 서신을 받자, 이에 모든 장수를

불러모으며, 초군楚軍의 용맹함을 보이도록 준비하라고 하였다.

 

      정문공鄭文公이 이곳에 방문하여

      우리 군사들의 노고를 위문할 예정이다.

      우리 초군楚軍의 강맹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로다.

 

      이번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획득한 송군宋軍의 부괵俘馘

      항아리와 전리품들을 보기 좋게 잘 진열하여.

      우리의 용맹함과 위력을 크게 과시하도록 하라!

 

부괵俘馘 이란 포로와 죽인 적병에게서 베어온 사람의 귀

말하며 당시에는 적병을 죽였다는 증거로 귀를 잘라 가져갔다.

 

며칠이 지나자, 정문공鄭文公은 그의 두 부인인 미부인과

제강齊姜 부인을 대동하고 가택柯澤 땅으로 대접하러 왔다.

 

      부인은 초성왕楚成王의 누이동생으로

      일찍이 정나라로 시집간 공녀貢女 였으므로,

      일반적으로 문미文哶라 부르고 있었다.

 

      제강齊姜 부인은 물론 제나라에서 시집온

      제환공齊桓公의 딸이었다.

 

정문공鄭文公은 정나라에 싣고 온 황금과 비단을 크게 내어

초나라 군사들을 위문해 주도록 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정문공鄭文公 부부를 맞이하여, 부괵俘馘

비롯한 수많은 전리품을 늘어놓고 보여주면서 으시대며 자랑하였다.

 

      어떻소. 이 부괵俘馘과 전리품들을 보시 오.

      우리 초군楚軍이 이만큼 용맹하오.

 

      과연 초군楚軍은 천하무적天下無敵 이옵니다.

      과연 우리 정나라가 영원토록 섬길만합니다.

 

      내일은 우리 신정新鄭 성으로 초빙하여

      연회장에 모시고자 합니다.

 

      왕이시여. 꼭 왕림하시어

      자리를 더욱 빛내어 주시옵소서.

 

정문공鄭文公은 초성왕楚成王이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전리품을

과시하며 자랑하는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른 좋은 말로 아첨하였다.

 

      정중하게 초청받은 초성왕楚成王은 다음날

      나라 도성인 신정新鄭 성안으로 들어갔다.

 

정문공鄭文公은 신정新鄭 성안의 태묘太廟에 큰 잔칫상을 벌여

놓고, 초성왕楚成王이 찾아오자, 정중하고 반갑게 맞이하였다.

 

       이때 정문공鄭文公이 초성왕楚成王에게 얼마나

       정성을 들여 극진하게 대접하였나를 보는 것은,

       연회장에서 올린 모든 절차와 예법에서 알 수 있다.

 

       연회장에서 초왕에게 구헌례九獻禮를 올려

       마치 천자를 대하듯이 했다고 한다.

 

구헌례九獻禮는 천자天子가 외국이나 제후의 나라에서 보내온

사자를 맞이할 때 구빈九賓에 해당하는 높은 관원과 토속 유지까지

참석하게 되는 가장 성대한 의례식을 말한다.

 

       구빈九賓 이란, , , , , ,

       고, 대부大夫, 를 말한다.    

      구헌례九獻禮구빈지례九賓之禮 라고도 하며

      고대에 있어서 나라 간의 외교상 행해지는

      가장 성대한 의식이다.

 

또한, 9명의 영접관이 구주九州의 이름순으로 도열 하였다가

호명하면 차례대로 나와 상대의 군주나 사자에게 인사하고나서

전당으로 인도하는 의례를 말한다.  

       이때의 연회에 수백 가지 음식에 변두籩豆

       육기六器까지 내어와 벌이는 잔치로

       너무 사치하여, 중원의 어떤 나라도

       이렇게 크게 잔치를 벌여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변두籩豆는 변과 두를 말한다. 은 굽이 높고 뚜껑이 있는

대나무를 엮어서 만든 제사용 기구인데, 주로 과일과 마른고기를

올려놓는 데 사용한다.

 

는 역시 굽이 높고 뚜껑이 있는데 나무를 깎아서 만든 제사용

그릇으로 주로 식혜나 국물이 있는 음식을 담는 데 사용한다

  

육기六器는 작은 종지에 받침이 따르는 금동제로 만든 여섯

종류의 그릇들이다.

 

      먼저 구헌九獻 이라는 예식은 주빈에게

      아홉 번의 술을 따라 올리는 예법으로,

 

      왕실에서 왕에게만 올리는 예의에 대한

      의식이었는데, 정문공鄭文公은 이런 엄중한 의식을

      일개 자작子爵 인 초성왕楚成王에게 행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잔칫상에 올려놓은 음식과 그릇 등의

      배치도 모두 왕실의 왕에게 올리는 예에 따랐다.

 

      이러한 일들은 일찍이 어느 제후국에서도 한 번도

      행한 적이 없었던 아주 거창한 연회 의식이었다.

 

초성왕楚成王 또한, 자신이 주왕실의 왕이라도 된 듯이 일체의

사양도 하지 않았으며, 올리는 예법을 그대로 받아들였으므로,

초성왕楚成王 의로써는 너무나 즐겁고 흥겨운 연회가 되었다.

 

      정문공鄭文公의 부인 문미文羋에게 두 딸이 있었다.

      큰딸은 백미伯羋 였고, 작은딸은 숙미叔羋 였다.

 

      두 딸은 아직 스무 살이 안 된 처녀지만

      그 미색이 너무 뛰어나 누가 봐도 감탄하였다.

 

문미文羋는 친정 오라비인 초성왕楚成王에게 자기의 두 딸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불러내 인사를 올리게 하였다.

 

      외숙 임, 정말 반갑사옵니다.

      오호, 조카들이 정말 아름답구나.

      좋도다. 조카들은 이리 가까이 오너라.

 

정문공鄭文公과 문미文羋는 두 딸에게 술잔을 올리게 하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초성왕楚成王은 주는 대로 술을 받아마셨으며,

밤이 깊어져 잔치가 파하게 되자, 초성왕楚成王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누이동생인 문미文羋에게 넌지시 말하였다.

 

      과인이 많이도 취했도다.

      현매(賢妹, 문미文羋)와 두 생질녀에게

      과인을 전송해줄 수 있도록 하겠느냐.

 

      예에, 오라버니 알겠어요.

      애들아, 천천히 걸으시도록 부축해 드려라.

 

 226 . 아무리 주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