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43

제 254 화. 천자는 왜 떠도는가.

제 254 화. 천자는 왜 떠도는가. 적적赤狄의 적군狄軍이 낙양성을 에워싸자 다급해진 왕실의 조정은 대책을 세우느라 회의를 열게 되며 각자 한가지씩 안을 내놓았다. 주상, 소공召公 입니다. 적군狄軍의 세가 흉맹하여 싸우기 어렵습니다. 왕께서는 잠시 가까운 제후국에 몸을 피하신 후 제후들의 도움을 받아 적군을 물리쳐야 합니다. ​ 주상, 주공周公 공孔 이옵니다. 우리의 군사가 비록 패하였으나? 성안의 백성과 문무백관이 가솔을 동원하여 성을 의지하고 싸우면서 막아내야 합니다. 어찌하여 가볍게 사직을 버리고 제후들에게 목숨을 맡기려 하십니까? ​ 주상, 소공召公 입니다. 부족한 군사로 싸우자는 것은 매우 위태롭습니다. 주상, 이번의 화는 모두 외후로 인해 생긴 일입니다. 먼저 외후를 죽여 정의를 밝히신 후에 ..

​제 253 화. 자기만 안 죽으면 되는가.

​제 253 화. 자기만 안 죽으면 되는가. 공자, 적주를 만나면 반드시 상의한 대로 합시다. 아무렴요, 도자桃子, 걱정하지 마시오. 태숙太叔 대帶와 도자桃子는 적狄 나라에 당도하자, 도자桃子 만이 성안으로 들어가 적적赤狄의 적주狄主를 만나게 되었다. 적주께선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반갑구려 어서 오시 오. 태숙은 잘 지내고 있소이까? 지금 도성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허 어, 왜 들어오지 않고 밖에 머무는 것이오? 주양왕周襄王이 적주狄主의 약속을 파기했소. 지금 그대의 딸 외후隗后가 냉궁에 갇혀있소. 내 딸이 감옥에 갇혀있다니 무슨 일이오. 주왕이 괜한 일로 오해하여 변덕을 부린 것이오. 형제간의 우의도 망각하고 태숙도 나라 밖으로 추방했으며, 또한 적주의 은혜를 저버렸으니 이는 의리도 은혜도 없는..

제 252 화. 제 버릇 남 주겠나.

제 252 화. 제 버릇 남 주겠나. 주양왕周襄王은 북망산北邙山 기슭 좋은 곳에 장막을 세우게 되자, 화려한 수포繍袍를 입고 있는 외후隗后를 위로하기 위해 잘 관전할 수 있는 자리를 잡아주고, 또 즐거운 마음으로 영도 내렸다. ​ 지금부터 큰상을 내리리라. 30마리 이상을 잡아오는 자는 전쟁 물자를 옮기는 큰 수레인 돈거軘車를 3승 乘이나 줄 것이며, 20마리 이상을 잡는 자에게는 전투시 돌격용의 병거인 충거衝車 2승을 내릴 것이며, 10마리 이상을 잡은 자에게는 사다리를 장착한 수레인 소거轈車 1승을 내리겠노라. 10마리를 넘지 못한 자는 상이 없도다. 빨리빨리 열심히 사냥하도록 하라. 주양왕周襄王의 영이 떨어지기 무섭게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벌떼처럼 숲속으로 달려갔다. 한참 구경하던 외후隗后가 일어난..

제 251 화. 집안 싸움에 이웃을 끌어들인다.

제 251 화. 집안 싸움에 이웃을 끌어들인다. ​ 주공, 혼자 살아 외로운 사람들에게 좋은 배필을 찾아주도록 하면 어떠시겠는지요? 거, 참 좋은 뜻이오. 논공행상도 끝났으니 이제 국정을 쇄신해봅시다! 주공, 백성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도록 도우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농지를 개간토록 장려하며 살림을 일으키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주공, 선행하는 사람들은 천거하고 재주가 있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합니다. 진문공晉文公은 논공행상이 끝나자, 국정을 쇄신하면서 나라를 안정시켜나가자, 이때부터 진나라는 부흥하기 시작했으며, 또한, 주변 나라에도 예의를 다함으로써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주상, 진晉 나라의 군주는 제후들을 이끌어나갈 백주가 될 것으로 소문이 나고 있사옵니다. 주상, 마땅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옵니..

가거도 선녀와 신선 4.

가거도 선녀와 신선 4. 서 휴 언덕 위 하늘공원에 서 있던 가거도의 아리따운 선녀는 하얀 명주실 옷자락 휘날리며 다가오는 커다란 주선舟船 을 바라보다 멀리서 들려오는 젊은 신선의 노래 들으며 손을 흔들며 소리 높여 노래로 화답하네. 해국海菊 가거도에 피는 해국 향기 좋고 약효 뛰어나 어린순 삶아 우려내어 나물로 먹고 진달래 화전花煎 처럼 국화전菊花煎 부쳐 해가 먼저 뜨는 소퉁에서 짝지 밭 걸으며 한편 먹고 망추게 바라보며 두 편 먹고 소퉁이 약수 마시며 세 편 먹네 독실산 바위틈새 피어있는 해국 한 아름 두 아름 따 덕음 하고 법제하며 다음날 일어나 구증구포 九蒸九曝 하니 바람 따라 구름 따라 진한 향기 퍼져나가네. 국화꽃, 생지황, 구기자 뿌리, 구기자 껍질, 찹쌀밥, 섞어 국화주菊花酒 만드니 노릇노..

가거도 해국 2022.10.21

가거도 선녀와 신선 3.

가거도 선녀와 신선 3. 서 휴 대리 마을에서 샛갓 재를 넘어 항리 마을로 항리 마을 밑 섬둥반도로 가는 길 가는 길 밑 해변 두렁여 못가서 대리치 가거항에서 대리 치까지의 해변을 밭맨(또는 밭면) 이라 부르며 밭맨 중간을 좀 지나. 아름다운 선녀가 살던 집이 있었다, 한다. 그곳에는 지금도 옛날이 그리운 듯 선녀 바위가 외롭게 서 있다. 선녀 바위 먼 앞쪽에는 작은 간여와 큰 간여가 작은 섬이 되어 바라보고 있다 배를 타고 깎아지른 절벽 밑을 바라보며 지나가면 자연의 신비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국화 향 찾아 나뭇잎 물들어 땅에 내려 쌓인 후 찬 듯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과 몸을 감싸 파란 하늘 흰 구름 불 적 바람 따라 국화 향내 실려 오네 점점 다가오는 향기 맑은 국화 향기 마음 설레 향기 찾으려 푸..

가거도 해국 2022.10.21

가거도 선녀와 신선 2.

가거도 선녀와 신선 2. 서 휴 가거도에는 내륙에서 보는 산국이나 감국보다 야생국화가 많이 피며 바닷가에 핀다하여 해국이라 부른다. 해국은 바닷바람과 바다 안개와 비와 태풍을 오랜 세월 동안 머금으며 지내오다 보니 적당한 소금기가 섞이어 꽃과 잎이 윤기가 있고 싱싱한 빛에 향기도 좋다고 하며 그 씨앗은 훨씬 효능이 뛰어나다고 한다. 국화꽃으로 담근 국화주菊花酒는 벌레 물리거나 부스럼에 바르며 비상약으로도 쓰이고 그윽한 향기 맡으며 한잔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며 만병에 좋다고 한다. 가을철 서리가 내리면 해국꽃을 한 아름 따다가 구증구포로 찌고 볶으면 아름다운 선녀의 솜씨가 유별나 그 향기가 먼 제주도까지 해풍을 타고 갔단다. 가거도는 한겨울이 되어 추운 날씨였으나 바람이 조용하고 파도는 잔잔하였다. 어느 ..

가거도 해국 2022.10.20

섬둥반도

섬둥반도 서 휴 가거도 항리 마을 동쪽 섬둥반도는 독실산이 지탱하는 다리인 듯 뿌리인 듯 길게 내뻗은 기암절벽 붉은 듯 검은 듯 높다란 암벽 절벽 틈 사이사이 원추리 꽃 백합꽃 들국화 꽃 틈틈이 짙푸른 나무들 나비 날고 산새 날고 어느 화가 어느 세월에 물감 들여놓았을까? 벽화는 이어지고 경이로운 모습 바다가 떠받쳐 거울처럼 일렁이며 파도가 노래한다. 손 안 닿는 곳곳 이 꽃 저 꽃 활짝 피어 가까이 가까이 오라 한다. 누가 가까이서 볼 수 있으랴 누가 가까이서 저 꽃을 따랴. 아름답다는 말 다 하지 못하고 벌린 입 다물지 못한다. 세차게 부는 바람 꽃 흔들고 나무 흔들고 내 마음 활짝 흔들어 실어 절벽을 탄다. 섬둥반도의 빼어난 절경을 바라보며 젊은 여신은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독실산 犢實山

독실산 犢實山 서 휴 수억 수천만 년 전 백두산을 만들고 백두대간으로 따라 내려오며 백두대간의 마지막 큰 산山 어머니같이 포근한 지리산이 있으려다 겨울날 굵은 고드름 따다 거꾸로 세워놓은 양 가파르게 너무 우뚝하여 지리산에 어울리지 못하고 멀리멀리 바다 멀리 홀로 내려온 독실산 외롭게 뿌리내려 산만이 서 있는 가거도 높기도 한 산밑은 온통 절벽으로 오르자면 어여쁜 여인이 성깔이 있듯 아름다운 장미꽃에 가시가 있는 양 독실산만의 아름다움 속에 위태롭고 험한 걸 넣어 더한층 장엄하니 혼자서 걸어 오르면 퍼렇게 날 선 작두위에 맨발로 서가는 양 마음 졸이며 아찔하기도 하다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가는 내 모습이 독실산만큼이나 아름다우며 외롭고 외롭다 위태하기도 하다.

가거도 이야기 2022.10.20

가거도 선녀와 신선 1.

가거도 선녀와 신선 1. 서 휴 옛날 옛적부터 높다란 큰 산 하나로 된 가거도에 아리따운 선녀 홀로 외로이 살고 있었단다. 밝아오는 산비탈 소퉁에서 아침 해가 떠오르면 파도가 철썩이는 짝지 밭에 깔린 검은 몽돌들이 발갛게 물들며 아리따운 선녀를 맞이한다. 소퉁의 바위 속에서 솟아나는 얼음처럼 차가운 약수는 그 효능이 좋아 소퉁이 약수를 길어와 국화로菊花露를 손수 지어 마셨다 한다. 아리따운 선녀는 소퉁의 약수 마시고는 시원한 바 람따라 짝지 밭을 가벼이 걷는다 뽀얀 듯 연분홍 맑은 얼굴 초롱한 검은 눈동자 가늘며 짙은 눈썹 앵두처럼 작으며 빨간 입술 긴 머리 길게 땋아 가냘픈 듯 아름다운 선녀 명주실 옷자락 흩날리며 많은 약초 하나하나 손질하고 국화꽃 향차香茶 국화환菊花丸 상시 복용하며 이곳저곳 가거도를..

가거도 해국 2022.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