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1 화. 마지막 때를 기다릴 수 있는가.

서 휴 2022. 10. 7. 09:56

231 . 마지막 때를 기다릴 수 있는가.

 

      주공, 어찌 된 소문을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중이重耳는 당대의 호걸들이 따르고

      그의 어짊은 하늘이 보호한다고 합니다.

 

      하늘이 그자를 돕다니 그럴 리가 있겠소?

      주공, 중이重耳몸도 건강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것이 하늘이 돕는 한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 어, 가당치도 않은 말이오.

      중이重耳는 아버지를 배반하여 열국을 떠돌며

      거지처럼 얻어먹는 유랑자에 불과하오.

 

      굳이 예로써 대접할 가치가 없소이다.

      두 번째는 무엇을 말하고 싶소?

 

      중이重耳가 고국인 진나라를 떠나온 뒤로

      나라는 늘 변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늘이 진나라를 다스릴 인물을

      시간을 들여 키우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상경은 그 인물이 바로 중이重耳 라는 것이오

      그렇습니다. 하늘은 시련을 주면서

      중이重耳를 단련시키는 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이重耳를 따르는 가신들의 풍모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가신 중에 호언狐偃 과 조쇠趙衰 등은

      당대의 영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그들이 공자 곁을 떠나지 않고 있음은

      하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중이重耳는 반드시 군위에 오를 것입니다.

      그때를 대비하여 공자를 박대하면 안 됩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소.

      그자는 아버지를 죽이려 했던 자요.

 

      자기 아버지를 죽이려다 실패하고 달아났기에

      천하 제후들이 용납하지 않는다는 걸

      상경은 아직도 모르고 있었단 말이오!

 

      주공, 주공은 잘못 알고 계십니다.

      그것은 헛소문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부군인 진헌공晉獻公이 의심하여

      내시나 자객을 동원하여 죽이려 했으며

 

      또한, 동생 되는 진혜공晉惠公

      군위를 잃을까 봐 죽이려 하였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지금까지도 고생을 면치 못하면서

      아주 불운하게 떠돌아다니게 된 것입니다.

 

      중이重耳 공자는 후덕한 사람으로

      따르는 가신들도 영걸이 많습니다.

 

숙첨叔詹은 체족祭足에 이어 정나라 조정의 실권을 잡은 공족

대부였으므로, 안목이 넓고 현명하여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

알아주고 인정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경솔한 정문공鄭文公으로 인하여, 숙첨叔詹은 큰 뜻을 펴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올바른 말을 강력하게 할 줄 아는 재상이었다.

 

      중이重耳 공자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됩니다.

      중이重耳는 패공霸公이 될 자질이 있습니다.

 

      나라에 돌아가면 군주가 될 것으로

      섭섭하게 보내면 보복이 따를 수 있습니다

 

      주공, 잘 대접을 하시던가?

      아니면. 차라리 죽여 버리십시오!

      앞날의 후환이라도 없애야 합니다.

 

      중이重耳는 그렇게 큰 인물이 아니오.

      그저 한낱 떠돌아다니는 유랑자에 불과하오.

 

      그자에게 예로써 대접할 만큼 신세 진일도 없고,

      죽일 만큼 원한을 가진 일도 없소!

 

      중이重耳의 나이가 이미 60이 넘었다 들었소.

      동생인 진혜공晉惠公이 버티고 있는데

 

      나라의 군위에 오르기에는

      이제 너무 늙어 버린 것 아니겠소?

 

      이제 다들 쓸모없는 늙은이들이 된 것이오.

      그냥 지나가게 내버려 두시오.

 

숙첨叔詹은 정문공鄭文公을 설득을 시키지 못하자, 몹시 아쉬워하며,

길게 탄식하였다. 이를 모르는 중이重耳 일행은 성문 앞에서 답신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끼니도 거르고 있었다.

 

      어느덧 날이 저물고 있소.

      아무리 목이 빠지게 기다려도 안 될 것 같소,

 

      여러분, 수문장守門將 입니다.

      그냥 돌아가시라는 전갈傳喝 입니다.

 

중이重耳 일행은 급기야 성문이 닫히자, 모두 들 경악하고 분노하며

몸을 떨었으나, 오히려 중이重耳 만은 침착하였다.

 

      아니, 안된다면 진작 말해 줄 것이지

      온종일 굶겨가며 세워놓다니

      어찌 이리도 박절할 수가 있는 것이오?

 

      모든 나라가 송나라와 같겠는가.

      그만 들 참고 떠나도록 하자.

 

가신들은 미련 없이 수레를 돌리는 중이重耳의 뒷모습을 보며,

나라에 대한 기대를 포기하고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여세추이 與世推移) 세상 돌아가는 대로 따르려니

      (영고성쇠 榮枯盛衰) 세상사는 성함과 쇠함이 이어지고

 

      (천신만고 千辛萬苦) 온갖 고생 속에 무진 애를 쓰며

      (인패위성 因敗爲成) 실패를 바뀌어 성공하고 싶구나.

 

      (천장지구 天長地久) 하늘과 땅은 영원히 변치 않으니

      (천우신조 天佑神助) 하늘이 돕고 귀신이 도와야!

      (근고지영 根固枝榮 ) 뿌리가 튼튼해져 가지가 무성하리라.

 

      (산유천석 山溜穿石) 산에서 흐르는 물이 바위를 뚫듯

      (인지위덕 忍之爲德) 참는 것만이 덕이 되리라.

 

이시는 사마천 사기史記의 굴원가생열전屈原賈生列傳에 나오며

전국시대의 초나라 시인이며 정치가인 굴원屈原이 정적들의

모함받아 세상을 떠돌 때 지은 시로 보인다.

중이重耳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올렸다.

 

정문공鄭文公과 숙첨叔詹이 나눈 이야기를 수문장에게서 어렴풋이

전해 들은 중이重耳 일행은 떠도는 오랜 세월 동안 마음의 괴로움

속에서 살아오며, 이제 또 참담함과 증오심을 간직한 체 떠난다.

 

      옛날 그때는 배가 너무 고파, 참으로 어려웠었소.

      굶주림 속에 위성공衛成公의 괄시를 받았을 때는

      참으로 암담했었소.

 

      조공공曹共公의 놀림에 눈물도 흘렸으나

      이제는 정문공鄭文公의 괄시도 견딜 수 있소.

 

      이 모두 송양공宋襄公의 덕분으로 넉넉하게

      지나가니 이런 화도 참을 수가 있는 것이오.

 

      공자님, 그렇습니다. 

      송양공宋襄公께 감사를 드려야지요.

 

      공자, 이제 초나라로 찾아가 봅시다.

      초나라는 어떻게 가야 하오.

 

      나라 도성인 신정新鄭에서 남쪽으로

      쭈욱, 내려가게 되면 초나라가 나옵니다.

 

      나라 국경을 넘으면 완성宛城이 나오며

      완성宛城을 지나 한수漢水를 따라가면

      나라 도성인 영성郢城에 닿게 되지요.

 

      신정新鄭에서 영성郢城 까지는 1천여 리가 넘으며

      수십 개의 산과 강을 건너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지요.

 

영성郢城은 지금의 호북성湖北省 강릉시江陵市 일대이다.

중이重耳 일행은 여러 대의 수레와 많은 말과 양식을 베풀어준

송양공宋襄公의 은덕에 더욱 감사드리면서 여유롭게 지나간다.

 

      초성왕 楚成王은 우리를 정중하게 받아 줄 것인가.

      아니면 정문공鄭文公 처럼 푸대접한다면 어찌 될 것인가.

 

중이重耳 일행은 남쪽으로 쉬지 않고 달려가면서, 모두의 마음에

이런 불안감이 일었으나,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공자, 한 달간의 먼 길을 달려왔습니다.

      이제 초나라 완성宛城이 나올 것입니다.

 

      완성宛城, 옛날 신나라 땅이었지요.

      나라 군주 신후申侯

      주유왕周幽王의 장인인 국구國舅 였습니다.

 

      주유왕 周幽王의 폭정으로 나라가 어려워지자,

      이를 타개하기 위하여 서융西戎을 불러들였다가

      왕실이 있는 호경鎬京은 불에 타버리고

      주유왕 周幽王도 죽게 되었습니다.

 

      주유왕 周幽王의 아들인 주평왕周平王

      왕실이 있는 호경鎬京이 몹시 피폐해져,

      복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주西周의 호경鎬京에서 낙양洛陽의 동주東周

      천도遷都 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세월이 흐르며 초나라가 초무왕楚武王 때부터 막강해지자,

주변의 작은 나라들을 합병시키던 초성왕楚成王, 이런 기회에

중원으로 진출하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초성왕楚成王은 신나라를 멸망시키면서,

      그 신나라의 신성申城을 새롭게 축성하여

      완성宛城을 만들었으며, 중원中原에 나가는

      중요한 교두보橋頭堡 로 삼은 것이다.

 

초성왕楚成王은 믿을 수 있는 영윤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아들인

투반鬪班에게 완성宛城을 맡기면서 성주로 삼았다.

 

      우리는 진나라 공자 중이重耳 일행이오.

      완성宛城의 성주를 만나고 싶소.

 

      들어오시어,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곧바로 성주 임께 연락하겠습니다.

 

      여러분 어서 오십시오.

      나는 완성宛城의 성주 투반鬪班 이오.

 

      이제부터는 아주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곧바로 도성인 영성郢城에 연락하겠습니다.

 

투반鬪班은 사자使者를 보내, 초성왕楚成王에게 이를 급히 보고

하였으며, 파발이 되돌아오자, 영성郢城으로 쉽게 갈 수 있도록

삼십여 명의 초군楚軍을 앞세워 안내하는 배려까지 하여 주었다.

 

      중이重耳 일행은 염려하던 것과는 반대로

      투반鬪班의 적극적인 환대를 받았으며

 

      또한, 영성郢城 으로 가는 길 곳곳마다

      반갑게 맞이하여 주면서 영접도 하여 주었다.

 

중이重耳 일행은 초나라가 야만스러운 형만荊蠻 이라는 오랑캐

나라인 줄 알았다가, 예상했던 거와는 너무나 다르게, 친절하게

영접하여 주는 모습에 오히려 어리둥절하여 졌다.

 

      안녕하십니까. 잘 오셨습니다.

      저는 초 나라 장수 위여신蔿呂臣 이라합니다.

 

      먼 길에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습니까.

      우리 왕께서 많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중이重耳 일행은 영접 사절인 장수 위여신蔿呂臣을 따라가며,

한수漢水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남쪽 특유의 풍광과 환경이

북방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으므로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서방의 현자인 중이重耳 가 온다고 하였느냐.

      와 송宋, 두 나라에서 국군國君의 예로써 대접받은

      중이重耳 공자가 나를 찾아온다는 것은

 

      나를 패공霸公의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리라

      우리도 제후지례諸候之禮의 예로써 준비하라.

 

제후지례諸候之禮 라는 것은 다른 나라의 제후에게 올리는 예로써

사헌四獻을 올리며 성대한 연회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중이重耳는 진나라의 공자이며, 그것도

      고국으로 언제 돌아갈지 모르는 망명 공자로서

      제후지례諸候之禮를 받는 것은 뜻밖의 일이었다.

 

      나라와 송나라에서 귀한 대접을 받았으나,

      실상은 공자에 대한 예우에 해당하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당황하게 된 것이다.

 

      제후지례諸候之禮는 술잔을 올리는 헌작獻爵을 하는데

      왕에게는 구헌九獻을 하게 되며, 제후에게는

      네 번의 술잔을 올리는 사헌四獻을 하는 것이다.

 

중이重耳 일행은 영성郢城 안으로 들어가 초성왕楚成王마주하게

되자, 몹시도 반가워하는 환영을 받았으며 또한, 신하들에게 명하는

소리를 똑똑히 듣게 되었다.

 

      연회는 제후지례諸候之禮로 준비하라.

      어서 편안히 쉬도록 공관에 안내해 드려라.

 

중이 일행은 뜻밖의 환대에 놀랐으며, 더구나 제후지례諸候之禮

베풀어준다는 말에 꿈에서나 듣는 말처럼 어리둥절하여졌다.

 

      중이重耳 일행이 연회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다 같이 환영의 박수를 보냅시다.

 

      중이重耳 공자는 어서 오시 오.

      우리 초나라는 공자를 열렬히 환영하오.

 

      , 공자는 이쪽으로 오시지요.

      , 이쪽 여기에 앉으시지요.

 

232 .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