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3 화.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서 휴 2022. 10. 8. 12:10

233 .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

 

초성왕楚成王은 한두 달 동안 중이重耳 일행과 같이 지내다 보니

그들의 풍모가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으므로 혹여, 이들에 의해

천하의 패업을 이뤄내 패공이 되려는 희망에 방해되지 않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 시작하자, 혼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 들은 예사 인물들이 아니로다.

      저 들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겠도다.

 

      저들을 확실하게 눌러두지 않으면

      차후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겠도다.

 

      좋다. 이제 미리 중이重耳의 행동에 대해

      어떤 제약을 만들어 놓아야만 하겠도다.

 

      그 제약으로 어떤 걸 하여놓아야 좋겠는가.

      나라 영토를 할양해 놓으면 어떻겠는가.

 

      그건 만족스럽지 않도다.

      나라 땅은 황하黃河 건너가 아닌가.

 

      남방에 있는 우리 초나라가 어찌

      황하黃河를 건너가 작은 땅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일찍이 중이重耳의 동생인 이오夷吾

      자신을 진나라 군위에 올려주기만 한다면

 

      하남河南의 다섯 성을 내준다고

      나라 진목공秦穆公에게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오夷吾는 군위에 오르자마자

      언제 그랬냐 싶게 이를 파기하였었다.

 

      결국, 전쟁을 치르며 패하자, 진목공秦穆公에게

      하남河南의 다섯 성을 뺏기다시피 내준 것이다.

 

      중이重耳도 진나라의 군위에 오르고 나면

      나의 이 은혜를 까맣게 잊을 것이 아니겠는가.

 

      공자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냐.

      중이重耳도 이오夷吾처럼 거짓말쟁이겠는가.

 

      아니다. 중이重耳의 인품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중이重耳에게서 무엇을 얻어야 하겠는가.

 

      중이重耳 에게는 아무것도 얻을 게 없구나.

      정말 아무것도 없는 것일까.

 

      있다, 있도다. 신의信義 라는 것이 있다.

      큰일이 닥쳤을 때 신의信義 만큼 더 중요한 게 있겠는가.

 

초성왕楚成王은 중이重耳 일행을 불러 연회를 열면서, 크게

술자리를 벌여 지난번 맥의 일을 크게 칭찬하였다.

 

모두 들 흥이 나서 연신 술잔을 돌리는 중에 문득 중이重耳

은근히 바라보며 초성왕楚成王은 넌지시 물어보게 된다.

 

      공자께서 진나라의 군주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소.

 

      우리 초의 도움을 받아 군위에 오른다면,

      공자는 무엇으로 과인에게 보답하겠소.

 

이에 합당한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모두 죽일 수도 있다는 그런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이重耳는 그러한 뜻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으므로, 이에

침착하고 천연덕스럽게 천천히 대답하여 주고 있다.

 

      초왕楚王께는 우모羽毛, 치각齒角, 옥백玉帛 같은

      진귀한 보화들이 남아돌 것이니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우모羽毛는 잘생기고 화려한 새의 깃털을 말하며, 치각齒角

비싼 값이 나가는 맹수의 뿔이나 이빨을 말하며, 이는 코끼리의

상아象牙도 해당되, 옥백玉帛은 귀한 옥과 비단을 말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무엇이든 간에

      보답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소.

 

      정이, 그러시다면 이렇게 하시면 어떠시겠습니까.

      군왕의 도움으로 진의 군위에 오른다면

      나라와 우의를 더욱 두터이 할 것이며

 

      후일 만부득이하게 귀국과 전쟁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때는 제가 3三舍를 물러서 드리겠습니다.

 

      (3三舍3일간의 행군 거리를 후퇴한다는 뜻이다.

      1 사는 30리에 해당하니 3사는 90리에 해당한다.)

 

이 같은 중이重耳의 답변은 여러 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중국 역사상 이름난 회담 장면 중의 하나라고 기록하고 있다.

 

      과도한 재물로 보답한다는 것은

      선뜻 정할 수가 없으며

 

      또한, 영토를 할양해 주는 것은

      더욱 무리라는 뜻이 들어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초성왕에게 진 빚을 갚고자 한다는 것이며

      이오夷吾처럼 지키지 못할 약속을 나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 중이重耳의 답변인 것이다.

 

초성왕楚成王은 중이重耳가 뇌물을 주겠다거나, 영토를 할양해

주겠다는 뜻도 아니며, 더구나 불길하게 서로 전쟁이 붙게 된다면,

단지, 3三舍를 후퇴하여 주겠다는 말로 당당히 답변하였다.

 

초성왕楚成王은 잠시 기가 질려서 그 뜻을 곱씹으며 가만히 있자,

이때 성득신成得臣이 몹시 화를 내며, 덤벼들 듯이 앞으로 나선다.

 

      그게 무슨 놈의 답변이야.

      아무것도 없는 망명객인 주제에

      우리에게 신세를 질만큼 지고도

      어찌 저리 건방질 수가 있단 말이냐.

      왕이시여. 신이 이자를 죽여 없애겠습니다.

 

초성왕楚成王은 중이重耳의 기가 차지도 않는 답변에 놀랐으나,

오히려 당당히 말하는 진솔함과 용기에 탄복하고 있었다.

 

성득신成得臣이 크게 분노하여 칼을 뽑아 들고, 중이重耳를 죽이려

나오려고 하자, 그때 초성왕楚成王은 분을 참으라며 손을 흔든다.

 

      성득신成得臣은 참도록 하라.

      공자 중이重耳는 능력 있는 어진 인물이나

      때를 못 만나 곤궁한 처지에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또한, 가신들도 당대의 영걸들이다.

      이 모두 하늘이 돌봐주는 일이 아니겠는가.

 

      만일 그대가 진공자의 처지였다면

      그대는 어떤 답변을 하였겠는가.

 

      왕이시여. 왕께서 중이重耳를 죽이지 않으려면

      호언狐偃과 조쇠趙衰를 감금시키십시오.

 

      왕이시여, 그렇습니다.

      저들을 저대로 놔두면 아니 됩니다.

      범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입니다.

 

      그도 옳은 말이기는 하나

      가신들을 잡아두는 것은 어렵지 않도다.

 

      그러나, 그렇게 잡아 놓는다 하더라도,

      공자를 부릴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공연히 원망만 살 뿐이로다.

 

      우리가 진공자에게 덕을 베풀고 어짊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현명한 계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성득신成得臣은 중이重耳에 대한 말을 더하지 못하게 되며

연회장에서 나오자, 혼자서 중얼거리며 자기의 생각을 정리한다.

 

      장차 저들이 우리의 적이 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여야 하겠는가.

 

      저들은 강력한 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 막 싹을 틔우려 도사리고 있을 때

      아예 싹을 잘라버리는 것이 좋은 방안일 것이다.

 

      그것이 안 된다면 그 가신들만이라도

      인질로 잡아두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왕께서는 이처럼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왕께서는 실수하시는 것이 분명하도다.

      언젠가 후회할 날이 오면 어떻게 하겠는가.

 

성득신成得臣은 자기의 생각을 정리하며, 초성왕楚成王자기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 탄식하며 몹시 아쉬워하였다.

 

      중이重耳 일행은 초나라에 머물면서 쉴 새 없이

      본국인 진나라의 소식을 탐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한편 진나라에서는 조례朝禮가 열린다고 하자, 신료들이 서둘러

모여들었으며, 진목공秦穆公에게 건의하며 결단을 촉구하게 된다.

 

      주공. 나라 양공梁公은 장기간

      터무니없이 토목공사를 많이 벌리고 있는바

      부역에 시달린 유민들이 우리에게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 차제에 민심이 이반 된 양나라를

      점령하여 우리와 합병시켜야 하겠습니다.

 

      좋소. 그동안 많이도 기다려 준 것이오.

      이제는 아예 점령해버리시오.

      

진군秦軍이 양나라를 기습적으로 쳐들어가니, 오히려 성난 백성이

양공梁公을 죽여 버렸으므로, 손쉽게 점령하여 합병시킬 수 있었다.

 

       나의 외할아버지인 양공梁公을 난민亂民

       학살하게 한 것은 진나라가 선동질한 것이며,

       이는 나를 업신여기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볼모로 와있는 진혜공晉惠公은 아들 세자 어는 어머니의 나라인

나라가 망하는 모습을 보면서 몹시 원망하며 불안해하였다.

 

       진목공秦穆公은 진혜공晉惠公을 돌려보내는 대신으로

       볼모로 와있는 세자 어의 앞날을 대비하여

       아끼는 큰 딸 희영 懷嬴과 결혼시켰었다.

 

진혜공晉惠公은 아들 세자 어를 볼모로 잡혀놓고 진나라에서

풀려나 다시 군위에 올랐으나, 형인 중이重耳는가 군위를 넘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면서, 중이重耳를 죽이려, 책땅으로

내시 발제勃鞮를 두 번이나 보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만약 진목공秦穆公이 중이重耳를 불러들여

       언제든지 진나라의 군주로 세운다면,

       자기가 쫓겨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나친

       생각하게 되며, 몹시 불안하여 졌다.

 

진혜공晉惠公은 이러한 불안한 증세가 따라오면서, 자기가 죽여 버린

많은 신하가 밤이 되면 귀신鬼神이 되어 찾아오고 있었다.

 

       주공, 어찌 저를 죽이셨습니까.

       주공, 너무 원통하옵니다.

 

       아이고, 너희들은 또 어찌 왔느냐.

       어유 우, 어서 돌아들 가가라.

 

머리를 산발한 귀신들이 매일 밤 번갈아 가며, 꿈자리에 나타나

울어대자, 이예 견디지 못하면서 우울증에 걸려 시름시름 앓더니

이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세자 어, 본국에서 몰래 사자가 왔습니다.

      사자로 발제勃鞮가 몰래 왔다고 하였느냐?

      세자 어, 그러하옵니다.

 

      사자로 발제勃鞮가 왔다면 중요한 일이로다.

      어서 발제勃鞮를 들게 하라.

 

      세자, 주공께서 일어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세자께선 하루빨리 귀국하셔야 합니다.

 

      주공께서 병상에 오래 누워 계신바,

      여러 가지 안 좋은 분위기가 일고 있습니다.

 

      안 좋은 분위기라니 무슨 뜻이오.

      만일 주공께서 세자가 없는 가운데 떠나신다면

 

      중이重耳를 귀국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사오며

      옛날 이극里克의 난이 다시 일러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되면 세자께서는 군위에 오를 수 없습니다.

      빨리 좋은 대책을 마련하셔야 합니다.

 

      중이重耳를 찾아 죽여 버리거나

      모반을 꾀하는 자들을 제거하면 되지 않겠소.

 

      세자, 그렇게 하기가 힘듭니다.

      중이重耳를 고대하는 자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그들을 모조리 색출하여 처형한다면

      더 큰 변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세자 어, 그리 과격하게 하면

      모든 백성이 들고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는 절대 안 된다는 말이오.

      다음 군위는 내가 반드시 이어받아야 하오.

      중이重耳에게 빼앗긴다는 건 말이 안 되오.

 

      세자, 차라리 진목공秦穆公에게 잘 말하여 오시든가

      그렇지 않으면 세자께서 이곳을 탈출하여

      강성絳城 으로 돌아오시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이때가 주양왕周襄王 15년이며 기원전 636년이었으며,

나라의 진혜공晉惠公이 즉위한 지 14년째 되는 해이며,

나라는 진목공秦穆公 재위 24년이었다.

이 해에 진혜공晉惠公은 몸에 병이 들어 몹시 위독하였다.

 

234 .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