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9 화. 뼈에 사무친 원한은 어떻게 풀까.

서 휴 2022. 10. 6. 05:41

229 . 뼈에 사무친 원한은 어떻게 풀까.

 

나라 상경 희부기僖負羈는 현명한 아내 여씨呂氏와 함께

공자 중이重耳의 노여움을 풀어주고자 고심하면서 의논하고 있다.

 

      제가 듣건대, 주인이 훌륭하면,

      그 신하가 훌륭한 법이고,

      그 신하가 훌륭하면 그 주인도

      훌륭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좌받는 공자라면

      반드시 진나라를 손에 넣을 것이 분명합니다.

 

      만일 그리된다면 진공자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른 나라를 치게 되면 어찌 되겠어요.

 

      이번에 조공공曹共公은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지요.

      우리 조나라는 그 화를 면치 못할 것입니다.

 

      부인은 참으로 영명英明 하구려.

      나도 그 점을 염려하던 참이었소.

 

      잘못하다간 우리 가문마저 결딴이 날 일이

      벌어질까, 정말 걱정이 많이 되는 바이오.

 

      주공께서 진공자를 가벼이 대하고 있으니

      그 화는 반드시 닥쳐올 것입니다.

 

      충성으로써 간했는데도 듣지 않는 바에야

      나중을 위해서 당신 혼자만이라도

      공자와 우호를 맺어놔야 하겠어요.

 

      나 혼자만이라도 우호를 맺는다니

      부인, 그게 무슨 뜻이오.

 

      공자를 도와주는 것이지요.

      공자 일행이 진나라로 돌아갈 때까지는

      많은 경비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가 곧 음식을 장만해드릴 터이니

      당신은 그릇 속에 귀한 옥구슬 백벽白璧을 감춰서

      공자에게 백벽白璧을 몰래 선물하세요.

 

      그 백벽白璧은 선대부터 내려오는 가보家寶 .

      가보家寶가 어찌 가문만 하겠습니까.

      아녀자의 말을 따를 때도 있어야지요.

 

      만약 진공자가 선물을 받는다면

      그들은 당신에게서 은혜를 입는 것이며

      그들은 고맙게 생각하여 반드시 보답할 것입니다.

 

아내 여씨呂氏의 지혜로운 말을 들은 희부기僖負羈는 그제야

비로소 얼굴이 밝아지며, 이를 준비하며 저녁이 되기를 기다렸다.

 

      공자, 저녁 식사를 하셔야지요.

      화가 치밀어 참을 수가 없소.

 

      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오.

      공자께서는 참으셔야 합니다.

 

      재물을 가진 게 없거나,

      권력을 손에 쥐지 못하면

      괄시를 받는 것이 세상사입니다.

 

중이重耳는 조공공曹共公에게 받은 모욕이 너무나 괘씸하여,

참아내지 못하면서, 저녁까지 굶어가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공자, 나라 재상 희부기僖負羈

      찾아와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어서 들라고 하여라.

 

      신 희부기僖負羈, 주공을 대신하여

      깊이깊이 사죄드리옵니다.

 

      조공공曹共公이 그렇게 하라 합디까.

      아닙니다. 혼자 생각으로 찾아온 것입니다.

 

희부기僖負羈 는 중이重耳에게 두 번 절을 하며, 조공공曹共公

무례함을 깊이 사죄하면서,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놓았다.

 

       제 부족한 성의를 다한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맛있게 드시길 바랍니다.

 

그러잖아도 저녁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던 중이重耳는 갑자기

찾아온 희부기僖負羈의 따뜻한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나라에도 그대와 같은

      어진 신하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소.

      그대의 고마운 뜻은 잊지 않겠소.

 

      아니, 이게 무엇이오.

      그릇 안에 웬 백벽白璧 이오.

 

      이 귀한 걸 나에게 주려 하는 것이오.

      다니시는 여정의 경비로 쓰십시오.

 

      백벽白璧의 빛이 찬란하구려.

      이걸 가지면 일평생 편히 살고도 남을 보물이오.

 

      분명 그대 가문의 보물이 아니겠소.

      공자, 그러하옵니다.

 

은 둥근 옥을 말하며, 그중에서 백벽白璧은 더욱 진귀한 보물에

속하였으므로, 그런 만큼 그 값어치도 대단하였다.

 

      白璧微瑕 (백벽미하)

      하얀 구슬에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흠이 있다.

 

      白璧无瑕 (백벽무구)

      하얀 구슬에 한 점 흠도 없어 완전무결하다.

 

백벽白璧의 이야기는 사기史記의 염파인상여열전 廉頗藺相如列傳

골계열전滑稽列傳 에 나올 정도로 아주 유명한 보물이다.

 

      음식만도 과분한데 귀한 가보家寶까지 주다니.

      고맙소, 그러나 고마운 마음만 받겠소이다.

 

      가지고 온 음식은 맛있게 먹겠소만,

      이 보물은 도로 가져가시오.

 

      그대의 고마움은 절대 잊지 않으리다.

      재상 희부기僖負羈에게 두고두고 감사할 것이오.

 

      이것은 제 정성일 뿐이며, 다른 뜻은 없습니다.

      제발 거두어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소. 그러나 내가 바라는 것은 사람을 대하는

      그대의 따스한 마음이지 결코 재물이 아니오.

 

      내 이제, 그대의 마음을 알았는데,

      또 무엇이 필요하여 그대의 가보家寶까지 받겠소.

 

중이重耳는 백벽白璧 그릇에서 건져내어 재상 희부기僖負羈에게

내밀어 서슴없이 돌려주니, 희부기僖負羈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할 수 없이 받아서 돌아가면서도, 연신 찬탄을 금치 못했다.

 

      공자는 저렇듯 곤궁하게 떠돌며

      앞으로도 많은 고생을 할 터인데

 

      이 값진 백벽白璧을 받으면 많은 도움이 되련만

      부당한 재물은 아예 탐을 내지도 않는구나.

 

      크게 될 사람은 크나큰 보물도 부당하면 

      사소些少 한 욕심으로 생각하여 받지 않는가.

      크게 될 인물은 뭐가 달라도 다르구나.

 

      욕심이 앞서는 소인배의 생각으로는

      그 깊은 뜻을 도저히 헤아릴 수 없구나.

 

다음날 새벽에 중이重耳 일행은 조공공曹共公에게 떠난다는 인사도

올리지 않았으며, 다만 희부기僖負羈 10리 밖까지 배웅만 받으면서,

그렇게 푸대접에 조롱까지 당한 조나라를 떠나가게 되었다.

이 일을 두고 한 사관이 시를 지어 한탄했다.

 

       錯看龍虎作貍麑 (착간용호작리예)

       용과 호랑이를 너구리나 사슴 새끼로 잘 못 알았구나

 

       盲眼曹共識見微 (맹안조공식견미)

       눈 뜬 장님 조공공의 식견이 천박하기도 하구나!

 

       堪嘆秉軒三百輩 (감탄병헌삼백배)

       한심스러운 조나라의 초헌대부 삼백 명들은

 

       無人及得負羈妻 (무인급득후기처)

       어느하나 희부기 처의 식견에 미치지 못하는 구나.

 

병헌秉軒은 대부의 예복과 타고다니는 수레를 말한다.    

중이重耳와 가신일행은 편안한 마음으로 옛날을 회상하면서

한가롭게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송宋 나라 쪽으로 가고있다.

 

      우리가 옛날 책나라를 떠날 때처럼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떠났더라면

      나라의 푸대접에 얼마나 서러웠겠소.

 

      조공공曹共公은 씻을 수 없는 모욕을 주었소.

      이 모욕은 장차 조공공曹共公이 받아야 할 것이오.

 

      그렇습니다.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있다면

      반드시 그리되리라 봅니다.

 

      나라는 잠시 스쳐 가는 곳이기에

      그저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것이오.

 

      , 이제 조나라를 어서 떠나

      , 나라 도성인 상구商丘로 가봅시다.

 

      나라는 원래 부유하였으나

      불과 몇 개월 전에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나라에 대패하여 패전국이 되었소이다.

 

      특히 송양공宋襄公은 큰 상처를 입어

      아마도 병상에 누워있을 것이오.

 

그들은 홍수전투泓水戰鬪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으므로,

서로 이러한 송宋 나라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계속 길을 가고 있다.

 

      전쟁터에서 인의仁義 로만 싸울 수 있겠소.

      전쟁터에서 어처구니없는 짓을 한 것이지요.

 

      뭔 놈의 인의仁義 요.

      나 위주魏犨 와 선진先進은 무조건 이기고 볼 것이오.

 

      홍수전투泓水戰鬪에서 이긴 군주가

      제환공齊桓公의 뒤를 이어 맹주가 될 것으로 보이나,

      이제 송양공宋襄公은 주도권 잡기가 매우 어렵게 되었소.

 

      좋은 어짊을 잘 못써, 돌이킬 수 없는 화를 부르고

      상처까지 입어 병상에 누워있게 된 것이 그저 안타깝소.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송나라의 국경으로 접어들게 되면서,

패전 의식에 사로잡혀 생기 없이 걸어가는 백성들을 많이 보게 된다.

 

      공자님, 이제 송나라에 당도하였나이다.

      조금 더 가면 상구商丘 성이 나옵니다.

 

      우리가 입국하였다는 걸 알리면

      나라에서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겠소.

 

      나라 형편이 어려울 것이나

      그래도 일단 알리는 것이 예의입니다.

 

      공자, 이 호언狐偃은 성안에 먼저 들어가

      친분이 있는 공손 고를 만나 보겠나이다.

 

제환공齊桓公이 죽자마자, 공자들이 후계 다툼을 치열하게 벌였을

, 나라 송양공宋襄公과 사마司馬 인 공손 고는, 제齊 나라 

세자 호위하여, 임치臨淄 성안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호언狐偃은 송나라의 사마司馬 공손 고를 만나,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터운 교분을 쌓은 적이 있었다.

 

      사마司馬께서는 안녕하시오.

      , 호언狐偃이 아니시오. 허허, 이게 얼마 만이오.

 

      연전年前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주공의

      과욕에서 비롯된 결과이지요.

 

      중이重耳 공자께서는 어디에 계시오.

      지금 성문 앞에 계십니다.

      아니, 어서 모시고 들어오시지 않구요.

 

      고맙습니다만, 송공宋公께서 병상에

      누워 계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어려운데 들어가 부담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주공이 부상으로 누워 계신 건 사실이오.

 

      하지만 우리 주공께서는 늘

      중이重耳 공자의 어진 이름을 흠모해왔소이다.

 

      틀림없이 공자를 환영하여 후대할 것이오.

      호언狐偃께서는 어서 공자를 모셔오십시오.

      나는 우리 주공께 공자의 입성을 알리겠소이다.

 

여러 가지로 염려하였던 상황에서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송

나라의 사마司馬 공손 고가 크게 환영해 주었다.

 

       1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규구葵丘 회맹 때 제환공齊桓公이 관중管仲과 함께

       나라 세자 소의 앞날을 송양공宋襄公에게

       부탁한 바가 있었다.

 

그 일로부터 송양공宋襄公은 제환공齊桓公과 많은 교류를 갖게

되었으며, 중이重耳 일행이 제나라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으므로, 제환공齊桓公은 공자 중이重耳를 여러 번 칭찬하였다.

 

       공자 중이重耳는 영웅이라 할 수 있소.

       중이重耳가 나라를 얻으면 패자覇者가 될 것이오.

 

이때 송양공宋襄公은 병석에 누워서도, 원한에 사무쳐 이를 갈고

있으면서, 어떻게 하던 훌륭한 인재를 구해, 반드시 원수 갚을

생각만을 하고 있을 때이었다.

 

      , 송양공宋襄公은 반드시 일어나리라.

      나라에 대한 원한은 반드시 갚고 말리라.

 

송양공宋襄公은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이 찾아왔다고 하자,

너무나 반가워하며, 이에 갑자기 벌떡 일어나려고 하였다.

 

230 . 나를 알아주는 자 누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