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2 화.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서 휴 2022. 10. 7. 20:59

232 . 이제야 바라던 환경이 조성되는가

 

       다음 날 저녁에 중이重耳 일행이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초성왕楚成王을 비롯한 신료들이 모두 일어나 열렬히

       환영하여 주었으며, 그때부터 연회가 시작하게 되었다.

 

나라 신하들이 차례로 무릎을 꿇고, 제후에게 바치는 예법에

따라 중이重耳에게 술잔을 올리려고 하였다.

 

      중이重耳 공자께선 사헌四獻의 예를 받으십시오.

      아니 오, 저는 제후가 아니오.

      저는 그저 떠도는 유랑 객일 뿐이오.

 

중이重耳 공자는 고마운 감격에 앞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두 손을 내저으며 사양하고자 하였다.

 

무릎을 꿇고 술잔을 올리던 초나라 신하는 당황하였으며, 이에

연회장은 순간적으로는 침묵이 흐르게 된다.

 

      공자, 조쇠趙衰 입니다.

      공자께서 타국에 망명하며 돌아다닌 지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국들이야, 공자를 업신여기고 무시했지만,

      대국들은 한결같이 공자를 예법에 따라 환대했습니다.

 

      공자, 나라는 대국입니다.

      어찌 저들이 예의를 모르겠습니까.

 

      초왕楚王이 제후지례諸候之禮로 대접하는 것도

      모두 공자에 대한 천명天命으로 보셔야 합니다.

 

      공자께서는 절대 사양치 마시고

      저들이 권하는 잔을 속히 받으십시오.

 

이 순간 중이重耳는 조쇠趙衰의 말에 얼른 상황판단을 하였으며,

나라 신하가 내미는 술잔을 모두 받기로 하였다.

 

      중이重耳는 제후에 대한 예우에 세 번 사양하다가

      고개 숙여 초성왕 楚成王의 베풂에 감사드렸다.

 

초성왕楚成王은 부드러운 미소로 바라보다가, 중이重耳의 인품에

마음이 끌려, 중이重耳와 나란히 앉아 연신 술잔을 나누며, 천하의

이야기를 즐겁게 주고 받으며, 친분을 더욱 쌓게 되었다.

 

      초성왕楚成王의 극진한 대접은 열흘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도 변함없이 이어져 나갔다.

 

      , 고난의 시간은 끝이 나는가.

      중이重耳 일행은 曹와 나라에서 당한

      모멸감도 완전히 씻어버릴 수 있었으나

 

      다만, 고국인 진나라의 소식을 몰라

      더욱 궁금하여지며 답답해 하였다. 

 

중이重耳 일행은 초성왕楚成王의 극진한 대접에 감격스러워하며,

하루하루 편안히 지내게 되었다.

 

      중이重耳 공자는 무얼 하시오.

      내일은 교외에 나가 사냥이나 나가봅시다.

 

      갑갑하던 차에 좋은 말씀입니다.

      어디로 가시려 하시는지요.

      운몽雲夢 땅이 깊고 좋소. 그리 가봅시다.

 

중이重耳는 연일 이어지는 연회에 싫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때맞춘

초성왕楚成王의 제안에 크게 기뻐하면서 같이 가기로 하였다.

 

운몽雲夢은 지금의 호북성 강한평원江漢平原을 말하며, 신주神州,

감리監利, 형문荊門, 종상鐘祥, 운몽雲夢 등 동서 8백 리이나 되며,

남북으로는 5백 리에 걸친 울창한 산림과 늪지로 이루어졌으므로

곳곳에 늪이 많은 수택藪澤의 땅이었.

 

      와 하, 왕이시여, 솜씨가 대단하십니다.

      하하, 사슴과 토끼를 잡았으나

      , 이제 커다란 맹수를 꼭 잡아 보이리다.

 

초성왕楚成王은 많은 나이에도 청장년 같은 체력과 탁월한 사냥

실력을 보여주며, 활을 쏠 때마다 정확히 맞추고 있었다.

 

      어어 하, 중이重耳 공자,

      저 곰이 나에게 달려들려고 하고 있소.

 

      중이重耳 공자, 어서 저 곰을 쏘시오.

      왕이시여, 잠시만 조심하십시오.

 

어느 한순간에 곰 한 마리가 나타나 초성왕(楚成王 에게 달려드는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중이重耳는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겼다.

 

      와 하, 곰이 쓰러졌소.

      곰은 화살 한두 대에 쓰러지지 않소.

 

      순간적으로 화살 두 대를 날리다니

      중이重耳 공자는 참으로 신궁神弓 이오.

 

      왕이시여, 이 몸이 앞으로 진나라로 돌아가

      군위에 오를 수 있도록 왕께서 도와주시는데

 

      왕께 달려드는 저 곰의 앞발 오른쪽 발바닥을

      이 화살이 맞히게 해주십시오.하고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하였었지요.

 

      와 하, 그렇소이까.

      화살은 곰의 앞발 오른쪽 발바닥을 정확히 뚫었소.

      과인은 공자의 활 솜씨에 경탄을 금치 못하오.

 

초성왕楚成王의 호탕하게 칭찬을 하자, 중이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향해 소탈하게 웃으며, 초성왕楚成王의 마음을 잡아버린다.

 

초성왕楚成王과 신하들도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고 싶어서 하였고

중이重耳의 가신들도 드넓은 초원을 마음껏 달리며 활을 쏘았다.

 

      아니, 저게 무슨 소린가.

      왕이시여, 괴상한 짐승이 나타났습니다.

 

      아니, 무슨 짐승이란 말이냐

      곰 같으나 곰은 아니옵고

      코가 길쭉하나 코끼리도 아니옵고

 

      머리는 수사자 같고 발은 범 같으며,

      갈기는 멧돼지 같고, 꼬리는

      쇠꼬리 같으며, 몸집은 말보다 큽니다.

 

      수레에 붙어있는 쇠와 칼이나 창의 모든 쇠는

      마치 지푸라기처럼 씹어 삼키고 있습니다.

 

      온몸에는 두꺼운 비늘이 덮고 있는바

      도 창도 화살도 박히지 않아

      아무도 덤벼들지 못하고 에워싸고만 있습니다.

 

      허 어, 그쪽으로 가보자.

      과연 이상한 짐승이로구나.

 

      중이重耳 공자, 저게 무슨 짐승이겠소.

      왕이시여, 신 조쇠趙衰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조쇠趙衰는 무장武將 이라기보다는 학식과 인품이 높은 학자라

할 수 있으며, 언제든지 손에서 책을 놓는 적이 없는 사람이다.

 

      왕이시여, 저것은 맥이라는 짐승으로

      태어날 때부터 금기 金氣를 받아,

      구리 나 쇠 나 모두 잘 먹습니다.

 

      이 똥을 누면 오금五金

      주석朱錫이 나옵니다.

 

      가죽과 살이 쇠로 굳어져 창도 칼에 도 안 찔리며

      다만 콧구멍에 긴 쇠꼬챙이로 쑤시면 되나,

      가장 쉬운 방법은 불로 구우면 됩니다.

 

      가죽으로 요(그네 같은 요람搖籃)를 만들어

      올라타게 되면 질병이 범접하지 못합니다.

 

      중이重耳 공자, 어떻게 해야 잡을 수 있겠소

      공자님, 이 위주魏犨가 잡아 올리겠습니다.

 

은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아주 힘센 짐승이라 할 것이며,

어찌 보면 우리나라 전설에 나오는 불가사리라 할 것이다.

 

이라는 짐승에 대하여 조쇠趙衰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자세히

설명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위주魏犨가 호기롭게 외치는 것이다.

 

      왕이시여, 이 위주魏犨가 비록 미약하오나.

      저 맥을 잡아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천하장사인 위주魏犨는 급한 성격에 우악스러운 면이 있으나,

용맹으로 따지면 누구도 못 따라갈 맹장猛將 이었다.

 

      위주魏犨를 지켜보던 초성왕楚成王은 이번 일로

      공자 중이重耳를 따르는 가신들의 실력을 살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였다.

 

많은 사람이 맥을 둘러싸며 구경하고 있을 때, 위주魏犨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의 등에 뛰어오르며 허리춤에서 단도短刀

꺼내 불끈 쥐자, 의 머리의 정수리를 힘껏 내려쳤다.

 

      우 워 어 어.

      은 소 같은 울음소리를 크게 낼뿐으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혓바닥을 한 번 날름거리더니

 

      위주魏犨의 단도短刀와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쇠붙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삼켜버렸다.

 

      빈손이 된 위주魏犨는 맥의 목을 휘감아 조르며

      혼자서 사투를 벌이기 시작하였다.

 

,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위주魏犨가 죽을지도 모른다며,

매우 놀라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걱정하는 것이다.

 

      이놈이 어찌 이리도 무례하냐.

      네 이놈아. 죽어야 알겠느냐.

 

위주魏犨는 크게 화를 내며 얼굴이 벌게지면서, 몸을 공중으로

5척가량 치솟아 오르더니, 불끈 쥔 주먹으로 정수리를 내려치고는

온 힘을 다해 맥의 목을 다시 조르기 시작하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맥은 비틀거리며

      서너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겁먹은 눈빛을 띠었다.

 

      이에 자신감을 가진 위주魏犨

      더욱 힘을 주며, 의 목을 조르는 것이다.

 

위주魏犨가 젖먹던 힘까지 발휘하며 더욱 목을 조르자,

숨을 쉬려고 미친 듯이 몸을 흔들며 펄쩍펄쩍 날뛰면서,

위주魏犨를 떨쳐 버리려고 몹시 흔들어 대는 것이다.

 

      위주魏犨는 오기傲氣를 내며, 대단한 힘으로

      의 목을 감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놓지 않는다.

 

      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캑캑거리며

      이리저리 날뛰다가 급기야 힘이 빠진 듯 비틀거린다.

 

      주변에 몰려든 군사들이 경탄 어린 환호성을 질러대니,

      위주魏犨는 신바람이 나서 마지막까지 더욱 세차게

      의 목통을 계속 조여주는 것이었다.

 

은 더는 견디지 못하고 미친 듯이 날뛰다가 숨통이 막히어

땅바닥에 힘없이 쓰러져 주저앉는다.

 

위주魏犨는 맥 그 자리에 쓰러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등에서

뛰어내려 네 다리를 쇠사슬로 꽁꽁 묶고는, 의 기다란 코를

움켜쥐고 질질 끌고 나오는 것이다.

 

      위주魏犨가 초왕楚王께 이 맥을 바칩니다.

      과연 그대는 천하제일의 장수로다.

 

초성왕楚成王이 감탄의 눈길로 위주魏犨를 내려다보며 크게 칭찬하자,

이를 지켜보던 조쇠趙衰가 주변 가신들에게 지시한다.

 

      어서 불을 크게 지펴라.

      불이 활활 타오르는구나.

      모두 달려들어 불 위에 저 맥을 던져라.

 

나뭇가지를 급히 많이 모아 불을 피우자, 조쇠趙衰는 꽁꽁 묶인

의 코를 잡고 불길에 갖다 대자, 불기운이 맥의 콧구멍 속

으로 들어가자마자, 괴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쇠보다도 단단하던 맥의 가죽이

      눅눅해지며 부드러워졌도다.

 

      선진先軫은 무얼 하는가.

      보검寶劍을 꺼내 맥의 가죽을 벗겨라.

 

선진先軫은 보검을 꺼내 위주魏犨와 함께 맥의 가죽을 열심히

벗겨내자, 이 광경을 한참 동안 지켜보던 초성왕 楚成王은 매우

놀라며, 부러운 듯이 중이重耳 공자를 칭찬하는 것이다.

 

      허 어, 공자에게는 호걸들이 정말 많소.

      가신 모두가 문무를 겸비하고 있구려.

      과인에게도 이런 인물들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소.

 

이때 곁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초나라 장수 성득신成得臣

불쾌한 눈빛을 드러내며, 초성왕楚成王에게 큰소리로 아뢴다.

 

      왕께서는 저들의 능력을 과찬하고 계십니다.

      신과 위주魏犨와 한번 겨루게 해주십시오.

      신이 그의 무예를 직접 시험해보겠습니다.

 

      성득신成得臣, 그대는 무례하게 굴지 마라.

      공자와 그 신하는 우리의 손님들이다.

 

      그대는 마땅히 공경하는 마음으로

      의 공자 일행을 대해야 할 것이다.

 

초성왕楚成王은 사냥을 마친 날 저녁부터, 그동안 중이重耳 공자와

함께 지냈던 일들을 되돌아보며, 혼자서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중이重耳에게 파격적인 연회를 열어

      제후지례諸候之禮 로 환대한 것은,

 

      과인의 인자한 아량을 충분히 보이면서

      맹주라는 품위를 천하에 과시하고 함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진나라를 비롯한 북방까지도

      맹주가 되어 과인의 휘하에 두려는

      장기적인 포석을 던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233 . 드디어 갈 곳을 찾아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