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34 화.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

서 휴 2022. 10. 8. 22:09

234 . 중이, 드디어 때가 찾아오는가.

 

내시 발제勃鞮가 몰래 다녀가고 나자, 세자 어는 한참 고심하게

되었다가, 긴급히 가신들을 불러들이며 비밀회의를 열게 되었다.

 

      세자. 주공께서 병석에 누우신바

      이곳에 머물고 만 계시면 아니 됩니다.

 

      만약 우리나라 내부에서 중이重耳 공자를

      귀국시켜 군주로 세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강성絳城에서 더는 연락이 없었는가.

      . 발제勃鞮 후에 더는 연락이 없습니다.

 

      우리가 돌아가고자 한다면

      진목공秦穆公에게 무어라 말해야 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모시러 오지 않으면

      아무리 말해도 허락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양나라까지 멸망시킨바,

      우리는 더 갈 데가 없습니다

 

      만약 백성이 중이重耳 공자를 내세운다면

      우리는 백성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중이重耳 공자는 백성들이 모두 따르고 있으며

      그의 가신들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떡하던 먼저 빨리 귀국하셔야,

      군위를 안전하게 승계받을 수 있습니다.

      좋다. 이 옹성雍城을 빠져나갈 계획을 세워라.

 

세자 어는 진목공秦穆公의 큰 딸이며 아내인, 회영懷贏을 찾아가

도움을 받으려 하면서 또한마지막 통보를 하여 주려고 하였다.

 

      매일 밤 시녀들 방에만 드나들더니

      세자 서방임, 내방엔 웬일이세요.

     

      허 어, 평소 섭섭하더라도 이러지 마시오.

      나는 그대 회영懷贏을 사랑하오.

 

      좀 전에 진나라 사자가 왔다 갔소.

      아버님께서 병세가 심상치 않은 모양이오.

 

      내가 가지 않으면 여러 문제가 일어날 것 같소.

      이 혼란할 때 중이重耳가 갑자기 온다면 큰일이오.

 

      내가 빨리 가지 않으면 군위 다툼에 문제가 생기며

      또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오.

 

      하루빨리 귀국해야 하는데

      진목공秦穆公이 나의 귀국을 허락하겠소이까.

 

      아버님께 직접 말씀해보시지, 그래요.

      나라에서 뚜렷한 연락이 오지 않는 한

      아무래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그래서 어쩌시려 하세요.

      나는 탈출하여 도망가기로 했소.

 

      이에 다른 것은 큰 문제가 없으나,

      다만 회영懷贏이 마음에 걸리는구려.

 

      나와 함께 도망쳐 진나라로 가면 어떻겠소.

      어서 짐을 싸도록 하시오.

 

      가려면 할 말 다 하고 떳떳이 떠나야지

      왜 도망치려 하는 것이에요.

 

      겁내지 마시고 용감하게 아버님께 말해보세요.

      나도 그렇게 하려 하였소.

 

      그러나 만약에 허락하지 않는다면

      감시가 심해져 어떻게 할 수도 없을 것이오.

 

      아버님은 당신을 잡아두기 위해

      나를 당신과 혼인시킨 게 아니겠어요.

 

      만일 내가 당신을 따라 강성絳城 으로 도망가면

      그것은 곧 아버님의 뜻을 배반하는 것이며

      친정과는 영원히 등지게 되지요.

 

      저는 아버님께 말없이 떠날 수는 없어요.

      그러면 어찌하겠소.

 

      하지만, 정이 세자가 몰래 떠나려 한다면

      나는 당신의 갈 길을 막지는 않겠어요.

 

      당신이 진나라로 돌아가

      혼자서 즐기며 잘 산다고 하더라도

      나는 원망 따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에요.

 

      나는 오늘 얘기를 못 들은 것으로 하겠어요.

      그냥 조용히 혼자서 도망치세요.

 

세자 어는 가신들이 자꾸 급하게 부추기자, 안절부절 못하였으며

결국은 가신들과 함께 변장하고서는 진나라 도성을 벗어나

하루빨리 진나라의 강성絳城으로 도망치기로 하였다.

 

      세자 어는 심복 가신 들과 야반도주를 하면서,

      한밤중에 성문을 열어주지 않자, 성문 지기 들을

      칼로 쳐 죽이면서까지 진나라로 도망치고 말았다.

 

      용납할 수 없는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 당시로서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국가 간의 신의는 목숨보다 중히 여겼고

      볼모로 잡힌 인질은 서로 간의 합의에 따라

      정당하게 귀국하는 것이 국제간의 법도였으므로

      어겨선 안 되는 큰 일이었다.

 

인질은 인질이 머무는 그 나라 제후와의 신의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주는 것과 같았다.

 

       뭐라고, 세자 어가 도망갔다고 하였느냐.

       저런 괘씸한 놈이 다 있느냐.

 

       아비인 진혜공晉惠公에게 배신당하고

       아들인 세자 어에 또 배신당하게 되다니.

 

       어찌 아내인 회영懷贏이 까지, 버리고 도망치는가.

       세자 어는 배은망덕背恩忘德 한 자로다.

 

       이는 우리 진나라를 배신하는 짓이다.

       이런 자를 하늘인들 용서하겠는가.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세자 어가 본국으로 달아났다 함은, 그가 곧

       나라 군주로 오를 때가 온 것으로보입니다.

 

       그가 진나라의 군위에 오르면 어찌 되겠소.

       는 어리석은 자로 군주가 될 재목이 아닙니다.

       이제 진나라는 더 큰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겠는가.

       과 우리는 대대로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또한, 나라가 가로막고 있는 한, 우리는

       마음 놓고 중원中原에 진출할 수 없습니다.

 

진목공 秦穆公은 크게 분노하여, 당장 쳐들어가 요절撓折을 내고

싶어, 진군秦軍을 출동시키려 하였다.

 

      지금 당장 진나라를 쳐들어가면 어떻겠소.

      주공, 신 백리해百里奚 입니다.

 

      진혜공晉惠公이 병에 걸려 위독하다는데

      우리가 쳐들어가면 민심을 잃을까 걱정되옵니다.

 

      주공, 신 공손지公孫枝 이옵니다.

      우리가 진나라를 쳐들어가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은, 우리 진秦 나라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물색해두었다가,

      그 사람을 진나라의 새로운 군주로 세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좋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있겠는가.

      주공, 공자 중이重耳 라면 어떻겠습니까.

 

      중이重耳 공자라. 괜찮은 인물이로다.

      으흠, 중이重耳 공자는 어디에 있는가.

 

      주공, 지금 초나라에 머물러 있다고 합니다.

      아니, 중이重耳가 언제 초나라로 갔단 말인가.

 

      주공,  나라에 간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더구나 초왕楚王이 제후지례諸候之禮로 대접하며

      제후의 예법에 따라 환대하였답니다.

 

      나라가 왜 중이重耳를 그토록 환대하는가.

      아마도 중이重耳의 인품을 높이 산 것 같습니다.

 

      주공, 아마 초나라 초성왕楚成王의 생각은

      중이重耳 공자가 비록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절대로 그냥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중이重耳를 후일의 진나라 군주로 보고 있으며,

      그렇게 기대를 걸고 있음이 틀림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주공, 중이重耳가 진나라를 평정하고 나면,

      이때 초성왕楚成王은 중원中原은 물론이며,

 

      나라를 통하여 북방마저 제패하여

      아마도 천하의 패공覇公이 되려는

      큰 야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옵니다.

 

      초성왕楚成王이 중이重耳의 힘을 키워주고 있다니

      중이重耳가 어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중이重耳가 그 정도로 커졌단 말인가.

 

      주공, 그렇습니다.

      더 늦기 전에 중이重耳를 우리나라로 데려와

      우리가 은혜를 베풀며 도와주는 것이

 

      중이重耳의 마음을 묶어 놓는 것이며

      초성왕楚成王의 야심을 막을 수 있는 길입니다.

 

      주공, 이제 나라 군주를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주공, 이제 중이重耳를 진의 군주로 세우십시오.

 

      주공, 만약에 그때까지도 여의찮으면, 그때는

      나라를 쳐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공손지公孫枝의 생각은 앞으로 천하의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일이므로, 중이重耳를 초나라에서 데려와 은혜를 베풀면서,

중이重耳와 함께 진나라와 친분을 쌓자는 뜻이었다.

 

      공손지公孫枝의 생각이 훌륭하도다.

      누구를 초나라에 보내야 하겠는가.

 

      주공, 나라에는 공손지公孫枝가 적합하나이다.

      좋소. 공손지公孫枝는 초나라에 가도록 하시오.

 

      공손 지는 초성왕楚成王에게 잘 이야기하여

      중이重耳를 꼭 데리고 돌아오도록 하시오.

 

공손지公孫枝는 먼저 난진欒軫을 초나라로 떠나게 하였으며,

요세繇勢와 함께 영성郢城에 도착하면 서로 만나기로 약속한다.

 

      공손지公孫枝 장수, 어서 오십시오.

      난진欒軫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중이重耳 공자 일행이 과연 떠나겠느냐.

      , 염려치 마십시오.

 

      항상 떠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이重耳 공자의 가신들을 먼저 만나보십시오.

 

난진欒軫은 공손지公孫枝와 요세繇勢를 안내하여, 중이重耳 보다,

먼저 가신들을 만나, 중이重耳를 모셔갈 뜻을 밝힌다.

 

      지난가을에 병을 얻은 진혜공晉惠公은 해가 바뀌면서,

      그 병세가 더욱 심상치 않게 되었소이다.

 

      이오夷吾의 병세가 더 악화하였다는 뜻이오.

      이제 귀국할 준비를 하심이 좋을 듯합니다.

 

      초와 진나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만일 楚에서 진나라로 돌아가려 하신다면

      반드시 중간의 여러 나라를 거쳐야만 합니다.

 

      그러나 진과 진은 국경이 접한 이웃 나라들이라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때 닿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또한, 진후秦侯는 원래부터 영명하나, 더욱이

      지금의 진후晉侯 와는 사이가 좋지 않으니

      이번에 공자를 진에서 부른 일은

      실로 하늘이 주신 좋은 기회라 할 수 있습니다.

 

      고맙소. 진晉의 사정이 알고 있는 것보다 심각하군요.

      중이重耳 공자도 언제나 떠날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신들은 중이重耳 공자를 모시고

      나라로 갈 것으로 뜻을 모아 놓고 있습니다.

 

공손지公孫枝는 중이重耳 일행의 다짐을 받고 난 후에, 초楚 나라의

궁으로 찾아가 초성왕楚成王에게 알현을 청하여 만나게 되었다.

 

      왕께서는 안녕하셨는지요.

      고맙소, 무슨 일러 먼 길을 왔소.

 

      저희 진후秦侯의 뜻을 전하고자 하옵니다.

      허 어, 어서 말해보시오.

 

      나라 진혜공晉惠公이 병으로 위급합니다.

      그 아들인 세자 어가 군위에 오르게 되면

      나라는 더욱 혼란에 빠져들 것입니다.

 

      저희 진후秦侯께서는 중원中原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이重耳 공자를 우리 진나라에 모시고자 합니다.

 

      나라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중이重耳 공자의 귀국을 서둘러야 하는데,

      는 진나라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웃인 저희 진에 머물게 되면, 기회가 났을 때

      나라로 밀고 들어가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235 . 중이, 또 장가를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