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27 화. 중이, 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서 휴 2022. 10. 5. 04:08

227 . 중이, 긴 여정이 시작되는가.

 

다음 날 아침이 되자마자, 조쇠趙衰는 중이重耳가 사는 집으로

찾아가, 자기의 말을 중이重耳 공자에게 전하게 했다.

 

       공자님과 교외에 나아가

       사냥이나 할까 하고 찾아왔습니다.

 

       공자께서 몸에 피로가 풀리지 않아

       아직 잠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계십니다.

 

       세수와 머리에 빗질할 시간도 없어

       오늘은 사냥할 수가 없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나, 위주魏犨 . 내 참, 내가 말하겠소.

       공자께서는 요즘 코빼기도 볼 수가 없소.

       밤낮으로 연회와 환락에 져져 있소이다.

 

      우리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는 것 같소.

      공자께서 떠나지 않으려 하시면 어쩌겠소.

 

가신 일행은 중이 공자가 안락함에 져져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자,

모두다 고민에 빠지게 되었으며, 이에 대책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임치臨淄 성 동문 밖의 상음桑陰 뽕밭은

      뽕나무가 무성하여 대낮에도

      햇빛이 안 들어올 정도로 깊소이다.

 

      밀담을 나누기엔 아주 좋은 장소요.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그곳에 모이시오.

 

      , 상음桑陰에 다 모인 것 같소.

      , 호언狐偃이 먼저 말하겠소.

 

      우리가 제나라에 온 것은 제환공의 힘을 빌려

      고국으로 돌아가고자 함이었소.

 

      지금의 제효공은 패공의 지위를 잃어버렸고

      천하의 제후들도 제나라에 등을 돌려버렸으니

      더는 기대할 수 없게 되었소이다.

 

      공자님을 모시고 고국으로 돌아가고 해도

      이제는 제나라에 기대할 수 없게 되었소.

 

      우리에게 도움이 될 나라를 찾아가야 하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소?

 

      뭘 망설입니까. 하루라도 빨리 떠나야 합니다.

      좋소. 이삼일 안으로 제나라를 떠나기로 합시다.

 

      공자께서 떠나지 않으려 하면 어쩌겠소.

      그 점이 문제요. 할 수 없소이다.

      사냥 가자 하여 사냥터에서 그냥 떠날 것이오.

 

      지금으로선 그 방법밖에 없소이다

      모두 어떻게 생각하시오.

      좋습니다. 그렇게라도 빨리 떠납시다.

 

이때 제강齊姜의 한 시녀가 뽕잎을 따러 갔다가, 우연히 가신들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제강齊姜에게 쫓아가 모든 이야기를 고하였다.

 

      공주마마, 큰일 났사옵니다.

      가신들이 공자님을 납치해 떠나려 합니다.

 

      너는 어디서 그 이야기를 들었느냐.

      상음桑陰에서 뽕잎 따다 확실하게 들었습니다.

 

      큰일 날 소리를 하는구나조용히 해야 한다.

      제를 뒷골방에 나오지 못하도록 가둬놓아라.

 

제강齊姜은 말이 새 나가지 않도록 단속하려 생각하다가 할 수

없이 그 시녀를 죽이고 이틀이 지나자, 호언狐偃과 가신 일행이

또 찾아와 제강齊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며 말하였다.

 

      공자께서는 일어나시었는지요.

      어찌 이른 새벽에 이리 많이들 오셨습니까.

 

      공자를 모시고 사냥이나 갈까 합니다.

      사냥하러 가신다고 하셨습니까.

 

      나라에서 하던 사냥을 이제 송나라나,

      나라로 아주 먼 사냥길을 잡으려 하시는군요.

 

      아니. 그걸 어떻게 아시었습니까.

      한 시녀가 알려주었지요.

 

      비밀이 새 나가면 큰일이 나겠기에

      어젯밤에 그 아이를 할 수 없이 죽이었소.

 

      그 아이는 어릴 때부터 나를 따르던 착한 아인데

      참으로 모진 맘을 먹은 것이지요.

 

      이제 들 맘 놓으세요.

      제강齊姜 , 정말 죄송합니다.

      몰래 떠나려 어쩔 수 없이 숨겼습니다.

 

      저도. 공자께 떠나시도록 말씀드렸으나

      공자께선 이미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었다며

 

      그냥 여기서 안락하게 지내겠다 하시면서

      도무지 떠나려는 생각은 하지도 않습니다.

 

      이 제강齊姜도 몹시 난감합니다만

      그러나 더는 미룰 수가 없다고 봅니다.

 

      내일 이른 새벽에 떠날 채비를 하고 오시면

      모시고 가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살아왔던 공자님을 떠나보냄에도, 여자답지

않게 이별에 대한 슬픔을 속으로 삼키면서, 담대한 제강齊姜

말에 호언狐偃은 감복하여 눈물이 떨어질 듯 비치고 있었다.

 

       부인께선 공자께서 뜻을 세울 수 있도록

       규방의 정마저 끊으려 하시니 너무나 감격합니다.

       이일은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호언狐偃은 제강齊姜과 있었던 일을 가신들에게 모두 이야기하자.

그들은 비밀리에 하나하나 수습하여 떠날 준비를 하였다.

 

       公子貪歡樂 (공자탐환락)

       공자는 안락한 생활을 탐하며 지내는데

 

       佳人慕遠行 (가인모원행)

       아름다운 여인은 울며 먼 길을 보내려 하는구나.

 

       要成鴻鵠志(요성홍곡지)

       사랑하는 임의 큰 뜻을 이루기 위해

 

       生割鳳鸞情(생할봉란정)

       끊기 어려운 사랑을 떠나 보내려 하는구나.

 

중이重耳는 벌써 60이 가까워지도록 늙었으며, 제강齊姜을 너무

사랑하여, 도무지 떠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참다못한 제강齊姜

거나한 술상을 차려놓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떠나려는 것은 공자의 포부抱負

      떠나지 않으려는 것은 공자의 정이로다.

 

      대장부의 큰 뜻을 어찌 정이 이기리오.

      그러나 그 정이 놓지를 않고 있으니

      포부抱負 인들 어찌 가실 수 있으리오.

 

      이 술은 떠나려는 이별주가 아니오라.

      공자께서 끔찍이도 소녀를 사랑하사

 

      저 또한 감격의 눈물을 흘리오며

      떠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되었사옵니다.

 

      조촐한 술이오나, 만은 좋사오니

      맘껏 즐기시며 향에 흠뻑 져져 보소서.

 

      좋도다! 너무나 어여쁜 사랑을 두고

      어이 혼자서 떠나갈 수 있더란 말이냐.

 

      , 그래 마셔보자,

      우리 같이 흠뻑 마셔 취해보자 꾸나.

 

      어화둥둥 좋도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어보자.

 

      부질없는 세월은 자꾸만 흘러가니

      대장부의 큰 뜻이 무에 소용 있겠느냐.

 

      어화둥둥 내 사랑 좋구나. 좋도다.

      어서 한 잔 더 받으시옵소서.

 

      서방님. 어이 이리 취하시나이까.

      밤이 짧사온데 잠만 자시려 하나이까.

 

      서방님, 아침이 밝아오고 있사옵니다.

      서방님, 어서 일어나시옵소서.

 

제강齊姜은 인사불성人事不省이 되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공자

중이重耳에게 큰절을 올리며 이별을 고하였다.

 

      소녀. 잠드신 서방님에게 눈물 흘리며

      애달픈 이별의 절을 올리오니

      안녕히 가시어 부디 큰 포부를 이루시옵소서.

 

제강齊姜은 가신 일행이 문밖에 조용히 도착하자, 곯아떨어진

공자 중이重耳를 이불과 함께 수레에 실어주었으며, 나라를

도망쳐 멀리 떠나가게 하여 주었다.

 

      부인의 깊은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부인 임, 오늘 일을 맹세코 잊지 않겠습니다.

      알겠어요, 어서들 빨리 가세요.

 

호언狐偃의 눈에서는 굵은 눈물방울을 떨어트리면서 바라보았으며,

제강齊姜은 언제 만날지 모르는 생이별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멀리멀리 떠나는 중이重耳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서 있었다.

 

      이제 어둠 속의 아름다운 별도 여명黎明에 묻히리라.

      어찌 한곳에 머물러 고인 물이 될 것인가.

 

      천하를 품기 위해 떠나는 것이로다.

      그날이 올 때까지 가고 또 가리라.

 

수레가 한참 달려가자 흔들리는 속에 술이 깬 중이重耳는 수레에

혼자 실려 가는 걸 깨달으며, 사랑하는 제강齊姜과 너무 아쉽게

이별하게 된 큰 아쉬움이 치밀어 올라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덴다.

 

      아니 어찌 된 일이냐.

      제강齊姜은 어디에 있느냐.

      공자, 부인께서는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아니 네놈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나는 임치臨淄 로 되돌아가겠다.

      어서 수레를 돌려라.

 

      공자, 떠나온 지 벌써 세 식경食頃 이나 지났습니다.

      지금쯤 제효공齊孝公이 달아난 것을 알고

      군사를 풀어 우리를 잡으러 뒤쫓아올 것입니다.

 

      속히 달아나지 않으면 잡힐 수도 있습니다.

      공자님,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사태를 완전히 파악한 중이重耳는 눈에 잔뜩 분노가 치솟더니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수레에서 뛰쳐나가며 고함을 질러대었다.

 

      네놈들이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

      나를 천하의 떠돌이로 만들려고 하느냐.

 

      나는 임치臨淄 로 되돌아가겠다.

      다시 말하지만, 어서 수레를 돌려라.

    

      공자, 우리가 무엇 때문에 공자께

      나라와 천하를 바치려 하겠습니까.

 

      너희는 진나라와 천하를 좋아하는구나.

      그러나 제나라마저 놓치고 있지 않았냐.

 

호언狐偃은 침착하게 설득하려 하였으나, 중이重耳는 어느 사이에

위주魏犨의 창을 빼앗아 호언狐偃을 사정없이 찌르는 것이다.

 

중이重耳가 찌르는 창이 아슬아슬하게 호언狐偃의 옆구리를 스치자,

사태를 직감한 호언狐偃은 재빨리 피하며 달아나기 시작한다.

 

       호언狐偃, 네 놈은 외숙外叔 도 아니다.

       네놈은 나에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도다.

 

       공자, 빼앗아 가다니요.

       더 큰 이상과 포부를 드리지 않습니까.

 

       이놈! 내 기어코 네놈의 살코기를 씹어 먹으리라.

       하하하, 공자께선 결코 제 살코기를 먹지 못합니다.

 

       만일 공자가 성공하지 못한다면

       저는 들판에 버려지는 시체가 되어

       들개의 먹이가 될 뿐입니다.

 

       어느 겨를에 공자에게 먹히겠습니까.

       공자께서 성공하신다면

       매일 산해진미山海珍味 가 올라올 터인데,

 

       이 비린내 나고 질긴 살코기를

       어찌 먹을 마음이 생겨나겠습니까.

 

중이重耳의 성난 모습은 임치臨淄에 머문 이래로 본 적이 없었으나

그런데 이제는 창까지 빼앗아 들고 죽을 듯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공자께서 뛰듯이 화를 내시니

       이제 옛 모습이 돌아오신 겁니다.

 

       공자의 기가 옛날처럼 살아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이 호언狐偃은 이제 비로써 통쾌함을 느낍니다.

 

호언狐偃이 열심히 달아나다가 갑자기 멈추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말하자, 중이重耳도 더는 쫓지 않았으며, 마침내 들고 있던 창을

떨어트리며, 풀밭에 털썩 주저앉았다가 드러누워 하늘을 본다.

 

       鳳脫鷄群翔万仞(봉탈계군상만인)

       봉황은 닭 무리에서 몸을 빼내 하늘 높이 날고

 

       虎离豹穴奔千山(호리표혈분천산)

       호랑이는 승냥이의 굴을 나와 깊은 산을 달리누나.

 

       要知重耳能成伯(요지중이능성백)

       중이가 무엇으로 백업을 이루었는지 알고 싶은가.

 

       只在周游列國間(지재주유열국간)

       천하 열국을 떠돌며 얻은 지혜였음이리라!

 

228 . 냉대하는 자,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