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20

​제 282 화. 천자를 하양에 불러 조현 하는가.

​제 282 화. 천자를 하양에 불러 조현 하는가. 태숙太叔 숙무叔武는 형님인 위성공衛成公이 정해진 날짜보다 일찍 돌아온다고 하자, 한편 놀라고 한편 반가워하며 감다만 머리를 움켜쥐고 뛰어나가다가 뜻밖에도 천견歂犬이 쏜 화살이 명치에 정확히 꽂히게 되면서 안타깝게 즉사하고 말았다. 영유寧兪가 황망 중에 숙무叔武를 부축하여 구하려고 했으나, 이미 숨이 끊어진 뒤였다. 이 소식을 듣게 된 원훤元暄은 뜻밖의 일에 매우 놀랐으며, 사건의 내막을 알고는 크게 분노하였다. ​ 무도하고 어리석은 군주야! 어찌 무고한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함부로 죽인단 말이냐! 하늘이 너 같은 사람을 어찌 용납하겠느냐? 내 마땅히 진후晉侯에게 달려가, 이 일을 호소하여 숙무叔武의 원수를 갚을 것이다! ​ 원훤元暄은 정신을 놓고 통곡을 ..

제 281 화. 의심으로 친동생을 죽인다.

제 281 화. 의심으로 친동생을 죽인다. ​ 진문공晉文公은 진군晉軍의 편제를 개편하고 난 다음 날, 조당에 모여 중신들과 국사를 논하고 있는데, 그때 내관이 들어와 고한다. 주공, 위衛 나라에서 국서를 보내 왔습니다. ​위衛의 국서라면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보낸 편지일 것이다. 그의 형을 용서해 달라는 내용이 아니겠냐? 내관은 큰소리로 읽어보라. 진후晉侯께선 우리 위衛 나라의 사직을 망하게 하지 않으시고 위성공衛成公의 복국을 허락하셨습니다. 이에 위衛의 모든 신료와 백성들은 목을 길게 빼고 진후晉侯의 의롭고 높은 뜻을 애타게 기다리나이다. ​ 주공, 진목공陳穆公도 사신을 보내 위성공衛成公이 죄를 뉘우치고 새로운 마음으로 우리 진晉 나라를 받들려고 한다고 전하였습니다. 태숙太叔 숙무叔武도 애타게 위성공衛成..

​제 280 화. 진문공, 단단한 진나라를 만드는가.

​제 280 화. 진문공, 단단한 진나라를 만드는가. ​이윽고 천토踐土의 맹회가 끝나자, 진문공晉文公은 태숙太叔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을 대리고 주양왕周襄王을 알현하게 하고 나오면서, 숙무叔武를 위衛의 새로운 군주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위성공衛成公이 도망가, 위衛의 군위가 비어있잖소. 이제부터는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위후衛侯가 되어 주시오. 진후晉侯 임, 그것은 아니 됩니다. 옛날 영모寧母 땅의 맹회 때 정鄭의 공자 자화子華가 그의 부친인 정문공鄭文公을 몰아내려 참소하였으나 제환공齊桓公은 이를 거절한 적이 있었습니다. 진후晉侯께서는 우리 위衛 나라의 사정을 잘 모르시어 제환공齊桓公의 백업伯業을 계승하자마자 곧바로 신 숙무叔武로 하여금 형님을 참소하여 몰아내라고 하시는 것과 같사옵니다. 진후晉侯께서 이 숙무叔武..

​제 279 화.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다.

​제 279 화.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다. 위성공衛成公과 대부 영유寧兪, 손염孫炎, 일행은 초楚 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초楚 나라 백성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욕설을 잔뜩 얻어먹으면서 겨우 피해 쫓겨나왔다. 역시 영유寧兪의 말이 옳았도다. 어서 진陳 나라로 가도록 하자. 위성공衛成公 일행은 초楚 나라에서 쫓겨나, 할 수 없이 길을 바꾸어 진陳 나라로 가게 되면서, 위성공은 대부 영유寧兪 야 말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진 사람이라며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이때 공족 중에 천견歂犬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천견歂犬은 사람됨이 경박하여 누구에게도 신임을 받지 못했다. 그는 숙무가 임시로 군위를 양도받은 사실을 알고는 원훤元暄을 찾아가 말했다. 대부 원훤元晅은 내 말을 들어보시오. 공자 천견歂犬은 무슨 ..

제 278 화. 의심 많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제 278 화. 의심 많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정문공鄭文公은 란지欒枝를 따라 친히 형옹衡雍 땅으로 찾아왔으며, 가져온 예물을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치면서 그동안 저지른 무례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진문공은 희생을 잡아 정문공과 삽혈歃血 의식을 올렸으며, 정문공鄭文公은 두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하늘에 굳게 맹세했다. 진문공晉文公은 못 이기는 체하며 정문공鄭文公의 사죄를 받아들인 후, 서로 우호 할 것을 같이 맹세했다. 그러나 말이 우호일 뿐 그것은 복속服屬 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지난 유랑 시절에 진문공晉文公을 홀대했던 정문공鄭文公은 일단 보복報復을 면하게 되었다. 맹세를 마치고 나자, 진문공은 성복城濮 전투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성득신成得臣의 용맹함과 군 지휘 능력을 극구 칭찬하였다. 성득신成得臣은 ..

제 277 화. 명당을 세워 천자를 부르는가.

제 277 화. 명당을 세워 천자를 부르는가. 함께 싸웠던 제군齊軍과 진군秦軍이 돌아가자, 이에 진문공晉文公은 두 나라 장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전송하고 돌아와서는, 갑자기 어두워진 얼굴로 근심하는 빛을 띠었다. 주공, 주군께선 이번 전투에서 이기시고 즐거워하셔야 하옵는데, 갑자기 수심이 있으시니 무슨 연유라도 있습니까? 우리 상군과 하군이 먼저 초를 이겼기에 초나라 중군을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기만祁滿의 경솔한 행동으로 우리 중군이 중요한 싸움에서 크게 질뻔하였다. 과인은 우리가 이번 싸움에서 한 번 이겼다 하여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구나. 더구나 성득신成得臣은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성득신은 졌다고 절대로 승복할 사람이 아니다. 성득신이 살아있는 한 전쟁은 쉽게 ..

제 276 화. 나의 운명은 재천인가.

제 276 화. 나의 운명은 재천인가. 그때 아버지를 따라 신성申城에 있던 위가蔿賈는 성득신成得臣이 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아버지 위여신蔿呂臣에게 물어본다. 아버님, 우리 초군이 졌다는 것입니까? 글쎄 말이다. 져도 크게 졌단다. 그럼 대왕께선 성득신을 어찌하셨습니까? 대왕께선 몹시 격노하시어 성득신을 비롯한 패장들에게 자결하라 하셨단다. 아버님, 그건 안 됩니다. 아니, 무엇이 안 된다는 것이냐? 성득신成得臣이 비록 공명심이 크고 교만하나? 지혜 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큰일을 할 사람입니다. 이번에 그가 안타깝게 지긴 했지만, 후일에 원수를 갚을 사람은 역시 성득신 뿐입니다. 왕께서는 성득신을 죽임으로써 진晉 나라에 두 번을 패하는 것이 됩니다. 부친께서는 어찌하여 대왕께 간하여 성득신의 목숨을 구..

제 275 화.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

제 275 화.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 선진先軫은 진문공晉文公의 명命을 받들어, 즉시 휘하장수들에게 초군楚軍의 뒤를 더 쫓거나 더 죽이지 말라는 영을 내렸다. 이 일에 대해 호증 선생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 避兵三舍爲酬恩 (피병삼사위수은) 초군에게 삼사를 후퇴하며 은혜를 갚으려 했네 又誡窮追免楚軍 (우계궁추면초군) 다시 영을 내려 궁지에 몰린 초군을 쫓지 말라 하였네. 兩敵交鋒尙如此 (양적교봉상여차) 싸우는 두 나라도 은혜를 못 잊어 하거늘 平居負義是何人 (펑거부의시하인) 옳음을 버리고 사는 사람은 어찌 된 사람일까? 이로써 초군 진영에 참가했던 진陳, 채蔡, 정鄭, 허許의 연합군 장수들과 군사들은 참혹한 전쟁으로 태반이 죽었으며, 살아남은 자들은 제각기 흩어지면서 목숨을 구하여 본국으로 돌아..

제 274 화. 정확한 정보만이 이길 수 있다.

제 274 화. 정확한 정보만이 이길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정鄭, 허許 두 나라의 군사들이 놀라면서 먼저 흩어져 전장에서 달아나버리자 더 싸울 수가 없게 된 투의신은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齊의 장수 최요崔夭가 창을 휘두르며 앞을 막자, 지쳐있던 투의신鬪宜申과 그의 초군은 당해내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병거兵車든 말이든 모든 걸 다 버리고 겨우 산으로 기어올라 목숨을 구했다. 이로써 초楚의 우군과 좌군은 전멸되다시피 전부 패하였다. ​ 진晉의 하군 대장 란지欒枝는 진秦의 장수 건병蹇丙이 얼마 안 되는 진군秦軍을 이끌고 싸우러 나가게 했다. 진군秦軍이 적은 수로 싸우러 나오자, 가볍게 본 진陳의 장수 원선轅選과 채蔡의 공자 앙卬이 서로 먼저 공을 세우겠다..

​제 273 화. 성복 대전에서 누가 이기는가.​

​제 273 화. 성복 대전에서 누가 이기는가.​ 호언狐偃은 진문공晉文公의 꿈을 해몽해 주면서 좋은 방향으로 이해시켜 주었다. 이에 진문공은 불안감이 일시에 사라지고 또한, 자신감과 용기도 같게 되었다. 이에 진문공晉文公은 자신감 마저 갖게 되자, 어둡던 표정은 갑자기 환하게 밝아졌으며, 이윽고 날이 밝아 오자 군리軍吏의 보고를 받게 되었다. 주공, 초군楚軍에서 전서戰書를 보내왔나이다. ​호언狐偃은 어서 읽어보시오. 진후晉侯의 군사들과 전쟁놀이하고 싶소이다. 진후晉侯께서 수레의 횡목橫木에 기대어 관전하신다면 이 성득신成得臣 또한 멀리서 바라보며 즐기겠소이다. 주공, 신 호언狐偃 이옵니다. 전쟁이란 나라의 흥망이 달린 매우 위태로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놀이라고 경망스러운 말을 하고 있으니 성득신成得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