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9 화.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다.

서 휴 2022. 12. 11. 21:33

279 .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다.

 

위성공衛成公과 대부 영유寧兪, 손염孫炎, 일행은 초나라 국경

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나라 백성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욕설을 잔뜩 얻어먹으면서 겨우 피해 쫓겨나왔다.

 

       역시 영유寧兪의 말이 옳았도다.

       어서 진나라로 가도록 하자.

 

위성공衛成公 일행은 초나라에서 쫓겨나, 할 수 없이 길을

바꾸어 진나라로 가게 되면서, 위성공은 대부 영유寧兪

말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진 사람이라며 진심으로 믿게 되었다.

 

이때 공족 중에 천견歂犬 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천견歂犬

사람됨이 경박하여 누구에게도 신임을 받지 못했다. 그는 숙무

임시로 군위를 양도받은 사실을 알고는 원훤元暄을 찾아가 말했다.

 

       대부 원훤元晅은 내 말을 들어보시오.

       공자 천견歂犬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이오?

 

       지금의 주공이 양우襄牛에서 돌아와

       위후衛侯의 자리에 다시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이다.

 

       원훤元晅 대부께서는 어찌하여 주군이 양위한 일을

       우리 위나라의 사대부들에게 왜 알리지 않으며

       또한, 숙무叔武 임을 왜 옹립하지 않고 있으십니까?

 

       더구나 천토踐土의 회맹에 참석하게 되면

       진후晉侯 로부터 정중한 환대를 받을 것이며

       우리 위나라에 돌아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되면 원훤元晅 대부께서는 숙무叔武 임과

       이 나라를 같이 다스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하면 그대는 재상이 될 것이며

       자손 대대로 세도를 부릴 수 있질 않겠소

 

공자 천견歂犬의 말에 원훤元晅은 갑자기 깜짝 놀라게 되면서

얼굴빛을 바꿔가며 단호하게 대답하였다.

 

       ​공자 천견歂犬은 무슨 말을 그리 하시오?

       우리에게 주공은 오직 한 분뿐이오.

 

       숙무叔武 임께서는 감히 형님을 저버리지 못하고,

       나 또한 감히 주군을 저버리지 못할 뿐이요!

 

       이번 행차에는 오로지 진후晉侯에게 청하여

       우리 주군을 복위시키는 일 외에 다른 뜻은 없소!

공자 천견歂犬은 원훤元晅의 단호한 의지의 말을 듣게 되자, 말문이

막혀 자리에서 일어나 물러갔으나, 점점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만약 후일에 위성공이 복위하게 되었을 때

       그때 원훤이 내가 한 말을 전하게 된다면

       나는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이대로 놔두면 정말 큰일이 나겠구나.

 

크게 걱정하게 된 천견歂犬은 그 즉시 아무도 몰래 진나라에

머무는 위성공을 찾아갔으며, 그는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말했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천견歂犬은 무엇이 큰일 났다는 것이냐?

     

       주공, 원훤元暄은 이미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군위에 앉히고

       맹회에 참석하여 그 군위를 인정받기 위해

       진후晉侯에게 간청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원훤元暄이 아들 원각元角을 이곳으로 보낸 것도

       주공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서 보낸 것입니다.

 

의심이 많은 위성공衛成公은 천견歂犬의 은근한 말에 더욱 의심이

커졌으며, 즉시 재빠른 세작細作을 뽑아 천토踐土 땅으로 향하고

있는 숙무叔武와 원훤元暄의 뒤를 밟게 했다.

 

       원훤元暄이 숙무叔武를 위후衛侯

       세우려 한다는데 손염孫炎은 알고 있었는가.

       주공, 신은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원훤元暄의 아들 원각元角이 주군 곁에 있으니

       만일 그의 아비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면

       그 자식인 원각元角이 반드시 알고 있을 것입니다.

 

       주군께서 직접 불러서 한번 물어보시옵소서.

       원각元角은 아비로부터 무슨 말을 못 들었는가?

 

       주공,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아버님께서는 어떤 말씀도 없었나이다.

 

위성공衛成公은 원각元角을 급히 불러 물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원각元角은 위성공의 질문에 무슨 영문인지 전혀 몰라하였다.

 

       주공, 신 영유寧兪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원훤元暄이 만약 주군께 불충한 마음을 품었다면

 

       어찌 기꺼이 그의 자식을 주군께 보내면서

       주군을 잘 모시라고 했겠습니까?

       주군께서는 아무 의심도 하지 마십시오.

 

위성공衛成公이 영유寧兪의 말을 믿고 조용히 지내고 있는데,

또다시 천견歂犬이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모함하는 말을 했다.

 

       주군의 복위에 반대한 원훤元暄의 소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원훤元暄이 그의 자식을 이곳에 보낸 것은

       주군에게 충성을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군의 동정을 엿보게 하는 것이며, 틈을 보아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군위에 앉히려는 수작입니다.

 

       주공, 진후晉侯에게 주군을 복위시켜 달라는

       청은 매우 어려워 이뤄지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잘 아는 태숙太叔 숙무叔武와 원훤元暄

       감히 회맹의 참석을 사양했어야 하였습니다.

 

       그러나 버졌이 회맹에 참석하는 것은

       주군에게 믿음만을 보이려는 태도입니다.

 

       주군께서는 아무도 몰래 회맹 장에

       사람을 보내어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위성공은 이미 비밀리에 세작을 천토에 보냈으므로 숙무와

원훤의 행동을 살펴보고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일을 두고 호증胡曾 선생이 시를 지어 이야기 했다.

 

​       弟友臣忠無間然 (제우신충무간연)

       우애깊은 형제와 충성된 신하가 정성을 다하는데,

 

       何堪歂犬肆讒言 (하감천견사참언)

       어찌하여 간악한 천견의 황당한 말에 놀아나는가?

 

       從來富貴生猜忌 (종래부귀생시기)

       옛날부터 부귀에는 시기에서 생겨나는 법이라

 

       忠孝常含万古寃 (충효상함만고원)

       충효는 옛부터 사무친 원한을 품고 있음인가!

 

한편 주양왕은 그해 여름 5월 정미 일에 어가를 움직여 천토踐土로

향했다. 전갈을 받은 진문공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천토踐土에서

30리나 되는 곳까지 나와서 영접하여 새로 지은 왕궁으로 모셨다.

 

주양왕周康王이 임시 궁궐의 어전에 있는 옥좌에 앉자마자,

제후들이 머리를 숙여 배알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만세, 만세, 만세, 하시옵소서.

       성복의 싸움에서 노획한 전리품 중 무장을 갖춘 병거

        1백 승과 포로인 보졸 천 명과 기타 치중과 갑옷 등을

       실은 3십여 대의 수레를 천자께 바치나이다.

       고맙도다! 조상 대대로 원한이 많았던 초나라를

       제환공이 세상을 뜬 이후로 형만의 초가 더욱 커져서

       중원을 능멸하고 있던 차제에 숙부가 격파하였으니

       너무나 기쁘고 기쁜 일이로다.

 

       주문왕과 주무왕 이래 이제야 숙부의 노고에

       힘입어 팔다리를 뻗고 편안히 쉴 수 있게 되었는데

       어찌 짐인들 허리를 굽히지 않을 수 있겠는가?

 

       신 중이가 요행히 오랑캐를 물리칠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천자의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옵니다.

       어찌 신만의 공이라 할 수 있겠나이까?

 

다음날 주양왕周康王은 진문공을 위하여 주연을 베풀었으며,

주 왕실의 상경 윤무공尹武公과 내사內史 숙흥叔興을 시켜

진문공을 방백으로 임명한다는 칙명과 함께 하사품을 내렸다.

 

       진문공의 대로大輅(수레)에 천자만이 치장할

       수 있는 장막과 천자가 제사를 지낼 때 입는

       의복인 별면鷩冕과 모자인 면류관冕旒冠,

 

       또한 천자만이 사용하는 붉은 칠로 장식한

       동궁彤弓 한 개, 동시彤矢 열 개,

       검은 칠을 한 활, 열 개와 화살 천 개,

 

       기장 쌀에 울금을 넣어서 빚은 향기로운 술로써

       천자가 제사 지낼 때 쓰는 거창주秬鬯酒 한 통과

 

       그리고 천자처럼 3백 명의 호위무사를 거느리고

       행차할 수 있는 의전을 허락했다.

왕실의 윤무공尹武公과 내사內史 숙흥叔興은 주양왕이 내리는

칙서와 하사품을 전하면서 주위의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도록

천자의 명을 큰 소리로 읽으면서 선포했다

 

       진후에게 이르노니 천자의 명을 거역하는 자는

       스스로 판단하여 짐의 허락없이 토벌을 할지어다!

진문공이 겸양하여 세번을 사양하고 나서야, 주왕의 하사품과

칙명을 받았다. 이에 주양왕은 그 즉시 이를 글로 써서 방을 붙여

포고하도록 했으며, 이때 천자의 명을 받은 왕자 호가 진문공을

맹주로 지명하고 제후들을 규합하여 맹회를 주재하도록 했다.

 

       문공이 천자와 같이 걸어서 왕궁의 어전에 임하자,

       제후들은 회맹장으로 직접 행차하지 못하고

       차례로 들려 천자를 배알하고 난 후에 향했다.

 

       진후가 먼저 등단하여 희생으로 잡은 소머리의

       귀를 잡고 베어내자, 다른 제후들도 작위의

       순서에 따라 맹단 위로 올라갔다.

 

위나라의 원훤도 숙무를 인도하여 진후 앞으로 오게 하여 인사를

올리도록 했다. 그날 태숙太叔  숙무는 위나라 군주를 대신하여

맹회의 서약문에 맨 마지막으로 서명할 수 있었다.

서명이 모두 끝나자, 왕자 호가 서약문을 낭독하였다.

 

       무릇 맹회에 참석하여 서약한 제후들은 모두 맹세하노니,

       주왕실을 받들고 서로 해치지 말 것이며

 

       이 맹세를 저버리는 자는 천지신명께서 용서치 않으시어

       그 재앙은 자손 대대로 이어 받아 그 제사가 끊어지리라!

 

       신 제후들은 천자께서 서로 화목하게 지내라고

       하시는데 누가 감히 지키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제후들이 답하기를 마치고 작위의 순서에 따라 맹단에 올라가

삽혈을 하여 그 징표로 삼았다.

이대목에서 잠연 선생이 사서를 읽다가 시를 지어 논했다.

 

     1. 晉國君臣建大猷 (진국군신건대유)

         진의 군주와 신하들이 큰 계략을 세우더니

 

         取威定伯服諸侯 (취위정백복제후)

         위엄을 떨치고 방백이 되어 제후들을 복종시켰노라.

 

         揚旌城濮觀俘馘 (양정성복관부괵)

         성복에서 깃발을 날리더니 포로들의 잘린 귀를 보고.

 

         連袂王宮覲冕旒 (연몌왕궁근면류)

         다 같이 왕궁의 천자를 서로 배알 하게 되었네

 

     2. 更羨今朝盟踐土 (갱선금조맹천토)

         천토 맹회를 열어 제후들의 부러움을 샀으나

 

         謾夸當日會葵邱 (만과당일회규구)

         제환공은 규구 회맹 때 제후들을 속였었네.

 

         桓公末路留遺恨 (환공말로유유한)

         제환공의 마지막엔 깊은 한을 남기었는데

 

         重耳能將此志酬 (중이능장차지수)

         중이는 장차 천자의 뜻에 보답할 수 있을까?

 

280 . 진문공, 단단한 진나라를 만드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