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7 화. 명당을 세워 천자를 부르는가.

서 휴 2022. 12. 8. 22:56

277 . 명당을 세워 천자를 부르는가.

 

함께 싸웠던 제군齊軍과 진군秦軍이 돌아가자, 이에 진문공晉文公

두 나라 장수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전송하고 돌아와서는, 갑자기

어두워진 얼굴로 근심하는 빛을 띠었다.

 

       주공, 주군께선 이번 전투에서 이기시고

       즐거워하셔야 하옵는데, 갑자기

       수심이 있으시니 무슨 연유라도 있습니까?

 

       우리 상군과 하군이 먼저 초를 이겼기에

       초나라 중군을 간신히 제압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기만祁滿의 경솔한 행동으로

       우리 중군이 중요한 싸움에서 크게 질뻔하였다.

 

       과인은 우리가 이번 싸움에서 한 번 이겼다 하여

       자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구나.

 

       더구나 성득신成得臣은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성득신은 졌다고 절대로 승복할 사람이 아니다.

       성득신이 살아있는 한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주공, 원수 선진先軫 이옵니다.
       주공의 말씀과 같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귀국하여 성득신成得臣의 보복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좋다. 이제 회군하도록 하라.


       주공, 군법을 어긴 자를 그냥 놔둘 수는 없습니다.
       장수 기만祁滿을 말하는 것인가?

 

이윽고 전후 처리가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한 선진先軫은 군막에

가두어 두었던 기만祁滿을 진문공晉文公 앞으로 끌고 오게 하였으며

군법을 위반하여 군사들을 위험에 빠뜨리게 한 죄를 고하였다.

 

       대사마 조쇠趙衰는 기만祁滿의 죄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기만의 죄를 다스리지 않으면 군의 기강이 서지 않나이다.

 

       주공, 기만祁滿의 죄는 명령 불복종으로

       그 죄는 참수형에 해당하옵니다.

 

       이후로도 원수의 명을 거역하는 자가 있다면

       기만祁滿과 같이 참수형에 처하겠노라!

 

승리의 기분에 맘껏 젖어 있던 진군晉軍의 군사들은 모두 놀라게

되었으며, 이후로 진중陣中의 분위기는 더욱 숙연해졌다.

 

땅에서 3일을 머무는 동안 제와 진이 떠나자, 다음날

진군晉軍도 귀국하기 위해 하수河水의 남쪽으로 이동하여 갔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무엇이냐? 빨리 보고하라!

 

       주공, 하수를 건너갈 배가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냐? 어서 주지교舟之僑를 불러오라!

       주공, 주지교舟之僑 장수는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주지교舟之僑는 괵나라가 망할 때 항복하여 들어온 항장降將

출신으로 진의 조정에서 벼슬을 하면서도, 늘 큰 공을 세워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은 욕망을 소원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번 싸움은 큰 싸움으로 판단하여

       큰 공을 세우려고 잔뜩 기대하였으나

       단지 하수河水에서 배나 준비하라는 명령을 받자,

 

       너무 단순한 임무라며 허탈하게 실망하면서

       전쟁이 장기간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럴 때 마침 집에 있던 처가 갑자기 중병에 걸려 몸져누워 있다는

전갈을 받게 되자, 급한 마음에 잠시 집에 다녀오려고 떠났다.

 

       뭣이라고! 주지교舟之僑가 어디로 갔단 말이냐?

       갑자기 부인께서 큰 병이나 잠시 집에 가셨습니다.

       주공, 이제 곧 돌아올 때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전쟁을 빨리 끝마친 진군晉軍은 강성絳城으로 귀국하기

위해 하수河水의 나루터에 도착했으나 건너갈 배가 하나도 없었다.

 

       주공, 위주魏犨 이옵니다.

       우리가 초군楚軍을 크게 물리쳤으므로

       이곳 백성들은 우리를 몹시 두려워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 백성들의 배를 모조리 징발하겠나이다!

       주공, 누가 감히 배를 내놓지 않겠습니까?

 

       주공, 아니됩니다.

       주공, 백성들을 강압적으로 대할 순 없나이다.

 

       그리되면 모두 배를 숨기고 모두 도망갈 것입니다.

       상을 내걸고 배를 모집하는 것이 어떠실는지요?

 

       으흠, 원수 선진先軫의 말이 옳도다.

       강변 일대에 큰 방을 붙여 알리도록 하라!


주지교舟之僑로 인하여 크게 화가 났던 진문공은 위주魏犨의 말대로

백성들의 배들을 모두 빼앗아 하수를 건너려고 하였으나, 선진

말이 합당하고 옳다며, 큰 방을 붙여 배들을 모집하기로 하였다.

 

       하수 강변의 백성들은 피난 준비를 하며

       숨어서 진군晉軍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가

       배를 가지고 오면 상을 내린다는 방을 보고는

 

       개미 떼처럼 몰려들어 적극적으로 협조해줌으로써

       예상보다 빠르게 하수河水를 건널 수 있었다.

 

진군晉軍은 강변의 좁은 길을 따라 행군하다가 큰길이 나오게 되자,

순탄하게 갈 수 있었으며, 나라 땅을 벗어나 정나라 국경에

이르게 되었을 때, 진문공晉文公은 갑자기 조쇠趙衰를 불러 물었다.

 

       주공, 부르셨습니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정나라가 나오지 않겠소?

       주공, 그렇사옵니다.

 

       지난날 조. . 에게 큰 모욕을 당했소.

       다행히 이번에 조와 위를 정벌하였으나

       정에 대해서는 아직 분함을 풀지 못하고 있소.

 

       마침 정나라 국경을 지나고 있소!

       가는 길에 정나라가 있으니, 이참에

       정나라 신정新鄭 성을 쳐부수는 것이 어떻겠소?

 

       주공, 좋은 방법이긴 합니다만,

       굳이 싸울 필요까지도 없사옵니다.

 

       우리가 정나라 땅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정나라는 겁을 먹고 서둘러 쫓아 나와서

       틀림없이 동맹을 청할 것이옵니다.

 

       주군께선 진군을 정나라로 돌리시어

       정나라에 대한 화근을 없애기 바라나이다.


지난날의 은혜와 원한에 대해서 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 진문공의

성격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조쇠趙衰 이었기에 선진先軫에게

명하여 진군의 행로를 정나라 쪽으로 바꾸게 하였다.

 

       여기에서 진문공의 패자가 되기 위한 전략을 살펴보면

       報施救患 取威定覇 (보시구환 취위정패)라 할 수 있다.

 

       진문공의 모든 군사전략은 보시報施 라는 원리에서

       하나도 벗어남이 없는 것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다.

 

       보와 시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즉 시는 유랑생활할 때 받은 은혜를 말하는 것으로,

       제후국의 군주들이 그에게 베푼 예우와 후대를 말한다.

       보는 그에 대한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 된다.

 

       춘추좌전春秋左傳의 노희공27년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자孔子가 지은 춘추春秋에 대하여 좌구명左丘明

       해석을 붙인 것을 춘추좌전春秋左傳 이라고 한다.

진문공晉文公은 조쇠趙衰의 말에 따라, 행군의 방향을 바꾸어

진군을 나라로 향하게 했으며, 며칠 동안 열심히 행군하고

있을 그때, 먼 앞에서 귀한 수레가 오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저 앞에서 오고 있는 수레는 무엇인가

       주공, 소장이 알아보겠습니다.

       어디서 오시는 분들입니까?

       묻는 장수는 누구시오?

       소장은 진군 장수 난지欒枝 라 합니다.

 

       마침 잘 만났습니다.

       나는 주 왕실에서 경사卿士 직에 있는

       주 왕실의 왕자 호라 부릅니다.

 

       왕명을 받들고 진후晉侯를 만나러 가는 중이 오.

       무슨 일로 우리 주군을 만나시려 합니까

 

       천자께서는 초나라를 평소에도 몹시 싫어하셨습니다.

       마침 진후晉侯가 초나라를 정벌하여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이제 중원中原이 안정을 찾게 되었다고 생각하신 나머지

       친히 어가를 움직여 진후晉侯를 치하하고자,

 

       이곳으로 왕림하시겠다 하시면서,

       먼저 이 호를 보내 빨리 알리라 하셨습니다.

란지欒枝는 즉시 주양왕周襄王의 아들 왕자 호虎를 대동하고 가자,

진문공晉文公은 천자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깜짝 놀라고 만다.

 

       천자께서 직접 왕림하여 진후를 만나려고

       한다는 것은 너무나 파격적인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제후는 낙양의 왕궁으로 들어가

       천자께 정중히 승전 보고를 하거나

 

       특사를 보내 승전 보고를 하면

       천자는 제사를 지낸 후 조라 하여 제사음식인

       술이나 고기를 보내는 것이 통상적인 답례였다.

 

진문공晉文公은 미쳐 낙양의 왕궁으로 들어가 승전 보고를 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천자가 직접 온다고 하자, 너무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여 신하들을 불러 의논하게 되었다.

 

       지금 천자께서 과인이 행군 중 임에도 치하하려

       직접 온다고 하는데 어디에서 뵈어야 하겠소?

 

       주공, 조쇠趙衰 이옵니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가시면 정나라 땅인

       형옹衡雍 이라는 지방을 만나게 되며, 그곳에서

       40리를 더 가면 천토踐土 라는 곳이 있습니다.

 

       그 천토踐土의 지세는 넓고 평평하여 토목공사가

       수월하므로, 밤낮으로 열심히 공사한다면

       왕이 거처할 수 있는 궁궐을 지을 수 있습니다.

 

       주공께서 열국의 제후들을 이끌고, 천토踐土에서

       천자의 어가를 맞이하여 조례를 올리시게 된다면.

       부족한 데로 군신 간의 도리는 표할 수 있나이다.

 

       그리하시면 신하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주공께서는 자연스레 제후들의 맹주에 오르게 됩니다.

 

진문공과 조쇠趙衰를 비롯한 신료들은 예상치 못한 천자의 방문

계획을 알게 되자, 이에 신료들은 주양왕周襄王을 맞이할 준비

공사와 예법만을 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더욱 나아가 신중하게

진문공晉文公을 패공의 지위까지 올릴 계획을 생각한 것이다.

 

       신은 곧 5월 중의 길일을 택하여 정나라의

       천토踐土 땅에서 천자의 어가를 맞이하겠나이다.

 

왕자 호가 작별 인사를 하고 왕성王城으로 돌아가자, 진군은 또

방향을 바꾸어 정鄭 나라의 형옹衡雍의 땅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잠시 멈추시오진후晉侯를 뵙고자 하오.

       아니, 그대들은 누구시오

       신은 정나라의 대부 자인구子人九라 합니다.

 

진군이 형옹衡雍의 땅으로 가고 있는 도중에 한 떼의 수레가 무리를

지어 다가왔으며, 이는 정문공鄭文公이 정 나라를 토벌하러 오는 줄

알고 무척 겁이나 화의를 청하기 위해 특별히 사자를 보낸 것이다.

 

       정나라 사자라고 하였느냐

       너희는 지금껏 초나라에 군대를 파견하였으며

       성복城濮 땅에서도 초군楚軍을 돕지 않았느냐

 

       정백鄭伯 이란 놈은 초楚 나라가 성복城濮 싸움에서

       우리 진군에게 크게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여 사자를 보낸 것이 아니겠는가

 

       이는 본심에서 우러나온 처사라고 볼 수 없도다!

       일단 천자를 배알拜謁 하고 난 후에, 내 친히

       진군晉軍을 이끌고 정鄭 나라의 죄를 물으리라!

       주공, 신 조쇠趙衰의 말을 들어 보시옵소서.

       우리 진군은 지금까지 위후衛侯를 쫓아내고

       조백을 붙잡아 가두었을 뿐만 아니라

 

       초군楚軍을 성복城濮 땅에서 대파하여

       그 위세가 하늘을 진동시키고 있나이다.

 

       이러할 때 정鄭 나라에서 많은 것을 구한다면

       우리 군사의 노고가 적지 않게 들어가나이다.

 

       정鄭 나라가 진실한 마음으로 화의를 청한다면

       용서하시어 화의를 받아들이시기 바라나이다.

 

       그러나 정鄭 나라가 다시 두 마음을 품는다면

       우리 군사들을 얼마간 휴식을 취하게 한 후에

       그때 토벌하여 초토화시켜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정鄭 나라 사자 자인구子人九는 진후와 조쇠의 말에 잔뜩 겁이 나게

되었으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이마를 땅에 찧듯 머리를 조아렸다.

 

       앞으로는 진후晉侯를 절대 배신하지 않겠나이다.

       그것을 네가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저희 정후鄭侯로 하여금 친히 이곳에 나오게

       할 것이며 맹세토록 하겠나이다.

 

       주공, 사신 자인구子人九가 저토록 비오니

       너그럽게 용서하시옵소서.

       그렇다면 일단 유보하여 생각해 보겠노라.

 

조쇠趙衰의 말을 따라 진문공은 정 나라의 화의 요청을 허락했으며,

곧바로 형옹衡雍에 당도하여 진채를 세우게 하고 준비를 서둘렀다.

 

한편으로는 호모와 호언 형제에게 많은 진군을 인솔하고, 천토踐土

땅으로 이동하여 천자가 기거할 수 있는 궁궐을 축조하도록 했다.

   

       난지欒枝 장수는 정나라에 가도록 하라.

       정백鄭伯과 수호의 맹약을 맺도록 하라.

 

       란지欒枝 장수는 정백鄭伯과 맹약의 의식을 행하고

       두 나라 사이에 맺어진 수호를 천하에 선포하라.

 

278 . 의심이 많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