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8 화. 의심 많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서 휴 2022. 12. 10. 23:13

278 . 의심 많은 사람은 어떻게 될까.

 

       정문공鄭文公은 란지欒枝를 따라 친히 형옹衡雍 땅으로

       찾아왔으며, 가져온 예물을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치면서

       그동안 저지른 무례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진문공은 희생을 잡아 정문공과 삽혈歃血 의식을 올렸으며,

정문공鄭文公은 두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하늘에 굳게 맹세했다.

 

       진문공晉文公은 못 이기는 체하며 정문공鄭文公

       사죄를 받아들인 후, 서로 우호 할 것을 같이 맹세했다.

       그러나 말이 우호일 뿐 그것은 복속服屬 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로써 지난 유랑 시절에 진문공晉文公을 홀대했던

       정문공鄭文公은 일단 보복報復을 면하게 되었다.

 

맹세를 마치고 나자, 진문공은 성복城濮 전투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성득신成得臣의 용맹함과 군 지휘 능력을 극구 칭찬하였다.

 

       성득신成得臣은 용맹하고 집념이 강한 장수요.

       그가 살아있는 한 중원中原 열국은 한시도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될 것이오.

 

       진후晉侯 께서는 아직도 모르고 계셨습니까?

       정후鄭侯는 무얼 모른다고 묻는 것이오?

 

       성득신成得臣은 성복城濮 전투에서 크게 패한 후

       연곡성連谷城에서 칼을 입에 물고 자결했습니다.

       정말 그렇소이까? 허허, 너무 안타깝게 되었구려.

 

정문공鄭文公의 말에 진문공晉文公은 겉으로는 크게 아쉬운 듯이

말하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으나, 다음날 정문공이 신정新鄭

성으로 돌아가자, 신료들 앞에서 기쁜 속내를 드러내면서 말했다.

 

       내가 오늘 정나라를 얻은 일은 그렇게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성득신이 죽었다는 소식은 기쁘기 이를 데 없도다.

 

       성득신이 죽었다니 정말 다행이로다.

       이제 초군을 어찌 두려워할 것이며, 더구나

       다른 사람인들 어찌 두려운 마음이 생기겠는가!

 

       여러 경은 이제부터 초군을 두려워할 것이 없소!

       베개를 높이 베고 두 다리를 쭉 펴고 잠을 자도 되오!

 

신료들도 역시 진문공晉文公 처럼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성득신成得臣은 그만큼 두려운 존재였었다.

이를 두고 염옹髥翁이 시를 지어 노래했다.

 

       得臣雖是莽男兒(득신수시망남아)

       성득신은 그만큼 거칠고 사나운 사내였으니

 

       勝負將來未可知(승부장래미가지)

       장차 다시 싸운다면 승부는 알 수 없을 것이네.

 

       盡說楚兵今再敗(진설초병금재패)

       초군과 또다시 싸운다면 또 패한다고 하겠는가.

 

       可怜連谷有輿尸(가령연곡유여시)

       연곡에서 수레에 누워있는 성득신 만 불쌍하구나!

한편 호모狐毛와 호언狐偃 형제는 천토踐土 땅에 왕실 예법에 따라

임시 궁궐을 다 짓고는 명당부明堂賦 라 이름을 붙였다.

       명당부明堂賦는 네 가지 뜻으로 해석된다.

        1. 천자가 제후들 나라에서 조현朝見을 받는 장소다.

        2. 천자가 정강政綱을 공포하는 조정朝廷 궁궐이다.

        3. 왕실 조상의 신위를 모시는 태묘太廟 이다.

        4. 천자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장소이다.

 

       여기서는 천자가 직접 왕림하여 제후들로부터

       조현朝見을 받는 장소로 해석될 것이다.

 

       명당부明堂賦 라는 아주 유명한 이 시는

       이백李白(기원후 701~762)15세에 지었다고

       하는 데, 그 내용은 아주 놀라우므로

       기회가 닿으면 찾아 읽어보시기를 바란다.

 

       이백李白의 자는 태백太白 이다.

       그래서 이태백李太白 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의 어머니가 태백성太白星 금성金星

       품 안으로 날아드는 꿈을 꾸고 낳았기 때문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임시 왕궁 좌우에 몇 채의 관사를 더 짓기로 하면서

밤낮으로 공사를 강행하여, 겨우 한 달여 만에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이제 명당부明堂賦가 완성되어 가는구나.

       각 나라 제후들에게 격문을 써서 전하라.

 

       5월에 천토踐土 땅에 오시도록 하시오.

       다 같이 모여 천자를 배알拜謁 해야 할 것이오.

마침내 약속한 날이 되자, 초나라를 받들다가 이번에 진과 새로

수호를 맺은 정문공鄭文公이 제일 먼저 재빨리 당도하였다.

 

       평소에 진과 우호적이던 송성공宋成公이 왔으며,

       제소공齊昭公이 그 뒤를 이어 회맹 장에 당도했다.

 

       비록 초나라와 수호를 맺기는 했지만 불참할 경우

       진문공의 후환을 두려워한 노희공魯僖公

       부득이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성복城濮의 싸움에서 군사를 내면서까지

       초군을 도왔던 진목공陳穆公이 왔으며,

 

       채장공蔡庄公은 회맹에 참석하지 않을 경우

       진의 보복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회맹에 참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와 거두 나라는 소국이라 말할 필요도 없고

       단지 허희공許僖公은 오랫동안 초나라만을 받들어

       왔기 때문에, 따르기를 원하지 않아 참석하지 않았다.

 

       ​진목공秦穆公은 비록 진과 우호를 맺고 있었지만

       진나라가 강성해지면 중원中原으로 진출하는데

       큰 장애 요인이 되므로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

       

       위성공衛成公은 양우襄牛 땅에 몸을 피하고 있었고,

       조공공曹共公은 오록성五鹿城에 잡혀 있었는데

 

       그 후에 진문공이 복국複國을 허락하기는 했지만

       그때까지 확실하게 그들의 죄를 용서하지 않아

       역시 회맹會盟에 나올 수가 없었다.

 

한편 양우襄牛 땅에 피신해있던 위성공衛成公에 대하여 알아보자.

위성공衛成公은 진문공晉文公이 여러 제후를 모이게 하며, 회맹을

주재한다는 소식을 들었으나, 나라에는 초청장인 격문檄文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몹시 실망하며 답답해하였다.

 

위성공衛成公은 양우襄牛 땅까지 자기를 모시고 따라왔으며, 평소

성실하게 살아가는 대부 영유寧兪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의논하였다.

 

       회맹에 참석하라는 격문을 우리 위나라에만

       보내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진후의 노여움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인가?

대부 영유寧兪는 불안해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위성공衛成公

보며, 가슴이 아파, 곰곰이 생각하다가 한 가지 계책을 내놓았다.

 

       주군께서 다시 초구성楚丘城으로 돌아간다 하신들

       위나라의 사대부 중에 누가 기쁘게 맞이하겠나이까?

       주공, 차라리 동생 숙무叔武에게 군위를 양위하십시오.

 

       또한, 태숙太叔 숙무叔武를 대부 원훤元咺와 함께 천토踐土 

       땅에 가라 하시어, 진후晉侯에게 회맹에 참석하는걸

       꼭 허락해 달라고 애원하게 하십시오.

 

       그렇게 한 후에 주군께서는 죄를 뉘우친다고 하면서

       몸을 피해 다른 곳으로 가시면 어떻겠습니까?

 

       다행히 하늘이 우리 위나라의 사직을 돌봐주시어,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회맹에 참석해도 좋다고,

       진후晉侯로부터 허락이 떨어지게 되면,

 

       우리 위나라의 군위君位

       태숙太叔 숙무叔武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태숙太叔 숙무叔武가 우리 위나라 군주君主

       진후晉侯로 부터 인정받게 된다면, 이는 곧

       주군께 인정하는 경우와 같다고 할 수 있나이다.

 

       주공, 형제간의 우애가 깊은 태숙太叔 숙무叔武께서는

       틀림없이 주공에게 군위君位를 양보하여

       복위復位 시킬 것이 틀림없나이다.

 

       만일 그때, 숙무叔武가 군주君主 자리를 내놓으려

       하지 않는다면 그땐 어찌하겠는가?

 

        태숙太叔숙무叔武께서는 자신이 군주君主

       되겠다고 욕심내실 분이 아니오니 믿으십시오.

       의심만 하시면 아무 일도 이뤄지지 않나이다.

 

위성공衛成公은 영유寧兪의 말이 비록 탐탁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심복 부하 손염孫炎을 초구성楚丘城으로 보내 숙무叔武에게

나라의 일을 모두 맡긴다는 군명君命을 전하게 했다.

 

한편 손염孫炎으로 부터 형님인 위성공衛成公의 군명을 전해 받은

태숙太叔숙무叔武는 대부 원훤元晅, 손염孫炎과 같이 의논하였다.

 

       내가 우리 위衛 나라 사직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섭정하기는 하겠지만

       어찌 감히 군위를 양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천토踐土에서 진후晉侯를 배알 하게 되면

       내 반드시 간청을 올릴 것이며, 형님을

       위후衛侯의 자리에 돌아올 수 있도록 하겠소이다.

 

       태숙太叔 숙무叔武 , 대부 원훤元晅 이옵니다.

       우리 주군께서는 의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너무 많아서 숙무叔武 님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소, 형님의 의심증이 참으로 걱정되오.

       태숙太叔 숙무叔武 , 제 아들을 주공에게 보내면

       어떻게라도 좀 믿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인질을 보내지 않고 그냥 떠난다면

       주군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대부 원훤元晅이 그리 해준다면, 너무나 고맙소.

 

태숙太叔 숙무叔武는 대부 원훤元晅이 아들 원각元角을 인질 삼아

대부 손염孫炎함께 위성공衛成公에게 보내고 나자, 원훤元晅

함께 회맹이 열리는 천토踐土를 향해 길을 떠나갔다.

 

       손염孫炎은 초구성楚丘城에 잘 다녀왔는가?

       주공, 그렇사옵니다.

      태숙太叔 숙무叔武께서는 군명君命을 잘 받들겠다 하셨나이다.

 

       또한, 대부 원훤元晅은 주공께서 믿고 계시라면서

       자기의 아들 원각元角을 보내어 같이 왔나이다.

 

숙무叔武와 원훤元晅이 그렇게까지 하였음에도 불안 증세가 많은

위성공衛成公은 계속 양우襄牛 땅에 머물러 있는 것이 무척 불안했다

       으음, 아무래도 불안하구나.

       대부 영유寧兪는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무엇이 그리 불안하시옵니까?

 

       이곳에 숨어 있다가는 제 명命에 살지 못할 것 같구나!

       빨리 다른 나라로 망명해야 살수 있지 않겠는가!

 

       과인이 이곳 양우襄牛를 떠나려 하는데

       어느 나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가?

 

       주공, 무엇이 그리 불안하여 떠나려고만 하십니까?

       허 어, 대부 영유寧兪는 어서 대답해보라!

       초나라로 가면 어떻겠는가?

 

       주공, 나라와는 비록 우리와 혼인하여

       국교가 맺어진 나라라고 할 수 있지만

 

       초는 이제 진과 원수지간이 되어있으므로

       우리까지 진晉 나라와 원수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국교를 끊는다고 선언까지 하여

       이제는 초에 몸을 의탁할 체면이 서지 않습니다.

       차라리 진나라로 가심이 좋겠습니다.

 

       진은 장차 진을 받들기로 하였으며

       또한, 주군께서 앞으로 진과 통하는데

       진의 힘을 빌릴 수도 있어 좋으리라 봅니다.

​       진후陳侯 도 옛 정리로 보아 주선해줄 것입니다.

 

       꼭 그렇지만은 않도다.

       초나라와 국교를 끊는다고 선언한 일은

       협박에 의한 것이며 과인의 뜻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초나라가 먼저 알고 있을 것이다.

 

       진과 초, 사이의 일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도다.

       지금은 비록 초나라가 졌다지만 머지않은 날에

       초나라가 진나라를 이길지 어찌 알겠는가.

 

       숙무叔武로 하여금 진을 받들게 하고

       나는 초나라에 몸을 의탁하여 양쪽을 다 같이

       관망하면서, 때를 보아 복위復位 하게 된다면

       이것 역시 한 가지 방법이 아니겠는가?

 

위성공衛成公은 끝내 고집을 꺾지 않고, 즉시 양우襄牛 땅에서

빠져나와 초나라를 향하여 마침내 신성申城 지역에 당도하였다.

 

       여기서 신성申城은 어떻게 가야 하오?

       어디서 오는 사람들이오?

       우리는 먼 위나라에서 왔소.

 

       초나라에는 무슨 일로 찾아온 것이오?

       우리는 초왕楚王을 만나고 싶소.

 

       누군데 우리 대왕을 만나려는 것이오?

       우리는 위나라 군주를 모시고 오는 길이 오.

 

       저기 수레에 타고 계신 분은 위나라 군주가 되오!

       아니, 그 배신자! 나라 군주란 말이오!

 

       저놈 때문에 우리 초군楚軍이 패하지 않았는가?

       저 원수 놈을 붙잡아 대왕께 바치자!

 

       주공, 빨리 피해 달아나야 합니다.

       초나라 백성들에게 잡히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279 . 천토 회맹의 맹주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