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4 화. 정확한 정보만이 이길 수 있다.

서 휴 2022. 12. 2. 21:33

274 . 정확한 정보만이 이길 수 있다.

 

       이런 와중에 정, 두 나라의 군사들이

       놀라면서 먼저 흩어져 전장에서 달아나버리자

 

       더 싸울 수가 없게 된 투의신은 목숨이라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포위망을 뚫고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의 장수 최요崔夭가 창을 휘두르며 앞을 막자,

지쳐있던 투의신鬪宜申과 그의 초군은 당해내지 못하고 할 수 없이

병거兵車든 말이든 모든 걸 다 버리고 겨우 산으로 기어올라 목숨을

구했다. 이로써 초의 우군과 좌군은 전멸되다시피 전부 패하였다.

       진의 하군 대장 란지欒枝는 진의 장수 건병蹇丙

       얼마 안 되는 진군秦軍을 이끌고 싸우러 나가게 했다.

 

       진군秦軍이 적은 수로 싸우러 나오자, 가볍게 본

       진의 장수 원선轅選과 채의 공자 앙이 서로

       먼저 공을 세우겠다고 다투도록 만들었으며, 그리고

       거짓으로 북쪽으로 달아나는 척 하며 따라오게 했으며

 

       또한, 유신有莘의 뒷산에서 나무를 베어다가

       병거 뒤에 매달아 달리게 하면서 많은 먼지를

       일으켜 초의 성득신成得臣 마저 속였다.

 

이렇게 란지欒枝는 자기만의 계책을 써서, 초의 투의신鬪宜申

좌군과 정, 연합군을 유인하여 크게 패하게 만든 것이다.

 

       호언狐偃도 역시 대패기大旆旗를 보호하면서

       초군에 패하여 도망치는 모습을 보이게 하여

       초군을 속인 패전계敗戰計를 써서 이긴 것이다.

선진先軫은 미리 전황戰況의 전개를 예상하고 대패기大旆旗

두 개 만들었으며, 하나는 호언狐偃에게 맡기고, 하나는 중군의

기만祁滿에게 맡겨 중군에 세우게 하였으며, 만약 적이 싸움을

걸어오더라도 절대로 나가 싸우지 말고 지키기만 하라고 명했다.

 

       그리고 선진先軫은 중군의 뒷문으로

       몰래 한 떼의 군마를 이끌고 나아가

 

       호모狐毛 호언狐偃 형제와 앞뒤에서 협공하여

       초나라 좌군의 허리를 끊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이것은 모두 선진先軫이 미리 계획한 작전이, 하나도 오차 없이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이를 두고 한 사관이 시를 지어 노래하였다.

 

       ​臨機何用陣堂堂 (임기하용진당당)

       임기응변의 작전에 장대한 진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先軫奇謀不可當 (선진기모불가당)

       선진의 기묘한 계책은 아무도 당할 수가 없었네!

 

       只用虎皮蒙馬計 (지용호피몽마계)

       단지 병거를 끄는 말에 호랑이 가죽을 씌운 것으로

 

       楚軍左右盡奔亡 (초군좌우진분망)

       초나라의 좌군과 우군을 궤멸시킬 수 있었네.

 

입때까지만 해도 초나라 원수 성득신成得臣은 초의 우군과 좌군이

전멸되다시피 한 사실을 아직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의 좌우 군이 모두 승리한 것으로 짐작하고 있었다.

 

또다시 진군晉軍의 가장병假裝兵 들이 성득신成得臣이 있는 망루

쪽으로 달려갔으며 큰소리로 거짓말을 정말처럼 보고하였다.

 

       원수님, 좌군 대장 투의신鬪宜申이 지금 진군晉軍

       크게 무찌르고 패잔병들을 추격하는 중입니다.

 

초군의 성득신成得臣은 아예 패배를 가정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 거짓 보고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그대로 믿고 말았다.

 

       진군은 상, 하군 모두 무너지고 이제 중군만이 남았다.

       북을 울려라! 이제 진군의 중군을 공격하라!

 

성득신成得臣은 북소리를 힘차게 울리게 하면서 친히 중군을

거느리고 진나라 중군을 향해 진격하도록 명령했다.

 

       여기에서 성득신은 자기의 용맹성과 재주를 과신하여

       싸움을 걸었지만, 초성왕이 두 번에 걸쳐 조심해서

       싸움에 임하라는 경고를 받았기에 십분 자중하게 된다.

 

초나라의 좌군과 우군이 모두 진군晉軍 과의 싸움에서 이미 승리

했다는 거짓 보고를 믿게 된 성득신成得臣은 진군晉軍의 중군을

공격하기 위해서 그의 아들 성대심成大心을 선봉장으로 세웠다.

 

선봉장이 된 성대심成大心은 화극畵戟을 손에 꼬나 쥐고 흔들며,

진군의 중군이 있는 진채陣寨 앞에서 무예를 뽐내며 춤을 추었다.

 

       나는 초군楚軍의 선봉장 성대심成大心이다.

​       진군晉軍은 바보처럼 무얼 하고 있느냐?

       진군晉軍의 어느 놈이든 나와 겨뤄보자!

 

       진군晉軍 , 왜 망설이고만 있느냐?

       싸우지도 못하고 겁이 나면 집에나 가거라!

 

진군의 중군 장수 기만祁滿은 선진先軫의 명에 따라 진채 만 굳게

지키고 초군의 성대심成大心의 야유에도 응하려 하지 않았다.

 

       저놈이 누군지 아는 사람 있느냐?

       기만祁滿 장수님, 저 어린놈은 초군 원수

       성득신成得臣의 아들 성대심成大心 이라 합니다.

 

       나이가 몇 살쯤 되었느냐?

       아마 15, 6세 먹은 어린아이입니다.

 

       애송이 놈이 아주 시건방지구나!

       어찌 어린놈이 어른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내 나가서 맨손으로 저 동자 놈을 잡아 와

       성득신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어서 중군 진채의 진문을 열어라!

       안 됩니다원수님께서 나가지 말라 하셨습니다.

 

       원수의 분부가 아무리 엄하다 하지만,

       어찌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느냐?

 

       괜찮다. 저 어린놈을 금방 잡아 오겠노라.

       어서 진채陣寨의 진문을 열어라!

 

어린 성대심成大心이 자꾸 야유를 퍼붓자, 참지 못한 기만祁滿

중군의 진문을 열고 뛰어나가 성대심과 싸움을 벌이게 되었다.

 

       어린놈이 화극畵戟을 잘 쓰는구나!

       흐흐, 칼솜씨가 어째 그 정도 요!

       진군晉軍에는 이런 장수밖에 없소!

       어린놈이 아주 건방지구나!

 

둘이 어우러져 20여 합이나 싸워도 승부가 나지 않아 계속 싸울

그때, 초의 투월초鬪越椒 장수가 싸우는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이때 투월초鬪越椒는 성대심成大心이 기만祁滿에게 밀리는걸,

보고는 즉시 병거兵車를 몰아 달려 나오면서 활에 화살을 재고

있다가 기회를 포착하자 활시위를 힘껏 당겼다.

       투월초鬪越椒가 쏜 화살이 기만祁滿의 투구를 맞췄다.

       이에 깜짝 놀란 기만祁滿은 병거兵車를 돌려 본진으로

       돌아가려고 서둘렀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초군의 중군이 뒤를 추격하여 진군의 중군이

있는 진채 안으로 쇄도해 진입하려고 하기에, 감히 진문을 열게

하지 못하고 진지 주위를 바삐 돌며 도망 다닐 수밖에 없었다.

       저 기만祁滿의 뒤를 추격하지 말라

       도망치는 패장을 쫓아갈 필요가 없도다.

       어서 중군에 돌입하여 진군의 선진先軫을 사로잡아라!

 

선봉장 성대심成大心과 투월초鬪越椒는 도망가는 기만祁滿을 그냥

내버려 둔 채로 진군의 중군 진문을 향해 물밀듯 쳐들어갔다.

 

       진군晉軍의 진채가 정말 단단하구나

       좋다, 내 활 맛을 좀 보아라

 

이때 투월초鬪越椒는 진군晉軍 원수 선진先軫의 대패기大旆旗

높이 내걸린 채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투월초鬪越椒가 다시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가 힘차게 당겨버리니

화살은 빠르게 허공을 날아가 진군晉軍의 진문 위에 높이 나부끼고

있던 진군 원수의 대패기大旆旗의 깃대를 정확히 맞췄다.

 

       이에 깃대가 부러지며 대패기大旆旗가 땅에 떨어졌다.

       이걸 본 진군晉軍은 크게 겁을 먹게 되었으며,

       반면에 초군楚軍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하였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진군晉軍의 순림보旬林父와 선멸先蔑 장수는

원수 선진先軫의 명령대로 중군의 좌우에 있는 숲속에 숨어 있다가,

중군의 대패기大旆旗가 부러져 떨어지는 걸 보았다.

 

       우리 원수 선진先軫이 위험하도다

       빨리 북을 울려라! 초군을 공격하라

 

순림보旬林父와 선멸先蔑 장수는 급히 북을 울리며 자기네 중군을

공격하고 있는 초군 장수 성대심과 투월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멀리에서 바라보고 있던 초군楚軍 원수 성득신成得臣

달려 나오면서 총공격 명령을 내렸다.

 

       진군은 한 명도 살려 보내면 절대로 안 된다.

       이번에 진군을 전부 섬멸시켜라!

 

천하무적이라 불리는 초군楚軍의 중군이 맹렬하게 달려들며 진

중군을 집어삼킬 듯 덮어버리면서 일대 혼전이 벌어지고 말았다.

 

       우리 중군이 풍전등화風前燈火 같도다.

       어서 모두 달려가 구하라

 

바로 그때 진군이 초의 좌우 군을 과감히 물리치게 하고 돌아오던

원수 선진先軫과 좌장 극진郤溱은 중군이 위태롭다는 보고를 받자,

급히 병거를 몰았으며 중군 앞에 있는 초군楚軍의 배후를 들이쳤다.

 

       싸움은 일대 혼전이 일어났으나 성득신成得臣의 중군은

       역시 막강하였으며 선진先軫에게 배후를 공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위축됨이 없었다.

 

전세는 오히려 초군楚軍이 우세하였으나, 조금 있다가 진군晉軍

상하 군이 쏙쏙 모여들면서, 란지欒枝, 서신胥臣, 호모狐毛 호언狐偃

등의 장수들이 일제히 초군을 공격하며 진군의 총력전이 벌어졌다.

 

       초군의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이 패하였다

       초군은 한 놈도 살아가지 못했다

       초군이 모두 전멸당했다.

 

이때 성득신成得臣은 자신감이 가득하여 유리하게 싸우고 있었는데

진군의 상군과 하군이 몰려들면서 진군의 군사들이 외쳐대는 소리를

듣고는 망연자실茫然自失 해 하면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우리 초군의 상하군은 왜 오지 않느냐?

       이겼다니 오고 있을겁니다. 기다려 보십시오.

 

       아니 정말이냐? 초군이 패한 게 사실이냐?

       초군이 정말 패한 건지 빨리 알아보라

 

       원수님, 모두 패하여 전멸된 게 사실이랍니다.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은 어떻게 되었느냐?

       원수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초군의 중군은 별 타격을 받지 않고 잘 싸우고 있으므로, 조금만 더

공격하면 이길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던 성득신成得臣은 갑자기

투발鬪勃과 투의신鬪宜申이 패했다는 보고를 듣고는 몹시 놀랐다.

 

배짱이 두둑하기로 소문난 성득신成得臣 이지만 갑자기 정신이

아찔해지며, 싸울 마음이 사라지면서 포기하는 명령을 내리고 만다.

 

       우리 초군은 모두 후퇴하라!

       후퇴라니요? 원수님 안 됩니다.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꺾인 성득신成得臣은 수하 장수들의 만류에도 너무

성급히 후퇴시킴으로써 결정적인 패인을 일으켰다고 할 수 있다.

 

       전쟁이란 그렇다. 장수들이나 군사들이나

       이기겠다는 마음이 꺾이면 패하는 건 기정사실이 된다.

 

       초군楚軍의 사기는 완전히 떨어져 도망가기 바빠지고

       진군晉軍은 용기백배하여 초군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성복城濮 땅에서의 전투가 이렇게 전개되자, 이제는 싸우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살육전이 되어 초군楚軍은 앞다투어 도망갔다.

 

       투월초 장수님, 빨리 빠져나갑시다

       아니 오, 내가 진군을 막고 있을 테니

       성대심은 어서 아버지 원수님을 보호하시오

 

       나 성대심은 원수님을 보호할 것이다.

       문중의 600여 용사들이여 모두 포위를 뚫어라!

 

선봉장 성대심은 한 손에 화극을 들고 문중의 600여 용사와 함께

일당백의 기세로 신출귀몰하게 진군의 포위망을 뚫으며 나갔다.

 

       어 휴, 이제 겨우 포위망을 뚫었구나

       주변을 살펴보라. 살아남은 자가 몇이나 되느냐?

 

       장수님, 투월초鬪越椒 장수가 보이지 않습니다.

       큰일이다. 내 투월초鬪越椒를 찾아오겠노라.

       가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이윽고 진군의 포위을 뚫고 나온 성대심은 투월초가 보이지 않자

그를 구하기 위하여 다시 몸을 돌려 진군의 포위망으로 들어갔다.

 

       투월초鬪越椒는 투곡어토鬪穀於菟의 종제로써

       생기기는 마치 곰과 호랑이를 섞어 놓은 것처럼

       우락부락하고, 목소리는 늑대처럼 낮으며 길었다.

 

       그는 만부부당의 용기를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기에 가까운 활 솜씨를 지니고 있었다.

       그가 화살을 쏘았다 하면 빗맞히는 일이 없었다.

 

투월초鬪越椒는 진군의 포위망을 뚫으면서 좌충우돌하며 성득신

부자를 찾아다니던 중에 겨우 성대심을 만나게 되었다.

 

​       두 사람은 서로 힘을 합쳐 초군을 이끌고

       대채待寨 진지로 가서 초군을 재정비하기로 하였다.

 

대채待寨 진지는 군수품과 식량 등을 보관하며 출납하는 곳이다.

이때 유신有莘의 산정상에서 진군이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진문공晉文公은 급히 사람을 진군 원수 선진先軫에게

보냈으며 다음과 같은 영을 내리게 하였다.

       이번 싸움은 단지 송의 수양성睢陽城을 구하고

       위나라와 경계를 정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달아나는 초군楚軍을 더는 쫓거나 죽여선 안 된다!

       두 나라의 정의情誼를 어찌 해치겠는가!

       지난날의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275 . 패한 자의 갈 곳은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