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201∼300 회

제 276 화. 나의 운명은 재천인가.

서 휴 2022. 12. 7. 15:40

276 . 나의 운명은 재천인가.

 

그때 아버지를 따라 신성申城에 있던 위가蔿賈는 성득신成得臣

패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아버지 위여신蔿呂臣에게 물어본다.

 

       아버님, 우리 초군이 졌다는 것입니까?

       글쎄 말이다. 져도 크게 졌단다.

       그럼 대왕께선 성득신을 어찌하셨습니까?

 

       대왕께선 몹시 격노하시어

       성득신을 비롯한 패장들에게 자결하라 하셨단다.

 

       아버님, 그건 안 됩니다.

       아니, 무엇이 안 된다는 것이냐?

 

       성득신成得臣이 비록 공명심이 크고 교만하나?

       지혜 있는 사람이 도와주면 큰일을 할 사람입니다.

 

       이번에 그가 안타깝게 지긴 했지만,

       후일에 원수를 갚을 사람은 역시 성득신 뿐입니다.

 

       왕께서는 성득신을 죽임으로써

       진나라에 두 번을 패하는 것이 됩니다.

 

       부친께서는 어찌하여 대왕께 간하여

       성득신의 목숨을 구하지 않으십니까?

       대왕의 분노가 너무 커서 간해봐야!

       쓸데없을 것 같아 아무 말도 드리지 못했다.

 

       부친께서는 범땅의 무속인인 율사矞似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무슨 말인지 어서 말해보라

 

       율사矞似는 관상을 잘 보는 사람으로

       주상이 왕위에 오르시기 전에

       그를 불러 관상을 보았답니다.

 

       율사矞似가 주상과 성득신成得臣, 투의신鬪宜申

       이렇게 세 사람의 관상을 보더니 말하기를

 

       이 세 사람 모두는 후일에 제명을 다 하지 못하고

       죽을상이라고 하였다, 합니다.

 

       율사矞似의 말을 기억하고 계시다가

       그 후에 왕위에 오르게 된 주상께서는

      율사矞似의 예언이 맞지 않길 바라면서

 

      성득신成得臣, 투의신鬪宜申에게 면사패免死牌

       주면서, 오늘 같은 날을 대비하셨던 것입니다.

 

       아버님, 아무래도 주상께서 몹시 노하시어

       그 일을 깜박 잊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어서 빨리 입조 하시어 그 일을 말하면

       주상께서는 반드시 그 일을 기억해 내시고

       반드시 두 분 장수의 목숨을 살려줄 것입니다.

 

       그렇구나. 대체 이 일을 어찌하면 좋겠냐?

       아버님,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위여신蔿呂臣은 아들 위가蔿賈의 말을 듣고 나자, 정신이 번쩍

들었으며, 곧바로 입조하여 초성왕을 알현하고 모두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옛날의 율사矞似를 잊으셨나이까?

       대왕께선 성득신成得臣과 투의신鬪宜申에게

       면사패免死牌를 주시었나이다.

 

       이제 대왕께선 면사패免死牌를 빨리 거두시며

       성득신成得臣과 투의신鬪宜申을 살려주십시오

 

       아니, 대부는 그때의 일을 어찌 알았는가?

       신의 아들 되는 위가蔿賈가 생각해냈습니다.

       위가蔿賈가 아니었다면 내가 잊을 뻔하였구나!

초성왕은 두 사람의 자결을 빨리 막아야 한다며, 대부 반왕潘尫에게

명하여 급히 연곡성連谷城으로 달려가게 하였다.

 

       성복城濮의 장수들에게 죽음을 면 하노라

​       한 사람도 자결하여서는 절대로 안 된다!! 

 

대부 반왕潘尫이 급히 달려가 연곡성連谷城에 당도하였을 때는

이미 성득신成得臣이 자결한지가 벌써 한나절이 겨우 지났었다.

 

       좌군 대장 투의신鬪宜申은 대들보에 목을 매었으나

       체구가 너무 크고 너무 무거워 목을 맨 비단

       끈이 끊어져 다행히 목숨만은 건졌다.

 

       투발鬪勃은 성득신과 투의신의 시체를 거둔 후에

       죽으려 하였기에 그 역시 죽지 않고 살게 되었으며

       죽은 사람은 오르지 성득신 한 사람뿐이었다.

 

한발 빠른 성득신은 진실로 비명에 죽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이에 잠연 선생이 성득신을 조상하는 시를 지었다.

 

       ​楚國昻藏一丈夫 (초국앙장일장부

       초나라에 기세가 등등한 한 대장부가 있었네.

 

       氣呑全晉挾雄圖 (기탄전진협웅도)

       진을 삼키고 천하를 쥐려는 영웅의 뜻을 가졌으나.

 

       一朝失足身軀喪 (일조실족신구상)

       하루아침에 한 번 잘못으로 목숨을 잃게 되었네

 

       始信堅强是死徒 (시신견강시사도)

       원래 강함에만 의지하면 헛되이 죽게 되는 것이리라.

아들 성대심은 성득신의 시신을 거두어 연곡성에서 장례를 치렀다.

투의신, 투발, 투월초 등은 반왕을 따라 신성의 초성왕을 배알 했다.

 

       대왕이시여, 살려주신 은혜에 감사드리나이다.

       성득신이 자결해 버리다니 너무 안타깝구나

       자, 이제 영성郢城으로 돌아가자.

 

초성왕은 성득신이 자결하게 된 걸 몹시 후회하면서 신성申城에서

의 수도인 영성郢城으로 돌아갔다.

       원래 성득신成得臣은 초나라 제일의 장수로

       제의 관중管仲에 버금간다는 명재상인

       투곡어토鬪穀於莵동생이면서, 후계자로서

       재상인 영윤令尹에 오르기도 했다.

 

       성득신은 왕명에도 자기의 뜻을 관철하려한

       강한 성품이면서 공명심과 권력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교만한 만큼 폭넓은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 하고,

       자기의 고집이 세면 부러진다는, 옛말이 있듯이

       어린 위가蔿賈의 말을 통해서 교훈을 주는 것이다.

 

초성왕은 수도인 영성郢城에 도착하자마자, 조례를 열었으며

주요 직책을 새로운 사람으로 일신하며 국정을 안정시켜나갔다.

 

       위여신蔿呂臣을 재상직인 영윤令尹에 임명하노라

       투의신鬪宜申은 상읍商邑의 대부로 봉하니

       빨리 올라가 북방의 변경을 지키도록 하라.

 

       투발鬪勃은 양성襄城의 수장으로 임명하노니

       진나라의 공격에 미리 대비하도록 하라.

 

       성득신의 죽음은 너무나 애통하도다.

       그의 아들 성대심과 성가成嘉 형제에게

       모두 대부의 벼슬을 내리노라.

 

투의신鬪宜申과 투발鬪勃이 지방으로 내려갔다는 것은 성득신과

함께 성복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온 패장이라 하여 좌천 된 것으로

보인다. 이때부터 투의신鬪宜申은 상공商公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편 성득신에게 영윤令尹의 자리를 물려주고, 관직에서 물러나

집안에 은거하고 있던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초군이 크게 패하여

성득신이 자결했다는 내용을 알게 되자 몹시 부끄러워하였다.

 

       어린 위가蔿賈가 한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구나!

       나의 식견이 어린 동자보다 못하다니

       진실로 부끄러운 일이 되었구나!

 

투곡어토鬪穀於菟는 성득신成得臣의 일로 괴로워하다가 입에서

피를 토하더니 자리에 눕게 되어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큰아들 투반鬪班을 불러라.

       아버님 무슨 일이시옵니까?

 

       나는 아무래도 오래 살지 못할 것 같구나.

       ​나는 조석 지간에 죽을 것이다.

 

       죽기 전에 너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아버님, 말씀해주시옵소서.

 

       너의 종형 투월초越椒椒는 곰과 호랑이를

       섞어 놓은 상에다가 그 목소리는

       이리의 것을 닮아 음침하게 태어났다.

 

       그는 우리 가문을 멸족시킬 상으로 보여

       내가 옛날에 너의 작은아버지에게 키우지 말고

       밖에다 버리라고 말했으나 듣지 않았다.

 

       내가 보니 위여신도 오래 살지 못할 상이고

       투발과 투의신도 모두가 비명으로 죽을상이다.

 

       앞으로 초나라의 정사는 네가 아니면, 결국은

       너의 종형인 투월초越椒椒에게 맡겨질 것인데,

 

       투월초越椒椒는 오만방자하고 잔인할 뿐만 아니라,

       사람 죽이기를 좋아하는 성품이다.

 

       만약에 투월초가 국사를 맡게 된다면

       필시 분수에 넘치는 일을 바라게 되어

       투씨 문중의 제사는 그로 인해 끊어지게 될 것이다.

 

       내가 죽은 후에 만약 투월초가 국사를 맡게 되면

       너는 반드시 도망쳐서 그가 저지른 일에 대한

       화를 피하여 투씨 집안의 제사를 잇도록 하라!

 

아들 투반鬪班은 재배하고 부친의 명을 받들었으며 얼마 되지

않아 투곡어토鬪穀於菟가 숨을 거두었으며,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위여신蔿呂臣 도 뒤따라 죽었다.

 

       초성왕이 투곡어토鬪穀於菟의 공을 추모하여

       그 아들 투반鬪班에게 위여신蔿呂臣을 대신하여

       영윤令尹의 자리를 잇게 하고,

 

       투월초越椒椒군사의 일을 관장하는 사마에

       임명하고, 위가蔿賈는 공정工正에 임명했다.

 

한편 진문공晉文公은 성복城濮 전투가 끝나자, 초나라가 세우고

버리고 간 초군의 대채待寨 진지로 진군의 본영을 옮기게 했다.

 

       허허, 초인들이 우리를 접대하기 위해 많은

       군량과 마초를 많이도 준비해 두었구나!

 

       진군晉軍 제군齊軍 진군秦軍 모두가 고생했도다.

       어서, 군사들이 배불리 먹도록 고루 베풀어라.

 

초의 대체待寨 진지에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군량과 마초를 보자

진문공은 흐뭇하여 기쁜 마음으로 농담처럼 말하며 베풀었다.

 

       진후晉侯께선 이번 전투에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진후晉侯께 경하드리옵니다.

 

이윽고 제의 국귀보國歸父와 진의 소자은小子憖이 찾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진문공은 이번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의 반을 떼어 두 나라에게 나누어주었다.

 

       두 나라의 군사들은 개선가를 부르며 돌아갔다.

       송의 공손고公孫固도 송나라로 돌아갔다.

 

이때 송성공宋成公은 별도로 제와 진에 각기 사자를 보내어

감사의 뜻을 표한 후에 돌아갔다.

 

성복城濮 전투는 진군晉軍의 대승으로 막을 내리게 됨으로서

진문공晉文公은 이 전투의 승리로 인해 영광과 명예를 얻게 된다.

 

       진문공晉文公이 19년간의 유랑 생활 끝에 얻은

       결과 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빛났다.

 

       또한, 중원의 여러 나라를 진晉 나라의 영향권에 두게 되는

       계기를 가져왔으며, 이로인해 제환공에 이어 두 번째로

       춘추시대 패자覇者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기회를 잡게 된다.

 

반면에 초성왕楚成王은 실의와 좌절을 맛보게 되며 또한,

중원中原 진출의 꿈을 완전히 저지당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것으로 기원전 6324월에 일어난 진과 초

       두 나라 간의 전쟁을 역사는 성복城濮 전투라고 부른다.

 

       이때가 주양왕 20년이며, 진문공 5, 송성공 5년으로

       초성왕 40년이고, 진목공 28년의 일이었다.

 

277 . 명당을 세워 천자를 부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