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99

제 320 화. 집안 싸움에 먼 사람을 끌어들이나.

제 320 화. 집안 싸움에 먼 사람을 끌어들이나. 정(鄭)과 위(衛)나라 사이에 활(滑) 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활(滑)나라는 희성(姬姓)으로 지금의 하남성 수현 서북에 있었다. 정문공(鄭文公)은 초(楚)에는 신하의 예로써 복종하며, 중원의 여러 나라와는 통호(通好)도 하지 않으면서 초(楚)의 힘만을 믿고 약한 나라를 업신여기던 때였다. 이때 활(滑)나라의 군주 활백(滑伯)은 위(衛) 나라를 받들면서 정(鄭) 나라를 외면하자, 괘씸하게 생각한 정문공(鄭文公)은 이에 즉시 군사를 일으켜 활(滑) 나라를 침공해 들어갔다. ​ 활백(滑伯)은 정공(鄭公)께 강화를 청하옵니다. 앞으로는 정(鄭) 나라를 반드시 받들겠나이다. 좋소, 그 약속을 믿고 우리 정군(鄭軍)은 돌아가겠소. 정공(鄭公)께선 아무 염려 ..

제 319 화. 한식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제 319 화. 한식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해장(解張)은 범부(凡夫)이지만 의(義)를 존중하며, 개자추(介子推)의 고결한 성품에 크게 감복한 친구였으므로, 그가 말없이 떠나버리자 가장 먼저 알고는 너무나 안타까워하였다. 주공, 조정의 조문에 목찰이 걸려 있었나이다. 목찰이라니, 이리 가져와 보시 오. ​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조례가 열리자, 입궁하던 한 대부가 조정의 조문(朝門)에 걸려 있는 목찰(木札)을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쳤다. 有龍矯矯 悲失其所 (유룡교교 비실기소) 힘찬 용이 집을 잃고 몹시 슬퍼하고 있구나 數蛇從之 周流天下 (수타종지 주유천하) 여러 뱀이 용을 따라 천하를 유랑하였도다. 龍飢乏食 一蛇割股 (일기핍식 일사할고) 용이 허기지자, 한 마리 뱀이 허벅지살을 먹였네. 龍返于淵 安其壤土 ..

제 318 화.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제 318 화.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진문공(晉文公)은 호숙(壺叔)에게 포상기준을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히 설명하여 주었으며, 호숙(壺叔)을 비롯한 여러 천신(賤臣) 에게도 황금과 비단을 듬뿍 내려주며 위로가 되게 하였다. 호숙(壺叔)은 자신의 공을 가신(家臣)과 비교하였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조용히 물러났다. 이 포상론을 들여다보면 진문공(晉文公)이 어떠한 군주였는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일화가 될 것이다. 포상(褒賞)은 공평(公平) 해야 한다! 공을 세운 만큼의 상(賞)을 줘야, 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며, 조금이라도 과하거나 부족하면 서로 간에 불평과 불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이처럼 포상을 시행하면서 혈연이나, 친분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제 317 화. 가정의 화목은 여자가 가져온다.

제 317 화. 가정의 화목은 여자가 가져온다. 조희(趙姬)의 청을 들은 진문공(晉文公)은 즉시 사자를 책(翟) 나라에 보내, 숙외(叔隗)와 그 아들 조순(趙盾)을 강성(絳城)으로 데려왔다. 서방님, 숙외(叔隗)는 소첩의 형님이 되시옵니다! 서방님은 내실의 순서를 다시 정하셔야 합니다. 허 어, 조희(趙姬)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요? 서방님을 먼저 섬긴 사람은 숙외(叔隗) 이오니 당연히 숙외(叔隗)가 첫째가 되어야 합니다. 정실 자리를 숙외(叔隗)에게 넘겨주겠나이다! 그건 곤란하오. 조희(趙姬)는 주공의 따님이오! 곤란하다니요?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숙외(叔隗)는 저보다 나이가 많을 뿐만 아니라 아들 순(盾)은 재능도 뛰어납니다. 아들 순(盾)을 적자(嫡子)로 삼기 위해서도 숙외(叔隗)에게 정실 자리를..

제 316 화. 과거는 정리하기가 그리 쉬운가.

제 316 화. 과거는 정리하기가 그리 쉬운가. 내 애길 들어봐! 우리 주공은 공자 시절 두 번 장가를 갔었어! 첫째는 서(徐) 나라 서영(徐瑛)으로 자식 없이 일찍 돌아가셨어. 둘째는 핍길(偪姞) 인데 남매를 낳았어. 아들은 환(驩)이며 딸이 백희(伯姬) 야! 핍길(偪姞)도 어린 남매를 두고 일찍 돌아가셨어. 발제(勃鞮)가 주공을 죽이려 포읍(蒲邑)에 왔을 때 모두 달아나기 바빠 너무 경황(景況)이 없었어. 어린 남매를 다들 까맣게 잊고 달아난 거야! 그때 아들인 환(驩)과 딸인 백희(伯姬)를 지켜주던 유모가 데리고 도망가 몰래 숨어 지내다가 얼마 안 가, 유모마저 불행히 병들어 죽으니 남매는 졸지에 거리를 떠도는 거지가 되어버렸어! 나는 어린 남매를 내 매형 수(須)에게 맡겨 나는 지금까지 생활비를 ..

제 315 화. 민심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제 315 화. 민심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진문공(晉文公)이 대사령(大赦令)까지 내리며, 민심을 수습하려고 무던히 애썼으나, 유언비어는 계속 난무하며 안정이 되지를 않는다. 진문공이 이 일로 노심초사하던 중이었는데, 어느 날 이른 아침에 머리를 감고 있을 때 한 내시가 가까이 다가와서 아뢴다. 주공, 두수(頭須)라는 자를 아시는지요? 주공. 전날부터 두수(頭須)가 너무 뵙기를 원합니다. 두수(頭須), 그놈이 무슨 낯짝으로 찾아왔다는 거냐? 그놈 때문에 모두 굶주림 속에 떠돌며, 조(曹)와 위(衛) 나라에서 처참한 괄시를 받았도다. 죽지 않으려거든 썩 물러가라 하여라! 내관은 궁 밖으로 나가 두수(頭須)에게 이 말을 전했다. 이 말을 듣고난 두수(頭須)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내관에게 물었다. 주..

제 314 화. 진실한 마음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제 314 화. 진실한 마음은 어떻게 증명되는가. 진(晉) 나라 공실에 참변이 일어났다니 참으로 안 된 일이오! 과인이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소? 우리, 진(晉) 나라의 옹(雍) 공자께서 옹성(雍城) 밖에 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후(秦候)께서 허락하신다면, 저희는 하루속히 옹(雍) 공자를 모실까 하옵니다. 공자 옹(雍)은 궁중 생활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 중신들이 잘 모셔야 하는데 괜찮겠소? 충심(衷心)으로 잘 모시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염려되어 옹(雍) 공자를 급히 불러와 우리와 함께 있소. 외신은 지금 당장 옹(雍) 공자를 뵙고 싶습니다. 좋소! 옹(雍) 공자는 어서 앞으로 나오시오! 진목공(秦穆公)이 옹(雍) 공자를 부르자, 동시에 병풍(屛風)이 옆으로 젖혀지면서 옹(雍) 공자가 걸어 나왔다. 그..

제 313 화. 반란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라.

제 313 화. 반란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라. 뒤뜰에 죽어있는 시체가 중이(重耳) 일까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 않았소? 아무래도 중이(重耳)가 아닌 것 같소이다! 그래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거요? 중이(重耳)가 미리 눈치채고 궁을 빠져나간 것은 아닌지 모르겠소? 나, 여이생(呂飴生)은 그럴 수는 없다고 보오. 이번 일을 아는 사람은 우리 세 사람밖에 없소이다. 소인 발제(勃醍)의 생각도 여(呂) 대부와 같습니다. 나, 극예(郤芮)의 생각도 발제(勃醍)와 같소. 집에 쳐들어왔는지도 알아보고 성안의 동태를 계속 살펴보아야 하오! 다음날도, 며칠이 지나도 성안은 조용하고, 두 사람의 집에도 아무런 변동이 없다는 것을 심복들이 계속 알려왔다. 여이생(呂飴生) 대부님, 정탐 병이옵니다. 침궁(寢宮) 주변에는..

제 312 화. 심복은 어떨 때 증명되는가.

제 312 화. 심복은 어떨 때 증명되는가. 극예(郤芮)와 여이생(呂飴生)은 계획대로 척척 잘 되어가자, 이에 크게 만족하며, 날이 저물기만을 기다렸다가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깔리자, 심복들을 거느리고 각기 예정한 곳으로 숨어 들어갔다. 불이야! 불이야! 아니. 여기저기서 불이 나다니? 어떤 놈들이 저지른 불이야! 나쁜 놈들이 기름을 부은 것이리라. 기름을 뿌려도 너무 많이 뿌린 것이다! 밤이 깊어 삼경(三更)이 되었을 때, 별안간 궁 안의 이곳저곳에서 시뻘건 불기둥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궁인들은 깊은 잠에 빠졌다가, 난데없이 갑자기 일어난 화재에 혼비백산(魂飛魄散)하여 제각기 떠들면서 우왕좌왕하게 되었다. 화광이 충천하면서 불꽃이 궁궐을 휩쓸자 궁인들이 먼저 피해 달아나려고 하다가 불기둥에 타죽는 참상..

제 311 화. 마음을 고쳐먹으면 어떻게 될까.

제 311 화. 마음을 고쳐먹으면 어떻게 될까. 이 말을 들은 진문공(晉文公)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도, 발제(勃醍)의 외치는 소리 속에 충격적으로 머리에 와닿는 것이 있었다.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이란 말이지! 그래 발제(勃醍)가 관중(管仲)을 말한단 말이냐? 진문공(晉文公)이 혼자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호언 (狐偃)을 보자, 호언(狐偃)은 진문공(晉文公)의 흔들리는 마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주공, 호언이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발제는 뭔가 중대한 말을 하고자 합니다. 주공께서 발제 같은 자 하나를 용납하지 못하고 어찌 천하를 경영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까? 주공께서는 발제를 꼭 만나보십시오. 알겠소. 발제를 들라 하시오! 그러나 발제는 진문공을 보고서도 지난날의 일에 대해 사죄를 청하지도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