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9 화. 한식날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해장(解張)은 범부(凡夫)이지만 의(義)를 존중하며, 개자추(介子推)의
고결한 성품에 크게 감복한 친구였으므로, 그가 말없이 떠나버리자
가장 먼저 알고는 너무나 안타까워하였다.
주공, 조정의 조문에 목찰이 걸려 있었나이다.
목찰이라니, 이리 가져와 보시 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조례가 열리자, 입궁하던 한 대부가 조정의
조문(朝門)에 걸려 있는 목찰(木札)을 진문공(晉文公)에게 바쳤다.
有龍矯矯 悲失其所 (유룡교교 비실기소)
힘찬 용이 집을 잃고 몹시 슬퍼하고 있구나
數蛇從之 周流天下 (수타종지 주유천하)
여러 뱀이 용을 따라 천하를 유랑하였도다.
龍飢乏食 一蛇割股 (일기핍식 일사할고)
용이 허기지자, 한 마리 뱀이 허벅지살을 먹였네.
龍返于淵 安其壤土 (용반우연 안기양토)
마침내 용이 깊은 연못에 들어가 안정이 되었다네.
數蛇入穴 皆有寧宇 (수사입혈 개유영우)
뱀들은 자기 굴로 들어가 모두 편안히 지내는데
一蛇無穴 号于中野 (일사무혈 호우중야)
한 마리 뱀만이 들어갈 굴이 없어 들판에서 우는구나.
진문공(晉文公)은 예사롭지 않은 목찰(木札)을 읽고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되면서, 혼자 풀 수가 없어 가신들에게 물어보게 된다.
용(龍)은 과인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여러 마리 뱀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며
한 마리 뱀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가
주공, 한 마리 뱀은 공신 반열에 오르지 못하고
논공행상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 되옵니다.
그 한 사람이 빠졌다니 누구를 말하는 것인가?
논공행상에 다 챙겼는데 빠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럴 리가 없도다!
과인은 누구나 차별 없이 논공행상하였도다!
주공, 호언(狐偃)은 향락에 빠진 주공을
제(齊) 나라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습니다.
반드시 1등 공신에 오를 만합니다.
주공, 조쇠趙衰는 자신도 배고파 쓰러질 지경이면서
남겨둔 호찬壺饌(병에든 음식)을 주공께 바쳤습니다.
이 역시 1등 공신의 상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주공, 그보다 두 배의 상을 받을 만 한 사람이 있소이다!
위주(魏犨) 야, 그 한 사람이 누구란 말이냐?
주공, 호언(狐偃)과 조쇠(趙衰), 두 어르신의 충성심이
아무리 깊다고 해도, 자기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
주공께 바칠 만큼 깊지는 않을 겁니다!
만일 나보고 상을 내리라 한다면, 나는
자기의 살을 베어 바친 사람을 일등으로 삼겠소!
하 아, 그렇구나. 정말 그렇도다!
아니, 어떻게 개자추를 빠트렸단 말이냐?
위(衛) 나라 땅을 지나갈 때, 그때 생긴 일이로다.
어째서 개자추를 까마득히 잊고 있었단 말이냐?
이 목찰(木札)은 개자추(介子推)가 나를 원망한 것이다.
아아, 나의 이 잘못을 어찌하면 좋겠는가?
오한(惡寒)이 들 정도로 몸이 벌벌 떨리는구나!
아니. 내가 개자추(介子推)를 잊고 있었다니.
될 말인가. 그러면 안 되지. 정말 안 된다.
주공, 지금이라도 상(賞)을 내리시는 것이 좋겠나이다.
개자추(介子推)를 당장 궁으로 들게 하라.
아니다. 내 친히 개자추의 집으로 찾아가리라!
진문공은 여러 신하의 안내를 받아, 개자추의 집을 찾아갔으나,
이미 집 안은 텅 비어 있었으며, 개자추는 간 곳이 없었다.
어디로 떠나갔단 말이냐?
동네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개자추의 행방을 아는 사람에게 벼슬을 내리리라.
주공, 촌부 해장(解張)이라 하옵니다.
조문 위의 목찰은 개자추가 지은 것이 아니옵고
소인 해장(解張)이 지어 걸은 놨나이다.
소인은 개자추에게 궁에 들어가길 권했으나
개자추는 공로를 밝히는 걸 부끄럽다면서
상을 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 홀어머니와 함께 속세를 떠났습니다!
소인은 그의 성품을 존중하는 바이므로
개자추는 원치 않았으나 그를 잊을 수 없어
이 같은 글을 지어 조문에 내건 것입니다.
주공부터 공신들 모두가 잊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목찰을 걸었나이다.
소인의 무례함을 용서하여주시옵소서!
아니다. 그 목찰을 내걸지 않았더라면
과인은 개자추를 영영 잊을 뻔하였도다
그대는 개자추가 간 곳을 아는가?
주공, 아마 면산(緜山)으로 갔을 것입니다.
방금, 면산(緜山)이라 하였느냐?
그러하옵니다. 개자추(介子推)의 고향 산입니다.
그대는 어서 개자추를 찾아오도록 하라!
뒤늦게 알게 된 진문공(晉文公)은 크게 후회하면서 개자추(介子推)를
찾는데, 높은 상금까지 내걸었으나 아무도 데려오지를 못하였다.
주공, 이 산이 면산(緜山) 이옵니다.
허허, 산은 높고 첩첩한데 수풀마저 우거져
개자추 찾는 일이 몹시 어렵게 보이는구나.
개자추를 찾아내는 사람에게 큰 벼슬을 주고
1백만 묘(畝)의 땅을 내리리라.
면상(綿上)의 모든 백성을 동원하여 찾도록 하라.
주공, 몇 날 며칠을 산속을 뒤져 보아도
개자추와 노모의 모습은 보이지 안 사 옵니다.
주공, 면산(緜山)에 불을 지르면
반드시 불을 피해 내려올 것입니다.
진문공은 직접 면산(緜山)으로 찾아가 많은 군사를 풀어 샅샅이
뒤졌으나 발견하지 못하자, 면산(緜山)에 불을 질러 내려오길 바랐다.
아무리 찾아보고 기다려도 보이지 않더니
끝내 버드나무 숲에서 어머니를 감싸며 끌어안고,
불타 죽은 모자의 유골(遺骨) 만을 발견하게 된다.
진문공(晉文公)은 개자추(介子推)가 홀어머니를 끌어안고 죽은
모습을 보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고 울면서 말하였다고 한다.
하는 수 없구나. 이 면산(緜山) 일대의 땅을
모두 개자추의 영지로 삼도록 전지를 내려라.
면산(緜山)에 사당을 세워 해마다 제사를 지내드려라.
면산(緜山)의 이름을 개산(介山)이라 부르도록 하라.
오늘부터 절대 불을 피우지 마라!
지금도 산서성 북쪽 지방 일대의 태원(太原), 상당(上黨), 서하(西河),
응문(應門) 등에서는 매년 동짓날 이후 105일 동안 마른 음식을
냉수와 함께 먹고 있었으며, 이 기간에 불을 피우는 걸 금하다가
그리고 그 후에 너무 불편하다. 하여 3일로 줄여 행하고 있다.
한식날에는 집 앞대문에다 버들가지를 꽂는다.
버드나무 아래서 타 죽은 개자추(介子推)의 영혼을
초혼(招魂) 하기 위해서라 한다.
또 들에서 제사를 지내고 지전(紙錢)을 태운다.
이 또한 개자추(介子推)를 추모하는 뜻에서다.
이때부터 진(晉) 나라는 불에 타 죽은 개자추(介子推)를 사모하여
음력 3월 초닷새 날을 한식절(寒食節) 이라 부르며, 불을 피우지
않고 찬 음식만을 먹는 풍습이 생겨났다.
주공, 혼자 살아 외로운 사람들에게
좋은 배필을 찾아주도록 하면 어떠시겠는지요?
거, 참 좋은 뜻이오.
논공행상도 끝났으니 이제 국정을 쇄신해봅시다!
주공, 백성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도록 도우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농지를 개간토록 장려하며
살림을 일으키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습니다.
주공, 선행하는 사람들은 천거하고
재주가 있는 사람들을 등용해야 합니다.
진문공晉文公은 논공행상이 끝나자, 국정을 쇄신하면서 나라를
안정시켜나가자, 이때부터 진나라는 부흥하기 시작했으며,
또한, 주변 나라에도 예의를 다함으로써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주양왕(周襄王)은 진(晉) 나라의 사정을 알게 되자, 태재(太宰)
주공공(周公孔)과 내사(內使) 숙흥(叔興)을 사절로 보내, 중이를
진(晉) 나라 군주로 진문공(晉文公)을 승인한다는 명을 전했다.
주상, 진晉 나라의 군주는 제후들을 이끌어나갈
백주가 될 것으로 소문이 나고 있사옵니다.
주상, 마땅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옵니다.
알겠소. 진(晉) 나라 군주로 승인해 주도록 하시오.
그로부터 주(周) 왕실은 제(齊) 나라와는 소원해지고 진(晉) 나라와는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제 320 화. 집안싸움에 먼 사람을 끌어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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