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20 화. 집안 싸움에 먼 사람을 끌어들이나.

서 휴 2023. 10. 27. 10:21

 320 집안 싸움에 먼 사람을 끌어들이나

 

()과 위()나라 사이에 활(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

()나라는 희성(姬姓)으로 지금의 하남성 수현 서북에 있었다.

 

       정문공(鄭文公)은 초()에는 신하의 예로써 복종하며

       중원의 여러 나라와는 통호(通好)도 하지 않으면서

       ()의 힘만을 믿고 약한 나라를 업신여기던 때였다.

 

이때 활()나라의 군주 활백(滑伯)은 위() 나라를 받들면서 정(

나라를 외면하자, 괘씸하게 생각한 정문공(鄭文公)은 이에 즉시

군사를 일으켜 활() 나라를 침공해 들어갔다.

       활백(滑伯)은 정공(鄭公)께 강화를 청하옵니다.

       앞으로는 정(나라를 반드시 받들겠나이다.

 

       좋소그 약속을 믿고 우리 정군(鄭軍)은 돌아가겠소.

       정공(鄭公)께선 아무 염려 마시옵소서.

 

활백(滑伯)은 항서를 바치고 정(나라에 복종하겠다며 맹세했다.

정문공이 본국으로 철수하자, 곧바로 다시 위()나라에 붙었다.

 

       뭐라고 하였느냐

       약속한 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벌써

       활백(滑伯)이 또 위(나라에 붙었단 말이냐

 

       활백(滑伯)은 아주 괘씸한 놈이로구나

       공자 사설(士泄)을 대장으로 삼고

       도유미(堵兪彌)를 부장으로 삼는바

       즉시 대군을 이끌고 활()을 정벌해 버려라

 

위문공(衛文公)은 활백(滑伯)이 급히 쫓아와 정문공(鄭文公)

또 행패를 부린다고 하자, 평소 잘 받들던 주양왕(周襄王)에게

정군(鄭軍)을 물리쳐 달라고 요청하였다.

이 정보는 즉시 정문공(鄭文公)에게 알려졌다.

 

       주공왕실이 위문공(衛文公)의 사주를 받아들여

       왕실의 대부 유손백(游孫伯)과 대부 백복(伯服)

       우리 정(나라로 오고 있다고 하옵니다.

 

       뭐라고 ()과 위(), 두 나라는 다 같이

       동성의 나라인데천자는 어찌하여 위(나라는

       후대하고우리 정(나라는 왜 박대하는가

 

       왕실의 대부 유손백(游孫伯)과 백복(伯服)이 오면

       곧바로 력성(櫟城)의 옥에 가둬놓도록 하라

 

       주공두 대부는 왕실의 사신이 되옵는데

       어찌 옥에 가둬 놓을 수 있겠는지요

 

       허 어너무 염려 마시오.

       이번에 주양왕(周襄王)의 버릇을 고쳐주고 말겠소

 

       왕실의 두 대부가 오면 가두어 두었다가

       (나라를 정벌하고 난 후에 풀어줄 것이오

 

정문공은 크게 화를 내면서, 왕실의 대부 유손백과 대부 백복이

(나라에 찾아오자마자 력성(櫟城)의 옥에 가둬버렸다.

 

       주상정후(鄭侯)가 두 대부를 옥에 가뒀나이다.

       뭐라고 그 이유가 뭐라더냐

 

       황공하옵게도 주상의 버릇을 고쳐주겠답니다.

       정후(鄭侯)가 짐에게 행패를 부리려 한단 말인가

 

       짐은 그 죄를 물으리라

       누가 정(나라에 가서 죄를 묻겠는가

       주상태숙(太叔(이옵니다.

 

       주공선왕 때 정(나라가 왕실을 이긴 이래로

       (나라는 더욱 방자해져 있나이다.

 

       이제 형만(荊蠻)인 초()나라를 중히 여기고

       함부로 천자의 사신을 잡아 가둬버렸습니다.

 

       왕실 군은 약한바 이긴다는 보장이 없사옵니다.

       하오나 적적(赤狄)은 강하옵니다.

       적적(赤狄)만이 정군(鄭軍)을 이길 수 있나이다.

 

적적(赤狄)은 황하(黃河) 북쪽 일대를 횡행하고 있는 유목민 중의

하나이며, 국성(國姓)은 외씨(隗氏)같은 적족(이라 하더라도

백적(白狄)은 유순한 편이나적적(赤狄)은 강맹하며 사나웠다.

 

       주상대부 부신(富辰이옵니다.

       적적(赤狄)을 불러들이는 것은 불가하옵니다.

 

       옛말이 있사옵니다

       옛말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주상가까운 사람들의 일에는 사이가 먼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였사옵니다.

 

       (나라가 비록 무도하다 고는 하나

       그들은 정백(鄭伯) ()의 후손들입니다.

 

       정백우(鄭伯友)는 선왕의 동생이며

       주유왕(周幽王)의 숙부 되는 사람입니다.

       또한정무공(鄭武公굴돌(掘突)은 왕실이

       낙양으로 동천 할 때 큰 공을 세웠으며

 

       정려공(鄭厲公(또한

       왕자 퇴()의 난을 진압해준 공이 있습니다.

 

       왕실이 정(나라로부터 입은 은혜는

       결코잊을 수 없을 정도로 적지 않습니다.

 

       ()과 적()은 같은 시랑(豺狼)의 무리이며

       우리와 같은 희성(姬姓)의 동류가 아닙니다.

 

       이족(異族)을 불러들여 동족(同族)을 멸하는 일은

       작은 원한으로 큰 은혜를 버리는 것이옵니다.

 

       주상그로 인한 해악은 많아도

       이득은 바랄 것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주상적적(赤狄)을 끌어들여선 절대로 아니 됩니다.

 

       주상신 대부 도자(桃子이옵니다.

       옛날 우리 주나라를 창건하신 주무왕께서

       ()나라를 정벌할 때 동쪽의 오랑캐 족속인

       구이(九夷들도 모두 와서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동성이라야만

       구원을 청할 수 있다고 할 수 있겠나이까

       (나라가 천자의 명을 거역하는 것은

       마치 관숙(管叔), 채숙(蔡叔), 곽숙(霍叔)

       일으켰던 삼감(三監)의 난과 같사옵니다.

 

       (나라 토벌은 옛날 주공(周公()께서

       삼감(三監)의 반란을 평정하신 일과 같사옵니다.

 

       또한적적(赤狄)은 주 왕실을 깎듯이 받들고 있어.

       아직 예를 잃어버린 일이 없었사옵니다.

 

       우리에게 순종하는 나라의 군사를 빌려

       우리의 명을 거역하는 제후를 토벌하는데

       어찌 불가하다고 할 수 있겠는지요

 

       그렇다면 적적(赤狄)은 어떤 요구를 해오겠는가

       주상적적(赤狄적주(狄主)의 딸은 성격이 활달하고

       너무나 어여쁘다고 하옵니다

 

        마침 왕후의 자리가 비어있는 바이오니

        정군을 정벌하여 준다는 조건으로

        왕후로 삼겠다고 하시오면 되옵니다.

 

        주상대부부신(富辰이옵니다.

        주상, 그것은 절대로 불가한 일이옵니다.

        지금까지 오랑캐와 혼인한 바가 없었사옵니다.

 

        주상, 대부 도자(桃子)이옵니다.

        주상진후(晉侯)는 책족(翟族)의 딸 계외(季隗)

        데려와 부인으로 삼았사옵니다.

 

        으흠여자 하나를 얻으면서 두 사람을 구한다?

        그래, 두 사람의 말이 옳도다

 

        태숙(太叔()와 대부 도자(桃子)

        적적(赤狄)이 정() 나라를 정벌하고

        잡혀간 두 대부를 구해오도록 왕명을 전하라.

 

주양왕(周襄王)이 정(나라를 정벌하고 잡혀간 두 사람을

구해오라는 명령을 내리자, 적적(赤狄)의 적주(狄主)는 자기 딸을

왕후로 삼겠다는 말에 몹시 기뻐하며, 주왕의 명을 받들었다.

 

군사를 일으킨 적주(狄主)는 소리소문없이 정() 나라를 공격하여

력성(櫟城)에 갇혀 있던 두 사람을 구해주었다.

 

       호오기쁜 일이로다.

       적주(狄主)가 과인을 위해 공을 세웠도다.

 

       왕실에 왕비가 얼마 전에 죽은바

       지금 중궁의 자리가 비어있도다.

 

       적주(狄主)의 딸 외씨(隗氏)를 왕후로 삼겠노라

       경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왕께선 약속대로 혼례를 올리시옵소서

       주상대부 부신(富辰이옵니다.

 

       적주(狄主)의 공로를 치하하심은 가한 일이오나

       지금까지 천자께서 오랑캐 여인을 배필로

       맞이해 들인 일은 한 번도 없었사옵니다.

 

       적주(狄主)가 공을 세웠다고 자만하고 있는바

       더욱이 인척 관계까지 맺으신다면

       우리 왕실을 넘보고 난을 일으킬까 두렵나이다.

 

적적(赤狄)은 오랑캐라 하여 상종도 하지 않았던 왕실의 조정

대신들은 왕실의 체면이 땅에 떨어진다며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주양왕은 대신들의 말을 듣지 않고 외씨(隗氏)를 정비로

세우고 말았다. 이때부터 외후(隗后) 라 부르게 된다.

       나이 많은 주양왕은 정비가 된 외후(隗后)

       어리면서도 어여쁘므로 몹시 사랑하게 되었다.

 

외후(隗后)는 어여쁘면서 활달한 성격이었으며, 더구나 어릴

때부터 사냥을 언제나 따라다니곤 하였던 습관이 있었다.

 

외후(隗后)는 메어 놓지 않은 망아지처럼 야생에 뛰어다니며

자유분방하게 살다가, 갑자기 깊은 궁궐에 들어와 살게 되니,

마치 새장에 갇힌 날짐승처럼 갑갑해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또한, 어여쁘면서 활 솜씨도 뛰어났으므로

        조용한 부덕과는 거리가 먼 여인이었다.

 

 321 제 버릇을 어찌 남에게 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