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6 화. 과거는 정리하기가 그리 쉬운가.
내 애길 들어봐!
우리 주공은 공자 시절 두 번 장가를 갔었어!
첫째는 서(徐) 나라 서영(徐瑛)으로
자식 없이 일찍 돌아가셨어.
둘째는 핍길(偪姞) 인데 남매를 낳았어.
아들은 환(驩)이며 딸이 백희(伯姬) 야!
핍길(偪姞)도 어린 남매를 두고 일찍 돌아가셨어.
발제(勃鞮)가 주공을 죽이려 포읍(蒲邑)에 왔을 때
모두 달아나기 바빠 너무 경황(景況)이 없었어.
어린 남매를 다들 까맣게 잊고 달아난 거야!
그때 아들인 환(驩)과 딸인 백희(伯姬)를 지켜주던
유모가 데리고 도망가 몰래 숨어 지내다가
얼마 안 가, 유모마저 불행히 병들어 죽으니
남매는 졸지에 거리를 떠도는 거지가 되어버렸어!
나는 어린 남매를 내 매형 수(須)에게 맡겨
나는 지금까지 생활비를 보태주고 있어.
두수는 진문공의 재물을 몽땅 훔쳐, 포읍(蒲邑)에 숨어들었으며
돈을 벌고 있다가, 거리를 떠돌던 진문공(晉文公)의 자녀인
환(驩)과 백희(伯姬)를 우연히 만나 지금까지 거두어주고 있었다.
어이. 두수(頭須) 야. 너무 울지 마라?
친구야. 나는 한 푼도 착복한 게 없다.
번 돈은 모두 무기를 사서 주공께 바쳤어.
나는 한 푼도 나를 위해 쓴 게 없어!
두수(頭須)의 흐르는 눈물이 소문으로 퍼지며. 진문공(晉文公)의
아들과 딸이 살아있다는 소문은 궁중까지 퍼져 들어가게 되었다.
환(驩)과 백희(伯姬)에 대한 소문이 사실인가?
두수(頭須)는 자세히 말해보아라!
주공, 두 분 자녀는 이제 다 자라나
이제는 모두 성인이 되어있나이다.
나는 그 어린 것들이 난리 통에 모두 죽은 줄 알았다.
너는 어찌하여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느냐?
신(臣)이 살아오며 듣건대,
어미만큼 자식을 귀여워하는 사람은 없고,
자식 또한 어미를 가장 잘 따른다고 하였나이다.
그런데 주공께선 19년 동안 두루 열국을 유랑하면서
이르는 곳마다 여자를 들이셨습니다.
또 그 여자들에게서 많은 자식을 보기도 하셨습니다.
비록 환(驩) 공자가 살아 계시기는 합니다만,
주공의 뜻이 어떤지를 몰라 감히 아뢰지 못했습니다.
그건 네가 과인을 잘못 안 것이다!
어찌 난들 부정(父情)이 없을 수 있겠느냐?
이제라도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정말 다행이다.
자칫했으면 내가 몹쓸 아비란 말을 들을 뻔했구나!
이 소문을 듣게 된 군부인(君夫人)인 희영(懷嬴)은 진문공에게
말하여 두수(頭須)를 불렀으며, 또한 자세히 물어보게 되었다.
희영(懷嬴)은 두수(頭須)의 매형인 수(須) 씨에게
황금으로 보답하고, 환(驩)과 백희(伯姬) 남매를
궁으로 데리고 와 어머니가 되어 주면서, 자기의
친자식처럼 보살피며, 남매의 문제를 모두 맡기로
하였면서 아들 환(驩)을 세자로 세워주었다.
진문공은 희영(懷嬴)에게 너무나 고마워하며, 총신 조쇠(趙衰)가
혼자 외롭게 살고 있는바, 딸 백희(伯姬)를 시집보내 그의 아내가
되게 하였다. 이때부터 백희(伯姬)는 조희(趙姬)라 불리게 된다.
진문공(晉文公)이 환국하여 다시 군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퍼져
나가게 되자, 주변의 나라에서 축하 서신이 연이어 들어오게 되자,
그에 따라 희영(懷嬴)은 진문공(晉文公)의 유랑생활 중에
일어났던 일들을 모두 알게 되었다.
군후께선 여자들에게 한(恨)이 맺히도록 하실 겁니까?
한(恨) 이라니,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외방에 있는 여자들입니다.
거기까지 생각해주어 고맙소.
허 나, 희영(懷嬴) 보다 나이 많은 여자도 있소!
나이보다는 군후를 섬겼던 여자들이옵니다.
희영(懷嬴), 그렇게까지 이해해주다니 너무 고맙소.
희영(懷嬴)은 책(翟)의 계외(季隗)와 제(齊)의 제강(齊姜)도 불러오게
하면서, 진문공(晉文公)의 과거 여자들을 모두 수습하여 준다.
진문공은 희영의 어진 마음에 따라, 먼저 책(翟) 나라의 왕과 족장인
장고여(廧咎如)에게 많은 황금과 보물을 보답으로 보내면서,
그곳에 남아있던 계외(季隗)를 진(晉) 나라로 불러들였다.
계외(季隗),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책(翟)에 있을 때도 아름다웠고 지금도 그렇소.
이제 나이가 올해로 몇이나 되었소.
군후께서 책(翟) 땅을 떠나신 지 20여년이니,
첩의 나이가 이제 서른여섯 살입니다.
25년 기다리다가 안 오거든.
딴 데로 시집가라고 했던 말이 기억나오?
그럼요, 기억나고말고요.
하오나 보고 싶은 마음은 하루가 25년 같았지요!
날이 저물자 계외(季隗)는 오랜만에 진문공(晉文公)과 함께 식사하게
되고, 밤새 이야기 나누다가 흐뭇한 잠을 자게 되며 행복을 느꼈다.
제강(齊姜)이 강성(絳城)에 도착하였단 말이냐?
제강(齊姜), 오랜만에 만나는구려!
군후를 뵈니 눈물이 나옵니다.
이제 함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좋소!
그대를 원망한 적도 있었소.
첩인들 어찌 부부간의 즐거움을 모르겠습니까?
술을 많이 권하여 취중에 떠나보낸 것은
오늘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던 마음이었습니다.
제강(齊姜) 고개를 숙이지 마시오.
지나고 보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소!
진문공은 외로운 망명객을 잘 보살펴 준 계외(季隗)와 제강(齊姜)에
관한 얘기를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는 회영(懷瀛)에게
고마워하며 들려주었다.
오늘의 군후가 있기까지는 두 부인의 공이 크오니,
결코, 잊어서는 아니 되옵니다.
첩은 정실(正室) 자리를 양보할까 하나이다.
진문공은 계외(季隗)가 외로운 망명객을 잘 보살펴 준 점과
제강(齊姜)이 술을 잔뜩 먹여 수레에 실어 제(齊)를 떠나게 한
지난 이야길 들려주며, 희영(懷嬴)의 너그러운 마음에 감사하였다.
진문공은 회영(懷瀛)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극구 말렸으나, 끝내
고집을 꺾지 않자, 할 수 없이 조정의 대부들과 의논하여
나이순으로 내궁의 지위를 다시 정하기로 했다.
제1 부인에 제강(齊姜)
제2 부인에 회영(懷瀛)
제3 부인에 계외(季隗)
진문공(晉文公)이 책(翟)에서 계외(季隗)를 데리고 오자, 조쇠(趙衰)
역시 책(翟) 땅에 있는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며 그리움이 간절해지게 되었다.
조쇠(趙衰)는 진문공(晉文公)이 딸인 백희(伯姬)를 자기에게
시집보내 줬으므로, 진문공의 배려를 저버릴 수 없었으므로,
본부인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을 강성(絳城)으로
데려오겠다는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주공의 사위가 되었으므로 장인이 된 진문공(晉文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며, 혼자 고민하고 있는데, 예상치 않게 조쇠(趙衰)에게 시집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조희(趙姬)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대부께서는 어찌하여 책(翟) 땅에 있는
본부인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을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시옵니까?
주공께서 당신의 딸을 내게 출가시켰는데,
어찌 감히 옛날에 살던 여자를 데려 올 수 있겠소?
나는 그 여자를 잊은 지 오래되었소.
조희(趙姬)는 아무 염려하지 마시오!
소첩의 말을 들어 보시옵소서.
소첩은 버림받은 듯이 부정을 모르고
오라비와 함께 외롭게 살았었습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정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아버지에 대한 정은 그리운 것입니다.
대부께선 참으로 박덕한 말씀을 하십니다.
첩은 차갑고 정 없는 사람이 가장 원망스럽습니다!
첩이 비록 군후의 딸이라고는 하지만,
숙외(叔隗)는 첩보다 먼저 당신을 섬긴 사람이요,
또한, 아들까지 두었습니다.
어찌 새 사람을 아낀다는 명분으로
옛사람을 버릴 수 있다는 말입니까?
첩은 서방님에게 너무나 실망이 크옵니다.
아니 오. 다 잊어버린 과거의 일이오.
조희(趙姬)는 깊이 생각하지 말고 잊어주시오!
조희(趙姬)는 조쇠(趙衰)가 말하는 얼굴빛을 보며,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으므로, 어머니로 해준 회영(懷瀛)에게 먼저
말하고 곧바로 아버지 진문공(晉文公)을 찾아갔다.
아바마마, 제 서방인 조쇠(趙衰)를 혼 좀 내주십시오!
아니, 갑자기 무슨 말이냐?
소녀가 어질지 못하다는 누명을 쓰게 생겼습니다.
허 어, 무슨 누명을 쓴다는 것이냐?
제 서방님이 책(翟) 땅에 있는 본부인 숙외(叔隗)와
아들 조순(趙盾)을 데려올 생각을 하지 않으십니다.
남편 된 자로 옛 부인과 아들을 내 치려 하다니요?
아바마마, 이는 소녀를 욕보이는 것이옵니다.
아버님, 어찌하면 좋겠나이까?
허 어, 조희(趙姬) 야. 너는 나이 많은 본부인과
다 큰 아들을 데리고 같이 살 수 있겠느냐?
아버님,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아버님, 인간의 도리는 저버릴 수 없나이다.
오호, 내 딸 백희(伯姬)가 참으로 기특하구나.
내 알아서 해주마. 잠시 기다려 보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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