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301∼400회)

제 318 화.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서 휴 2023. 10. 26. 13:47

 318 자기 공을 스스로 말해야 하나.

 

진문공(晉文公)은 호숙(壺叔)에게 포상기준을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히 설명하여 주었으며호숙(壺叔)을 비롯한 여러 천신(賤臣)

에게도 황금과 비단을 듬뿍 내려주며 위로가 되게 하였다.

 

      호숙(壺叔)은 자신의 공을 가신(家臣)과 비교하였던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조용히 물러났다.

 

이 포상론을 들여다보면 진문공(晉文公)이 어떠한 군주였는가를

알게 해주는 중요한 일화가 될 것이다.

 

      포상(褒賞)은 공평(公平) 해야 한다

      공을 세운 만큼의 상()을 줘야그 가치를 스스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며조금이라도 과하거나 부족하면

      서로 간에 불평과 불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진문공(晉文公)은 이처럼 포상을 시행하면서 혈연이나친분이나,

사사로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오로지 자기 자신이 쌓은 공만을

기준으로 삼으면서 논공행상을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면으로 보아진문공(晉文公)은 상()의 의미와

      속성을 매우 잘 아는 군주였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 알았으랴이처럼 치밀한 포상명단에 망명(亡命) 가신

중에 중요한 개자추(介子推)의 이름을 빠뜨리고 만 것이다.

 

      개자추(介子推)가 누구이던가

      진문공과 함께 19년간의 숱한 고생을 감내한

      망명 파 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진헌공(晉獻公)의 명으로 포읍(蒲邑)에 나가 있을 때 발제(勃鞮)

진군()을 이끌고 와서 죽이려 하자, 중이(重耳)와 가신 일행은

급하게 책() 나라로 망명하게 되었었다.

 

또한 발제(勃鞮)가 자객을 이끌고 암살하기 위해 책()으로 몰래

온다고 하자. 급한 김에 책왕()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엉겁결에 유랑 길에 올랐었다.

 

      며칠씩 너무나 배가 고파 걸을 힘도 없을 때

      개자추(介子推)는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내

      국을 끓여 진문공에게 바쳤던 충신이었다

 

      진문공이 고의로 빠트린 것은 아니었다.

      모두 들 자신들의 공적을 작성하여 올릴 때

      개자추는 자신의 공적 조서를 올리지 않았다.

 

      또한 개자추(介子推)는 벼슬을 청하지도 않았으며,

      누구에게 자신의 공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개자추(介子推)는 자신을 내세우기 싫어하는과묵하고 청렴결백한

가신이었기에, 진문공(晉文公)도 개자추(介子推)의 존재를 깜빡

잊고 있다가 이렇게 빠뜨리고 공신들의 명단을 발표하고 만 것이다.

 

      대가를 바라는 행동의 충()

      진정한 마음의 충()이 아니다

 

      더욱이 만백성을 위하는 일에

      자기의 공을 내세워 보답을 바라는 것은

      하늘의 뜻에 떳떳지 못한 짓이다.

 

      ()은 마음속 깊이 들어있어야 하거늘

      어찌 세 치 혀로 충()을 끄집어내는가

 

      상을 받기 위해 다투듯 공적 조서를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간 가소롭지가 않구나

 

더욱이 귀국하기 위해 진(나라의 하수에서 배를 타려 할 때,

호숙(壺叔)이 쓰던 옛 물건들을 애써 배에 모두 실으려 하자

진문공이 낡은 옛 물건은 쓸모없다며 버리라고 하였었다.

 

이때 호언(狐偃)이 큰 공을 세운 사람처럼, 옛 물건을 쓸모없다며 

버린다면옛사람도 쓸모없는 옛것이 되므로, 쓸모없는 자신은

이제 떠나겠다며 외쳐대던 행동을 보고, 크게 실망했었다.

 

      개자추(介子推)는 호언(狐偃)과 같은 사람들과

      같이 지낸다는 것은 대단히 부끄러운 일로

      생각했으며 그때부터 은퇴를 결심했었다.

 

      귀국하여 중이가 진문공이 되었을 때, 단 한 번

      궁에 들어가 하례(賀禮)를 올렸을 뿐으로

      그 후로는 집 안에 칩거하며 책만 읽고 있었다.

 

그런 중에 논공행상이 시행되며 포상자의 명단이 발표되었다.

이때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있던 개자추(介子推)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며,

오히려 담담하게 지내며 미련을 갖지 않았다

     

개자추(介子推)의 공신 탈락에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오히려

이웃 사람들이었으며이웃들이 모두 한마디씩 하게 되었다.

 

      개자추(介子推), 집에 있는가

      오 해장(解張친구어서 오게나

 

      어찌 그러고만 있어서 되겠는가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네나와 같이 가세나

      어디를 가자는 건가

 

      성루(城樓)에 걸린 조서(調書)를 보고 왔네.

      2차로 상을 내린다고 하네

      궁에 들어가 공을 알려야 하지 않겠나

 

      자네는 허벅지 살까지 주공에게 바쳤으니

      자네의 이름이 빠진 것을 주공이 알게 되면

      반드시 큰 상을 내릴 것이 분명하네

 

      어찌 호언(狐偃)을 본받아 하늘의 공적을 훔치겠는가

      하늘의 공적을 훔치다니 무슨 말인가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나?  

      돌아가신 진헌공은 모두 아홉 공자를 두셨네.

 

      진헌공은 해제(奚齊)를 후계로 삼기 위해

      세자 신생(申生)을 죽이고 나라까지 망가트렸네 !

 

      진혜공과 진희공은 비록 군위에 올랐었으나

      하늘의 버림을 받아 대()를 잇지 못했네

 

      이제 우리 주공이 군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하늘의 공일 뿐, 그 누구의 공도 아니라네.

 

      그런데 호언(狐偃)과 공신이라는 자들은 어떠한가

      주공의 귀환이 자신들의 공인 양 떠들어대며

      앞다투어 상을 받고 있지 않은가

 

      이는 하늘의 공을 가로챈 도적과 다름없는 행동이네.

      이런 자들과 함께 지낼 까닭이 없는 것이네.

 

      그러한가말없이 사는 자네야말로

      우리 진(나라의 진정한 충신이라 할 수 있네

 

      아 암자네가 진정한 충신이고 말고.

      그러나 몹시 아쉽기만 한 건 사실이네!

 

친구 해장(解張)은 감복하면서 개자추(介子推)를 보니그의 얼굴은

세상사에 초연한 비장함과 숙연함이 서려 있는걸 느끼게 되었다.

 

       아들 이놈아!  네 살점까지 때어주며

       19년간이나 그렇게 고생하였는데

       상을 받지 않고 가만히만 있느냐

 

       너는 반드시 개씨(介氏가문을 일으켜야 하고

       나도 언제까지 지질히 고생만 하고 살 것이냐!

       아들아, 이제 고생 좀 면해보면 안 되겠느냐

 

       어머님부귀공명(富貴功名)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다시 생각해보아라

       이 어미 가슴이 미어터지는구나

 

똑똑한 아들인 개자추(介子推) 19년 만에 집에 돌아와 개씨(介氏)

가문을 일으켜 세울 것으로 크게 바라던 홀어머니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들이 출사를 거부하고 있자 가슴이 무너지고 있었다.

 

      조정엔 너를 알아주는 사람이 많지 않겠느냐

      같이 고생한 사람과 의논해봐라

 

      용기를 내어 주공을 직접 만나서라도

      네 생각을 전하는 것이 어떻겠냐

 

      어머니저는 이미 저들의 잘못을

      책하는 말을 여러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공신들의 잘못을 여러 번 지적해놓고

      인제 와서 안 한 척하며 공을 말하는 것은

      제 마음의 죄가 너무나 크게 되옵니다.

 

      중이() 공자가 잘된 것만으로 만족할 뿐

      어머니이제는 더 바랄 게 없습니다.

 

개자추(介子推)는 처연한 눈길로 어머니를 여러 번 바라보다가

결연한 어조로 입을 열며 끝내 결심하던 말을 꺼내게 된다.

 

       어머니세상을 떠나 어머님만을 모시고

       조용한 곳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습니다.

 

       어머님저와 같이 조용한 곳에 들어가

       마음 편히 사시면 어떠시겠는지요

 

       너는 정말로 청렴한 선비로다

       그래청렴한 선비의 어미가 어쩌겠느냐

 

       오냐네 마음이 꼭 그렇다면 어쩌겠느냐

        네 마음대로 그렇게 하려무나.

 

누구보다 개자추(介子推)의 마음을 잘 아는 어미지만고생만 하고

살아온 한이 가슴속에 맺혀있었으나, 아들을 따라가기로 하였다.

 

       나는 세상에 나아가 높은 지위를 차지하거나,

       내 이름을 드날리려는 현달(顯達)은 추구하지 않으리라.

 

개자추는 마지막 말을 남기면서 밤이 되자홀어머니를 등에 업고

아무도 모르게 강성(絳城)을 떠나 고향인 면상(綿上)으로 갔다.

면상(綿上)은 지금의 산서성 개휴현 남쪽에 있는 마을이다.

 

      면상(綿上)에는 골짜기가 깊으면서

      높게 솟아 있는 커다란 면산(綿山)이 있다.

 

      개자추는 면산(綿山)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양지바른 곳에 초라하지만 작은 초려(草廬)를 짓고

      작은 텃밭을 일구며 나물과 열매를 먹으며 살려 하였다.

 

      홀어머니에게 효성이 지극한 개자추(介子推)

      사람들의 관심에서 영영 떠나려 하였다.

 

 319 한식날이 어떻게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