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100

제 140 화. 사람 됨됨이를 알아야 한다.

제 140 화. 사람 됨됨이를 알아야 한다. 동맹을 맺는 날이 되었다. 제(齊) 나라가 쌓은 제단은 7층으로 매우 높았으며, 7층의 맨 위에는 커다란 대황기(大黃旗)를 세워놨는데, 휘날리는 사이로 방백(方伯) 이란 글자가 뚜렷이 보였다. 제단 아래에는 제단의 사방을 빙 둘러 가며 높고 커다란 청, 홍, 백, 기(旗)를 제(齊) 나라의 용맹한 장수들이 잡고 있으며, 그 뒤로 씩씩한 군사들이 늘어서 있었다. 층마다 향탁(香卓)을 놓아, 지나치며 몸에 붙은 잡귀를 몰아내게 배려하였으며, 중간층에는 안내인으로 동곽아(東郭牙)가 있었다. 제단의 맨 위인 7층에는 붉은 상(床)인 착주반(着朱盤) 위에 삽혈(歃血)의 피를 담을 옥우(玉盂 =옥잔)를 놓았다. 그리고 양편에 술잔을 올려놓을 수 있는 상(床)인 반점(反坫..

제 139 화. 화의로 전쟁을 피하라.

제 139 화. 화의로 전쟁을 피하라. 노장공(魯莊公)은 북행(北杏)의 회맹(會盟)에 참석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게 되면서, 조례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우리 노군(魯軍)은 달아나고, 수(遂) 나라가 항복하고 촉(蜀) 땅까지 뺏기다니, 5년 사이에 제(齊) 나라가 너무나 달라졌도다. 이제 제(齊) 나라가 정말 겁이 나는구나! 제(齊) 나라를 맹주로 인정해야 한단 말인가? 어서들 말해보시오? 주공, 신 경보(慶父) 이옵니다! 주공께서는 안심하시옵소서. 제(齊)가 비록 수(遂)를 항복시켰다고 하나 그것은 조귀(曹劌) 장수가 방심해서입니다. 신이 군사들을 수습하여 성 밖으로 나가 제군을 모조리 우리 영토 밖으로 쫓아내겠습니다. 주공, 신 시백(施伯) 이옵니다. 신은 제(齊)와 싸워서는 아니 된다고..

제 138 화. 무모한 돌진만이 이긴다.

제 138 화. 무모한 돌진만이 이긴다. 이번 회맹에 참가하지 않는 노(魯) 나라를 먼저 토벌하러 갑시다! 이번 기회에 중보(仲父)의 전쟁 수행능력을 천하 제후들에게 널리 알릴 필요가 있을 것이오. 중보(仲父)는 총대장을 맡아 병거(兵車) 2백 승과 그에 달린 갑사(甲士) 2만 명으로 먼저 수(遂) 나라에 쳐들어가 굴복시키시오! 관중(管仲)은 재상(宰相)에 오른 이래로, 아직 전쟁을 치러보지 않았으므로, 다른 대부들도 그러하였지만, 제환공(齊桓公) 자신도 관중(管仲)의 전투 지휘 능력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수(遂) 나라를 치게 된다면, 반드시 가까운 노(魯) 나라에서 구원군(救援軍)이 올 것이다. 병거(兵車) 2백 승이면 충분한 전력(戰力)이 아니다. 관중(管仲)은 부족한 줄 알면서도 자기를..

제 137 화. 패공이 되고자 일어서는가.

제 137 화. 패공이 되고자 일어서는가. 주공, 예정대로 모임을 진행하십시오! 중보(仲父)의 생각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회합(會合) 만 하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동맹(同盟)까지 맺는 게 좋겠소? 주공, 회합(會合)을 행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면서 동맹(同盟)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공,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있겠나이까? 주공, 모든 일은 첫걸음부터 시작되옵니다. 허, 중보(仲父)의 말씀이 옳소이다. 내 그리하도록 허리다. 회맹 일인 3월 초하룻날이 되어 아침 해가 떠오르자, 다섯 나라의 군주들은 3층 제단 아래로 모여들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 제환공(齊桓公)이 앞서 말하겠소이다. 오늘 모임은 주(周) 왕실을 돕기 위함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일을 해나가려면 반드시..

제 136 화. 군주의 자세는 어떠한가.

39. 패도의 길 제 136 화. 군주의 자세는 어떠한가. 제환공(齊桓公)은 조당에서 신료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제는 관중(管仲)과 패도(覇道)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보(仲父) 에게 묻겠소? 초(楚), 진(秦), 진(晉)이 천하의 영웅이라 스스로 자처하면서도 천하의 패권을 잡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오? 중보(仲父)는 어서 말해보시오? 주공, 그들이 아직 천하의 패권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한 가지라 말할 수 있사옵니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이오? 주(周) 왕실을 높이고 받들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어찌 이유가 될 수 있겠소? 주공, 시대는 그때마다 주인이 있기 마련이옵니다. 그 주인이 있기에 그 시대의 질서가 유지되나이다. 비록 주(周) 왕실이 쇠약해졌다고는 하나 아직 천..

제 135 화. 내 손으로 아내를 바치는가.

제 135 화. 내 손으로 아내를 바치는가. 초문왕(楚文王)은 대연(大宴)을 아쉽게 끝내고 홀로 잠을 자는데 아름다운 식규(息嬀)의 모습이 아른거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날 답례한다는 명분으로 관사(館舍)에서 잔치를 베풀었다. 대왕께선 안녕히 주무시었습니까?. 어제는 고마웠소. 자 답례의 잔을 받으시오! 식후(息侯)는 어제저녁에 자기 부인을 바라보는 초문왕(楚文王)의 음흉스러운 눈빛을 보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겨우 앉게 되었다. 어제저녁 군부인의 술을 한 잔도 받지 못하여 못내 아쉬우며 지금도 그 마음이 남아 있소! 식후(息侯)! 은인을 이렇게 푸대접해도 되겠소? 지금이라도 좋소! 부인을 불러내어 내게 술 한 잔 직접 따르게 해보시오? 대왕이시여, 본시 식(息) 나라의 예법에 술자리에 부인은 나..

제 134 화. 처제를 알려주며 복수하는가.

제 134 화. 처제를 알려주며 복수하는가. 이렇게 채애공은 죽기 직전에 육권(鬻拳)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나, 육권(鬻拳)은 다시 무릎을 꿇으며 힘주어 말한다. 왕이시여, 왕께서 신의 말을 들으시어 채애공(蔡哀公)을 죽이지 않은 것은 우리 초(楚) 나라에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하오나 왕에게 겁박을 준 일은 중죄가 돼 오니 바라건대, 왕께서는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그대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그대가 보여준 행동은 하늘에 떠 있는 저 해도 무색할 정도의 대단한 충성심이리라! 과인이 어찌 그런 충신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만 되었소! 어서 일어나시오! 어서 일어나라 하지 않았소? 육권(鬻拳)의 행동에 초문왕과 모여 있던 신하들이 모두 어리둥절 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이미 비장(..

제 133 화. 충신은 몸을 아끼지 않는가.

제 133 화. 충신은 몸을 아끼지 않는가. 초문왕(楚文王)이 침공하겠다는 생각을 멈추고 채(蔡) 나라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채애공(蔡哀公)은 일찍이 진(陳) 나라의 큰딸 규씨(嬀氏)를 부인으로 맞아들였고 그 이웃 나라인 식(息) 나라 식후(息侯) 역시 진(陳)의 둘째 딸인 식규(息嬀)에게 장가를 들어 둘 사이는 동서지간(同壻之間)이 되어있었다. 식후(息侯)의 부인 식규(息嬀)는 보기 드문 천하절색이라고, 널리 알려졌는데, 한 번은 식규(息嬀)가 친정인 진(陳) 나라로 근친(覲親) 하러 갈 때, 채(蔡) 나라를 거쳐 가야 하는 일이 생겼다. 처제가 우리 채(蔡) 나라를 지나간다고 하였는가? 내 어찌 어여쁜 처제를 그냥 지나치게 할 수 있겠는가? 오랜만에..

제 132 화. 이제 초나라가 일어서는가.

38. 초문왕의 등장. 제 132 화. 이제 초나라가 일어서는가. 제환공(齊桓公)이 제(齊) 나라 군위에 오를 때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제(齊)가 노(魯)와 두 차례 전쟁에서 모두 패하는 수모를 당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하지만 이 패배는 관중(管仲)의 진가를 깨닫게 해주어 모든 국정을 일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제환공(齊桓公)이 장차 패공(霸功)이 되겠다며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이때 남방(南方)에 자리 잡고 있던 초(楚) 나라가 힘을 키우더니 중원(中原)에 진출하고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황하(黃河) 서쪽 끝의 진(秦) 나라에서 동쪽으로 황하(黃河)를 따라가다가 중원(中原)에 이르기 전에 황하(黃河) 남쪽의 산을 넘어 한참을 내려가면 한수(漢水)가 ..

제 131 회. 잔머리들의 꾀임에 죽는가.

제 131 회. 잔머리들의 꾀임에 죽는가. 진(陳) 나라는 남궁장만을 보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누가 말했느냐? 아바마마, 소자 목이(目夷) 이옵니다. 어린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사람들은 힘센 장수를 공경합니다. 진(陳) 나라는 그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마음을 반드시 가질 것입니다. 빈손으로 가서 청하면 진(陳) 나라가 어찌 우리를 위해 남궁장만을 내놓겠습니까? 어 허. 네 말이 맞는구나! 송환공(宋桓公)이 고개를 돌려보니, 다섯 살 밖에 안 된 어린 아들 목이(目夷)가 송환공(宋桓公)의 뒤에 앉아 있다가, 불쑥 중신들의 대화에 끼어들며 또랑또랑한 음성으로 말하였다. 생각해보니 한 치의 어긋남도 없는 말이라, 송환공은 새삼 어린 아들 목이(目夷)의 총명함에 감탄하였으며, 그래서 진(陳) 나라로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