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 열국지( 101∼200회)

제 134 화. 처제를 알려주며 복수하는가.

서 휴 2023. 5. 30. 17:39

134 . 처제를 알려주며 복수하는가.

 

이렇게 채애공은 죽기 직전에 육권(鬻拳)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구하게 되었으나육권(鬻拳)은 다시 무릎을 꿇으며 힘주어 말한다.

 

       왕이시여왕께서 신의 말을 들으시어

       채애공(蔡哀公)을 죽이지 않은 것은

       우리 초(나라에 복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하오나 왕에게 겁박을 준 일은 중죄가 돼 오니

       바라건대왕께서는 신을 죽여주시옵소서

 

       그대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가?

       그대가 보여준 행동은 하늘에 떠 있는

       저 해도 무색할 정도의 대단한 충성심이리라

 

       과인이 어찌 그런 충신을 죽일 수 있겠는가?

       그만 되었소어서 일어나시오

       어서 일어나라 하지 않았소?

 

육권(鬻拳)의 행동에 초문왕과 모여 있던 신하들이 모두 어리둥절

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이미 비장(秘藏한 각오가 서려 있었다.

 

       왕이시여감사하나이다.

       왕께서는 비록 신()을 용서하실 수 있사오나?

       왕이시여()은 신()을 용서할 수 없나이다.

 

이렇게 말하고는돌연 들고 있던 칼로 자기 오른발을 끊어버리며,

끊어져 나간 다리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오는데도그는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궁정 안의 모든 신하를 향하여 외쳐댔다.

 

       여러분 똑똑히 보도록 하시오

       신하 된 자로 왕에게 무례한 짓을 한 자는

       나처럼 이렇게 되고 말 것이오

 

초문왕(楚文王)은 대경실색하며 애초에 그의 간언을 듣지 않은 것을

몹시 뉘우치면서 얼른 의원을 불러 끊어진 다리를 치료하게 하였다.

 

육권(鬻拳)의 다리 상처는 아물었으나 걷지는 못하였다반면에

그의 명성은 초(나라 전역에 퍼지며 충신의 대열에 올랐다.

 

       육권(鬻拳)의 드높은 충성심을 기리 보존하리라

       육권(鬻拳)의 다리를 부고에 소중히 보관하고

       앞으로 육권(鬻拳)을 태백(太伯)이라 부르도록 하라

 

태백(太伯이란 큰아버지라는 뜻으로 최고의 존칭어였다.

초문왕(楚文王)은 육권(鬻拳)을 성을 지키는 대혼(大閽)으로

삼으면서 도성인 영성(郢城) 전체를 관리하게 하였다.

 

초문왕(楚文王)은 육권(賁勸)의 만류로 채애공을 살려주었으며,

조공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받게 되자채애공(蔡哀公)을 채(

나라로 돌려보내기로 정하고 위로한다면서 큰 연회를 베풀었다.

 

       채애공(蔡哀公).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봅시다.

       왕이시여여부가 있겠습니까?

 

       풍악을 울리도록 하라

       무얼 하느냐모두 앞에 술을 가득 부어라.

 

       채애공(蔡哀公)! 술맛이 어떻소?

       왕이시여향과 맛이 너무나 좋습니다.

 

       우리나라는 가시나무()가 많지요.

       봄이 되면 새순을 따서 찧고 그늘에서 말리며

       또 찧고 말리며, 술을 붓고 3년을 숙성시키지요.

 

       어쩐지 형주(荊酒)가 소문난 술이라 하더니

       과연 담백하고 은은한 향이 정말로 좋습니다.

 

       떠날 때 실어드리도록 하겠소.

       왕이시여정말정말 고맙습니다.

 

풍악이 울리며 많은 여자가 춤을 추며 흥을 돋우면서분위기가

무르익자초문왕은 쟁()을 탄주(彈奏) 하는 어여쁜 소녀를

말끄러미 쳐다보다가 눈빛이 마주치자손짓하여 오라고 부른다.

 

       채후(蔡侯)! 이 소녀가 얼마나 아름답소?

       ()도 잘 치면서 재색(才色)도 겸비한 것 같소.

 

       그렇습니다너무나 어여쁩니다.

       소녀야무얼 하느냐?

 

       채후(蔡侯)께 술을 가득 올리도록 하고

       곁에서 떠나지 말고 시중을 잘 들어드리도록 하라.

 

       소녀술잔을 올리나이다.

       채후(蔡侯)께옵선 만수무강(萬壽無疆하시옵소서.

       어허 어고맙소.

 

       채후(蔡侯)남아가 여자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면

       진정 남아라 할 수 있겠소?

 

        또한여인이 자기의 아름다움을 진정으로

        알아주는 남아가 없다면 얼마나 섭섭하겠소

        왕이시여옳은 말씀이시옵니다.

 

채애공(蔡哀公)은 소녀와 초문왕(楚文王)을 번갈아 보면서기골이

건장하며 힘이 넘치는 그러한 자는, 어여쁜 여자를 좋아한다는

생각이 떠오르자그는 자신을 속여 목숨까지 잃을 뻔하게 한

식후(息侯)에 대해 복수할 생각을 불현듯 떠올리게 되었다.

 

       왕이시여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은

       남아의 마음을 몹시 설레게 하지요

 

       대왕께서는 천하절색을 보신 일이 있으신지요?

       천하절색이 어느 곳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라에 어찌 미인이 없겠소만

       천하절색이라니 무슨 뜻으로 말하는 것이오?

 

       저는 천하절색을 본 적이 있지요

       (나라의 말희(末喜,

       (나라의 달기(妲己

 

       그런 여인에 비하면 아마

       보름달과 반딧불의 차이일 것입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다 있었소?

       대관절 그 여인이 누구란 말이오?

 

       대왕께선 놀라지 마십시오?

       다름 아닌 식후(息侯)의 부인인 식규(息嬀입니다.

 

       식후(息侯)의 부인이 그토록 아름답단 말이오?

       대왕이시여저의 처제인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눈은 가을물 같고 뺨은 복숭아꽃보다 고우며

       입술과 턱은 천상의 선녀보다 더 가냘프지요

 

       아마 이보다 더한 천하절색은 없을 겁니다

       호 오그리도 아름답단 말이오?

 

       내 식규(息嬀)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채후(蔡侯) 만나게 해줄 수 있겠소?

       대왕의 위엄으로 못 할 것도 없소이다.

 

       대왕께선 순수(巡狩)를 나가실 적에

       여러 나라를 돌아본다는 핑계로 식(나라에

       들리시면 식규(息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오호그렇긴 하오.

       만나기가 의외로 쉽구먼고맙소.

 

채애공(蔡哀公)은 초문왕(楚文王)이 어린애처럼 기뻐하는 걸 보며

잔치가 끝나자마자 여러 차례 절을 올리고 도망치듯 귀국하였다.

 

       (나라는 회수(淮水) 상류에 있는

       강안(江岸)의 도시이며지금의 호북성

       신양시 동북쪽에 있는 식현(息縣일대이다.

 

(나라는 후작(侯爵)의 작위를 받은 제후국이었으나(

나라가 강성해지자살아남기 위해 할 수 없이 주(왕실을 

배신하고, (나라에 조공을 바치기 시작하였다.

 

       아니어떻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오시다니요?

       아무 준비를 못 하여 황망하옵니다.

       아니 괜찮소순수(巡狩중에 잠깐 들린 것이오.

 

난데없는 초문왕(楚文王)의 방문을 받자식후(息侯)는 당황하면서도

관사를 열어 깍듯이 모시며조당(朝堂)에다 대연(大宴)을 베풀었다.

 

       (나라는 회수(淮水)를 끼고 있으면서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군요.

       아름다운 땅에는 어여쁜 꽃도 핀다고 하지요?

 

초문왕(楚文王)은 식후(息侯)가 올리는 술잔을 받아 마시며, 찾아온

의도가 따로 있는 바이므로 은근히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지난날 채(나라를 친 것은 오로지

       식후(息侯)의 군부인(君夫人)을 위해서였잖소?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하하채후(蔡侯)가 다 이야기하여 주었소!

 

       과인이 이곳까지 왔는데

       고맙다는 인사라도 받아야 하지 않겠소?

 

식후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으나감히 거역할 수가 없어 내당에

연락하자잠시 후 패옥(佩玉소리가 찰랑찰랑 울리면서화려하게

차려입은 식규(息嬀)가 연회 석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대왕께서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아니 오괜찮소이다.

       이리 환대해주시어 감사합니다.

 

초문왕(楚文王) 식규(息嬀)가 들어와 인사를 올리자눈이 너무 

부셔 뜰 수도 없었으며놀란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으므로

한동안 넋을 잃고 쳐다보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게 된다.

 

       너무나 반갑소이다.

       그대의 손길로 술잔을 받고 싶소이다

 

       대왕께 황송하오나 용서하시옵소서?

       (나라의 예법상 직접 하지 못하오니

       어여쁜 궁녀의 잔을 받으시옵소서.

 

식규(息嬀)는 진(나라 태생으로 어릴 적부터 예절 교육을 잘

받아 정도를 지킬 줄 알고 있었고  (나라의 예법상 궁녀가

술을 밭치자, 식규(息嬀)는 두 번 절을 올리고 초문왕이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내당으로 들어가 버렸다.

 

       으음아니 이럴 수가

       이리도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단 말이더냐?

 

       채애공(蔡哀公)의 말이 허언(虛言)은 아니었구나.

       과연 천생의 아름다운 여인이로다

 

135 . 내 손으로 아내를 바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