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7 화. 패공이 되고자 일어서는가.
주공, 예정대로 모임을 진행하십시오!
중보(仲父)의 생각이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회합(會合) 만 하는 것이 좋겠소?
아니면 동맹(同盟)까지 맺는 게 좋겠소?
주공, 회합(會合)을 행하다 보면 서로 마음이 통하게
되면서 동맹(同盟)은 저절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주공, 어찌 첫술에 배가 부를 수 있겠나이까?
주공, 모든 일은 첫걸음부터 시작되옵니다.
허, 중보(仲父)의 말씀이 옳소이다.
내 그리하도록 허리다.
회맹 일인 3월 초하룻날이 되어 아침 해가 떠오르자, 다섯 나라의
군주들은 3층 제단 아래로 모여들어 서로 인사를 나누게 된다.
이 제환공(齊桓公)이 앞서 말하겠소이다.
오늘 모임은 주(周) 왕실을 돕기 위함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함께 일을 해나가려면
반드시 이끌고 나갈 지도자가 있어야 합니다.
먼저 모임을 이끌어나갈 맹주(盟主)를
뽑는 것이 순서일 것이오?
제공(齊公)이 맞는 말씀을 하시었소!
우리 모임에도 맹주(盟主)가 있어야 하지요,
누구를 뽑으면 좋겠습니까?
왕실의 관작(官爵) 서열대로라면 공작의 나라인
송환공(宋桓公)이 가장 높습니다!
제후들의 생각은 어떠하시오?
모두 머뭇거리며 말씀을 하시지 않으니
이 진후(陳侯)가 먼저 의견을 내겠소이다.
관작(官爵) 서열대로라면 송환공(宋桓公)이 되겠으나
왕께선 이번 모임을 환공(桓公)에게 명했소이다.
더구나, 이 자리는 송환공(宋桓公)이 왕실로부터
군후(君侯)로 인정받는 자리가 되겠습니다.
따라서 이 모임의 맹주 역시 제환공(齊桓公)께서
맡아주셔야 한다고 봅니다!
좋습니다! 제환공(齊桓公)이 아니면
이 책임을 누가 감당하겠소이까?
여러 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하면서 권하자, 제환공은 여러
차례 사양하다가, 마지못한 듯 제단 위로 올라가 맹주가 되었다.
제환공 다음에 송환공(宋桓公)이 서고, 이어 진선공(陳宣公)과
그다음으로는 채애공(蔡哀公)과 주후(邾侯) 순으로 관작(官爵)
서열대로 자리를 배치하게 되었다.
자, 술잔을 모두 높이 들도록 합시다!
공자 어설(御說)을 송(宋) 나라 군주로
인정하는 예식을 치릅시다!
송환공(宋桓公). 축하드립니다!
이렇게 들, 축하해주시어 고맙습니다!
자, 입술에 피를 발라 삽혈(歃血) 행사를 치르고
동맹(同盟)을 맺는 행사를 시작합시다.
제(齊) 나라 대부 중손추(仲孫湫) 이옵니다.
동맹을 맺는 서약서를 낭독하겠나이다.
모년 모월 아무 날에 제(齊)의 소백(小白), 송(宋)의 어설(御說),
진(陳)의 저구(杵臼), 채(蔡)의 헌무(獻舞), 주(邾)의 자극(子克)은
주(周) 왕실의 명을 받들어 북행(北杏) 땅에 모여 함께 왕실을
돕기로 맹세하며 또한, 천하의 약한 자를 돕기로 서약합니다.
만약 이 맹세를 어기는 자는 서로 힘을 합쳐 징벌하게 되리라.
이로써 왕명에 따라 다섯 제후는 서로 술잔을 들어
헌수(獻壽) 하면서 서로의 맹세를 성립시키었다.
논어(論語)에 따르면 제환공(齊桓公)은 재위(在位) 시절에 모두
아홉 차례나 제후들을 소집하여 회합했다고 전한다.
이번의 북행(北杏) 회맹은 아홉 차례 회합 중 가장 첫 번째가 되는
것이며, 제환공이 패공이 되려는 깊은 각오가 들어있었다.
중보(仲父) ! 진(秦)과 진(晉) 나라는
거리가 워낙 멀어 참석할 수 없다고 해도
중원 국인 노(魯), 정(鄭), 조(曺), 위(衛) 나라가 모두
불참한 것은, 이번 회맹을 거부한 것이 아니겠소?
주공. 그렇게 볼 수 있사옵니다!
제환공(齊桓公)은 제(齊) 나라의 강한 의지를 천하에 알리지 않을
수 없다는 각오를 하였기에, 이를 아는 관중(管仲)이 회맹(會盟)이
끝나갈 무렵에 제단 위로 올라가 여러 제후에게 제안하게 된다.
노(魯), 정(鄭), 조(曺), 위(衛)나라 등은 왕실의 명을
거역하며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왕실을 모욕(侮辱) 하는 것이며
천하의 평화를 깨뜨리는 소행이라 하겠소이다.
마땅히 군후(君侯) 들은 이번 기회에 그들을 토벌하여
실추된 왕실의 권위를 높여 놓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 제(齊) 나라는 비록 병거가 충분하지 못합니다만
온 힘을 기울여 주왕(周王)의 명을 거역한 제후들을
토벌하는 데 앞장서겠소이다!
군후(君侯) 들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좋습니다. 서로 힘을 합해 제후(齊侯)를 따르겠소이다.
제환공(齊桓公)과 관중(管仲)의 제안에 진(陳), 채(蔡), 주(邾),
세 나라는 찬성하였으나, 송환공(宋桓公) 만큼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북행(北杏) 땅에서 회맹(會盟)을 가지며, 동맹을 맺는 행사까지
치르고 난 그날 밤에, 송환공(宋桓公)은 오늘 치러진 행사에 몹시
불쾌감을 드러내며, 대부 대숙피(戴叔皮)를 불러 불만을 토로한다.
벌써 밤이 되었구나.
대부 대숙피(戴叔皮)를 부르라!
주공, 대숙피(戴叔皮) 이옵니다.
대부 대숙피(戴叔皮)는 들어 보시 오?
내, 군위(君位)를 인정하여 주는 자리라 참석하였소만
왕실에서 내려준 관작(官爵)의 서열을 무시하고
제환공(齊桓公)은 자기 스스로 맹주가 되었도다!
이 어찌 아니꼬운 일이 아닐 수 있겠는가?
더욱이 여러 나라 군사들까지 이용하려 하니
제(齊) 나라의 종노릇을 시키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주공, 신 대숙피(戴叔皮)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주공,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나라가 더 많습니다.
이는 제(齊) 나라가 세력을 잡지 못하였다는 증거입니다.
이번에 참석한 나라 중에서 가장 큰 나라는
우리 송(宋) 나라뿐이옵니다.
우리가 이 모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나머지 세 나라도 자연 흩어지고 말 것입니다.
그리되면 제(齊) 나라는 아무 힘을 쓰지 못합니다.
주공, 우리가 온 것은 군위를 인정받는 데 있었던 만큼
이미 인정식(認定式)이 끝났으므로 눈치나 보며
여기에 더 있을 이유가 없사옵니다.
다음날 이른 새벽에 송환공(宋桓公)은 아무런 통보도 없이 수레를
몰고, 송(宋) 나라로 돌아가 버렸고, 날이 밝아서야 뒤늦게 알게
된 제환공(齊桓公)은 길길이 뛰며 불같이 화를 내었다.
당장 달려가서 송환공(宋桓公), 그놈을 잡아 오리라!
주공. 참으시옵소서!
지금 우리가 송환공을 추격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거역하는 자는 왕명으로 쳐야 명분이 섭니다.
지금은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사옵니다.
더 급한 일이라니, 그것이 무엇이오?
송(宋) 나라는 멀고 노(魯) 나라는 가깝습니다.
더욱이 노(魯) 나라는 왕실과 친척 간이므로
먼저 노(魯) 나라를 굴복시켜야 합니다.
노(魯) 나라가 굴복하여야 만
송(宋) 나라에 쳐들어갈 수 있습니다.
노(魯) 나라를 굴복시키려면 어찌해야 하겠소?
노(魯) 나라 동북쪽 제수(濟水) 변에 수(遂) 나라가
있사온데 수(遂)는 노(魯)의 부용국(附庸國) 입니다.
주공께서는 먼저 왕명으로 수(遂)를 공격하십시오.
수(遂) 나라는 작고 허약해서 우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일찍 항복해올 것입니다.
수(遂)가 항복하면 노(魯)는 겁을 먹을 것이며
그때 노장공의 어머니 문강에게 편지를 써 보내십시오.
문강(文姜)은 원래 우리 제(齊) 나라 사람이기에
우리 제(齊) 나라와 화평을 재촉하게 할 것입니다.
문강(文姜)의 말이라면 아무리 고집 센
노장공(魯莊公) 이라도 허리를 굽혀
동맹을 청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 연후에 송(宋) 나라를 공격하여야 합니다.
그래야만 방해하는 제후가 없게 되옵니다.
중보(仲父)의 말씀이 백번 옳소!
노(魯) 나라를 먼저 치도록 합시다.
본래 수(遂) 나라는 순(舜) 임금의 후손(後孫)에게 봉해진 나라로,
지금의 산동성 영양현 일대에 있었다.
수(遂) 나라 영토는 노(魯) 나라 도성인
곡부(曲阜)에 가까운 바로 옆에 있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수(遂)는 노(魯)의 부용국(附庸國)으로
전락하여, 겨우 명맥(命脈) 만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환공(齊桓公)은 북행(北杏) 모임에서 돌아오자, 왕명을 어기고
회맹에 참가하지 않은 노(魯) 나라를 먼저 토벌하기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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