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이야기 80

흐르는 강

흐르는 강 서 휴 흐르는 강물 따라 가노라면 그리운 임이 따라오는 듯 반가워 되돌아보면 들풀들 속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이 손을 흔들며 들려주는 지나간 이야기들이 저미어오며 이슬 맺혀오게 하지요. 그리운 내님 아름다운 내님 이리 강물을 보노라면 둘이서 뿌렸던 꽃잎들이 한 송이 한 송이 떠 흘러가며 방긋이 웃는 그대를 보는 듯 이슬이 맺혀오지요. 그리운 내님 아름다운 내님 옛 사랑이 되어버린 내님 이제라도 둘이서 강물 따라 거닐며 흘러간 옛 사랑을 다시 담으며 그리고 또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우리 같이 지나간 사랑을 되돌아보며 우리는 아름다운 사랑을 하였노라고 손을 잡게 되기를 바라고 싶어요. 그리운 내님 아름다운 내님 방긋이 웃으며 찾아오기를 오늘도 내일도 기다리고 싶어요.

사랑 이야기 2013.08.02

보고픈 당신

보고픈 당신 서 휴 산속의 이른 아침이요. 참 깨끗하기도 한 봄날의 아침은 쌉쌀하기도 합니다. 한 달간은 산행을 하리라 마음과 몸을 위하여 그리 하라며 당신이 만들어준 밑반찬에 요기를 하고 골짜기에 얼굴을 씻으며 텐트를 정리하고 배낭을 둘러메며 이른 아침 산길은 당신의 모습으로 채워지는 듯 오늘따라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당신을 왜 이리 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네요. 무슨 일이 없었냐고 묻지를 않았지요. 통화도 안 되는 곳이라 그래서일까요. 어젯밤부터 이른 아침부터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홀로 다니는 산행이 길어서일까요. 어느새 익숙해지는 산행이지만 이렇게 혼자 거니는 산길은 또 해가 지고 또 밤으로 어둠이 내리겠지요. 마음에 가득 찬 당신과 함께하는 오늘을 나는 사랑 합니다

사랑 이야기 2013.05.09

지나가는 봄비

지나가는 봄비 서 휴 봄비 오는 날 봄비 보며 울지를 않겠어요. 그대도 봄비에 울지 말아요. 그대는 나를 사랑한다 말은 하였지만 내 가슴엔 그대가 없어요. 지나가는 봄비로 왔다 찬바람 던지며 흔들고 떠나는 데 마음 설레며 기다릴 수만 없잖아요 봄비 봄비는 봄날에 지나가는 비에요 그대와 나. 차가운 한 겨울에 뜨겁게 불사르며 그렇게 몸을 녹이며 사랑을 하다 봄이오면 그대는 떠나갔어요. 봄비처럼 그렇게 마음 흔들며 그대의 사랑이 떠나려할 때 내 마음은 찬바람 맞으며 너무나 울었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그대를 생각하지 안치만은 다시 사랑을 하자며 울고 싶을 때도 있어요. 봄비 오는 날 나를 붙들고 울지를 말아요. 우는 모습에 따라 가지 안으려 해요. 우리의 사랑도 봄비로 그냥 가야해요. 봄비는 봄날에 지나가는..

사랑 이야기 2013.04.20

산수유

산수유 山茱萸 서 휴 봄비 흐르는 유리창 산수유 앙상한 가지에 노란 꽃망울 터져 나온다 오늘 따라 붓이 나가지 않는 화실 내 임이 찾아올 듯 서성이며 창밖에 시선이 자주 간다. 봄비 오는 날 봄비 속에 맺어진 사랑 서로 눈빛 마주치며 서로 붓을 바라보며 봄꽃 속의 우리 모습 그리다 먼 곳으로 떠난 내님 다시 한해 되어 오는 봄비 바라보며 찾아올 날 손 꼽아본다 이제 오시려니 그리다만 그림 꺼내어 먼지 털며 닦으며 어디쯤 오고 있을까 봄비 속에 피어있는 노란 산수유 꽃망울 바라본다.

사랑 이야기 2013.03.20

가는 길

가는 길 서 휴 내가 간다면 어디까지 갈까 구름한테 물어볼까 길한테 물어볼까 젊은 날은 내 가슴에 물어보며 걸었지 힘차게도 잘 걸어갔어. 당신을 만나며 당신은 나에게 말을 하였어. 사랑만이 길이라고 사랑의 길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고 어머님도 말씀하셨어. 사랑 만이 바른 길이라고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사랑만 가지고 되냐며 내 젊음은 다른 길을 걷기도 하였지 그래서 싸웠어 사랑하는 당신과 어머님 하고도 그게 내 젊은 모습이었나. 당신의 자는 모습 보며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 이제 세월 지나 어머님도 가시고 당신과 나 걸어왔던 길을 보는 거야 하얀 머리 날리며 당신은 원망뿐일 거야 원망하는 얼굴을 보며 도 당신 모습은 옛날처럼 아름답기도 하지 그래서 말 아니하고 웃으며 편히 자는 모습 보는 거야 바른 길..

사랑 이야기 2013.02.23

가신다면

가신다면 서 휴 따스한 봄날 개나리꽃 입에 물고 살랑대는 봄바람에 고개 내밀며 가슴에 파고드는 그대의 얼굴 수줍은 꽃처럼 웃으며 하는 몇 마디 가슴조이며 듣던 우리의 모습에 우리의 사랑은 깊어졌지요. 꽃피는 봄날도. 우산을 든 빗소리도. 낙엽을 밟는 가을 산에도 가로수에 쌓인 눈이 떨어져 흩날리는 아름다움에 손뼉치고 웃을 때 우리의 사랑은 뜨거웠었지요. 그러나 찬바람 부는 날 이처럼 눈이 쏟아지는 날 가신다면 가야겠지요. 떠나가면 맺지 못할 줄 알지만 가신다면 가야겠지요. 사랑은 잊어요. 눈물은 흘리지 않기로 해요 눈이 오는 날은 가지마세요 눈을 맞으며 가지마세요 가시는 모습 눈에 가려 보이지 않아요. 처음 만나던 날 그날처럼 개나리꽃 입에 물은 그날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봄날에 가세요.

사랑 이야기 2013.01.28

사랑의 정성

사랑의 정성 서 휴 사랑의 씨앗이 되어 품에 안고 젖을 물려주며 토닥거리며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아장아장 걷다 다치고, 뛰어놀다 다치고, 싸움하다 다치고, 모두다 사랑으로 보살펴 준다. 아프거나, 큰 병이 낫을 때나, 어긋났을 때에도 올바르게 되도록 정성을 다하여 사랑으로 낫게 한다. 책에서 도, 만나는 사람에게서 도 배우고, 길을 걸으며 도 배우고 집에 돌아와서 도 정성스런 사랑을 배우며 자란다. 사랑을 물려받아 스스로 사랑을 보태며 사랑을 품고서 자기 길을 가며 새로운 사랑을 만난다. 새로운 사랑에게 사랑의 마음을 열며 사랑이 쌓이고 사랑을 주고 또 주고 때로는 아쉬운 충격을 남기고 떠나버리는 사랑도 있지만 떠나간 사랑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으며 나의 사랑은 나의 마음속에 있다 나의 마..

사랑 이야기 2013.01.24

눈길

눈 길 서 휴 길을 걸어요. 눈길을 걸어요. 손을 잡고 눈길을 걸어요. 같이 걸어요. 꽃이 피어 가득하던 길 하얀 꽃눈이 손짓하네요. 보지 마세요. 손만을 잡아요. 그대 얼굴이 눈에 부셔요 바라보면 벅찬 가슴 터져 나와요 손만을 잡아요. 우리 손을 잡고 노래 부르면 꽃피던 길 눈꽃 피어 우리사랑 눈처럼 쌓일 거예요 안아주세요. 꼭 안아주세요. 그대 품안에 눈처럼 꽃처럼 스며들고 싶어요. 눈처럼 꽃처럼 쌓이고 싶어요. 같이 걸어요. 우리사랑 손짓하는 눈길을 걸어요.

사랑 이야기 2013.01.03

홍시

홍 시 紅 柹 서 휴 한적한 시골의 넓은 마당 큰 감나무에 까치가 날아왔다 아이들 즐겨 뛰놀고 밤이 깊어 우리사랑 퍼런 감 홍시 만들었다 또 먼 바닷길 떠나는 내님 입술 부비며 내 좋아하는 빨간 홍시 남겨놔요 먼 뱃길 닫는 곳 울긋불긋 엽서 편지 사랑실고 와 내님 사랑에 웃고 울고 지나가는 한겨울 눈 내리는 창 긴 편지 만지며 어느 항구에 서있는 내님 보면 내리는 눈은 나의 눈길을 덮는다. 홍시 너무 익어 오래 되었는데 편지 다시 아니 올까 집에 다시 아니 올까 헤지도록 읽은 편지 너무 읽어 붉은 홍시 되어 눈에 메 달린 까치밥 홍시 하나 눈에 메 달려 밤만 깊어간다 누가 왔나. 대문 두드리는 소리 반가워 얼결에 방문열고 뛰쳐나가 마루에 서니 눈 쌓여 하얀 이른 아침마당 까치 발자국 듬성듬성 하얀 마당,..

사랑 이야기 2012.12.20

오고가는 사랑

오고가는 사랑 서 휴 내가 태어났을 때 나는 울었지만 내 곁의 사람들은 기뻐하였답니다. 내가 죽었을 때 내 곁의 사람들은 울겠지만 나는 웃으며 가고 있을 겁니다. 여보 일어났어. 으응 일어나야지 이른 아침 밥상에 이야기 나누고 빙그레 웃으며 일터로 가지요 인생은 사랑의 모습이 되어 사랑으로 오며 사랑으로 가는 가 사랑으로 웃고 울며 사랑이 깊어지고 새로운 사랑만나 울고 웃으며 만나서 사랑하고 헤어지며 도 사랑하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사 이었나. 살아가며 다툼에도 싸움에도 돌아서지 않으면 담겨진 사랑이 어디 가겠습니까. 기쁘고 슬픈 사랑도 둘이서 짧고 긴 사랑도 둘이서 만들어 내는 것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하는 깊은 사랑이 헤어지는 운명도 비켜가게 한데요 우리는 서로를 보며 긴 사랑을 하고 있지요 당신..

사랑 이야기 2012.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