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신다면
서 휴
따스한 봄날 개나리꽃 입에 물고
살랑대는 봄바람에 고개 내밀며
가슴에 파고드는 그대의 얼굴
수줍은 꽃처럼 웃으며 하는 몇 마디
가슴조이며 듣던 우리의 모습에
우리의 사랑은 깊어졌지요.
꽃피는 봄날도. 우산을 든 빗소리도.
낙엽을 밟는 가을 산에도
가로수에 쌓인 눈이 떨어져 흩날리는
아름다움에 손뼉치고 웃을 때
우리의 사랑은 뜨거웠었지요.
그러나 찬바람 부는 날
이처럼 눈이 쏟아지는 날
가신다면 가야겠지요.
떠나가면 맺지 못할 줄 알지만
가신다면 가야겠지요.
사랑은 잊어요.
눈물은 흘리지 않기로 해요
눈이 오는 날은 가지마세요
눈을 맞으며 가지마세요
가시는 모습 눈에 가려 보이지 않아요.
처음 만나던 날 그날처럼
개나리꽃 입에 물은 그날처럼
따스한 마음으로 봄날에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