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야기

아침마다 걷는돌

서 휴 2012. 3. 26. 00:14

아침마다 걷는 돌

서 길 수

 

 

한겨울 새벽

산책을 나서며 옷매무새를 잡으면

 

안녕 하세요

안녕 하셨어요

동트기 전에 만나는 사람끼리 하는 인사말

 

같은 시간에

같이 만나

같이 걷는 사람들은 싱그럽고 상쾌합니다.

 

손에 장갑을 끼고

머리 위까지 팔을 흔들며

무릎은 배꼽까지 오도록 높이 들며 걷습니다.

 

풍덕천에서 분당천을 따라

새 찬 바람이

옷매무새를 잡아주어도 땀이 흐르고 또 흐릅니다

 

아침 햇살은 아파트 유리창에 부딪치고

온몸은 후줄 그니 흐른 땀이 마르고 있습니다

 

살아온 평생을 걸으며 살아왔는데

걷는다는 것

걸으며 산다는 것이

 

한동안 병상에 누어

천정에 돌을 놓으며

하얀 돌 까만 돌을 옮기며 헤아리며

 

움직이는 돌의 모습을 보며

걷는다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제 걸으며

하얀 구름에 까만 돌을 놓아보고

파란 하늘에 하얀 돌을 놓아보고

 

물소리 들으며

섬돌을 하나 둘 건너보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걸어온 나의 모습

걸어가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아내는 말을 합니다

천천히 좀 가

왜 그리 힘차게 걸어

내일 또 걸을 텐데

 

오늘도 걸으며

먼 하늘 먼 산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마음을 삭입니다

 

걸으며 살아온 인생길

걸음 속에 우리의 생활이 있고

걸음 속에 힘겨우며 도 따스한 사랑이 있고

걸음 속에 같이 걷는 사람이 있다는 걸

 

같이 걸어온 얼굴을 봅니다

주름진 얼굴을 봅니다

아름다운 아내의 얼굴을 봅니다

 

아름답습니다.

아침의 햇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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