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를 찾아

길상사를 찾아23. 기적소리

서 휴 2013. 10. 10. 00:59

길상사 吉祥寺를 찾아

서길수

 

23. 기적汽笛소리

 

                사랑은 알 수 없어

 

                일에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시작은 있으면서

                그 끝을 알 수 없는 일이 많은 것 같아요

 

                우연으로 시작한 사랑에

                얼굴만 보아도 서로같이 즐거워 웃고 웃으며

                애달픈 일에는 서로같이 서러워 눈물을 흘리지요.

 

                사랑의 시작은 둘이서 만들면서

                매일매일 이어지는 사랑을 둘이서 만들면서

 

                때로는 아옹다옹하며 이어지는 사랑이

                어떻게 될지

 

                그 끝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것 같아요

                그게 사랑인가 봐요

 

                사랑은 알 수가 없어요.

                사랑의 끝은 더욱 알 수가 없어요.

 

함경도의 성천강城川江은 어디에서 시작하여 어디로 흘러갈까

어디로 흘러가 무엇이 될까

 

함흥에서 시작하여 신흥선 기찻길을 따라 반용산盤龍山 자락을 지나며

오로역五老을 지나 신흥新興 동흥東興 경흥慶興 송하松下를 지나면서

그 많은 발전소들을 보고

 

송흥역松興驛에 도착하여

강삭철도綱索鐵道를 타고 가파른 산 고개를 힘들게 오르면

백암산1741m 역이 있는 부전령산맥의 부전령 고갯마루에 올라서게 된다.

 

부전령 고갯마루에서 백두대간 白頭大幹을 따라 동쪽으로 타고 가며

백역산1856m을 지나 명당봉1809m을 지나면

금패령 禁牌嶺에서 잠시 쉬게 된다.

 

금패령1635m에서 조금 더 가면 부전령 산1835m이 있으며

부전령 산으로 부터 회사봉2117m의 중간지점이

 

북쪽으로는 풍산군豊山郡

동남쪽으로 덕성군德城

서남쪽으로 신흥군新興郡 3개 군의 경계가 되는 삼각지점이 된다.

 

이 삼각 지점에서 신흥군과 덕성군의 경계를 따라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천산대봉 天山大峰 1977m를 만나게 된다.

 

이 삼각지점에서 신흥군新興郡 쪽으로 내려오며

부전령 산1835m 과 천산대봉1977m 과의 사이인 두 큰 산 골짜기의

윗부분의 작은 옹달샘이 성천강城川江의 발원지發源地가 되는 곳이리라

이 작은 옹달샘의 이름을 아는 분이 남한南韓 어디에 계실까

 

금패령禁牌嶺

함흥에서 도락꾸를 타고 영광을 지나 신흥군 군청을 지나며

기린리. 동흥리. 원천리. 반석리. 하원천리. 영응리. 부흥리를 지나

가릇골에서 가파르게 부전령산맥을 오르면 금패령 고갯마루가 되며

 

금패령禁牌嶺을 넘어가면

함경남도 풍산군(지금의 량강도 김형직군)으로 가게 된다.

 

성천강城川江

발원지에서 서쪽으로 흐르다가 부전령 고개 밑인 동흥리에서

부전령발전소 들의 여러물을 받아 강다운 모습이 되며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며 내려온다

 

영광군榮光郡에 이르러 장진호長津湖 발전소發電所 들의 물을 만나 수량이 더욱 많아지며

유로流路를 남쪽으로 바꾸면서

함주군咸州郡과 함흥시咸興市의 경계境界를 따라 흘러갑니다.

 

지류支流인·동덕천· 동흥천· 경흥천· 서곡천· 천불산천· 풍산천 호련천 등이

흘러들어 오면서 서로 만나며

반용산盤龍山 아래의 함흥시 밑으로 동해의 함흥만咸興灣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이 처럼 흐르는 물들은

서로 만나면 서로 뭉쳐 같이 가련만

사연 따라 외로이 홀로 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白石이 이야기 한데로 신경新京 (지금의 장춘長春)으로 가고자

이삿짐 보따리를 싸놓았다가

한마디 말도 없이 다음날 서울행 기차를 탄 것입니다.

 

眞香은 열차의 선반에 보따리를 올려놓고 좌석에 앉으며

차창에 기대어 함흥 역 간판을 쳐다봅니다.

 

眞香이 1936년 가을에 와 1937년 봄에

함흥咸興을 떠나게 되는 것이지요.

 

짧은 기간에 너무나 깊은 사랑을 하였습니다.

첫사랑 이었나 봐요

첫사랑은 영원히 간직 한다고 하지요

 

여기에서 眞香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나는 최선의 용단을 내린 것으로 여기고

                   다음날아침 오전 열한시

 

                   신경 新京으로 떠나기 위해 꾸려놓았던 짐 보퉁이를

                   당신 몰래 서울행 기차에 옮겨 싣고야 말았다

 

                   한 장의 메시지도 남기지 않고

                   훌쩍 떠나온 내 모습이

                   분명 제정신이 아닌 것 만 같았다.

 

                   마치 함흥차사 咸興差使가 되어 죽으려 가는 것 마냥

                   막막하고 착잡하기만 하였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공포감이 들며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청을 찢는 듯한 기적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뜨거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마냥 볼을 타고 줄줄 흘러내렸다.

 

열차는 기적소리를 울리며 함흥 역을 떠나 성천강 함흥철교를 건너가며

평라선 철길을 따라 널따란 함주평야 咸州平野에 들어서며

함흥咸興은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眞香은 차창에 기대어 지그시 눈을 감으니

지나간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다가옵니다.

 

하얀 눈이 쌓인 날

영원히 같이 살게 해달라며 간절히 소원을 빌고 빌던 귀주사歸州寺

그리고 거리낌 없이 던지며 깔깔 웃던 눈싸움

 

그 높은 부전령산맥을 강삭철도 鋼索鐵道를 타고 넘으며

가슴이 졸여 白石의 품안에 파고들던 일

 

백암산1741m 밑의 부전령고개에서

바람에 날려가지 않으려 부둥켜안고

 

白頭山 다음으로 세 번째로 높은 北水白山 2,521m과

눈이 뽀얗게 쌓인 높은 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넋을 잃고 한없이 바라보던

 

울창한 숲들로 잔잔한 평원平原 처럼 보이는

안개 낀 부전고원赴戰高原의 모습이 불현듯 지나가며

 

부전호赴戰湖에서 배를 타고 한대리 寒大里를 가며

물속에 비춰지는 아름다운 산들과 숲들

 

도안道安의 객주 집에서 하룻밤 묵으며

감자 오그랑 죽을 참 맛있게 먹었던 달콤한 추억이

아름답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眞香의 눈에서는 이슬이 메치다가

이내 눈물을 흘리며 손수건을 꺼냅니다.

 

                  떠나가는 사랑

 

                  열차에 실리어가듯

                  사랑은 점점 멀어지며 추억이 되고 말까요.

 

                  당신이 웃어주기만 하여도 행복하였는데

                  당신이 껴안아 주면 몸이 녹아들었는데

 

                  당신의 향기가

                  왜 이리 진하게 나의 눈물을 흘리게 하나요.

 

                  언제나 나와 함께 하겠다하던 당신

                  언제나 함께하기를 기도하던 당신과 나

 

                  웃으며 도 울면서도

                  같이 가기로 맹세盟誓하였는데

 

                  나의 약속은 한마디 말도 없이 열차에 실리어 가며

                  그토록 한 약속은 가시가 되어 내 마음을 찔러옵니다

 

                  나는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나의 약속은 마음으로 만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힘들었습니다.

                  앞으로의 사랑은 더욱 힘들 것 같아 떠나는 것은 아니에요.

                  당신을 위하여 떠나주는 거예요

 

                  당신은 나에게 만

                  당신은 나로 인하여

                  당신의 갈 길을 멈춰서는 아니 되지요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야해요

 

                  한순간 머물다 떠나가는 사랑이라 해도

                  사랑의 아름다움이 많았기에

                  떨치고 떠나는 마음은 너무 아프답니다.

 

                  사랑했어요.

                  너무나 사랑했어요.

                  너무나 사랑하였기에

                  너무나 떠나가기가 힘이 듭니다.

 

                  당신의 뜨거운 사랑을 영원히 간직하겠어요.

                  이제는 울지 않으려해요.

 

열차는 넓은 함주咸州 평야를 지나며

정평定平 금야金野 고원高原 천내川內를 지나며

 

문천文川에서의 영흥만永興灣

그 옛날 땅이 넓게 내려앉아 만들어진 곳으로

 

내려앉은 산들이 여도麗島·웅도熊島·신도薪島·모도茅島 등으로

많은 섬들이 되어 아기자기하게 만구灣口를 감싸고 있으며

저 멀리에는 호랑이 같은 호도반도虎島半島가 우뚝 서 있습니다.

 

영흥만永興灣의 그 아름다움에 취하여

열차는 멈추어 떠나지 못할 것 같으면서도

그러나 천천히 원산만元山灣에 들어섭니다.

 

동해안 원산만元山灣의 원산항元山港은 수심이 깊어 큰 배들이 드나들며

호도반도虎島半島와 마주하고 있는 갈마반도葛麻半島가 있어 아늑합니다.

 

갈마반도葛麻半島는 안변군安邊郡의 남대천이 퇴적작용을 하여

원산만 남쪽 연안에서 북쪽으로 뻗어나가며

갈마도葛麻島와 이어져 5㎞ 정도의 갈마반도가 되며 천혜天惠의 방파재防波堤가 되었지요.

 

원산元山은 해송海松과 해당화海棠花가 어우러져 일대장관을 이루는

명사십리明沙十里 해수욕장으로 유명하며

 

송도원관광지, 원산元山, 통천通川, 고성高城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해안관광지구로 개발되고 있으니

 

금강산金剛山 관광이 원활해지면서 이북과 사이가 좋아진다면

아마 동해안 철둑길이 이어지면서

그 아름다운 풍광風光을 마음껏 바라볼 수 있게 될 날도 올 것 같습니다.

 

원산元山을 출발한 기차는 경원선京元線 철길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경원선京元線은 용산역龍山驛에서 출발하여

 

-서울역-신촌-수색-능곡-대곡-장흥-송추-의정부-의정부북부-주내-덕천

-동두천-동안-소요산-초성리-한탄강-전곡-연천-신망리-대광리-신탄리

-철원-월정-가곡-평강-복계-검불랑-세포-신고산-용지원-원산으로 이어지지요

 

眞香이 타고 있는 경원선京元線 기차는

기적소리 울리며 열심히 가고 있습니다.

 

경원선 연장 237km를 10시간 걸리며 

함흥에서는 서울까지 대략 12시간이 걸리겠지요.

 

가다가 쉬었다 들릴 곳 다 들리며 천천히 가니

그래도 그 당시에는 시속 40km로 달리니 빨리 가는 거지요

 

가려면 빨리 가지

기왕에 가는 거 빨리 가야지

기왕에 떠나갈 사람은 빨리 떠나야 한다고

 

그래야 새로이 출발 할 수 있다고

그래야 새로운 미래가 온다고

그렇게 성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은

 

떠나는 사람의 마음은

누구를 위하여 쉬엄쉬엄 가는지 알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떠날 때에는 빨리 떠나야 하는 걸까요.

 

眞香은 신고산 역 新高山驛 에서 신고산 타령을 들어봅니다.

 

              신고산이 우루루 함흥차 떠나는 소리에 

              구고산 큰애기 반봇짐만 싼다네.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삼수갑산 머루다래는 얼크러 설크러 졌는데, 

               나는 언제 님을 만나 얼크러 설크러 지느냐.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가을바람 소슬하니 낙엽이 우수수 지고요 

               귀뚜라미 슬피 울어 남은 간장을 다 썩이네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휘늘어진 낙락장송 휘어 덤석 잡고요. 

               애달픈 이내 심정 하소연이나 할거나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독수리가 날자 병아리 간 곳이 없구요. 

               무정한 기차가 떠나자 정든 님 간 곳이 없구나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국화꽃이 고와도 중추당절이구요. 

               당신이 고와도 요시대 뿐이로구나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공산야월 두견이는 피나게 슬피 울고요. 

               강심에 어린 달빛 쓸쓸이 비춰있네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구부러진 노송남근 바람에 건들 거리고, 

               허공중천에 뜬 달은 사해를 비춰만 주노라

                   어랑 어랑 어허야 어허야 더허야 내 사랑아 

 

어랑은 산골짜기를 이야기하지요

어랑 어랑 하면 깊고 깊은 산골을 이야기한답니다.

깊고 깊은 산골 처녀가 꿈을 잡으려 반봇짐을 싸고 기차를 탔습니다.

 

열차는 아름다운 금강산金剛山의 뒷모습을 보며

-신고산-세포-검불랑-복계-평강-가곡-월정-철원-신탄리-대광리를 지나며

서울을 향하여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24. 성북동의 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