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를 찾아

길상사를 찾아19.사랑의 행로

서 휴 2013. 7. 18. 00:59

 

길상사 吉祥寺를 찾아

서길수

 

 

19. 사랑의 행로行路

 

白石사슴에서 나오는 한편 읽고 갑시다.

 

절간의소이야기

 

병이들면 풀밭으로가서 풀을뜯는소는 人間보다 해서

열거름안에 제병을낳게할 이있는줄을알ㄴ다고

 

首陽山의어늬오래된절에서 七十이넘은로장은이런이야기를하며

치맛자락의나물을추었다

 

               七十이넘은 로장은 치맛자락의 나물을 추었다

               칠십이 넘은 나이 많은 스님이 앞치마에 뜯고 케어 모은 약초를

               잘 추슬렀다 로 해석하면 어떠실는지요.

 

어머니

으 응 왜

어머니는 왜그리 일찍 돌아가셨어요.

 

그때는 고치기 힘든 병이니 고생하다 세상을 떠났지.

나는 어린나이에도 그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어요.

가고 싶지 않아도 운명運命이니 안 떠날 수가 없었단다.

 

그래도 운명運命을 극복하시었어야 하지요.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運命이 있는데 어떻게 극복을 할 수가 있느냐

 

죽지 않으려 너희들을 고생시키며 까지 많은 애를 썼었단다.

어린 너를 두고 눈을 감지 못하며 떠난 것도 어차피 운명運命이 아니겠느냐

그때 병을 고쳤더라면 우리의 운명運命이 바뀌었겠지

 

어머니 운명運命이란 우리가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신령神靈 임이 정한대로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까

 

글쎄 정해진 운명運命은 피하기 어렵지

거역할 수 없는 운명運命이라면 하늘에 맡기고 살아가야지

 

그럴까요. 아닙니다.

미리 준비하며 조심스레 살아가면서

 

예상치 않은 소용돌이가 할퀴고 지나 갈 때에

왜 이렇지 하며 자기가 원하고 바라는 길로 뚫고 가고자

다들 애를 쓰며 살아가잖아요.

그래서 더 큰 성공을 하는 사람도 있고요

 

모든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를 개척하며

용기와 인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다만 전력을 쏟으며 열심히 노력 하기도하고

자기의 여건에 맞는 선택을 하며 그렇게 되기를 기다렸다가

아니 되면 그 결과를 운명運命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한참 지나가고 난 뒤에 지나간 일들을 뒤돌아보며

지나간 그림을 그려 운명運命이란 이름을 붙이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래 맞아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며 살아 가야하지

그리고 그 결과를 운명運命이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어려움에 부딪친 사람들이

더 나아갈 생각을 접고서 체념하면서도

더 좋은 운명運命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지

 

좋은 일만 다가오면 얼마나 좋겠냐.

그게 그렇게 쉬운 생각으로 풀리는 해답이 아니란다.

 

眞香은 심한 후두결핵喉頭結核을 앓으시는 어머님을 위하여

매일같이 굳은 일도 마다하며

열심히 후배들도 가르치며

 

과일이며 약봉지며 비싼 인삼人蔘을 사들고 집에 들어간다.

임종臨終이 가까운 어머님은 眞香에게 이야기를 한다.

 

               어린것이 무슨 죄가 그리도 커

               병원비에 약값에 이 못난 어미를 오랫동안 보살피고 있단 말이냐

               나의 병은 날로 깊어 이제 세상을 떠나게 될 것 같구나

 

               아무리 우리 집이 어렵게 되었기로서니

               그래도 그렇지

               네가 기생妓生이 무슨 말이냐

 

               너를 이 꼴로 만들어놓고

               저 세상에가 네 아버지를 어떻게 만난단 말이냐

 

               내가 떠난 후에라도 마음착한 홀아비라도 만나

               꼭 가정을 이루어 잘 살아가도록 해라

               꼭이다

 

기생妓生은 결혼생활을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있었으며

기생妓生은 총각과의 혼인은 사회적으로 용서가 안 되는 시절이었습니다.

 

眞香은 생각하여 봅니다.

기생妓生으로 사는 것이 그리 큰 죄를 지으며 사는 걸까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 될 터인데

 

많은 고민苦悶을 거듭하다가 어느 날

가슴속에 있는 말을 白石에게 털어 놓는다

 

               아름다운 사랑으로 끝까지 살아가고 싶으나

               기생妓生인 나와 선생님

 

               우리 서로 아무리 순수純粹한 사랑을 하여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손가락질 받으며

               세상의 입방아에 견딜 수없는 신세가 되겠지요.

 

               이런 일은 예나 지금이나

               더욱이 예술세계藝術世界에서는 흔한 일이라 할 수 있어요.

 

               이미 이런 불행에 대한 각오覺悟가 되어있으니

               제 염려念慮는 추호推戶도 하지 마시고

               좋은 가정을 꾸리시며

               우리문단의 유망한 버팀목이 되어 잘살아 가주세요.

 

               어찌 그런 말을 나에게 할 수 있단 말이요

               동경유학 까지 같다와 19세기 신문명을 받아들인 신여성이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시대감각時代感覺이 그리도 없소.

 

               앞으로 연약軟弱한 소리는 절대로 하지 말아요.

               이 넓은 천지에 우리 둘이 살아갈 길이 없겠소.

 

               세상은 나름대로 살아갈 방편方便이란 게 있기 마련이요

               모두 나에게 맡기고 마음 편히 삽시다.

 

白石은 어께를 들먹이며 흐느껴 우는 眞香을 보듬어 꽉 끌어안으니

眞香의 눈물이 白石의 품안에 파고들며 녹아버린다.

 

                사랑하는 여인 子夜

                당신은 나의 영원한 마누라야

                죽기 전엔 우리 사이엔 이별離別은 없어요.

 

                마누라 마누라

                세월歲月이 흘러가더라도

                마누라 뜻대로 내 몸을 맡아 주어 야해요

 

                바다와 같이 넓게 생각하시며

                바다와 같이 깊은 당신의 사랑

 

                당신이 가는 길이라면 어디까지라도

                우리의 사랑을 위하여

                마음과 정성精誠을 다 바치며 따라가리다.

 

                모든 사물事物은 시간時間이 흐르며

                모든 사람들의 사랑도 시간時間이 흐르며

 

                세월歲月은 지나가며 쌓이고

                사랑이라는 정이 두 손을 꼭 잡아 쌓여 가는데

                현실現實이란 바람이 불어와 흔들기 시작한다.

 

                마누라 믿어줘 방법方法이 있어

                난 당신의 그 침울沈鬱하고 슬픈 모습에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울화鬱火까지 치밀어요.

 

眞香白石은 어떤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서로 진심으로 이해하며 살아가기로 백년해로百年偕老를 다짐한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방학에는

흥남부두도 구경하고 함경도의 명승지를 찾아다니기로 약속을 한다.

 

                 함경남도 이원군 구곡 역에서 한 십리가량을 가면

                 동해안 바닷가에 학사대 學士臺라는 유명한 명승지가 있다

 

작은 포구를 끼고 푸른 동해바다와 어울려

기묘한 바위가 절벽으로 이어지며

푸른 소나무들이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학사대學士臺는 파도에 부딪치면 흔들리는 커다란 흔들바위

바람이 불면 돌아가는 달걀처럼 생긴 돌아가는 큰 바위가 있고

높은 범바위 꼭대기에서 바라보는 전망 또한 아름답다

 

옛날에 굶주리는 백성을 구하라는 아버지의 유언遺言에 따라

바닷가의 풀을 뜯어먹으며 열심히 공부하여

마침내 학사學士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학사대 學士臺

 

                 함경남도 이원군 이원만利原灣

                 동해안 바닷가 학사대學士臺 

 

                 기묘한 큰 바위 덩어리들이

                 바닷가에 오롯이 솟아

                 동해를 향하고 있는 높은 절벽絶壁

 

                 파도가치면 그 넓고 큰 바위가 들썩들썩

                 바람이 몰아치면 빙긋이 도는 커다란 바위도 있네.

 

                 우거진 소나무는 범 바위를 올려 세우고

                 비바람 치면 피할 곳도 없는 험한 절벽 위

 

                 가난한 어느 선비

                 떨어져 나갈듯 들먹이는 흔들바위

                 빙그르 돌다 미끄러질 듯한 둥근 바위

 

                 더불어 풀과 해초海草 뜯어 먹으며

                 굶주린 백성百姓 구하라는 아버님 유언遺言 따라

                 마침내 학사學士가 되었네.

 

                 사람의 의지意志란 비바람을 견디며

                 사람의 의지意志란 처한 환경環境을 넘어서는데

 

                 떨어져 나갈듯 들먹이는 흔들바위

                 빙그르 돌다 미끄러질 듯한 둥근 바위

                 그래도 그 자리에 다 그대로 있는데

 

                 우리는 무서워 서있지도 못하지나 않을까

                 그 옆에 서서 먼 하늘 바라보며 해초海草를 뜯지도 못할까

 

                 그 바위들

                 학사대學士臺 바라보면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

 

學士란 고려 시대의 관직官職의 이름으로

주로 임금님의 측근에서 제찬制撰이나 사명詞命 받는 일에 종사하거나

임금님에게 경서經書를 강론講論하는 일을 맡아보기도 한답니다.

조선시대의 초기에는 종이품從二品의 높은 벼슬이었습니다.

 

                  누구나 행복幸福하게 살고 싶어 하지요

                  행복幸福하게 사는 사람도 많고요

 

                  많은 사람들은 살아가다 고생에 찌들면 더 나아가지 못하고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運命이 있다며

 

                  더 좋은 운명運命이 찾아오기만을 바라며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나는 어떤 운명運命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궁금하게 생각하며

                  그 대답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운명運命이란 지내고난 뒤에야 알 수 있는 것일까

                  한번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는 것일까

                  열심히 사는 것만이 답이 되는 것일까

 

                  학사대學士臺에서 그렇게 험한 고생을 한 사람은

                  자기운명이 학사學士가 될 줄 미리 알았을까

                  나의 운명運命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20. 사랑은 흔들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