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사를 찾아

길상사를 찾아18.사랑하는 자야

서 휴 2013. 7. 8. 11:14

길상사 吉祥寺를 찾아

서길수

 

18. 사랑하는 자야子夜

 

 

아마이 뭐 합네까

명태 순대 만듭네다

 

眞香아마이

서울말과 함경도 말을 섞어가며 잘도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마이는 싱싱한 명태를 수북이 사가지고 와

배를 따지 않고 내장內臟은 물론이며

꼬리 끝까지 등뼈를 적당히 잘 꺼내고 있습니다.

 

배를 따지 않고 내장內臟을 꺼내는 것도 쉽질 않은데

꼬리 부분에서 부터 그긴 등뼈를 뽑아내는 솜씨는 보통普通이 아닙니다.

 

明太 등뼈를 잘게 썰며 잘 으깨어 다지고

明太 속살과 내장을 잘게 썰고 다지고 난후

 

썰고 다진 것과 함께

아주 가늘게 썬 묵은 김치. 된장, 두부. 다진 마늘. 그리고 숙주나물에

참기름을 조금 뿌려가며 함께 잘 버무리면서

간을 맞추어

 

솥에 넣고 잘게 썬 등뼈가 맛있게 잘 씹히도록 푹 끓여서 익히고 나면

쌀밥을 넣어 또 버무려 明太 소를 만들고

 

솥뚜껑을 뒤집어엎어 불을 때면서 솥뚜껑에 들기름을 바르며

明太 소를 볶는 듯 물기를 약간 적게 만들어

내장內臟을 꺼냈던 대가리 턱밑으로 꾹꾹 눌러 넣습니다.

 

이때에 김밥의 옆구리가 터지면 말이 김밥이 아니듯이

明太 순대의 가 터지면 명태순대가 아니 됩니다

 

이 명태순대의 明太 주둥이를 가느다란 새끼줄로 묶어

처마 밑에 매달아놓으면

한 겨울에 얼었다 말랐다하며 오랫동안 숙성熟成이 되지요.

 

熟成明太순대는 조금씩 꺼내어 작은 솥에 쪄서

밥 대신으로 먹기도 하는 별미別味의 음식飮食이 됩니다.

 

옛날에는 집에서 담근 막걸리 병에 (飴)을 조금 넣고 한동안 놔두어

달콤한 식초食醋를 만들어 먹었지요.

 

작은 그릇에 간장을 붓고 고춧가루를 풀고

이 달콤한 식초食醋를 떨어트려 明太순대를 찍어 먹으면

아주 쫄깃쫄깃하면서 맛좋은 함경도식 고급高級 술안주按酒가 됩니다.

 

                      멧새소리

 

                      첨아끝에 明太를 말린다

                      明太는 꽁꽁 얼었다

                      明太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럼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가고 볓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明太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럼이 달렸다

 

한겨울 말라가는 明太를 보며

자신自身의 외로운 마음으로 明太와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세파世波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白石의 심경心境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아합니다.

 

白石과 평소 알고 지내던 양명문楊明文 시인의 明太

변훈이 작곡하여 베이스 오현명이 구수하면서도 익살스럽게 노래 불러

明太에 대한 친숙감親熟感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明太의 운명運命은 사람을 만나기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한답니다.

바다에서 놀거나 잡히면 明太라고 하며

살아있는 듯 싱싱하면 生太가 되고

 

꽁꽁 얼면 동태凍太가 되며

한 겨울에 얼었다 말랐다하며 상품商品이 된 것은 황태黃太라 부르며

 

그냥 말리면 북어北魚가 되며

말리다 반만 건조시킨 것을 코다리라고 부르며 팔지요.

사람도 사람 만나기에 따라 이름이 바뀔까요. 운명運命도 바뀔까요.

 

눈이 쌓인 일요일 히까리자동차는 조심하면서 함흥시내 남쪽으로

호련천瑚璉川 영대營岱 다리를 건너 함흥본궁咸興本宮이 있는 경흥리를 벗어나

 

양기말 가기전 귀주 마을에서 설봉산을 따라 들어가 귀주사歸州寺에 도착하니

眞香은 자동차 운전기사와 무어라 이야기하더니 돌려보냅니다.

 

경흥리 설봉산에 있는 천년고찰千年古刹 귀주사歸州寺

고려 문종때 흑도붕현黑道鵬顯 스님이 창건하여 정수사淨水寺라 하였으나

 

이성계李成桂가 청소년시절 절 옆에 초당草堂을 지어 글을 읽던 곳이며

王子의 난에 하도 서러워 고향인 함흥본궁咸興本宮에 돌아와 머물며

예불禮佛을 올리게 되니 절 이름이 귀주사歸州寺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조선왕조朝鮮王朝의 태조太祖 이성계李成桂도 이렇게 咸興本宮에 돌아와

고향에 머물게 될지 자기의 운명運命을 다 알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歸州寺에는 대웅전大雄殿을 비롯하여 삼성전三聖殿 무량수각無量壽閣

소향각燒香閣 어필당御筆堂 독서당讀書堂 해월루海月樓 등이 있습니다.

 

사도세자思悼世子의 아들이신 제22대 정조대왕正祖大王(1752-1800)께서

독서당讀書堂 자리에 비를 세우면서 새긴 글을 읽어봅시다.

 

                    昔我聖祖肇國在北方           옛날 우리 성조께서 북방에서 나라를 일으키시고

                    維日劬書于雪峯之堂           날마다 설봉 서당에서 독서하시면서

                    遂基我子子孫孫萬年維王     우리들 자자손손 만년 왕의 길을 터놓으신 것이다

                    載穹石以銘章                    그리하여 큰 비에다 이 명을 새겨

                    揚大烈而覲耿光                 그 큰 공로를 빛내고 그 경광을 뵈오려는 것이다

 

                                     함흥부에서 동쪽 15리쯤 되는 곳에 마을이 있는데

                                     이름이 귀주이고, 산이 또 있는데 산 이름은 설봉이다.

 

                                     거기가 바로 우리 왕업발상지로서

                                     우리성조께서 시냇가 반석위에다 초당을 지어 놓고

                                     그 안에서 독서하시다가 왕위에 오른 후 경흥전을 지었는데

                                     전초당과의 거리는 약 3리 정도로 가깝다.

 

                                     이 小子王位를 이어받은 지 21년이 되는 정사년 10월에 비를 세워

                                     독서당구기讀書堂舊基라고 삼가 쓰고는

                                     이어 이상과 같은 명을 새긴 것이다.

 

                                               -정조 홍재전서 권15 (출처: 중앙박물관)

 

귀주사歸州寺는 1716년에 덕순德淳스님이 중수하였으나 1878년 고종 15년에

화재로 소실되어 1880년 쌍운雙運 스님이 중건하였고 산내 암자로는

극락암을 비롯한 7개절이 있었으며

산회말사山會末寺로는 79개절이 있었다고 하며

 

귀주사歸州寺는 1911년에 31本山 중 함경도咸鏡道 유일의 本山이 되었으며

王室의 보호를 받는 원당願堂으로 북관北關에서 대가람大伽藍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임술년壬戌年 1922년 또 화재를 당하여 歸州寺 본당이 소실되자

주지이신 유보암화상이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며 옛날대로 중건하였다하니 

사람이 살아가며 수난을 겪듯 귀주사도 수난을 많이 겪는 절인가 봅니다.

 

눈이 쌓여 조용한 천년고찰千年古刹 歸州寺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걸어도 보는 시선視線이 없어 좋습니다.

 

眞香은 부처님께 108배를 연거푸 올리며

처음으로 만나 사랑하는 첫사랑이 영원永遠 하도록 빌고 또 빕니다.

 

산신각山神閣에 들어가 산신령님께도 절을 올리며 간곡澗谷하게 또 빕니다.

白石眞香의 아름다운 정성을 바라봅니다.

 

절에서 걸어내려 와 산사山寺 입구에 서서 서성거리고 있으나

인력거꾼이나 약속約束한 히까리 자동차는 오지 않고 있습니다.

                                   히까리 자동차는 그 당시 택시와 같으며 택시라 부르면 되겠습니다.

 

白石은 눈을 한 움큼 집어 두 손으로 꼭 눌렀다가 眞香에게 던집니다.

眞香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집어 맹공격을 합니다.

둘이는 격렬激熱하게 눈싸움을 하며 깔깔 웃기도하며 땀이 날정도입니다

 

市內에서는 남들의 이목耳目이 있어 같이 다니기도 어려운데

이렇게 마음 놓고 뛰노니 더 없이 즐거우며

흔쾌欣快하게 마음이 탁 트이며 더욱더 사랑이 깊어집니다.

 

眞香은 함흥시내의 번화가繁華街 중심지인 혼마찌本町通 거리를 걸으며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다 모였는지 각기 다른 지방 사투리를 많이 듣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日本人中國人도 백계白系 Russia人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걸 보며

이곳이 동양최대의 공업도시라는 걸 실감實感하게 됩니다.

그 당시에 함흥과 흥남의 인구가 10만 명이 넘었으니 아주 큰 도시이지요.

 

함흥咸興에도 경성京城 못지않게 상점들이 많고 번화繁華하며

많은 사람들이 화려한 옷차림으로 지나다닙니다.

 

眞香은 혼마찌本町通 거리의 히라다平田백화점에 들어가 쇼핑을 하다가

여원과 문예춘추를 사고 지나치는 길에 우연히 문득 당시선집이 눈에 들어옵니다.

眞香은 제자題字가 아름다운 李 太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를 열어봅니다.

 

                   장안에 떠있는 한 조각 달               長安一片月   장안일편월

                   집집마다 들리는 다듬이질 소리       萬戶擣衣聲   만호도의성

                   가을바람은 불어 그치지를 않으니    秋風吹不盡   추풍취부진

                   이 모두가 옥관의 정 때문이리라      總是玉關情   총시옥관정

                   언제쯤이나 오랑캐를 평정하고        何日平胡虜   하일평호로

                   원정 끝낸 그이가 돌아오실까          良人罷遠征   양인파원정

 

옥관玉關은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간쑤성甘肅省 둔황현敦煌縣에 있는 관문關門으로

중국 서관西關을 지나 서역西域으로 가던 통로通路였습니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밤

멀리 떨어져 있는 전선戰線 옥관玉關을 지키려나간

서방님에게 입히기 위하여 추운 겨울옷

누비솜옷을 만드는 다듬이 방망이 소리가 처량히 들려온다.

 

자야子夜라는 여인은 다듬이질을 하며 생이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다

눈물지으며 또 방망이질을 하며 또 서러워하며 방망이질을 합니다.

 

여인들이 애타게 부르는 이 민요조의 노래는

시선詩仙 李太白이 지은 로 듣는 사람의 마음마저 울리고 있습니다.

 

이태백은 본명이 李白이고 太白이며 젊은 시절에는 유랑流浪을 하다가

37살에 그의 가 너무 有名 하여져 돌아다니다가

창안長安에 들어가게 됩니다.

창안에서 李 太白과 두보杜甫가 만나 서로 가까운 사이가 됩니다.

 

李 太白보다 11년이나 늦게 태어나 한해 먼저 죽은 두보杜甫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부인婦人에 대한 사랑이 지극 하였으며

 

혼란한 사회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庶民들의 고뇌苦惱와 아픔을

대변代辯하는 아름다운 들이 많아 시성詩聖이라 부른답니다.

 

李 太白은 풍류를 즐기면서 내려쓰면 가 되는 천부적天賦的詩人으로

신선神仙의 경지에 들었다하여 시선詩仙이라 부른답니다.

 

멀고먼 나라의 변방 옥관玉關을 지키려 나간 서방님

낭군郎君의 겨울옷을 만들고 있는 子夜

 

白石은 그 여인의 변치 않고 사랑하는 모습을 아름답게 생각하며

아름다운 마음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眞香에게

 

                   나 당신에게 아호雅號를 하나 지어줄 거야

                   이제부터 자야子夜라고 합시다.

 

眞香은 이색적이며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子夜라는 雅號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니 더없이 기뻐합니다.

 

지금도 많이들 하고 있는 것처럼 문인이나 학자나 예술인 등에게

본이름 외에 따로 지어 부르는 이름을 아호雅號라고 하며

좋은 분이 마음에 드는 雅號를 지어주면 대단히 기뻐하고 고마워합니다.

 

                      금쪽같은 두 글자를 골라 주었으니

                      뜻밖에 멋스런 나의 雅號가 되었네.

                      당신이 지어준 子夜라는 이름이

                      소중한 선물膳物이 아닐 수 없네.

                      참으로 두 사람 마음이 같으려니

                      당신만이 부를 수 있는 子夜

                      우리 둘만이 사랑하는 애칭愛稱이 되었네.

 

그러나 그 아름다운 雅號眞香의 운명이 될 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운명運命이란 다들 모르고 사는 것 같아요

 

달과 더불어 술을 좋아하던 李 太白

달과 더불어 人生을 논하는데 술이 없어 되겠냐며 허허 웃는 杜甫

李 太白의 술에 대한 有名 한편을 읽으며 무더운 밤 잘 보내세요.

 

             月下獨酌 1    월하독작 1     달빛 아래 홀로 술을 마시다

 

 

        天若不愛酒    천약불애주    하늘이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酒星不在天    주성부재천    하늘에 酒星이 없을 것이며

        地若不愛酒    지약불애주    땅이 술을 좋아하지 않으면

        地應無酒泉    지응무주천    땅에 응당 酒泉이 없어야 하리

        天地旣愛酒    천지기애주    하늘도 땅도 원래 술을 좋아하거니

        愛酒不愧天    애주불괴천    술 좋아함이 하늘에 부끄럽지 않노라

        已聞淸比聖    이문청비성    이미 듣기로 맑은 술 聖人에 비할만하고

        復道濁如賢    부도탁여현    거듭 말하거니와 탁한 술賢人과 같아라.

        聖賢旣已飮    성현기이음    聖人賢人도 이미 다 마셨거늘

        何必求神仙    하필구신선    꼭 신선神仙을 찾아야 할까

        三盃通大道    삼배통대도    석 잔이면 大道에 통하고

        一斗合自然    일두합자연    한 말이면 自然과 하나 될지니

        但得醉中趣    단득취중취    그렇게 취중醉中의 뜻 알았거든

        勿謂醒者傳    물위성자전    술 안 마시는 에겐 하지도 말게나.

 

 

                                      7..8연의 淸 濁맑음으로 흐림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을 듯하나

                                      이해하기 좋게 맑은 술 탁한 술로 올렸습니다.

                                      10연의 자도 구하다가 아니라 찾는다로 해석을 하였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19. 사랑의 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