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9 화. ​가재를 풀어 백성을 구한다.

서 휴 2023. 2. 8. 22:21

319 . ​가재를 풀어 백성을 구한다.


나라 공자 상인商人이 제의공齊懿公이 되었을 때, 나라

군주는 송소공宋昭公 이었다.

 

       송소공宋昭公은 송양지인宋襄之仁으로 유명한

       송양공宋襄公의 손자이며 송성공宋成公의 아들이다.


앞선 글에서 나왔듯이, 초목왕楚穆王이 진, , 나라를

굴복시키자, 송소공宋昭公은 초군楚軍의 침공을 두려워하여,

미리 스스로 찾아가 항복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초목왕楚穆王에게 잘 보이려 초, , ,

맹제孟諸 땅의 소택지沼澤地로 사냥을 초대하였다가, 부싯돌을

준비하지 않았다 하여 초목왕楚穆王에게 참담한 수모를 당하고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유약한 군주였다.

 

       송양공宋襄公의 부인 왕희王姬는 주양왕周襄王

       누이동생으로, 송성공宋成公 왕신王臣의 어머니이며

       송소공宋昭公 저구杵臼의 할머니가 된다.

 

       할머니 되는 왕희王姬는 비록 나이 60이 갓 되었으나

       아름다우면서도 몸이 풍만하고, 더욱이 남자를 밝히는

       체질이었으나, 견문이 넓고 사람을 잘 따르게 하였다.

 

       저구杵臼는 세자였을 때부터 공자 앙, 공손 공숙孔叔,

       공손 종리鍾離, 이 세 사람과 항상 같이 붙어 다니며

       즐겨 사냥을 하는 등으로 서로 격의 없는 사이로 지냈다.

 

       저구杵臼는 군위에 올라 송소공宋昭公이 되었으나,

       오로지 옛날부터 친하게 지냈던 세 사람의 말만 들으면서, 

       더구나 대신들에게 나랏일을 맡기지 않았고, 공족公族

       멀리하며, 할머니 왕희王姬에게 문안도 드리지 않았다.

 

송소공宋昭公이 이들 세 사람과 어울려 사냥을 즐기면서 나랏일을

게을리하자. 조당朝堂과 궁실에서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주공, 사마司馬 이옵니다.

       신의 사마司馬 직을 공자 앙에게 주시옵소서!

       알겠노라. 공자 앙은 사마司馬 직을 맡도록 하라!

 

       주공, 사성司城 공손 수이옵니다.

       이제 나이가 많은바 집에서 쉴까 하나이다.

       그렇다면 아들 탕의제蕩意諸가 맡도록 하라!

 

송소공宋昭公의 문란한 행동으로 혹여 변란變亂이 일어날 것을

염려한 신료臣僚 들이 하나둘씩 요직에서 물러나기 시작했다.

사성司城 벼슬은 토목이나 건축공사를 관장하는 최고 관리였다

       공자 포, 오늘 저녁에 내 궁에 들어오너라.

       내가 중히 할 말이 있노라

 

공자 포는 송소공宋昭公과 배다른 동생이나, 그 용모가 여자보다

더 어여쁘고 몸 또한 건장하여, 왕희王姬가 비록 할머니가 되지만

마음속으로 사모하게 되어 가슴을 더욱 두근거리게 하는 사내였다.

 

       할머니, 부르셨사옵니까?

       오오, 공자 포, 어서 오너라!

 

       할머니, 무슨 주안상을 이렇게 차리셨습니까?

       으응, 이건 100년 된 참이슬이란 술이야!

 

       정화수인 참이슬을 받아 강냉이 누룩으로 빚어낸

       아주 향이 그윽한 참이슬이라는 술이란다.

 

       허리를 펴고 숨을 천천히 들이쉬면서

       이 참이슬을 천천히 들이 마셔보아라.

 

       100일을 마시면 몸이 날아갈 듯이 가벼워지고

       이 참이슬을 1만 일을 마시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지면서 신선神仙이 된다고 한단다.

 

       할머니, 참이슬의 맑은 향이 몸을 감쌉니다.

       호호, 그래, 한잔 더 하려무나.

 

       할머니, 취할 듯 안 취할 듯 참 정말 좋은 술이네요.

       그래, 그렇지 한 잔 더 하려무나.

 

공자 포가 얼큰한 향내에 살며시 눈이 떠지니, 캄캄한 한밤에

감칠 듯 미끄러져 들어오는 풍만한 젖무덤이 몸을 포개고 있었다.

한창 젊은 공자 포는 왈칵 힘차게 끌어안으며 몸부림을 쳤다.

 

       공자 포는 이제 깨어났는가?

       아니 할머니, 제가 어떻게 여기에 자고 있지요?

       괜찮네, 더 누워 있게.

 

밤새 끌어안았던 여인의 향취가 할머니 몸에서 나는 걸 느껴버린

공자 포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할머니 왕희王姬는 더욱 가까이 다가와 공자 포의 손을 덥석

잡으며 엄청난 말을 하기 시작한다.

 

       공자 포, 나는 너를 오래 지켜보았단다.

       너는 저구杵臼를 어찌 생각하느냐?

 

       송소공宋昭公 저구杵臼는 군주의 자질이 없어

       앞으로 큰 변란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느냐?

 

       공자 포, 네가 군주가 되어보아라!

       할머니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너는 멀리 바라보며 이 할미와 의논하거라!

 

남달리 영특하였던 공자 포는 할머니 왕희王姬의 말에 따르기로

결심하고 맹세하면서 이때부터 큰 각오를 하게 된다.

 

       궁실宮室에서 통정通情을 하게 된 두 사람은

       며칠이면 또 만나, 전처럼 참이슬을 마셨으며

       깊은 의논을 하면서 둘만의 계획을 추진해 나갔다.

 

       공자 포를 송나라 군주의 자리에 앉히겠다고

       약속한 왕희王姬는 송소공을 폐하기 위해

       좋은 기회를 호시탐탐虎視眈眈 노리기 시작했다.

 

한편 송소공宋昭公은 공족公族 들이 너무 많으면서, 너무 번창하는

걸 시기하며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세 사람과 모의하여

큰소리치는 공족公族 무리를 나라 밖으로 몰아내려고 계획했다.

 

       왕희王姬가 이 사실을 몰래 문제의 공족公族에게 알려주자

       송나라는 마침내 내란이 일어났으며, 서로서로 작당하여

       공자 앙, 공손 공숙孔叔, 공손 종리鍾離를 죽여버렸다.

       이때 사성司城 탕의제蕩意諸는 자신도 살해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한 나머지 노나라로 달아나고 말았다.

 

평소에 공자 포는 왕희王姬의 지침에 따라 송나라의 육경六卿

높이 받들었기에, 그 육경六卿의 도움으로 내란을 일으킨 후손들을

만나가며, 더는 서로 죽이지 않도록 화해시키며 안정을 가져온다.

 

       주공, 공자 포이옵니다.

       사성司城 탕의제蕩意諸는 아무 잘못이 없으므로,

       노나라에서 불러 그의 관직을 돌려주시옵소서.

공자 포는 이렇게 송나라를 안정시켜가며, 나라의 공자

상인商人이 빈곤한 백성들에게 양식을 베풀며 민심을 산 후에

제후齊侯의 자리를 찬탈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에 자기도

상인商人을 본받아, 가재家財를 털어가며 빈민을 구제하려 했다.

 

       송소공 7년에 흉년이 들자, 공자 포

       자기의 창고를 열어 굶주린 사람들을 구제했다.

 

       또한, 현자를 존경하고 노인을 높였으며

       나라 안에 70살이 넘은 노인들에게 곡식을

       나눠주며, 나라에서 안위安危를 묻게 했다.

       또한, 뛰어난 재능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은 모두 자기

       문하에 두어 후하게 대접하며 반드시 벼슬을 주게 했다.

 

       또한, 공경대부들의 종족에게는 친소親疏를 불문하고

       가재를 털어가며 경조사에 반드시 도움을 줬다.

 

       송소공 8년에는 더 큰 기근飢饉이 닥쳤으나

       그때는 이미 공자 포의 창고가 텅 비어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왕희王姬가 궁중에 보관하고 있던

       보물들을 공자 포에게 주어 빈민을 계속 돕게 했다.

 

이에 송나라의 백성들은 공자 포의 인자함을 노래하게 되었으며

사람마다 공자 포가 송나라의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할마마마, 이제는 때가 되었나이다.

       할마마마, 어떻게 하면 좋은지 말씀해 주십시오

 

       으음, 걱정치 마라. 이미 알고 있노라!

       저구杵臼가 며칠 후에 맹제孟諸로 사냥을 나갈 것이다.

 

       저구杵臼가 성문 밖으로 나가게 되면, 이 할미가

       네 동생 공자 수를 시켜 성문을 닫게 할 것이다.

 

       그사이 너는 성안의 송군宋軍과 가병家兵을 이끌고

       성문 밖으로 나가 저구杵臼를 공격하거라

       그리되면 일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겠느냐?

한편 자못 어질다고 소문이 나 있는 사성司城 탕의제蕩意諸

항상 송소공宋昭公을 떠받들고 보좌하고 있었으며, 그때 마침

왕희王姬의 음모를 듣게 되어 송소공宋昭公에게 고하게 되었다.

 

       주공께서는 사냥을 나가지 마십시오

       만약 나가신다면 돌아오시지 못할까 걱정이 됩니다.

 

       허허, 누가 반역을 일으키려 한다면, 비록 성에

       있다 한들 어찌 그들의 손을 피할 수 있겠느냐?

 

       우사右師 화원華元과 좌사左師 공손 우

       과인이 돌아올 때까지 성을 잘 지키도록 하라.

두 번의 흉년으로 민심이 흉흉해진 걸 잘 아는 송소공宋昭公

그해 11월이 되자, 부고府庫에 들어있던 보물들을 꺼내어 수레에

싣고는, 하얀 눈이 쌓인 날 측근들과 함께 드디어 사냥을 떠났다.

 

       할머니 왕희王姬는 송소공宋昭公의 일행이

       임치臨淄 성문을 열고 사냥을 떠나자

       우사右師 화원華元과 좌사左師 공손 우

       궁중으로 불러 공자 포를 모시도록 설득시켰다.

 

이때 공자 수는 임치臨淄 성문을 닫도록 명령했으며, 그리고

사마司馬 화우華耦는 성안의 송군宋軍을 향해 힘차게 외쳐댔다.

 

       대부인 왕희王姬께서 명하시었다.

       오늘부터 우리 송나라의 군주는 공자 포이다

 

       이제 우리는 무도無道 혼군昏君을 쫓아내고 덕을 갖추신

       공자 포추대하여 우리 주군으로 삼고자 하노라!

       우리 송군宋軍 이여!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사마司馬 화우華耦 임의 말씀이 옳습니다!

       공자 포임을 군주로 세웁시다!

성안의 백성들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따르지 않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걸 알게 되자, 사마司馬 화우華耦는 송군宋軍을 이끌고

임치臨淄 성문 밖으로 나가, 급히 송소공宋昭公의 뒤를 추격했다.

 

       주공, 성안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허허, 기어이 반란이 일어났단 말인가

 

송소공宋昭公의 행렬이 맹제孟諸 땅의 사냥터를 향해, 중간쯤

되는 곳에 이르렀을 때 성안에서 변란이 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공, 사성司城 탕의제蕩意諸 이옵니다.

       주공, 이웃 나라로 피한 후에 후사를 도모하시옵소서.

       아니다. 위로는 할머니가 공자 포를 밀고 있고,

       밑으로 백성들 모두가 과인을 원수로 대하고 있는데,

       타국으로 떠난들 어느 제후가 나를 받아들이겠는가?

 

       방황하다 죽기보다는 차라리 고향에서 죽고 말겠도다!

       사성司城 탕의제蕩意諸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게 하라!

       우리 다 함께 어울려 맛있게 먹어보리라!

 

그 즉시 수레를 세우게 한 송소공宋昭公은 그 자리에서 음식을

준비하게 하여 사냥을 따라온 종자들과 배불리 먹고 나서 말했다.

 

       죄는 오르지 과인 한 사람에게 있지 않겠는가?

       그대들은 수년간 과인을 따라 다니며 모셨는데

       그동안 내가 해 준 것이 아무것도 없었도다.

 

       부고府庫에 들어있던 보물들이 저 수레에 실려있다.

       탕의제蕩意諸 보물들을 나눠 주도록 하라!

 

       너희들에게 각자 목숨을 구하기 바라 노니

       절대 과인과 같이 죽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지금까지 송소공宋昭公을 따르던 좌우의 시종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 송소공宋昭公에게 간했다.

 

       청컨대 주군께서는 앞서가시기 바라나이다.

       만약 성안의 군사들이 추격해 온다면 우리가

       목숨을 걸고 한 번 싸워 물리쳐 보겠나이다.

 

       안 된다어찌 수많은 군사를 이기겠는가

       또, 헛되이 목숨을 버려 무얼 하겠다는 것이냐?

이때 사마司馬 화우華耦가 이끄는 군사들이 당도하여 송소공宋昭公

일행을 포위하고는 왕희王姬 대부인의 명을 전했다.

 

       너희는 비켜라무도 혼군만 잡으면 될 일이다

       너희 시종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일이다.

송소공宋昭公을 지키겠다던 시종들은 모두 놀라 흩어져버렸으나,

탕의제蕩意諸 만이 칼을 빼들고 송소공宋昭公을 지키려 하였다.

 

       탕의제는 대부인의 명을 거역하려는가

       거역하는 것이 아니다.

       신하 된 자로 주군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을 때

       몸을 피해 산들 어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군사들이 송소공宋昭公을 찌르려 하자, 탕의제蕩意諸가 달려들어

자기 몸으로 가로막으며 칼을 들고 대항하기 시작하자, 성난

군사와 백성들이 달려들어 이 두 사람을 모두 죽여 버렸다.

 

       대부인 마마, 사마司馬 화우華耦 이옵니다.

       할 수 없이 혼군과 탕의제蕩意諸를 죽였나이다.

 

       우사右師 화원華元과 좌사左師 공손 우

       성안을 안정시켰으므로, 이제 말씀을 올리겠나이다.

 

       공자 포는 심성이 어질고 후덕하여 민심을 얻고

       있으니, 마땅히 군위를 잇도록 해야 하옵니다.

 

       알겠소. 조정 대신들이 모두 그리 상주한다면

       공자 포를 옹립하여 군주 자리에 올리시오.

 

왕희王姬는 비록 여인이었지만 사람들을 포용하여, 신료들이

무도 혼군昏君 송소공宋昭公을 시해하고, 공자 포백성들이

추앙推仰 하게 하였으며, 기어이 군주 자리에 오르게 했다.

 

320 . 노나라의 삼환씨가 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