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8 화. ​​제의공, 신지에서 살해 당한다.

서 휴 2023. 2. 7. 18:33

318 . ​​제의공, 신지에서 살해 당한다.

 

       원래 제의공齊懿公 상인商人은 성격이 탐욕스럽고

       절제하는 마음이라고는 추호도 없는 위인이었다.

 

공자 상인商人은 제의공齊懿公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재산을

풀어가며 빈민들을 구제해 백성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했으나, 군위에 

오르자마자 본래의 간악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세금을 엄청나게 부과하면서, 그것도 모자라

       가산이 많은 부자를 잡아들여 그 재산을 모두 압수했다.

 

또한, 과거에 자신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사람들을 일일이 기억해

내어 잡아들이고는 악착같이 보복을 자행했다.

 

       그 부친 제환공齊桓公 때에 대부 병원邴原

       전답을 가지고 다툰 적이 있었다.

 

       그때 제환공은 관중管仲을 시켜 시비를 가리게 했다.

       관중管仲은 상인商人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여

       전답을 병원邴原에게 돌려주도록 하고 보고했다.

 

상인商人은 그 일을 원통하게 생각하여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다가

후에 군위에 오르자, 그 즉시 병원邴原의 전답을 모두 빼앗아 버렸다.

 

       관중管仲은 병원邴原의 편만을 들어주었도다.

       관씨管氏의 봉읍封邑을 반으로 줄여 버려라.

 

이 일로 관중管仲의 후손들은 제의공齊懿公의 보복을 두려워하여

나라로 도망쳐 버렸으며, 그곳에서 벼슬을 받으면서 정착했다.

 

       병원邴原 그놈은 항상 나쁜 놈이었어!

       병원邴原 그 괘씸한 놈이 왜 먼저 죽었단 말이냐!

 

병원邴原에 대한 한을 풀지 못했다고 생각하였던 제의공齊懿公

어느 날 사냥을 하고 돌아오다가, 임치성臨淄城 동쪽 교외에

다다랐을 때 병원邴原의 묘지를 지나가게 되었다.

 

       마침 잘 되었구나! 병촉邴歜은 가까이 오라!

       이곳이 아버지 병원邴原의 묘가 맞느냐?

       주공, 그러하옵니다.

 

       너의 아비는 다리를 잘라야 하는 죄를 지었다.

       너는 과인의 행동이 지나치다고 생각하겠는가?

 

       신의 부친이 살아 계셨을 때 형을 받지 않고

       죽음을 면한 것만도 분수에 넘치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썩어 버린 해골에 손상이 가는 것이 온대

       주공, 어찌 신이 원한을 품을 수 있겠나이까?

       경이야말로 가히 부모의 허물을 덮을 수 있는 아들이로다!

       무덤을 파서 병원邴原의 두 다리를 자르도록 하라.

 

       이제야, 병원邴原에 대한 원한을 풀게 되었도다!

       내가 빼앗은 전답을 병촉邴歜에게 돌려주겠노라.

 

       주공, 감사하나이다. 하오나 아비가 못났어도

       자식은 아비에 대한 도리를 지켜야 하옵니다.

 

       주공, 아비의 시신을 다시 묻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좋다. 알아서 묻어 주도록 하라.

 

마음이 풀렸다는 듯이 상쾌해진 제의공齊懿公은 사냥에서 돌아와

심심하다는 듯이 궁궐에 아름다운 여인들을 매일같이 바꿔가면서

불러들여 음사淫事를 즐겼다.

 

       여인들이라는 게 다 그렇고 그렇구나!

       뭐, 재미난 일 좀 없겠느냐!

       주공, 보름달처럼 어여쁜 여인을 보신 적 있으신지요?

       여자야 다 그렇지, 이쁘면 얼마나 예쁘겠냐.

 

       주공, 그렇게 생각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주공께서 대부 염직閻職의 아내를 보시오면

       아마 세상 여자를 다 물리치실 겁니다.

 

       염직閻職의 아내가 그리 어여쁘단 말이냐?

       주공, 한번 보게 되면 넋을 잃게 되옵니다.

 

       흐흐 그래, 언제 볼 수 있겠느냐?

       주공, 열흘만 지나면 설날이 되옵니다.

 

       으흠, 마침 새해 원단元旦이 다가오는구나!

       신년 하례賀禮에 부인과 함께 모이게 하시옵소서!

 

어떤 사람이 대부 염직閻職의 처가 매우 아름답다고 말하자, 그에

궁금증이 발동된 제의공齊懿公은 새해 원단元旦 하례식賀禮式

모든 대부는 부인과 함께 오도록 엄한 영을 내렸다.

 

제의공齊懿公이 염직閻職의 부인을 보더니, 너무나 기뻐하면서

궁중에 머물게 하고는 집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중궁의 여인들이 경의 처와 같이 지내기를 원하는 바

       대부 염직閻職은 부인을 궁중에 머무르게 하라!

 

       주공, 궁궐에서 저녁까지 기다리고 있겠나이다.

       허허, 경은 좋은 여인을 새로 구해 보도록 하라!

대부 염직閻職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왔으나, 감히

입 밖으로 말하지는 못하고 그의 면전面前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제의공齊懿公이 궁궐에서 대부 염직閻職의 부인을 강압적으로

끌어안으며 음사淫事를 즐기는 사이에 어느덧 무더운 5월이 되었다.

 

       주공, 신지申池에 나가시어 목욕을 즐기시옵소서.

       주공, 신지申池는 연못이라 하지만 물이 매우 맑으며

       주변에는 대나무가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나이다.

 

       신지申池의 이름을 죽지竹池 라고도 부를 만큼

       풍광이 아름답사오니 한번 납시어 보시옵소서.

 

       좋도다. 병촉邴歜을 어자御者로 삼아 수레를 준비시켜라.

       염직閻職을 참승驂乘으로 명하니 과인을 수행하게 하라.

 

참승驂乘은 그 당시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닐 때

병거兵車는 그 중앙에 말을 모는 어자御者가 타고, 어자御者

오른쪽에는 차우車右 라 하여 주인을 호위하는 장수 등이 타는데

어가御駕의 경우에는 차우車右를 참승驂乘 이라 불렀다.

 

       주공,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은 아니 되옵니다.

       주군께서 병촉邴歜의 부친 시신을 꺼내 다리를 잘랐으며

       더구나 염직閻職이 사랑하는 처를 빼았았나이다.

 

       이 두 사람은 원한을 품고 있지 않겠습니까?

       주군께서는 왜 두 사람을 불러 곁에 두려 하십니까?

 

       주공, 우리 제齊 나라 조당에는 신하들이 수두룩한데

       왜 하필이면 그 두 사람을 데려가려 하십니까?

       허허, 두 사람은 지금까지 과인을 원망한 적이 없도다.

       그대는 두 사람을 더는 의심하지 말라.

제의공齊懿公은 즉시 병촉邴歜에게 수레를 몰게 하여 신지申池

가서 즐거운 마음으로 놀다 보니, 많은 술을 마셔 취하게 되었다.

 

날씨는 한낮이 되어 너무 더워지자, 제의공齊懿公비단 침대를

가져오게 하여, 깊은 대나무 숲속에 설치하게 하고는, 그 위에

누워서 더위를 식히려 하다가 잠이 들었다.

 

       제의공齊懿公이 대나무 숲속에서 누워 잠이 들자

       병촉邴歜과 염직閻職도 연못으로 들어가 목욕했다.

 

그때 제의공齊懿公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던 병촉邴歜은 항상

살해할 기회만을 노리면서 그 아비의 원한을 갚고자 했으나, 아직

그 일을 같이 도모할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병촉邴歜은 염직閻職이 자기의 아내를

       제의공齊懿公에게 빼앗긴 일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마음을 떠보려 했으나, 아직 자기가 가지고 있는

       뜻을 감히 말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병촉邴歜은 지금 염직閻職과 함께 신지申池 연못에서 목욕하게

되자, 마음속으로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 냈다.

       아이고 아파라! 병촉邴歜은 왜 머리를 때리시오?

       우리 사이에 어찌하여 이렇게 때린단 말이오?

 

       염직閻職 , 너는 마누라를 빼앗길 때도 화를 내지

       않더니, 대나무에 맞아 상처도 나지 않았는데

       그것도 못 참고 화를 내는 것인가?

       마누라를 빼앗긴 일은 비록 나의 치욕이지만

       그것은 나 한 사람 만의 일이었던 것이오..

 

       그러나,병촉邴歜 아,  들어보아라.

       네 아비의 시신에서 다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쳐다보고만 있던 너의 치욕은 네 집안이 입은

       치욕인데, 누가 입은 치욕이 더 크겠는가?

 

       그대는 아비가 입은 치욕을 참고 있으면서

       나보고 내 처자를 빼앗긴 치욕을 책하고 있다니

       그대의 어리석음을 어찌 탓하지 않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대가 했소!

       내가 은인자중하여 한 번도 이 말을 꺼내지 않은 것은

       그대가 옛날에 당한 치욕을 이미 잊어버리지나

       않았을까 하는 걱정하는 마음에서 때린 것이었소.

 

       그대가 이미 그 치욕을 잊었는데, 내가 나의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그것은 일을 행하는데 앞설 뿐만 아니라,

       무익한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오.

       사람은 각기 다른 자기 마음을 갖고 있소.

       어찌 그 치욕을 잊고 있었겠소?

       단지 힘이 없어 한탄하고 있었을 따름이오.

       지금 흉악무도한 놈이 대나무 숲에서 술에 취해

       곯아떨어져 자고 있소이다.

 

       지금 이곳에 제의공齊懿公을 따라온 시자侍者

       우리 빼고 단지 두 사람의 내시內侍 만 있을 뿐이오.

 

       이것은 하늘이 원수를 갚으라고 주신 절호의 기회요!

       우리는 절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것이 아니겠소!

       그대는 능히 이 큰일을 감행 할 수 있겠소!

       그대가 한다면 내가 마땅히 돕지 않을 수 있겠소!

 

병촉邴歜과 염직閻職, 두 사람은 신지申池에서 나와 물기를 닦아

내고 옷을 입은 후에, 침착하게 같이 대나무 숲속으로 들어갔다.

 

       주공께서 몹시 코를 고시는구나.

       너희 내시 두 사람은 마실 물을 빨리 떠 오너라!

 

       주공께서 깨어나시면 마실 물을 반드시

       찾으실 테니 그대들은 물을 끓여 준비해 놓아라.

 

두 내시內侍가 물을 떠 오기 위해 밖으로 나가자마자, 병촉邴歜

염직閻職은 제의공齊懿公의 목을 누르면서 칼로 목을 베어 버렸다.

 

       두 사람은 땅에 떨어진 제의공의 머리를 대나무 숲에

       감추고는 그의 시체를 들어 연못 가운데로 던져 버렸다.

       이때는 제의공齊懿公이 재위한 지 꼭 4년 만의 일이었다.

두 내시가 물을 끓여서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이 있는 곳으로 오자,

병촉邴歜은 침착하나 엄한 투로 말했다.

 

       상인商人은 군주를 시해하고 군위를 찬탈한 놈이다!

       선군들께서 우리를 시켜 죽이도록 하셨도다!

 

       공자 원은 어질고 효성이 지극하니

       우리 제나라 군주로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두 내시는 염직閻職의 말에 순종하며 따르겠다고 하자, 병촉邴歜

염직閻職은 제의공齊懿公이 타던 어가御駕를 몰아 임치臨淄 성으로

돌아왔으며, 자기 집으로 들어가 술상을 차리게 하고는 마음껏 마시며

오랜 원한을 풀었다면서, 서로 경하의 말을 주고받으며 환호했다.

제의공齊懿公이 신지申池에서 살해당했다는 소문은 즉각 알려졌다.

 

       고경高傾 ,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주공이 죽었습니다.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이 신지申池에서 죽였습니다.

       허 어, 이거 큰일이구나.

    

       국귀보國歸父 ! 두 놈을 잡아들여 죽여서

       후세 사람들에게 경계로 삼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경高傾 , 우리를 대신해서 큰일을 벌이고, 죄를

      물었는데, 어찌 그들에게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 있겠소?

이윽고 술을 마시기를 다해 거나해진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은 곧바로

가노家奴에게 큰 수레를 준비하여, 모든 가재를 실으라고 명한 후에

그들의 가족들과 함께 수레를 타고 남문을 통해 유유히 빠져나갔다.

 

       병촉邴歜 , 빨리 가야 하지 않겠소?

       우리가 무엇이 무섭고 두려워 빨리 간단 말이오?

 

       염직閻職 , 우리가 무도한 상인商人을 죽여서

       성안의 많은 백성의 목숨을 건지게 하였소이다!

 

병촉邴歜과 염직閻職은 가족들을 실은 수레와 가재를 실은 수레를

함께 몰아갔으며, 그 들은 초나라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이처럼 중원에서 많은 고위급 인사들이 초楚에 모여들자

       이때부터 초나라가 부흥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로대신인 고경高傾과 국귀보國歸父는 모든 신료를 조당에 모이게

하여 후사 문제를 상의한 결과 공자 원을 군주로 세우기로 하였다.

 

       고경高傾과 국귀보國歸父는 집 안에 칩거하고 있는

       공자 원을 찾아가 군위에 오를 것을 부탁했다.

       공자 원은 그들의 청을 들어 수락하였다.


신료들은 합창하듯이 공자 원을 제후齊侯의 자리에 올려세우자

이가 곧 제혜공齊惠公 이며, 기원전 609년에 일이난 사건이었다.

이에 염옹髥翁은 시를 지어 이야기했다.

 

       仇人豈可与同游 (구인개가여동유)

       어찌하여 원수를 데리고 같이 놀았단 말인가?

 

       密邇仇人仇報仇 (밀이구인구보구)

       원수를 가까이하여 원수가 원수를 갚게 하였구나!

 

       不是逆臣無遠計 (부시역신무원계)

       역신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았다고 하기보다는

 

       天敎二憾逞凶謀 (천고이감영흉모)

       하늘이 두 사람을 시켜 흉악한 자를 죽였음이라!

 

아들들이 모두가 군주의 기상氣像이 있다는 제환공齊還公이 말한

것 처럼, 이로써 군위를 다투었던 다섯 아들이 모두 군주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진귀한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319 . 재산을 풀어 백성을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