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7 화. 인자 한 얼굴에 비수가 있다.

서 휴 2023. 2. 4. 16:48

317 . 인자 한 얼굴에 비수가 있다.

 

이때 진나라의 조돈趙盾은 초목왕楚穆王이 죽어 상을 당한

틈을 이용해서, 선대 때의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해 중원의

제후들을 신성新城에 불러 모이게 했다.

신성新城은 진나라의 부도副都인 곡옥성曲沃城을 말한다.

 

       송소공宋昭公 저구杵臼, 노문공魯文公 ,

       진영공陳靈公 평국平國, 위성공衛成公 ,

       허소공許昭公 석아錫我, 정목공鄭穆公 ,

 

       약속한 날이 가까워져 오자, 여섯 제후가

       줄을 이어 속속 신성新城에 당도했다.

 

, , , 삼국의 제후들은 옛날 초목왕楚穆王의 부름을

받아, 궐맥厥貉의 회맹에 참석했던 일은, 나라와의 옛정에

의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서로 변명하며 사과했다.

 

       이에 조돈趙盾은 세 나라의 군주들을 책망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하며 넘어갔다.

 

       이로써 여섯 제후는 다시 진나라 편에 서기

       시작했으나, 다만 채후蔡侯 만은 초나라의

       분노를 두려워하여 회맹에 참석하지 않았고,

       여전히 진나라 편에 서는 걸 꺼렸다.

 

이에 조돈趙盾은 극결郤缺을 시켜 진군晉軍을 이끌고 정벌하게

하자, 이에 놀란 채후蔡侯는 재빨리 쫓아 나와 화의를 청했다.

극결郤缺은 화의를 받아들이고 진군晉軍은 방향을 돌려 돌아왔다.

 

그때 제나라의 제소공齊昭公 은 마침 몸의 병으로 자리에

누워 있었기에, 마음과는 달리 신성新城의 맹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제소공齊昭公은 결국 일어나지 못하고 얼마 후 병세가

       악화하여 죽자, 아들 세자 사가 제후齊侯에 올랐다.

 

       세자 사의 모친은 노나라 공녀 출신인 숙희叔姬

       였으므로 사람들은 소희昭姬 라고 불렀다.

 

       소희昭姬는 비록 제소공齊昭公의 부인이었지만

       제소공齊昭公이 살아 있을 때 총애를 받지 못했고

 

        또한, 세자 사역시 재주가 부족하였으므로

        나라 안의 사대부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다.

 

제환공齊桓公의 아들들은 유별났다. 정실부인正室夫人에서 아들은

없었으며, 첩에게서만 여섯 아들을 두었는데, 그 아들마다 공실

내에 만만치 않은 인맥과 주변 능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여섯 번째 공자인 옹만이 미리 공자의 난을 피해 진나라에

가 있었고, 다섯 공자 모두는 제후齊侯가 되고 싶은 욕망이 강했다.

 

       제환공齊桓公이 생전에 세자로 책봉한 아들은

       세 번째 공자인 소였다.


       첫 번째 공자인 무휴無虧는 동생 소

       제효공齊孝公이 되자, 그는 난을 일으켜

       소를 몰아내고 스스로 제후齊侯가 되었다.


       송나라로 다시 망명한 공자 소

       송군宋軍의 도움을 받아 형 무휴無虧를 죽이고,

       다시 제효공齊孝公이 되었다.


       제효공齊孝公이 재위 10년 만에 세상을 떠나자,

       이번에는 네 번째 반이 조카인 세자를 죽이고

       제소공齊昭公이 되었다.

 

       제소공齊昭公은 별다른 업적을 남기지 못하고

       20년간 재위하다가 병으로 죽게 된다.

 

       제환공의 여섯 아들 중 세 명이 군주가 되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 꿈을 버리지 않고 자신이 제후齊侯

       되겠다는 야심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공자가 있었다.

       바로 다섯 번째 공자인 상인商人이 있었다.

 

공자 상인商人은 제환공齊桓公의 첩실 밀희密姬의 소생이면서

세자 사의 숙부였으나, 어려서부터 항상 군주의 자리를 엿보았다.

       형님이신 제소공齊昭公이 나를 동모제同母弟 처럼

       극진하게 대해주고 있으나, 나의 꿈은 따로 있지 않은가

 

       형님이신 제소공齊昭公이 살아 있으니

       지금은 어찌할 도리가 없도다.

 

       형님 제소공齊昭公이 죽기를 기다렸다가

       대사를 도모하려는 판단이 옳을 것이다.

 

제소공齊昭公은 말년에 위나라로 도망쳐 살고 있던 공자 원

불러들여 국정을 맡기게 되었다. 이에 상황이 불리해진 상인商人

작전을 바꾸어 제소공齊昭公이 죽은 후에 거사를 벌리기로 했다.

 

       공자 원은 성격이 어질고 후덕하여

       사대부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다.

 

       나는 공자 원의 어진 성품을 본받아,

       백성의 민심을 얻어 추앙받아야만 한다,

 

공자 상인商人은 공자 원을 시기하여 일부러 인심을 얻기 위해

그때부터 그의 모든 가산을 털어 빈민들을 구제하기 시작했다.

 

       가재家財가 떨어져 계속해서 양식을 못 구하게 되자,

       다른 사람에게 빌려서까지 빈민들을 구휼 했다.

 

       공자 상인商人의 후덕한 인정에 감격하지 않는

       제나라의 백성은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수많은 문객을 자기 집에다 모아 놓고

       아침저녁으로 맹훈련을 시켰으며, 자기가 밖으로

       나갈 때는 늘 데리고 다니며 호위護衛를 하게 했다.

 

드디어 제소공齊昭公이 죽고 세자 사가 즉위하였다. 그날 밤이

되자 북쪽 하늘에서 커다란 혜성彗星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혜성彗星이 나타난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이오

       옛소복채卜債가 넉넉할 것이오

 

       공자님, 점괘를 풀이해 보겠나이다.

       송, , , 이 세 나라의 군주들은, 장차

       모두가 변란 중에 죽을 징조로 나타납니다.

 

       ​나라에 변란이 일어난다면 변란을

       일으킬 사람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가?

 

상인商人평소에 제나라의 군주 자리를 노리고 있었으므로

백성들에게 덕을 베풀어 인심을 얻어 놨으며, 그리고 타국에서 온

망명객들을 모아 그의 세력으로 삼았다.

 

점괘 풀이를 들은 상인商人은 즉시 자객들을 시켜 상례喪禮

치르기 위해 장막 안에 기거하던 세자 사를 찔러 죽이도록 했다.

   

       공자 원형님세자 사가 군주의 위엄이 없는바,

       제가 형님을 위해 거사를 하고 말았습니다.

       형님은 어찌 생각하시는지요

 

       상인商人은 내게서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것인가

       네가 오랫동안 군위를 노려온 걸 짐작 하고 있었다.

       너는 어찌하여 그 누를 나에게 넘기려 하느냐?

 

       상인商人 , 나는 너를 능히 모실 수 있지만

       너는 나를 모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상인商人 , 네가 군주의 자리에 오르도록 하라!

       네가 군주가 되면 나를 용납하여다오!

 

       네가 나를 제나라의 한 필부로써 조용히

       여생을 마치게 해준다면 더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형님, 그렇다면 계속 재상 자리를 맡아주십시오

       알겠노라, 그렇게 하도록 하마

 

공자 상인商人은 세자 사를 죽이고, 공자 원과 상의하고 난

후에 마침내 제나라의 군주에 올라 제의공齊懿公이 되었다.

 

       상인商人이 제의공齊懿公이 되자,

       공자 원은 괘씸하게 생각하여 병을 핑계 삼아

       문을 닫아걸고는, 아예 입조入朝 조차 하지 않았다.

 

제의공齊懿公에게 살해당한 세자 사의 생모 소희昭姬는 노

나라의 공실의 여인으로 아들의 죽음을 매우 슬퍼하였다.

 

       주공, 세자 사의 어머니 소희昭姬를 어찌할까요

       비명에 죽어간 세자 사를 생각하여

       밤낮으로 슬피우는 소리가 자꾸 새 나가고 있습니다.

 

       후원의 별궁에 가두어 놓고, 먹고 마시는 것도

       아끼면서 죽지 않을 만큼만 주도록 하라

 

소희昭姬는 궁인들에게 몰래 뇌물을 주면서 외부와 소통하며

또한, 편지를 써서 노나라의 노문공魯文公에게 보냈다.

 

       소희昭姬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더란 말이냐

       소희昭姬를 우리나라에 돌아오게 해야겠구나

 

       대부 동문수東門遂는 이일을 어찌 생각하는가?

       주공, 우리가 제나라를 침공하기는 힘이 부족합니다.

 

       주공, 주 왕실의 힘을 빌리시옵소서.

       대부 동문수東門遂는 왕실에 고하도록 하라.

 

노문공魯文公은 제나라에서 소희昭姬를 빼내기 위해 천자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대부 동문수東門遂를 서둘러 왕실에 보냈다.

왕실의 주광왕周匡王은 노문공魯文公의 청을 받아들였으며, 곧바로

경사卿士 선백單伯을 제나라에 보내 천자의 명을 전하게 했다.

 

       제후齊侯는 어찌하여 형의 아들을 죽이고

       또한, 그 모친까지 감옥에 가둘 수 있더란 말이냐?

 

       소회昭姬를 석방하여 노나라로 돌려보내라!

       어찌 제나라의 관대함을 보여주지 않는단 말인가?

제의공齊懿公은 세자 사를 시해한 일에 대해 함구령을 내리고

말이 나는 걸 꺼리고 있었는데, 천자가 보낸 선백單伯의 입에서

서슴없는 이 말이 나오자, 뺨이 붉어지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경사卿士 선백單伯이 물러나 객관으로 가자, 밤사이에 소희昭姬

궁궐 안에 옮겨 놓고, 사람을 시켜 선백單伯에게 말했다.

 

       저희 군주께서는 선군의 부인을 모시는데

       감히 지금까지도 게을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물며 천자께서 하명을 내리시옵는데

       어찌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나이까?

 

       경사卿士께서는 저희 국모님을 한번 만나시어

       동성의 제후국이 천자의 뜻을 잘 따르고

       있다는 걸, 잘 전해주시길 바라나이다?

선백單伯은 단지 좋은 뜻으로 전하는 제의공齊懿公의 말인 줄로만

알고, 수레를 몰아 제의공齊懿公이 보낸 사자 뒤를 쫓아 입궁하였다.

 

       이 소희昭姬는 눈물 흘리며 탄원하나이다

       경사卿士 선백單伯 , 이 원한을 풀어주십시오

       너희는 무슨 짓들을 하고 있는 것이냐

       경사卿士 선백單伯은 별짓을 다 하는구나

 

선백單伯은 소희昭姬에게 대답하는 말을 꺼내기도 전에, 뜻밖에도

밖에 숨어 있던 제의공齊懿公이 큰소리로 욕지거리를 해댔다.

 

       선백單伯 이라는 이놈이 아어쩐 일로 제멋대로

       내가 사는 궁궐로 들어와 국모와 몰래 만나는가?

 

       선백單伯은 우리 국모와 더러운 짓을 벌인 것이냐?

       몹시 나쁜 놈이로다. 과인이 이 일을 천자께 고하리라!

제의공齊懿公은 곧바로 선백單伯과 소희昭姬를 잡아다 한 방에다

함께 가두어 버리고 나서는, 왕명을 빌려 자기를 누르려고 했던

나라에 대해, 원한을 품고 군사를 일으켜 정벌하려고 했다.

       이에 관해 백성들은, 제의공齊懿公은 조카이면서

       어린 군주를 시해하고, 국모를 감옥에 가두고,

       천자가 보낸 사자를 가뒀을 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침략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극악무도한 사람이라 아니할 수 없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이런 자를 용납하냐며 원망했다.

 

그 당시 고씨高氏와 국씨國氏 등의 세신世臣 들이 조정朝廷

모여있으면서도, 어찌하여 공자 원을 받들어 상인商人의 죄를

성토하지도 않는 것인가?

 

오히려 제의공齊懿公의 흉악한 만행을 인정하는 듯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 고씨高氏와 국씨國氏 등을 정말로 원망했다.

이에 대해 노래한 시가 있다.

 

       ​欲圖大位欺孤主 (욕도대위사고주)

       군주의 자리를 탐하면서 어린 군주를 속였도다.

 

       先散家財買細民 (선산가재매세민)

       먼저 가재를 털어 가난한 사람의 마음을 샀도다.

 

       堪恨朝中綬若若 (감한조중수약약)

       국정을 끌고 가던 대신들이 정말 한심하구나!

 

       也隨市井媚凶人 (야수시정미흉인)

       그대들도 시정잡배처럼 흉인에게 눈웃음쳤구나!

노문공魯文公은 왕실에서도 제의공齊懿公을 제압하지 못하자,

계손행보季孫行父를 진나라 조돈趙盾에게 보내, 시역弑逆 사건을

일으킨 내용과 선백單伯과 소희昭姬를 감금시켜버린 사실을 고했다.

 

       노문공魯文公이 나를 왕실에 고발했구나!

       내 어찌 노문공魯文公을 용서하겠는가?
       우리 제군秦軍은 노나라를 향해 쳐들어가라!

 

나라 조돈趙盾은 노나라로부터 긴급한 구원 요청을 받자,

, , , , , , , 등의 제후들을 옹땅에

모이게 하여, 진영공晉靈公을 모시고 토벌계획을 세웠다.

 

땅은 지금의 황하 북안의 하남성 초작시焦作市를 가리키며

춘추시대 때는 진나라 땅이었다.

 

       주공, 큰일 났습니다.

       진나라 조돈趙盾이 팔 개국 연합군을 결성하여

       우리 제나라에 쳐들어오고자 옹땅에 모였습니다.

 

이에 놀란 제의공齊懿公은 경사卿士 선백單伯을 풀어주어,

왕실로 돌아가게 하고, 소희昭姬를 노나라로 돌려보내면서,

나라에 많은 뇌물을 바치면서 화의를 청했다.

 

       노나라의 노문공魯文公은 진나라가 결성한 8개국

       연합군이 제나라를 정벌하지 않고 해산시켜 버리자

       공자 수를 사자로 제나라로 보내, 뇌물을 바치면서

       제의공이 군사를 내어 정벌할 경우를 미연에 방지했다.

 

318 . 제의공, 신지에서 살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