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5 화. 위수여, 속이고 또 속이는가.

서 휴 2023. 2. 1. 21:26

315 . 위수여, 속이고 또 속이는가.

 

​       진강공秦康公은 속전속결의 각오로 전쟁을 일으켰다.
       그러나 진군晉軍이 방어만을 하며 기일을 끌다 보니,

       이제는 군량미도 떨어지므로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진군秦軍의 첩자가 조천趙穿과 서갑胥甲이 군문에서 소리치는

말을 듣고는 곧바로 돌아와 보고하자, 나라의 진강공秦康公

지체하지 않고 진채陣寨를 거두자마자 철수 작전에 들어갔다.

 

       진군秦軍은 서쪽으로 지금의 풍릉도진風陵渡津에서

       하수河水를 건너 퇴각하려 했으나,

 

       조천趙穿의 기밀 누설로 그 방향을 동쪽으로 돌려

       하수河水를 건넌 후에, 다시 방향을 남쪽으로 바꿔

       하수河水 남안의 하읍瑕邑을 점령하고,

 

       서쪽으로 나아가 도림색桃林塞으로 돌아가면서

       무사히 옹성雍城으로 귀환할 수 있었다.

       하읍瑕邑은 지금의 하남성 영보시 양평진陽平津 이다.

 

진군秦軍이 진군晉軍이 모르게끔 퇴각해 버리자, 조돈趙盾도 역시

진군晉軍을 회군시켜 강성絳城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조돈趙盾이 군사기밀을 누설한 자에 대해

       틀림없이 엄벌을 처할 것이란 말이 있소!

       조천趙穿과 서갑胥甲은 몸조심해야 할 것이오!

 

어느 대부가 귀띔을 해주자, 조천趙穿은 미리 진영공晉襄公에게

부탁하여 조돈趙盾이 벌을 주지 못하도록 손을 써놨다.

 

       하군 부수 서갑胥甲을 불러라!

       너는 기밀을 누설하여 혼란을 주었다.

 

       내가 너를 참수형에 처하지 않는 것은

       너의 선친이신 서신胥臣의 공이 크도다!

       추방이다. 서갑胥甲은 위나라로 떠나라!

 

조돈趙盾은 조천趙穿의 죄를 불문에 부치고, 하군 부수 서갑胥甲

만을 처벌했다.

       서갑胥甲은 진문공晉文公 때의 공신인 서신胥臣

       아들이었다. 조돈趙盾 과는 같은 망명 파의 아들이다.

 

그래서 조돈趙盾은 서갑胥甲을 살려주고, 그의 아들 서극胥克

등용하여, 하군 부장으로 삼았다. 이에 염선髥仙이 시를 지어

조돈趙盾의 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       同呼軍門罪不殊 (동호군문죄불수)

       군문에서 기밀을 누설한 죄는 서로 같은데

 

       獨將胥甲正刑書 (독장서갑정형서)

       서갑 혼자만 법에 따라 벌을 받게 했구나.

 

       相君庇族非无意 (상군비족비무의)

       서로 비호 하려는 뜻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請把桃園問董狐 (청파도원문동호)

       청컨대 도원의 일을 동호에게 물어보아라!

 

       동호董狐는 권세를 두려워하지 않고 사서에

       올바르게 적어 후세 사가들의 모범을 보인 인물이다.

하곡河曲 전투가 끝난 다음 해는 기원전 614년으로, 주경왕周頃王

5년이며 진영공晉襄公 7년이었다.

 

       조돈趙盾 원수님, 대부 첨가詹嘉 입니다.

       진군秦軍이 다시 쳐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되는바

       대부 첨가詹嘉는 하읍瑕邑을 탈환하여

       머물면서, 도림색桃林塞을 지키도록 하라!

 

도림색桃林塞은 진나라가 동방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므로, 진나라에서는 이 지역 곳곳에 요새를

만들어 놓고, 늘 진군秦軍의 침공에 대비해왔던 곳이다.

 

조돈趙盾은 진군秦軍의 침공을 대비하여, 대부 첨가詹嘉를 보내

하읍瑕邑을 탈환하였으며, 도림색桃林塞을 지키도록 만들었다.

 

       조돈趙盾 원수님, 유병臾騈 입니다.

       지난번 하곡河曲 싸움에서 진군秦軍의 계책은

       모두 사회士會의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다.

 

       사회士會가 계속 진나라에 머무르고 있게

       된다면, 우리는 결코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유병臾騈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조돈趙盾은 즉시 제부諸浮의 땅에

별도로 지어 놓았던 관사에, 나라의 육경六卿을 모두 모이게

하여, 회의를 열면서 대책을 상론하고자 했다.

 

그 육경六卿 이란, 조돈趙盾, 극결郤缺, 란돈欒盾, 순림보荀林父,

유병臾騈, 서극胥克으로 3군을 지휘하는 주수와 부수들이었다.

       육경六卿이 다 모였으니 회의를 시작합시다.

       오늘날 호사고狐射姑는 적땅의 로국潞國에 있고,

       사회士會는 진나라에 머물고 있소이다.

 

       이 두 사람은 고국을 해치기 위해 있는 듯하오.

       이들을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면 좋겠소이까?

       순림보荀林父가 먼저 말하겠소이다.

       청컨대 호사고狐射姑를 불러 다시 복직시키십시오.

 

       그는 국정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선대에 큰 공을 세우신 호언狐偃의 아들입니다.

 

       마땅히 불러 관용을 베풀어 준다면, 그 선친을

       닮아, 장차 우리나라에 크게 봉사할 것입니다.

       그렇지는 않소. 이 극결郤缺이 말하겠소이다.

       호사고狐射姑가 비록 훈구勳舊 대신의 아들이긴 하나

       제멋대로 대신을 살해하는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만약, 그가 복직하게 된다면, 장래에 무엇으로

       이 나라의 죄인에게 경계를 줄 수 있겠소이까?

       차라리 사회士會를 불러오느니만 못합니다.

 

       사회士會는 세상의 순리를 거역하지 않았고, 마음이

       온유할 뿐만 아니라 지혜가 많은 사람입니다.

 

       또한, 사회士會가 진나라로 도망가 사는 것은

       그 사회士會가 죄를 지어서가 아닙니다.

 

       로국潞國은 멀고 진은 가깝습니다.

       만약에 진秦 나라의 침공을 막고자 한다면

       먼저 진을 돕고 있는 자를 제거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사회士會를 불러오게 된다면

       진을 돕는 자는 자연스럽게 제거됩니다.

 

       이 조돈趙盾도 극결郤缺의 생각이 옳다고 봅니다.

       그러나 사회士會는 진후秦侯가 신임하고 있소이다.

 

       비록 부른다 해도 틀림없이 따르지 않을 것 같소.

       무슨 방법으로 그를 불러오게 한단 말이오?

       이 유병臾騈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은 바로 옛날 필만畢万의 손자이며

       성은 위이고 이름은 수여壽餘 라고 합니다.

 

       위수여魏壽餘는 위주魏犨의 조카이기도 합니다.

       지금 그는 식읍인 위땅에 살고 있습니다.

 

땅은 위주魏犨가 식읍으로 받은 땅이며, 지금의 산서성

남단으로 황하의 하곡부 북안에 있었으며, 전국칠웅 중의

하나인 위나라의 발흥지이다.

 

       위수여魏壽餘는 비록 명문 세가의 자손이지만

       아직 조당에서 벼슬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기응변에 능한 위수여魏壽餘 인바

       사회士會를 능히 불러올 수 있을 것입니다.

유병臾騈이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마치고는 조돈趙盾에게 다가가

귀에 대고 속삭이자, 조돈趙盾은 듣고 기뻐하며 말했다.

 

       호오, 알겠소. 번거롭겠지만 나라를 위해

       위수여魏壽餘에게 우리의 뜻을 전해 주시 오!

관사에 모였던 육경이 모두 해산하자, 유병臾騈은 다음 날 아침에

위읍魏邑으로 향하더니 며칠이 지나 위수여魏壽餘의 집을 찾았다.

 

       위수여魏壽餘 오랜만입니다.

       아니 유병臾騈께서 어쩐 일러 오셨소?

 

       비밀스러운 말이 있는데 조용한 곳이 없소?

       서재書齋가 좋지요, 자 서재書齋로 갑시다.

 

밀실로 옮긴 두 사람은 대좌하게 되자, 유병臾騈은 그간에 있었던

이야기를 다 해주고, 사회士會를 다시 귀국시키는 일을 상의했다.

 

       유병臾騈 좋소. 이 위수여魏壽餘가 해보겠소이다.

       다만, 꼭 신의를 지켜주어야 하오.

       알겠소. 꼭 해내야 합니다.

 

유병臾騈은 위수여魏壽餘가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자,

강성絳城으로 돌아와 조돈趙盾과 함께 다음 순서를 추진하게 된다.

 

       주공, 조돈趙盾이 말씀 올리나이다.

       진군秦軍이 누차 우리나라를 침범하였으며

       언제 또 쳐들어올지 몰라 불안하옵니다.

 

       이를 막으려면 하동河東의 성읍들을 다스리는

       관리들에게 명령을 내려, 각각 거느리고 있는

       군사들을 훈련하게 해야 하며

 

       황하黃河의 강안에 있는 진채들을 서로 연결하여

       식읍食邑과 채읍采邑의 관리들에게 파수를

       보게 하면서 감독시키도록 해야 합니다.

 

       만일 그 일을 태만하게 하는 자가 있다면 즉시

       그자의 벼슬을 삭탈하시고, 그들이 온 마음을

       다해 진군秦軍의 침입에 대비하게 해야 합니다.

       주공, 하동河東의 땅에서 위읍魏邑은 큰 마을입니다.

       위읍魏邑을 앞장서게 만든다면, 여러 고을은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되나이다.

조돈趙盾의 건의에 따라, 진영공晉靈公은 위수여魏壽餘를 불러들여,

하수河水의 동안을 지키기 위해 군사들을 훈련하고 경비하는

임무를 책임지게 하려 했다.

       주공, 신 위수여魏壽餘 한 말씀 올리겠나이다.

       신의 선조들이 이룩한 공업으로 인해, 주공으로부터

       큰 읍을 하사받았으며, 이에 신들의 가족은

       큰 은혜를 입어 의식을 해결하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신은 군사의 일을 모를 뿐만 아니라

       더구나 하상河上은 백 리가 넘는 넓은 지역이라

       그 넓은 곳에 모두 군사를 두고 지키는 일은

       힘만 들뿐만 아니라 실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조돈趙盾이 한마디 하겠노라

       너 같은 하찮은 시골 촌놈이 감히

       나라의 대계를 어지럽히려 하느냐?

 

       너에게 3일의 말미를 주겠으니, 네 고을의

       장정들에 대한 병적을 만들어 바치도록 하라!

       만약 명을 어긴다면 군법에 따라 죽이겠노라!

 

위수여魏壽餘는 탄식하며 조당에서 물러 나와 위읍魏邑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와 고민에 빠져있는 듯이 골몰했다.

       서방님, 무슨 근심을 그리 하십니까

       조돈趙盾 란 놈이 무도하여 나에게 3일 동안에

       네 고을의 장정들에 대한 병적을 만들어 바치라 하며

       하수河水의 동안을 지키는 일을 책임지라 하는 것이오

 

       어찌 그 넓은 곳을 3일 동안에 돌아다니며

       내가 어찌 그 일을 해낼 수 있단 말이오?

 

       그대는 집안의 가재와 재물들을 모두 수습하여

       나를 따라 진나라로 달아납시다

 

       이미 그곳 진나라에 사는 사회士會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 별 탈은 없을 것이오.

위수여魏壽餘는 집안의 종복들에게 분부하여 거마를 정비하도록

명하고, 그날 밤이 되자, 밤을 새워 술을 마시면서 술주정을 부린다.

 

       야 이놈아! 무슨 음식이 이리 불결하냐

       아닙니다. 정성껏 깨끗이 만든 음식입니다.

 

       이놈이 웬 말이 그리 많으냐

       이놈을 끌어내 나무에 묶고 채찍으로 때려라

 

       저놈이 백 대를 때려도 멀쩡하구나

       칼을 가져와라, 아예 죽여 버리리라

 

위수여魏壽餘는 죽여 버리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대며, 칼을

가지러 거실로 들어갔다. 그사이에 다른 사람이 묶은 줄을 풀어주며

얼른 달아나게 했다.

 

       매를 맞던 종복은 도망쳐 조씨부趙氏府로 달려가

       위수여魏壽餘가 고국인 진나라를 배반하고

       진나라로 도망치려 한다고 고발했다.

 

조씨부趙氏府로 부터 보고를 받은 조돈趙盾은 사마司馬 한궐韓厥

시켜, 군사를 이끌고 위읍魏邑에서 위수여魏壽餘를 잡아들이게 했다.

 

       그러나 위수여魏壽餘는 이미 진나라로

       도망쳤으므로, 한궐韓厥은 단지 그의

       처자만 잡아 와서 옥에 가두었다.

하수河水를 건너 진나라로 도망친 위수여魏壽餘는 옹성雍城을

겨우 겨우 찾아가 거지꼴로 진강공秦康公알현하게 되었으며,

조돈趙盾의 못된 짓을 상세히 고하였다.

 

       진후秦侯께 고하나이다.

       조돈趙盾은 제멋대로 정사를 보며

       전횡하는 못된 짓은 이미 소문이 나 있습니다.

 

       처자는 잡혀 감옥에 갇히고, 신은 혈혈단신으로

       겨우 도망쳐 나와 투항하고자 하옵니다.

 

       과인이 너를 어찌 믿으란 말인가

       ​사회士會는 이자를 믿을 수 있겠는가?

 

       주공, 나라 사람들은 꾀가 많사오니

       쉽게 믿으시면 아니 됩니다.

 

       주공, 위수여魏壽餘가 진실로 투항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바쳐 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사회士會의 말이 떨어지자, 위수여魏壽餘는 머뭇거리다가 가슴

안에서 두꺼운 서책을 한 권 꺼내어 진강공秦康公에게 바쳤다.

 

316 . 사회를 불러 본국으로 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