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3 화. 초목왕, 중원을 침공한다.​

서 휴 2023. 1. 29. 21:28

313 . 초목왕, 중원을 침공한다.

한편 진군晉軍의 원수 조돈趙盾은 정나라가 사태의 위급함을

급하게 알려오자, 진영공晉靈公에게 고하게 되었다.

 

       주공, 나라가 정나라를 침공하고 있는바

       우리 진군晉軍은 정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주공, 나라를 지켜줘야만, 선군의 유지를 받들어

       주공께서 패공霸公의 지위를 이어나갈 수 있사옵니다.

 

       주공, 그러하오나 우리 진나라는 선군이신

       진양공晉襄公 때 삼군三軍 이행二行의 편제에서

       이행二行을 폐하였던 바라,

 

       우리 진군晉軍 혼자로는 초군楚軍을 상대하기에

       우리 군사의 수가 너무나 부족하옵니다.

 

       주공, , , , 네 나라에 사자를 보내

       연합군을 결성하여 정 나라를 돕겠습니다.

 

조돈趙盾4개국 연합군을 결성하게 되자, 진군晉軍과 연합군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열심히 행군을 시작했다.

 

       그들이 미처 정나라의 경계에 당도하기 전에

       정나라가 이미 초나라에 항복하였고,

       초나라의 군사들은 이미 본국으로 돌아갔으며

       뒤이어 진나라도 초에 항복한 걸 알게 된다.

 

을 구하기 위해 군사들 이끌고 왔던 송나라 대부 화우華耦

나라 대부 공자 수는 조돈趙盾에게 강력히 주장하였다.

 

       조돈趙盾 원수님, 과 진이 초군楚軍의 힘에 눌려

       초나라에 복종한 것이오니, 과 진을 구해내면서

       초나라를 몰아내야 만이 중원中原이 조용해집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과 진陳의 버릇을 고쳐 놔야,

       앞으로 중원中原 나라들이 초楚에 굴복하지 않습니다.

 

       ​그렇긴 하나, 우리가 구원군으로 빨리 달려오지 못해

       결국은 두 나라가 초나라에 항복한 것이므로

       그들에게는 죄가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초군楚軍도 회군하여 영성郢城으로 돌아간바이므로

       어찌 우리가 초나라를 정벌할 수 있겠습니까?

       귀국하여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조돈趙盾은 즉시 연합군의 군사들을 모두 자기 나라로 돌아가게

독려하고는 자기도 진군晉軍을 이끌고 강성絳城으로 돌아갔다.

이에 대해 염옹髥翁이 시를 지어 이야기한다.

 

       ​誰專國柄主諸侯 (수전국병주제후)

       천하에 제후들을 호령했던 사람이 누구이던가

 

       却令荊蠻肆蠢謀 (각령형만사준모)

       진문공이 군령을 거두니 형만이 준동하는구나.

 

       今日鄭陳連臂去 (금일정진연벽거)

       오늘날엔 정과 진이 앞다투어 형만으로 달려가니

 

       中原伯氣黯然收 (중원백기암연수)

       중원 제후을 호령하던 패자의 뜻을 접었음이라!

 

그해 겨울 10월 초하루가 되기 전에 진공공陳共公 과 정

정목공鄭穆公 이 동시에 땅에까지 나와서 초목왕楚穆王

어가御駕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진후陳侯와 정백, 두 분 반갑습니다.

       궐맥厥貉 땅에서 회맹 하기로 약속했는데

       어찌하여 이곳 땅에까지 왕림하시었소?

 

       대왕과 약속한 날짜를 어기지나 않을까 염려되어

       대왕을 기다렸다가 궐맥厥貉까지 수행하려 함입니다.

       하하, 두 분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대왕, 채장공蔡庄公 갑오甲午께선 이미 궐맥厥貉

       땅의 경계에 당도하여 대왕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수레에 다시 오른 초목왕楚穆王은 정과 진두 나라의 군주와

함께 나는 듯이 궐맥厥貉 땅으로 달려갔다.

 

       그때 궐맥厥貉에서 기다리고 있던 채장공蔡庄公

       초목왕楚穆王에게 신하의 예로서 영접하며

 

       절을 두 번 올리고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 마치 제후가

       천자를 배알拜謁 하며 행하는 의례儀禮와 같았다.

이러한 채장공蔡庄公의 행동에 진후陳侯와 정백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어, 둘이서 소곤거리고 난 후에 의견을 모아 말했다.

 

       채후蔡侯가 이렇듯 굽실거리며 예를 다하는바

       초왕楚王께선 우리의 태만怠慢을 용서하십시오.

 

       대왕께서 어가御駕를 이곳까지 몰고 오셨는데, 가까운

       송후宋侯가 아직 참배하러 오지 않으니 대왕께서는

       마땅히 군사를 보내 송나라의 죄를 물으시옵소서.

       허허. 두 분은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군요.

       짐이 이곳에 초군楚軍을 주둔시키는 것은

       바로 송나라를 정벌하려는 것이오.

이 말을 들은 한 대부가 있어 송나라에 가서 전했다. 그때

나라는 송성공宋成公 왕신王臣은 이미 죽었으므로, 그 아들

송소공宋昭公 저구杵臼가 새로 즉위하여 이미 3년이나 지난 때였다.

 

       송소공宋昭公의 사람 됨됨이는 소인배들을 쉽게

       믿고서 임용하며, 공족公族 들은 배척하고 멀리했다.

 

       이처럼 송소공宋昭公이 국사를 제대로 돌보지 않자,

       송목공宋穆公과 송양공宋襄公의 후손들이 이에

       불만을 품고 작당作黨 하여 난을 일으켰다.

 

       이들이 사마司馬 공자 앙을 살해하자, 이에

       사공司空 탕의제蕩意諸는 노나라로 도망갔다.

 

       이처럼 송나라에 내란이 일어나자

       사구司寇 화어사華御事가 나서서 난을 조정하고 나자,

 

       노나라로 망명한 탕의제蕩意諸를 불러들여, 다시

       사공司空의 관직을 돌려주자고 송소공宋昭公에게 청했다.

 

       송소공宋昭公이 이를 허락하여 탕의제蕩意諸

       귀국시키자, 나라는 다소나마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때 송나라의 군주와 신하들은 초목왕楚穆王이 궐맥厥貉 땅에

진후陳侯와 정백채후蔡侯를 모이게 해 놓고, 나라를

정벌하려고 기회를 엿본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주공, 사구司寇 화어사華御事 이옵니다.

       신이 듣기에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지 않으면

       그 나라는 결국 망하게 된다고 하였나이다.

 

       지금 초목왕楚穆王이 진과 정두 나라를

       복종시키고, 우리 송나라마저 복종시키려

       궐맥厥貉 땅에 초군楚軍을 주둔시켰다 합니다.

 

       주공께서 먼저 궐맥厥貉으로 납시어 초왕을 영접하소서.

       만약 초의 눈치를 보다가 초목왕楚穆王이 정벌을

       결심한 후에 화의를 청한다면 그때는 이미 늦나이다.

 

송소공宋昭公이 사구司寇 화어사華御事의 진언을 받아들여, 즉시

궐맥厥貉 땅으로 찾아가서 초목왕楚穆王을 배알拜謁 하였다.

 

       대왕이시여, 맹제孟諸의 소택지는 아름다운

       사냥터이오니 사냥대회를 여시면 어떠실는지요?

 

       허허, 송공宋公은 좋은 제안을 하시었소!

       진후陳侯, 정백, 채후蔡侯와 함께 갑시다.

 

맹제孟諸는 송나라 도성인 수양성睢陽城의 북동 쪽으로 30

지점이며, 단수丹水가 흐르는 강기슭이면서 소택지沼澤地 가 있다.

지금의 하남성 상구시商丘市 북쪽인 곳이다.

 

초목왕楚穆王은 송소공宋昭公이 스스로 굴복屈服하여 들어오면서,

사냥을 가자고 제안하자, 이에 매우 기뻐하였다.

 

       진후陳侯는 전대前隊를 맡아 길을 열기로 하였고

       송공宋公과 정백은 좌, 우측을 맡을 것이며

       채후蔡侯는 후대를 맡아 초목왕楚穆王을 모시기로 정했다.

 

초목왕楚穆王은 영을 내려 제후들을 따라온 시종들에게 다음 날

아침 동틀 무렵까지 말들을 모두 병거에 매달고, 각 수레에는 각기

부싯돌과 마른 풀을 싣고, 사냥 중에 불을 붙여 사용하게 될 때를

대비하게 하라고 명령命令을 내렸다.

       이윽고 사냥할 날이 밝아오자, 네 나라의 군사들은

       서로 대열을 합하여 모두 사냥터를 에워싸고

       초목왕楚穆王의 어가御駕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초목왕楚穆王이 사냥터의 우측에서

       어가御駕를 타고 군사들과 함께 질풍같이 내달려 왔다.

 

       그때 마침 한 떼의 여우들이 초목왕楚穆王의 시야에

       나타나자 모두 들 그 뒤를 쫓아갔다. 그러나 여우들은

       약삭빠르게 도망가다가 깊은 굴속으로 숨어 버렸다.

 

이때 초목왕楚穆王은 송소공宋昭公을 쳐다보며 부싯돌과 마른 풀을

꺼내어 연기를 피우라고 했다. 그때 송소공宋昭公의 어자御者

깜박하고 부싯돌을 챙기지 못하여 연기를 피울 수 없게 되었다.

       대왕이시여, 사마司馬 신무외申无畏 이옵니다

       송공宋公이 영을 위반하였으므로 왕께서 죄를

       주지 않으면, 패자覇者 을 세울 수 없게 되나이다.

 

       청컨대 송공宋公의 수레를 모는 마부 어자御者를 잡아

       다스릴 수 있게 허락해 주시기 바라나이다.

나라의 사마司馬 신무외申无畏는 송소공宋昭公에게 한마디

말도 없이 송공宋公의 수레를 모는 어자御者를 잡아 큰 소리로

꾸짖고, 곤장 300대를 치게 하여 제후들에게 경계심을 갖게 했다.

이에 송소공宋昭公은 마음속으로 매우 모욕감侮辱感을 느꼈다.

       이때가 주경왕周頃王 2년이며 기원전 617년의 일이었다.

       그 당시 초의 세력은 중원中原 제후국諸侯國 들보다

       월등하게 강해졌으므로 마음대로 전횡하고 있을 때였다.

 

       초목왕楚穆王은 투월초鬪越椒를 제와 노, 두 나라에

       사신으로 보내어, 중원의 패자霸者로 받들어주길 바랬다.

       그때 진나라는 초나라를 제어할 만한 힘이 없었다.

 

옛날 나라의 조돈趙盾은 공자 옹을 옹립하겠다고 청해놓고

공자 옹을 모시고 온 진군秦軍을 한밤중에 기습으로 격파하여

쫓아 보낸 지도 만 5년이 지나, 벌써 진영공晉靈公 6년이 되었다.

 

       조돈趙盾을 비롯한 진나라 대부들은 영호令狐 전투를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나 진나라 사람들은 그때의

       배신감과 분노를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 해는 진강공秦康公도 군위에 오른 지 6년째로, 5년간 중원의

여러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으며 우호를 다져놓았다.

 

       진군秦軍의 백리시百里視 서걸술西乞術 건병蹇丙,

       장수들은 그동안 손실된 치중輜重과 군마를 보충하고

       병거도 수리하여 언제든지 출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주경왕周頃王 4년인 기원전 615년이 되자, 모든 출정 준비를 점검한

의 진강공秦康公은 군신들을 모두 불러 조당朝堂에 모이게 했다.

 

       과인이 영호令狐 땅에서 진군晉軍에게 당한 원한怨恨

       품은 지 어느덧 5년이나 지나가고 말았소.

 

       지금 조돈趙盾은 대신들을 도륙屠戮 하느라,

       국방의 일에는 아직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소.

 

       진, , , , 네 나라가 다시 마음을

       바꾸어 초나라를 받들게 되어 있음에도

       진나라는 이를 막지도 못하고 있소.

 

       이는 진의 국세가 약해졌음을 알 수 있음이라!

       이러할 때 우리가 진나라를 정벌하지 않는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오겠소?

 

       주공, 우리 신료들은 주공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원하옵건대 목숨이 다하도록 힘을 다하여

       주공의 원한怨恨을 풀 수 있도록 하겠나이다.

진강공秦康公은 나라 안의 병거를 대대적으로 징발하여 직접 사열한

다음, 백리시百里視는 도성을 지키게 하고, 서걸술西乞術을 대장으로

건병蹇丙을 부장으로 삼고, 사회士會를 군사마軍司馬로 임명하였다.

 

       진군秦軍은 병거 500승으로 하수河水를 건너갔으며

       진나라의 하동河東 땅을 지나자, 그 기세를 몰아붙이며

       기마성羈馬城을 함락시키고 그곳에 주둔했다.

그때 진나라는 진군秦軍이 갑자기 침공했다는 급보를 받게 되자,

몹시 당황하였으며, 더구나 선멸先篾과 사화士會가 진秦 나라로

망명해 가버린바. 진군晉軍의 수뇌부 자리가 많이 비어있어,

군부를 급하게 재편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돈趙盾 자신은 중군 원수가 되고,

       상군 원수 순림보荀林父를 중군의 부수로 옮겨

       죽은 선극先克을 대신하게 하였다.

 

시미명提弭明을 발탁하여 극결郤缺이 맡고 있던 차우 장군으로 삼고,

극결郤缺은 처형된 기정보箕鄭父를 대신하여 상군 원수로 삼아

재편성을 완료하고는 쳐들어오는 진군秦軍을 막으려 했다. 그때

진영공晉靈公과 매제지간이며 총애를 받고 있던 조천趙穿이 있었다.

       조돈趙盾 형님, 종제從弟 조천趙穿 입니다.

       이 동생은 전쟁터에 나가 공을 세워보는 것이 소원입니다.

       형님, 이 동생은 상군 부수가 되고 싶습니다.

 

       너는 용기는 조금 있다고 하나 아직 나이가 어리니

       더 경험과 수련을 쌓은 후에 다시 오도록 하라!

 

조천趙穿은 자청하여 상군 부수를 원했으나, 조돈趙盾은 허락하지

않고, 이어서 유병臾騈을 상군 부수로 임명했다.

 

       다시 란지欒枝로 하여금 하군 원수로 삼아 선멸先篾

       대신토록 하고, 서신胥臣의 아들 서갑胥甲을 부수로 삼아

       처형된 선도先都를 대신토록 했다.

 

이로써 3군 원수元帥와 부수副帥의 자라가 확정되었다. 이때 이를

알게 된 조천趙穿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조돈趙盾을 찾아갔다.

 

       형님, 6六將은 아깝게 이미 정해졌다 하오니

       그렇다면 저에게 편장編將 이라도 시켜주십시오.

       이번에 꼭 나가 반드시 공을 세워보고 싶습니다.

 

편장編將은 곧 편대장編隊長에 해당하는 직위이므로 조돈趙盾

그것마저 거절할 수 없어, 조천趙穿을 하군의 편장編將에 임명했다.

 

       이제 남은 자리는 유병臾騈이 맡고 있던 군사마軍司馬

       직에 누구를 임명하여야 하는 문제였다.

 

314 . 진진, 하곡에서 싸우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