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4 화. 진진, 하곡에서 싸우는가.

서 휴 2023. 1. 31. 21:35

314 . 진진, 하곡에서 싸우는가.

 

       한자여韓子輿의 아들에 한궐韓厥이 있었다.

       한궐韓厥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됨이 어질고 재주가

       있어, 조돈趙盾의 집에 드나들며 인정을 받았다.

 

한궐韓厥은 장성하여서도 조돈趙盾 집의 문객이 되었는바, 그의

인품을 잘 아는 조돈趙盾은 진영공晉靈公에게 천거하여 사마司馬

직에 임명했다. 이로써 진군晉軍의 편제는 모두 완성되었다.

 

       ​중군원수中軍元帥는 조돈趙盾, 부수副帥에 순림보荀林父,

       차우장군車右將軍에 시이명提弭明

       군사마軍司馬는 한궐韓厥

 

       상군원수上軍元帥는 극결郤缺, 부수副帥에 유병臾騈,

       ​하군원수下軍元帥에 난돈欒盾, 부수副帥에 서갑胥甲,

       하군下軍 편장編長에 조천趙穿

 

진군晉軍의 삼군은 새로 조직된 바이므로 군기가 매우 엄숙하게

출진하게 되었다. 그러나 강성絳城을 빠져나와 십여 리도 못 갔을

, 갑자기 병거를 타고 행렬 속으로 돌진해 오는 자가 있었다.

 

       저자가 누구길래 행군行軍의 진용陣容을 흩트리느냐?

       빨리 저자를 잡아 오도록 하라!

 

       사마司馬 한궐韓厥 ,

       저는 조돈趙盾 원수님의 수레를 모는 어자御者 입니다.

 

       무슨 일로 행렬을 흩트리고 달려가느냐?

       원수님의 찻잔을 빠트려 급히 가지고 오는 중입니다.

 

       행군의 진용陣容은 정해진 순서대로 가고 있는데

       어찌 병거를 타고 행군 속을 내달릴 수 있단 말이냐?

 

       저놈은 군법을 어겼다. 끌고 나가 참수시켜라!

       저는 원수님을 위해 급히 가는 중입니다.

 

       나는 사마司馬의 직을 맡고 있을 뿐이다.

       누구든 간에 오직 군법만을 지키게 할 뿐이다!

한궐韓厥은 주저 없이 어자御者를 참수시키고, 그의 병거를 부숴

버렸다. 이에 장수들이 흥분하여 조돈趙盾에게 달려가 말했다.

 

       원수께서 천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궐韓厥

       원수의 어자御者를 참수시키고 병거도 부숴버렸습니다.

 

       저자는 은혜를 저버리는 자이니, 반드시

       사마司馬 직을 빼앗아 버리고 쫓아내야 합니다.

       ​알겠소. 한궐韓厥을 불러오도록 하라!

 

조돈趙盾이 즉시 사람을 보내 부르니, 한궐韓厥은 분명히 죄를

물을 것으로 생각하고 원수의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는 이미 장수들이 모두 모여있었으며,

       다 같이 한궐韓厥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때 조돈趙盾은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 밑으로 내려와 예를 취하고

한궐韓厥에게 다가가 큰 소리로 말했다.

 

       군주를 모시는 자는 무리를 짓지 않는다, 하였소!

       그대는 군법을 집행하기를 이처럼 엄하게 하니

       내가 천거한 뜻을 저버리지 않았소이다!

       앞으로 더욱 기강이 서도록 힘써 주기 바라오!

이에 한궐韓厥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원수의 장막에서 나가자,

의외라고 생각하는 장수들에게 조돈趙盾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은 한궐韓厥의 기품氣品을 보았소?

       두고 보시 오! 장래에 우리 진나라의 국사는

       한궐韓厥이 책임지게 될 것 같소이다!

       또한, 한씨韓氏 문중도 그로 인해 번창할 것이오!

 

장수들은 조돈趙盾의 말에 숙연해졌으며, 진군晉軍의 행군은

계속되어 하곡河曲 땅에 당도하자 군별로 진채陣寨를 세웠다.

 

       원수님, 상군上軍 부수副帥 유병臾騈 입니다.

       진군秦軍은 그 정기精氣5년간 축적하였으므로

       그 예봉銳鋒을 꺾기가 매우 어렵다고 봅니다.

 

       청컨대 도랑을 깊이 파 놓고 보루를 높이 쌓아

       단지 지키기만 할 것이며 절대 나가 싸워선 안 됩니다.

 

       저들은 멀리 온바, 군량미 등의 보급이 원활치 않아

       오랫동안 우리와 대치對峙 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시일이 지나면 틀림없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며

       반드시 군사를 돌려 되돌아가고 말 것입니다.

 

       진군秦軍이 후퇴할 때를 기다려 뒤를 추격한다면

       그때는 반드시 진군秦軍을 이길 수 있습니다.

 

조돈趙盾은 유병臾騈의 계책에 따랐으며, 진군秦軍이 계속하여

싸움을 걸어 왔으나, 진군晉軍 쪽에서는 절대 응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답답해진 진강공秦康公은 군사마軍司馬 사회士會를 불렀다.

 

       ​사회士會는 원래 진나라 사람이었잖소

       진군晉軍이 옴 짝을 않으니 어쩌면 좋겠소.

 

       주공, 사회士會가 말씀드리겠나이다.

       조돈趙盾이 이번에 새로운 사람을 기용하였는데

       성은 유이고 이름은 병이라 합니다.

 

       유병臾騈은 지모가 뛰어난 사람입니다.

       지금 진군晉軍이 지키기만 하고 싸움에 응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그의 계책을 채용한 것이며

       우리 진군秦軍을 피로에 지치게 하려는 작전입니다.

 

       주공, 조돈趙盾의 사촌 동생에 조천趙穿 이라는

       젊은이가 있으며, 그는 돌아가신 진양공晉襄公

       사위가 되어, 지금 사랑을 몹시 받고 있다고 합니다

 

       조천趙穿은 젊은 나이에 턱없이 상군 부수의 직을 원했으나,

       조돈趙盾은 조천趙穿의 청을 들어주지 않고

       유병臾騈을 그 자리에 앉혔다고 합니다.

 

       어리석은 조천趙穿은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분명히 한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조돈趙盾이 유병臾騈의 계책만을 받아들이고 있는바

       조천趙穿은 마음속으로 복종하지 않고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진군晉軍이 싸우지도 않고 방어만 하고 있으니

       공을 세우기에 급급한 조천趙穿은 답답해할 것이며

       참지 못하고 싸울 기회를 노리고 있을 것입니다.

 

       주공, 우리 진군秦軍이 진군晉軍의 상군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이때 발 빠른 적은 수의 군사를 뽑아,

 

       하군의 조천趙穿이 있는 쪽으로 허술하게 공격하면

       이를 얕잡아본 조천趙穿은 자기의 용기만을 믿고

       군사를 내어 싸움에 응할 것입니다.

 

       알겠소.조천趙穿이 진채를 나와 싸워주기만 한다면야

       싸움의 실마리를 찾으실 수 있을 것이오!

진강공秦康公은 군사마軍司馬 사회士會의 말을 쫓아, 진군秦軍에게

공격 명령을 내리면서, 진군晉軍의 상군 만을 공격하도록 했다.

 

       야 이놈들아! 너희가 진의 상군이냐?

       너희는 놀러 왔느냐? 싸우러 왔느냐?

 

       겁쟁이들만 모아놓고 앉아만 있으니 가소롭고

       아녀자처럼 가소롭구나!

       에끼 이놈들아집에 가 젖이나 먹어라!

 

상군의 원수 극결郤缺과 부수 유병臾騈은 모두 굳게 지키기만

할 뿐으로 진군秦軍의 도전에 전혀 응하지 않고 방어만 하였다.

 

진군晉軍의 하군에 대해서는 건병蹇丙이 병거 100승만을 이끌고

나가, 역을 올리면서 장난처럼 싸움을 걸었다.

 

       여기가 진晉 나라의 하군 이냐

       어린 조천趙穿 이란 놈은 어디 있느냐

       어린놈이 겁이 나서 싸우겠느냐

 

조천趙穿100승이 넘는 용맹한 사병들을 거느리고, 진군秦軍

노려보다가, 자신감을 가지고 진채 밖으로 나가 공격하였다.

 

       모두 진군秦軍을 죽여 버려라

       모두 공격하여 한 놈도 살려 보내지 마라

 

조천趙穿과 군사들이 용기백배하여 진격해오자, 이에 맞서 싸우던

건병蹇丙의 진군秦軍은 당해내질 못하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진군秦軍 놈들이 빨리 달아나는구나.

       더는 쫒을 수가 없구나, 돌아가자

 

조천趙穿과 군사들은 건병蹇丙이 이끄는 진군秦軍이 너무 빨리

달아나자 더 쫓지 못하고 되돌아오면서 심한 불평을 털어놓는다.

 

       조금만 뒤를 받쳐주었다면 진군秦軍을 박살 낼 수 있었다!

       하릴없이 움 짝도 안 하면서 지키기만 하다니

       우리 진군晉軍의 위용이 이것뿐이란 말이더냐

 

       양식을 짊어지고,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것은

       진군秦軍과 맞서 싸우려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군秦軍이 쳐들어왔는데 나가서 맞서 싸우지 않으니

       우리 진군晉軍은 모두 아녀자들만 있다는 말이더냐?

 

       편장編長 , 조돈趙盾 원수와 부수 유병臾騈께서

       스스로 적을 파할 계책이 서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쥐새끼 같은 유병臾騈에게 무슨 계략이 있단 말이냐?

       솔직히 말하면 모두 죽음이 두려워서가 아니겠는가?

 

       모두 진군秦軍을 무서워하겠지만, 이 조천趙穿

       만큼은 하나도 무서워하지 않고 싸울 수 있도다.

 

       이렇게 견고한 진채에만 의지하며 처박혀 있느니

       내 장차 혼자서라도 목숨을 걸고 싸워이겨서

       싸우지도 않고 기다리기만 하는 치욕을 씻어 보리라!

 

조천趙穿은 말을 마치고 즉시 병거를 몰고 진영 앞으로 나가더니

큰소리로 외치며, 진군을 향하여 선동煽動 하는 말을 외쳤다.

 

       용기 있는 자는 모두 나를 따라 공훈을 세우라!

       ​저 조천趙穿 이야말로 진정한 용사로다.

       내가 마땅히 도우며 싸우리라!

 

진군晉軍의 군사들은 아무도 조천趙穿의 돌발행동을 거들떠보지도

않았으나, 유독 하군 부수 서갑胥甲 만이 찬동하면서 하군을

동원하여 조천趙穿의 뒤를 따라 진군秦軍을 향해 진격해 나갔다.

 

       조돈趙盾 원수님, 상군 원수 극결郤缺 입니다.

       조천趙穿이 군중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가

       난데없이 진군秦軍을 향해 쳐들어갔습니다.

       조천趙穿, 이놈이 정말 큰일을 내는구나

       어린놈이 돌출행동을 하다니 미친 모양이로구나.

       반드시 포로가 될 것인바 구하지 않을 수 없도다.

 

조돈晉軍은 상군 원수 극결郤缺로 부터 연락을 받자, 매우 놀라며

어쩔수 없이 삼군에 령을 내려, 일시에 진군秦軍을 향해 돌진하면서

하군의 군사들을 돕도록 허였으므로 전면전이 일어나고 말았다.

       어린 네 놈이 조천趙穿 이냐

       늙은 너는 누구냐

       나는 이름 높은 진군秦軍의 장수 건병蹇丙 이다.

 

       이름높은 장수를 만나다니 싸울만 하도다

       자한바탕 칼춤을 춰보자

 

조천趙穿의 무술도 보통이 넘었다. 건병蹇丙과 둘은 3십여 합을

겨뤄도 승패가 나지 않았으나, 그들이 거느린 군사들 뿐만아나라

진군秦軍과 진군晉軍, 양쪽은 피차간에 많은 사상자가 생겨났다.

 

진군秦軍의 서걸술西乞術 대장이 건병蹇丙을 도우려 가고있는데

다른  한편에서 진군晉軍이 일제히 돌진해 오는 모습이 보여, 먼저

진군秦軍이 징을 울리며 후퇴하자, 진군晉軍도 군사들 거두었다.

 

       나 조천趙穿, 혼자 서라도 진군을 물리치려 했는데

       어찌하여 징을 울리며 군사들을 거두셨습니까?

       진나라는 대국이라 가볍게 볼 적이 아니다!

       마땅히 계책을 써어야만 물리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책, 계책 뭔 계책을 그리 세우십니까

       가슴속에 부아기 치밀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조천趙穿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첨병이 급히 달려오더니

조돈趙盾에게 보고하였다.

 

       진군秦軍에서 전서를 보내왔습니다.

       ​진군秦軍의 사자를 들여보내라

       사자는 큰 소리로 읽어보아라

 

       양국의 전사들이 아직도 모두 건재하노니

       내일 낮에 일전을 결하여 승부를 내도록 하자!

       알겠도다. 그리 하자고 전해라

 

진군秦軍의 사자가 큰소리로 읽고서는 떠나자, 유병臾騈이 조용히

다가오며 조돈趙盾에게 말하였다.

 

       오늘 밤 진군秦軍이 회군할 것으로 보입니다.

       유병臾騈 장수는 어찌 그걸 아는가

 

       진군秦軍이 비록 싸움을 청하고 있지만, 사자가 불안한

       모습이며 내일 아침이 아니고, 낮에 싸우자는 것입니다.

 

       원수님. 하수河水에 우리 진군晉軍을 매복시켜 놓았다가

       그들이 강을 건너는 순간에 일제히 일어나 공격하면

       틀림없이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유병臾騈 장수, 참으로 훌륭한 계책이오!

       상군은 하수河水로 가는 길에 매복하도록 하라

 

조돈趙盾이 비밀 령을 내리고 있을 때, 하군 부수 서갑胥甲작전

계획을 다 듣고는 조천趙穿을 찾아가 불평하자, 서로 의논이 통한

조천趙穿이 본진의 군문에 당도하여 큰소리로 외쳐댔다.

  

       군사들은 모두 내 말을 잘 들어라!

       우리 진군晉軍의 군사들은 강하고 장수들도 많은데

       어찌하여 서쪽의 진군秦軍 보다 못하다고 하겠는가?

 

       진秦과 내일 낮에 결전을 벌이기로 약속해놓고, 다시

       하구河口군사를 매복시켜 진군秦軍을 몰래 기습하려는

       짓은 어찌 사나이 대장부들이 할 짓이라 하겠는가?

       어서 빨리 조천趙穿과 서갑胥甲을 불러 들여라

       그대들은 어찌하여 우리 비밀을 떠들고 있는가

       군심을 어지럽히지 말고 조용히 하라!

 

315 . 위수여, 속이고 또 속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