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9 화. 지혜로 천하장사 적장을 잡는다.

서 휴 2023. 1. 23. 22:21

309 . 지혜로 천하장사 적장을 잡는다.

 

그때 양처보陽處父를 모시던 가복家僕이 호국거狐鞫居 라는 걸

알아차리고는 조돈趙盾에게 달려가 그 일을 알렸다.

 

       조돈趙盾은 잠시 생각하더니, 거짓으로 믿지 않는 척하며,

       오히려양처보陽處父를 모시던 가복家僕에게 야단쳤다.

 

       복면한 도적들에게 살해되었다고 했는데

       어찌 호국거狐鞫居에게 뒤집어씌우려 하느냐?

 

조돈趙盾은 호사고狐射姑가 다른 짓을 더 벌이지 못하도록 단속하며

강도의 짓으로 탓하며, 즉시 시체를 거두어 장사를 지내 주었다.

 

       이일은 그해 가을 9월이었으며, 다음 달 10월에

       진양공晉襄公장지를 곡옥성曲沃城으로 정하고

       그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진양공晉襄公이 죽은 지 두 달이 지났으나, 나라 군주를 세울

수가 없었다. 이미 내정자로 정한 공자 옹을 모시러, 진나라로

떠난 선멸先蔑과 사회士會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양공의 시신을 빈궁에 모신지 두 달이나 되었소.

       장례식을 자꾸 미룰 수 없으니 이번 10월에 합시다.

 

       상주가 있어야 할 것이 아니오?

       우선 세자 이고夷皐를 상주로 정합시다.


조돈趙盾은 중신들과 의논하여, 원래대로라면 군주의 신분으로

상주가 되어야 했으나, 어쩔 수 없이 편법을 적용하여,

세자 이고夷皐임시 상주로 세우고, 그해 10월에 장례식을 치렀다.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세자 이고夷皐가 엄연한 상주가 아니겠소?

       어찌 임시 상주를 시킬 수가 있더란 말이오!

 

죽은 진양공晉襄公의 부인이자 세자 이고夷皐의 생모인 양영襄嬴

가슴이 찢어지는 듯 아파하며 통탄의 눈물을 흘리며 애통하게 울었다.

 

       조돈趙盾 원수님, 양영襄嬴은 슬픕니다.

       선군이신 진양공께서 무슨 죄가 있으며

       정당한 후계자인 세자에게 무슨 죄가 있다고

 

       한 덩이 고깃덩어리를 버리듯이 내치시면서,

       하필이면, 다른 나라에서 선군의 동생을

       군주를 모셔 오려 한단 말입니까?

 

진양공晉襄公의 부인 양영襄嬴은 세자 이고夷皐와 함께 장례식을

치르며, 또다시 조돈趙盾에게 원망 섞인 말을 하며 애통하게

울었다. 그에 조돈趙盾은 조용히 답변해준다.

 

       나라의 군주를 세우는 일은 이 조돈趙盾의 사사로운

       일이 아니오라, 나라의 큰일이오니 이해하시옵소서.

 

이윽고 장례식이 다 끝나며 진양공晉襄公의 신위를 받들어 태묘에

모시고 나자, 조돈趙盾은 그때야 비로써 대부들에게 말했다.

 

       선군께서는 형벌과 상을 분명히 하시어

       제후들의 패주覇主가 되셨소이다.

 

       호국거狐鞫居는 선군의 관을 채 묻기도 전에

       제멋대로 강도로 변장하고 양처보陽處父를 죽였소!

 

       신하 된 자 모두가 이처럼 망동妄動을 일삼는다면

       우리 신하 중에 위험하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소?

 

       이런 일은 반드시 밝혀야 내야 합니다!

       사구司寇는 호국거狐鞫居의 무릎을 꿇려라!

 

조돈趙盾는 호국거狐鞫居를 참수형에 처하고, 그의 집에 사람을

보내, 양처보陽處父의 잘린 목을 찾아 가져오게 하였으며, 관에서

시신을 꺼내, 그 목을 꿰매게 한 후에 장례를 다시 치르게 해주었다.

 

       동생 호국거狐鞫居가 처형되다니 큰일이로다.

       모든 걸 이 호사고狐射姑의 음모로 볼 것이다.

 

       가복家僕은 어서 수레를 준비하라!

       책나라 백돈白暾에게 몸을 의탁하리라.

 

호사고狐射姑는 반드시 자기가 꾸민 일이 발각될 것으로 알고

저녁이 되기를 기다려 책나라로 급히 달아났다.

 

나라의 책주翟主 자리에 오른 백돈白暾은 원래 하수河水

낙수洛水 사이에 살던 종족들을 이끌고, 하수河水를 건너갔으며,

동쪽으로 이동하여 태항산太行山 서쪽 숲속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이때부터 사서에는 백돈白暾의 책족翟族을 백적白狄 이라 불렀다.

 

       우리 책나라에 교여僑如를 당할 자가 있겠는가?

       책주翟主 , 천하에도 교여僑如를 당할 자가 없습니다.

 

       교여僑如의 신장은 한 장 오척이라 장책長翟 이라

       부르며, 힘은 천균千鈞의 무게를 들 수 있사옵니다.

 

       그리고, 커다란 머리통은 마치 쇠처럼 단단하여

       바위로 내리쳐도 상처를 줄 수 없나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한자는 대척으로 22.5cm이며, 소척은 18cm이다.

교여의 신장이 일장 오척이라는 것은 대척으로는 약 3m 40cm이고

소척일 경우 2m 70cm이다. 소척小尺으로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1의 무게는 30근이고, 1근은 약 250그람 이다.

1은 약 7.5kg, 천균7.5톤이다.

 

       좋다. 교여僑如를 우리 책군翟軍의 선봉에 세워라!

       노나라를 점령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 것이다!

 

한겨울이 되자, 책주翟主 백돈白暾은 교여僑如를 선봉장으로 삼아

나라를 침공하게 하였다. 이때 노나라의 노문공魯文公

대부 숙손叔孫 득신得臣에게 노군魯軍을 이끌고 가서 막게 했다.

 

       대부 숙손叔孫 득신得臣 ,

       나, 대부 부보富父 종생終甥의 말을 꼭 들으십시오!

 

       교여僑如는 그 용력勇力이 매우 사납고

       천균千鈞의 무게를 들 수 있어 당할 수가 없습니다.

 

       저 교여僑如는 절대 힘으로는 막을 수 없으니

       오늘 밤에 폭설이 내릴 것인바 지혜로 잡아야 합니다.

 

부보富父 종생終甥 책군翟軍이 쳐들어올 길을 미리 택하여,

길 가운데에 깊은 함정을 여러 곳에 파놓고, 그 위를 풀잎과

거적을 깔아 덮은 후에 다시 그 위에 흙을 뿌렸다.

 

       그 날 밤 부보富父 종생終甥 짐작한 대로 과연

       큰 눈이 내리면서 온 땅을 하얗게 덮어버렸으므로,

       어딘가 어디인지 전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눈 덮인 아침이 되자, 노군魯軍의 종생終甥이 군마를 이끌고 가서

책군翟軍의 교여僑如가 주둔하고 있는 진채陣寨를 공격했다.

 

자신만만自信滿滿 한 교여僑如가 진채陣寨 밖으로 나와 싸우려고

달려들자, 종생終甥 일부러 패하는 척하며 말을 돌려 달아났다.

이에 교여僑如가 용기백배하여 종생終甥의 뒤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함정을 팔 때 자기만이 알 수 있게 표시를 해 두었던

       종생終甥은 그 함정을 피해 달아 날 수 있었다.

 

       종생終甥의 뒤를 계속해서 쫓던 교여僑如

       드디어 깊은 함정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함정 주변에 매복하고 있던 득신得臣과 그 군사들이 일제히 일어나

앞으로 돌진하면서, 교여僑如의 뒤를 따라오던 책병翟兵 들을 막고

있는 사이에, 종생終甥 함정에 빠진 교여僑如의 목만을 긴 칼로

베어내어 건져 올렸다.

 

       노나라 군사들이 교여僑如의 시체를 함정에서

       꺼내, 큰 수레에 싣고 노성魯城으로 들어가자,

       보는 사람마다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때 마침 대부 숙손叔孫 득신得臣은 첫아들까지 얻게 되자,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기의 아들 이름을 교여僑如 라고 지어, 자기의 공을

기념하고자 했다.

 

       이어서 노, , 세 나라가 즉시 연합군을 일으켜

       책군翟軍을 정벌하였다. 이때 책주翟主 백돈白暾

       도망치다가 죽었다. 이로써 백적白翟 나라는 멸망해 사라졌다.

 

책주翟主 백돈白暾이 죽고 책나라가 망하자, 호사고狐射姑

수 없이 적책赤翟의 종족이 세운 로국潞國으로 쫓겨가서,

그 나라 대부 풍서酆舒에게 몸을 의탁하게 되었다.

 

       책나라가 망했는데 호사고狐射姑도 죽었는가?

       조돈趙盾 원수님, 로국潞國으로 쫓겨가 살고 있습니다.

 

       호씨狐氏 형제의 선친 호언狐偃 과 나의 부친 조쇠趙衰

       함께 천하를 떠돌며 선군을 모셨었다.

 

       내 비록 호국거狐鞫居를 죽였지만,

       어찌 호사고狐射姑 마저 죽일 수 있겠는가?

 

       호사고狐射姑가 죄를 두려워하여 도망쳤다고 하나,

       혼자 몸으로 조그만 로국潞國에 빌붙어 사니

       몹시 곤궁한 처지가 되어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비단과 양식을 내놓을 것이다.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은 이를 수레에 싣고

 

       호사고狐射姑의 가솔家率 들을 안전하게

       안내하여 로국潞國에 데려다주도록 하라.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은 원수 조돈趙盾 명을 받고 로국潞國으로

떠나려고 하자, 집안의 가솔家率 들이 모두 반대하며 말했다.

 

       어찌 옛날에 있었던 일을 생각지 않습니까?

       옛날에 이땅에서 호사고狐射姑가 군사들을

       사열할 때, 주인께서는 호사고狐射姑 원수에게

       충심으로 간언을 했지만, 오히려 호사고狐射姑

       100대의 채찍질을 해 죽을 뻔하였습니다.

 

       유병臾騈 주인님, 어찌 그 모욕을 갚지 않으십니까?

       유병臾騈 주인님, 이는 하늘이 준 좋은 기회입니다.

 

       호사고狐射姑의 가솔家率을 이끌고 가다가

       마땅히 모두 죽여 그때의 한을 푸십시오.

 

       그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조돈趙盾 원수께서 이 일을 나에게 맡긴 것은

       나를 믿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조돈趙盾 원수께서 보내라는 가솔家率 들을 오히려

       내가 죽인다면 원수는 나에게 노하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이 어려움에 빠진 일을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사람들의 분노를 사는 일이 될 것이다.

       어찌 지혜로운 일이 아닌 걸 알면서 행하겠는가?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은 그 즉시 호사고狐射姑의 처자를 수레에

타게 하고는 가솔家率 들을 이끌고, 그들의 가재家財를 모두

장부에 등재登載 한 다음에 수레에 싣고 친히 국경까지 나아가

환송했는데 잃어버리거나 남긴 것은 하나도 없이 정성을 다해줬다.

 

처자와 가솔家率 들과 조돈趙盾이 보낸 비단과 양식과 그의

가재家財를 모두 받게 된 호사고狐射姑는 감개가 무량해 말했다.

 

       내가 어진 사람을 몰라봤으니 이렇게 도망 다니는

       신세가 된 것은 나의 죄로 마땅한 일이로다!

 

       원수 조돈趙盾과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

       장차 은혜를 반드시 갚을 것이오!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이 호사고狐射姑의 뒤처리를 완전하게 하는

것을 본 조돈趙盾은 이때부터 유병臾騈의 인품을 높이 사게 되었다.

 

한편 선멸先蔑과 사회는 사신으로 진나라에 당도하여, 먼저

진양공晉襄公의 부음을 전하고, 공자 옹을 모셔가 진나라의

군주로 세우기 위해 모셔 가려 왔다고 진강공秦康公에게 말했다.

 

       공자 옹을 모셔 가려 한다니 기쁜 일이오!

       과인의 선군께서 두 번이나 진의 변란을 평정하셨는데,

 

       과인의 대에 와서도 다시 공자 옹이 진의 군주가

       된다고 하니, 이것으로 진의 군주는 대대로

       우리 진나라가 세워주게 되었구나!

 

       그동안 우리 선군이 붕어하시어 뒷정리하다 보니

       많이 늦어졌소이다.

 

       우서장은 진나라의 사정을 알아봤소?

       주공, 의 사신의 말과 같사옵니다.

 

       좋소. 우서장 백리시百里視는 병거 400승으로

       진군秦軍을 이끌고 공자 옹을 호송해

       반드시 진후秦侯가 되는 걸 보고 돌아오시오!

 

나라에서는 진목공秦穆公이 죽은 후 뒷정리를 하게 되며, 또한

의 사정을 살피고 알아보느라 공자 옹의 출발이 많이 늦어졌다.

 

이때 진양공晉襄公의 부인 양영襄嬴은 곡옥성曲沃城에서 장례를

치른 후 강성絳城의 궁궐로 돌아와서는, 매일 아침 세자 이고夷皐

가슴에 안고는 조당에 나와 통곡을 하면서 대부들에게 외쳐댔다.

 

       선군의 적자인 이 아이를 어찌 버리려고만 하십니까?

       여러 대부님! 선군의 유언을 받들어주소서!

 

어느 날 아침에는 양영襄嬴이 조례가 파하기를 기다려 수레를 타고

원수부元帥府로 달려가서 조돈趙盾을 보자 머리를 숙이면서 말했다.

 

       선군께서 임종하시며 이 아이를 경에게

       맡기면서 마음을 다하여 보좌하라 하셨습니다.

 

       선군께서는 이미 세상을 뜨셨지만, 당부하신

       말씀은 아직 우리들의 귀에 생생합니다.

 

       만약 다른 사람을 구해 군주로 세우게 된다면

       장차 이 아이를 어느 땅으로 보내 살게 하려 하십니까?

 

       만약 이 아이가 군주의 자리에 앉지 못하면

       우리 모자는 이미 죽은 목숨과 다름없소!

 

말을 마친 양영襄嬴이 다시 애절하게 곡을 하기 시작하더니 멈추지

않았으며, 이는 강성絳城의 부녀자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기

시작하면서, 백성들 모두가 동정하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마침내는 백성들은 그 허물이 조돈趙盾에게 있다고 원망까지 하게

되며, 이에 조정의 대부들도 동조하게 되면서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양영襄嬴의 말도 일리가 있소이다.

       나라 안에 세자 이고夷皐가 살아 있는데

       먼 진까지 가서 공자 옹을 모셔와야 하겠소?

 

       진나라는 우리와 싸우고 있는 원수의 나라요!

       사신이 떠난 지 오래되었지 않소?

 

       아무래도 진나라가 뭔가를 꾸미는 것 같소이다.

       그냥 세자 이고夷皐를 군주로 세웁시다!

 

310 . 조돈, 신의를 잃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