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08 화. 조돈, 진나라를 다시 일으키는가.

서 휴 2023. 1. 22. 14:45

308 . 조돈, 진나라를 다시 일으키는가.

 

       양처보陽處父, 주공께 마저 말씀 올리겠나이다.

       무릇 어진 사람을 받들고 재주 있는 사람을 임용하는

       일은 나라의 중요한 전범典範이 되옵니다.

 

       그런데 주군께서 중군 원수를 뽑으실 때 어찌하여

       조돈趙盾과 같은 어진 사람을 택하지 않으셨습니까?

 

태부太夫 양처보의 말이 옳다고 생각한 진양공晉襄公은 다음날

즉시 병거와 군사들을 동땅에 다시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땅은 황하의 지류인 분수汾水와 속천涑川

       사이에 있던 곳으로, 지금의 산서성 임의현臨猗縣

       북쪽으로 약 10지점이 된다.

 

진양공晉襄公이 동땅에 모이게 한 것은 중군 원수를 바꾸기 위해

사전에 취한 조치라는 걸, 전혀 알지 못했던 호사고狐射姑, 즐거운

마음으로 중군 장수들이 서 있는 반열의 제일 앞자리에 서는 것이다.

 

       호사고狐射姑는 들으시오!

       예전에는 과인이 조돈趙盾으로 하여금

       그대를 보좌하도록 하였으나,

       이제는 그대가 조돈趙盾을 보좌하시오!

 

호사고狐射姑는 갑자기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진양공晉襄公

명령을 받게 된 것이다. 그는 감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명령에 따라 뒷자리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진양공晉襄公은 중군의 원수에 조돈趙盾으로 하고

       호사고狐射姑를 부수로 바꾼 것 외에는

       상군과 하군은 아무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이렇게 되어 조돈趙盾은 처음으로 국정을 맡게 되었다.

 

조돈趙盾은 여러 제도와 법령을 정비하고, 형옥刑獄의 일을 옳게

가려내고, 조세의 체납이나 탈세를 엄중하게 관리하도록 했다.

 

       금전이 관계되는 모든 일에는 반드시 증서를

       사용하게 했으며, 종래의 악법을 과감히 철폐하고,

       귀천을 떠나, 상과 하의 질서를 근본으로 삼았으며,

 

       폐지되었던 좋은 직책은 다시 복구시키고

       초야에 묻혀있는 인재들을 찾아내 발탁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제도가 정해지자, 그것들을

       태부太夫 양처보陽處父와 태사太師 가타賈佗에게 맡겨,

       진나라 전역에 시행케 하며 법도로 삼았다.

 

이렇게 시행해나가며 나라 안의 질서가 잡혀 나가게 되자, 제일 먼저

백성들이 크게 기뻐하였으며, 조정에서도 인정을 받게 되었다.

 

       태부太夫 양처보陽處父 , 말씀드리겠습니다.

       태부太夫께선 사심 없는 충성의 말씀이라 하겠으나,

       그로 인하여, 중군 원수의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에게

       원한을 사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됩니다.

 

       나라에 이익이 되는 일인데, 어찌 사사로이

       원한 살 것에 염려하여 몸을 사린단 말이오!

 

그러나, 얼마 후에 호사고狐射姑가 진양공晉襄公에게 독대獨對

청하여 승낙되자, 궁실에 들어가 그간에 있었던 일을 묻게 되었다.

 

       주공께선 저의 선친이 세우신 공로를 생각하시어

       불초한 소생에게 군사에 관한 일을 맡기셨는데

       이렇게 갑자기 바꿔버리시니, 신에게 무슨

       죄라도 있는지 도무지 알지 못하겠사옵니다.

 

       저의 선친이신 호언狐偃 께서 세우신 공로가

       조쇠趙衰 어른보다 크지 않아서 그리 하셨는지요?

 

       그렇지 않으시다면 또 다른 이유가 있으신지

       속 시원히 알려 주시기 바라나이다.

 

       허허, 과인을 오해誤解 하지 마시오.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오.

 

       다만 양처보陽處父가 과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민심을 얻지 못하여 대장의 재목이 되지 못한다고

       간언하기에, 중군 원수의 직을 바꾸게 한 것이오.

 

호사고狐射姑는 진양공晉襄公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나자, 더는

할 말이 없어 입을 굳게 다물고 물러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는데,

       주요한 직책을 신중치 못하게 여러 번 바꾸었다.

 

       진양공晉襄公은 그에 관한 내용을 비밀에 부치지도

       않았고, 또한 오해를 사지 않도록 잘 설득 시키지도

       않았음으로써, 장차 신료들이 서로 간에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며, 반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招來 하게 된다.

 

그해 가을 8월에 접어들자, 진양공晉襄公은 갑작스러운 병이 들어

몸져눕게 되며, 스스로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할 것을 알게 되었다.

 

       내관은 중신들을 모두 부르도록 하라.

       주공, 태부太夫 양처보陽處父와 태사太師 가타賈佗

       그리고 중군 원수 조돈趙盾 등 모두가 모였나이다.

 

       자, 모두 침상 가까이 오시 오.

       과인은 선군께서 이룩하신 백업伯業

       이어받아 을 파하고 진을 정벌하여,

       우리 나라의 명예를 잘 지키도록 노력했소.

 

       불행히도 과인의 명이 길지 못하여, 조만간에

       여기 있는 경들과 이별하게 될 것 같소.

 

       세자 이고夷皐가 나이가 너무 어린바

       경들은 마땅히 온 마음으로 보좌해주시오.

 

       이웃 나라들과 우호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절대 맹주의 자리를 잃지 않도록 해주시오!

 

신하들 모두가 절을 올리며 진양공晉襄公의 명을 받들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진양공晉襄公은 죽었다.

 

       그때가 진양공晉襄公 재위 7년이며,

       주양왕周襄王 31년으로 기원전 621년의 일이었다.

 

다음날 조정 신료들이 세자 이고夷皐를 받들어, 나라의 군주로

옹립擁立 하고자 조당朝堂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진양공晉襄公의 유언을 받들어 세자 이고夷皐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군위에 올리고자 하오.


       그도 옳은 말이나, 세자의 나이 이제 일곱 살일 뿐이오.
       나라를 다스릴 만한 판단이 서 있겠소?

 

       진과 책이 원수를 갚겠다고 이를 갈고 있는 이때

       어찌 나이 어린 군주가 나라를 이끌 수 있단 말이오?

       그렇소. 이 조돈趙盾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소.

 

정상적으로 세자 이고夷皐를 군위에 올려야 하나, 너무 어리다면서

갑작스럽게 반대 의견이 나오며, 신중愼重히 생각해보자는 이상한

분위기로 흘러가며, 봇물이 터지듯 여러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조돈趙盾이 먼저 말해보겠소.

       두기杜祁의 소생 공자 옹이 진나라에서

       벼슬을 살고 있소이다.

 

       만일 그를 우리 군주로 세운다면,

       진나라와 우호를 맺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많아 종실宗室의 어른이 되니, 마땅히

       공자 옹을 모셔와 군위를 잇게 해야 합니다.

 

나라에 있는 공자 옹을 군위에 올리자는 말에 반대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걸 보자, 호사고狐射姑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호사고狐射姑가 한마디 하겠소이다.

       공자 옹보다는 진나라에 사는

       공자 락을 후계자로 세우는 것이 좋소이다.

 

       그 모친 진영辰嬴은 진목공秦穆公의 사랑하는 딸일

       뿐만아니라, 선군이신 진문공晉文公께서 사랑하셨으며

       혼란하였던 나라를 안정시키는 데 역할이 컸었소이다.

 

       진나라는 우리와 좋은 사이를 유지해 왔으며

       또한,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때 모셔 올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좋소이다.

 

       이 조돈趙盾이 한마디 더 하겠소.

       우리가 진에서 공자 락을 모셔오게 되면

       진과의 사이가 더욱 멀어지게 되나,

 

       만약에 진에서 공자 옹을 모셔온다면,

       옛날에 맺혔던 원한들을 풀 수 있어 좋소이다.

 

       반드시 공자 옹을 모셔와 군주로 삼아야만

       두 나라 사이의 전쟁을 끝내고 나라가 편안해지오!

       그렇소, 그 말이 옳소이다.

 

조돈趙盾의 말에 여러 중신이 찬동하고 나오자, 조돈趙盾은 즉시

선멸先蔑을 정사로 삼고 사회士會를 부사로 정하여, 나라에

진양공晉襄公의 부음을 전하면서, 공자 옹을 모셔오게 하였다.

 

선멸先蔑과 사회士會가 사신의 임무를 띠고 진나라로 출발하려

하는 그때, 순림보荀林父가 찾아와 선멸先蔑에게 말했다.

 

       지금 말이오, 진양공晉襄公의 부인 양영襄嬴

       세자 이고夷皐 모두 죽지 않고 버젓이 살아 있소.

 

       이럴 때 다른 나라로 새로운 군주를 모시러 가서

       혹시라도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장차

       변란이 일어날 일을 생각이나 해보았소?

 

       사백士伯 (선멸先蔑)께서는 어찌하여 병을 핑계하고

       사자의 임무를 피하려 하지 않는 것이오?

 

       순림보荀林父께서는 고마운 말씀을 하시나,

       지금 우리 진의 정사는 조돈趙盾을 필두로

       모두 조씨의 수중에 있는데 무슨 변이 일어나겠소!

 

       허허, 그저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오.

       잘 다녀올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순림보荀林父는 선멸先蔑과 걱정되는 말을 나누고 헤어졌으며,

돌아가는 도중에 다른 대부를 만나 또 걱정하는 바를 말했다.

 

       같이 벼슬을 살면 같은 동료同僚가 된다고 하였소.

       나는 같은 동료同僚의 입장에서 선멸先蔑에게

       나는 마음을 다해 충고하였었소.

 

       그러나 선멸先蔑은 나의 말을 듣지 않고 진

       갔으니, 그가 떠나기는 했지만 잘 돌아올까 걱정이오!

 

선멸先蔑과 사회士會는 순림보荀林父의 말을 듣지 않고 이윽고

사신의 임무를 띠고 진나라로 떠나갔다.

 

한편 호사고狐射姑는 조돈趙盾이 자기의 말을 들어주지 않으며,

선멸先蔑과 사회士會를 진에 보냈다고 하자 몹시 격분했다.

 

       호씨와 조씨는 다 같이 우리 진晉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집안인데 지금은 호씨는 없고 조씨만 있구나.

 

       가복家僕, 너는 몰래 진나라에 다녀와야겠다.

       빨리 진나라에 가서 공자 락을 모셔오라.

       내 반드시 공자 락을 군주로 세우고 말리라.

 

격분한 호사고狐射姑가 공자 락을 모셔오기 위해 사람을 몰래

나라에 보냈다는 정보가 조돈趙盾의 진영에 흘러 들어갔다.

 

       조돈趙盾 원수님, 공자 락이 곧 귀국한다고 합니다.

       뭐라고, 군주 자리를 다투자고 한다는 말이냐?

 

       문객으로 와있는 공손公孫 저구杵臼가 어디 있느냐?

       원수님, 무슨 일로 이 저구杵臼를 찾으십니까?

 

       저구杵臼는 중요한 일을 맡아주어야 하겠네!

       가병家兵을 이끌고 진나라에서 오는 길목을

       지키다가, 소리소문없이 공자 락을 죽이고 오게!

 

공자 락이 진나라로 돌아오던 중에 조돈趙盾의 가병家兵에게

살해됐다는 소식을 들은 호사고狐射姑는 더욱 격분하여 말했다.

 

       우리나라 정권이 조돈趙盾의 손에 넘어간 것은

       양처보陽處父가 천거했기 때문이로다.

 

       양처보陽處父의 집안은 그 세력이 미미하여

       다른 종족들은 그를 돕지 않고 있다.

 

       양처보陽處父는 오늘 성 밖으로 나가 교외에서

       선군의 장례를 올릴 준비를 주관할 것이다.

 

       양처보陽處父는 주변 세력을 두고 있지 않아

       지켜주는 사람이 없으니 쉽게 죽일 수 있다.

 

       조돈趙盾이 공자 락을 죽였는바, 내가

       양처보陽處父를 죽인들 무슨 잘못이 되겠는가?

 

호사고狐射姑는 결심을 세우자, 즉시 그의 동생 호국거狐鞫居

불러, 양처보陽處父를 살해하기 위해 긴급하게 모의했다.

 

       형님, 호국거狐鞫居가 말하겠습니다.

       형님, 저에게 이 일을 맡겨 주십시오!

       나 혼자서도 능히 처리할 수 있습니다.

 

       형님, 나는 가복家僕들과 함께 강도로 위장하고 있다가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양처보陽處父 집의

       담을 넘어 들어가 죽여버리고 나오겠습니다.

       동생은 부디 소문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호국거狐鞫居가 가복家僕과 함께 담을 넘어가 보니, 그때 촛불을

켜고 양처보陽處父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양처보陽處父! 너는 우리 호씨에게 원한이 있느냐?

       왜 조돈趙盾을 추천하여 세상을 어지럽히느냐!

 

       호국거狐鞫居!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이냐!

       에잇! 죽어버려라!

       어이쿠! 내 팔이야!

 

호국거狐鞫居가 다짜고짜 양처보陽處父에게 달려들어 칼로 찔렀으나,

단지 양처보陽處父의 팔을 다치게 했을 뿐이었다.

 

양처보陽處父가 놀라 밖으로 달아나자, 호국거狐鞫居가 쫓아가서

등 뒤에서 칼로 쳐서 살해하고는, 그의 목을 잘라서 성안의 자기

집으로 돌아와 모른척하였다.

 

       조돈趙盾 원수께 급히 아뢰오!

       아니, 그대는 양처보陽處父의 가복家僕이 아니냐?

 

       그러하옵니다. 호국거狐鞫居가 복면을 하고

       우리 주인의 목을 잘아 가지고 갔습니다.

 

309 . 지혜로 천하장사 적장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