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0 화. 조돈, 신의를 잃었는가.

서 휴 2023. 1. 25. 16:06

310 . 조돈, 신의를 잃었는가.

 

나라에 있는 공자 옹이 예정된 날을 넘기면서 빨리 오지

않다 보니, 이제는 강성絳城 안의 민심이 엉뚱하게 흘러가게 된다.

 

민심이 목영穆嬴을 동정하게 되자, 조당朝堂의 신료들도 민심民心

따라가게 되면서 세자 이고夷皐를 옹립하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여론이 이렇게 흘러가자, 조돈趙盾과 가까운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조언하기 시작했다.

 

강성絳城의 민심이 세자 이고夷皐를 옹립해야 한다는 여론으로

자꾸 조성돼나가자, 이에 조돈趙盾은 평소 과묵하고 생각이 깊은

극결郤缺을 만나 충분히 의논하고 난 후에 결심을 세우려 하였다.

 

       극결郤缺은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생각하시오?

       조돈趙盾, 원수께서는 깊이 생각하십시오.

       원수께선 민심을 버리는 정치를 하여선 안 됩니다.

 

       이럴 때 공자 옹이 귀국하게 된다면

       우리 진나라는 변란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오.

 

       또한, 어린 세자를 버리고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불러

       우리 군주의 자리에 앉히게 된다면

 

       어린 세자 이고夷皐가 장차 성장한 후에는

       반드시 우리나라에 변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10년 후를 대비하란 말씀이오?

       그렇습니다. 10년 이상 어지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선멸先蔑과 사회士會가 이미 진에 이야기하여

       진군秦軍이 공자 옹을 모셔오는 중인데,

       어찌 세자 이고夷皐를 군주로 모신단 말이오?

 

       시급히 사람을 진에 보내시어, 공자 옹

       모시고 오는 일을 중지하라고 전해야 할 것입니다.

 

       원수님, 속전속결 速戰速決로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군위를 먼저 정하고 난 후에

 

       진에 사자를 보내 우리 진나라의 사정을

       자세히 설명해야 명분이 설 것입니다!

 

극결郤缺과 의논을 마친 조돈趙盾은 곧바로 군신들을 모두 모이게

하여, 세자 이고夷皐를 받들어 진나라의 군주로 세우자고 하였다.

 

       조정의 대부들은 한결같이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한

       표정으로 모두 찬성하며, 세자 이고夷皐를 군위에 올렸다.

 

이에 조당에 모여든 문무백관 文武百官들은 모두 즉위를 축하하며

배례拜禮를 했다. 이로써 세자 이고夷皐7살에 진영공晉靈公

되었으며, 진양공晉襄公이 죽은 지 꼭 7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 된다.

 

       이때의 진나라는 진문공晉文公을 보좌한 망명파

       공신들이 국정을 맡으면서 그들이 귀족이 되어

       권력지분이 급격히 높아졌다.

 

       그다음 세대에 이르러 진양공晉襄公 때는 이미

       공신의 후예들이 국정國政에 관한 결정권을 차지하고,

       급기야 공실을 능가하는 힘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군주 중심에서 귀족 중심으로 바뀌는 현상을 보이는 것이며
더구나 진영공晉靈公이 너무 어림으로써, 특히 재상인 조돈趙盾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1인 독재 정치의 성향으로 가고 있었다.

 

       주공, 긴급한 파발擺撥 이옵니다.

       주공, 진군秦軍이 공자 옹을 호송하고, 이미

       하하河下에 당도하여 하수河水를 건너고 있습니다.

 

하하河下는 황하黃河가 섬서성과 산서성을 가르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다가 동쪽으로 90도로 꺾이는 곳을 하곡부河曲部

라 부르고, 하하河下는 꺾이기 전의 황하 하류 지방을 말한다.

이곳에 섬서성에서 산서성으로 건너는 유명한 나루터가 있었다.

 

       우리가 진나라에 신의信義를 잃었으니

       어떻게 사죄謝罪 해야 물러간단 말이오?

 

       주공, 신 조돈趙盾이 말하겠나이다.

       우리가 만약 공자 옹을 세웠다면

       진군秦軍은 우리에게 손님이 되겠으나

 

       이제 우리가 공자 옹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제부터 진군秦軍은 적군敵軍이 되고 말았소이다!

 

       사람을 보내어 감사의 말을 전하며 회군을 요청해도

       그들은 오히려 우리를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하면 좋겠소?

       군사를 내어 진군秦軍을 무찌를 수밖에 없습니다!

       좋소. 진군秦軍과 싸울 준비를 합시다.

 

       기정보箕鄭父 장수는 도성을 지켜주시오.

       나 조돈趙盾은 호사고狐射姑가 없는바, 중군 원수가

       되겠으니 선극先克은 부수를 맡아주시오.

 

       순림보荀林父는 부수 없이 혼자 상군을 맡으시오.

       하군은 선멸先篾이 진나라에 사자로 가 있는바

       선도先都가 혼자서 지휘하도록 하시오.

 

조돈趙盾은 삼군을 정돈하여 진군晉軍을 출동시켜 행군하였으며,

드디어 근음菫陰 이라는 곳에 당도하여 진채를 세우게 되었다.

 

       근음菫陰은 지금의 산서성山西省 임의현臨猗縣에서

       북서쪽으로 30지점에 있었던 고을 이름이었다.

 

그때 백리시百里視가 이끄는 진군秦軍은 이미 하수河水를 건넜으며

동쪽으로 행군하여 영호令狐의 땅에 진채를 세우고 있었다.

 

       진군秦軍은 앞에 있는 근음菫陰 땅에 진군晉軍

       진채를 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마도

       공자 옹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군사라고 짐작한

       나머지, 전혀 그에 대해 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진군晉軍의 소식을 접한 선멸先篾은 반가운 마음으로 진군秦軍

진영에서 나와 진군晉軍의 영채令寨로 찾아가 조돈趙盾을 만난다.

 

       선멸先篾은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이다.

       선멸先篾,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조돈趙盾 원수님, 왜 무슨 일이 생겼소이까?

 

       민심이 흉흉하여 부득이 세자 이고夷皐

       우리 진나라의 군주로 세우고 말았소이다.

 

       공자 옹을 모시고 오라더니 무슨 말이오?

       이제 공자 옹을 어찌하면 좋겠소?

 

조돈趙盾의 변명을 듣던 선멸先篾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조돈趙盾의 영채令寨에서 급히 나오고 만다. 이때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순림보荀林父와 눈이 마주쳤다.

 

       순림보荀林父! 내가 그대의 말을 듣지 않아

       지금 와서 일이 이 지경이 되고 말았소!

 

       선멸先篾은 화를 참아야 하오!

       공자 옹이 너무 오지 않다 보니 생긴 일이오!

       조돈趙盾을 이해해주고, 우리 진나라를 지킵시다!

 

       그렇게는 할 수 없소! 잘들 계시오!

       선멸先篾은 우리 진나라의 신하이지 않소!

       우리 진나라를 버리고 어디로 간단 말이오?

 

       내가 명을 받아 공자 옹을 모셔오게 되었으니

       이제 나의 주인은 공자 옹이 되고 만 것이오!

 

       진후秦侯는 공자 옹을 많이 도와주었소.

       인제 와서 내가 어찌 공자 옹을 버리고,

       구차하게 고향으로 돌아가 부귀를 바라겠소?

 

말을 마친 선멸先篾은 조돈趙盾과 순림보荀林父의 만류를 뿌리치고

곧바로 진군秦軍의 진영으로 돌아가 버렸다.

 

       자, 모두 들 이 조돈趙盾의 말을 들어보시오.

       진군秦軍은 절대 그냥 물러나지 않을 것이오.

 

       선멸先篾이 우리의 진영에 남지 않으려 하니

       내일은 필시 진군秦軍이 우리를 공격해올 것이오.

 

       어떻소! 차라리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어떻겠소?

       오늘 밤을 틈타 진군秦軍을 기습해버린다면

       진군秦軍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될 것이오.

 

       우리가 먼저 진군秦軍을 몰아낼 수 있소이다.

       원수의 말씀이 옳습니다.

 

       좋소. 말에게 먹이를 넉넉히 먹이고

       군사들은 밥을 먹고 일찍 잠을 자게 하시오.

 

이윽고 밤이 깊어지자, 소리 없이 모두 일어나 병거兵車의 말마다

함매銜枚를 물리고, 영호令狐의 땅에 진채陣寨를 세우고 있는

진군秦軍의 진채陣寨를 향해 질풍처럼 돌격해 들어갔다.

 

       이때는 삼경이 되어 진군秦軍은 깊은 잠을 자고 있었다.

       진군秦軍의 진채陣寨에서 때아닌 진군晉軍의 북과 나팔

       소리가 일제히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진군晉軍이 큰소리를 지르며 진군秦軍의 진채陣寨

       쇄도해 쳐들어가자, 잠을 자다가 놀란 진군秦軍

       병거兵車에 미쳐 말을 묶지도 못하고 달아나기 바빴다.

 

진군晉軍은 달아나는 진군秦軍의 뒤를 쫓아 고수刳首까지 추격했다.

고수刳首는 지금의 산서성 임의현臨猗縣 남서 15지점에 있다.

 

진군秦軍의 대장 백리시百里視는 죽을힘으로 싸우면서 진군晉軍

추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공자 옹은 전투 중에 죽고 말았다.

 

       선멸先篾은 진군晉軍을 따라 진나라로

       귀국하지 않고 어찌 이 진나라로 돌아왔는가?

 

       조돈趙盾은 우리를 배반했으나, 신은 공자 옹

       은혜를 입었던바 진을 배신할 수 없나이다!

 

       사회士會는 어찌하여 진나라를 떠나지 않는 것이오.

       선멸先篾과 같이 명을 받은바 어찌 혼자 귀국하겠나이까?

 

선멸先篾과 사회士會의 말을 다 듣고 난 진강공秦康公은 그들의

말에 감복하여 대부의 벼슬을 내려 주며 진나라에서 살게 했다.

 

       조돈趙盾 원수님, 순림보荀林父 입니다.

       옛날 호사고狐射姑가 로국潞國으로 도망치자

       동료同僚의 정을 생각하시어, 그의 처자와

       노비들을 그가 있는 로국潞國으로 보내주셨습니다.

 

       선멸先篾과 사회士會도 역시 저와 같이

       동료同僚 간의 정이 너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조돈趙盾 원수님께서 옛날에 동료同僚에게

       행한 일을 저도 행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고맙소. 순림보荀林父가 의리義理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의 뜻과 같소이다. 어서 빨리 그리하시오!

 

조돈趙盾은 즉시, 령을 내려 선멸先篾과 사회士會, 양가의 가솔家率

들과 집안의 가재家財 들을 거두어, 의 두 사람에게 보내주었다.

이에 호증胡曾 선생이 칭송하는 시를 지어 노래했다.

 

       誰當越境送妻孥 (수당월경송처노)

       누가 국경 넘어 친구의 가솔을 보내주겠는가?

 

       只爲同僚義氣多 (지위동료의기다)

       그것은 친구의 의로운 마음이 많았기 때문이다.

 

       近日人情相忌刻 (근일인정상기각)

       근래 세상은 서로 시기하고 각박하기만 한데

 

       一般僚誼却如何 (일반요의각여하)

       동료의 정리를 옛사람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그러나 염옹髥翁은 조돈趙盾이 경솔하게 진나라에서 공자 옹

모셔오라 해 놓고, 손님으로 온 진군秦軍을 공격하였다고 비난했다.

 

       弈棋下子必躊躇 (혁기하자필주저)

       바둑을 둘 때도 반드시 몇 번 생각해야 하거늘

 

       有嫡如何又外求 (유적여하우외구)

       적자를 두고 어찌 외국에서 군주를 구하는가?

 

       賓寇須臾成反復 (빈구수유성반복)

      손님을 모셔오게 하고는 그 마음을 바꿔버리니

 

       趙宣謀國是何籌 (조선모국시하주)

       조돈의 책략은 먼 앞날을 헤아리지 못하였도다.

 

한편 진군晉軍이 영호令狐의 땅에 진채를 세우고 있는 진군秦軍

기습해 쳐들어갔을 때의 일이었다,

 

       진군晉軍의 장수마다 포로捕虜와 전리품戰利品

       모두 얻어 공을 세우며 전장戰場을 정리하였다

 

단지 선극先克의 부하 장수 중에 용맹하다던 괴득蒯得 만이 자기의

용맹만을 믿고, 앞뒤 안 가리고 앞으로 전진만 하다가 진군秦軍에게

반격을 받고 싸움에 패하게 되면서 오히려 병거 5승을 잃어버렸다.

 

       선극先克이 군법으로 참수형에 처하려고 했으나

       장수들이 모두 괴득蒯得을 위해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간청하여 참수형만은 면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선극先克은 조돈趙盾에게 다시 청하여

       괴득蒯得의 전답과 녹봉을 몰수하도록 했다.

 

       괴득蒯得이 그 일로 인해 선극先克에 대해

       마음속으로 깊은 원한을 품게 되었다.

 

한편 기정보箕鄭父와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이 세 사람은 평소에

서로 친분이 두터웠으며, 그때 마침 진나라의 수도首都

강성絳城에 머물고 있었으므로 자연스럽게 자주 모이게 된다.

 

그때 조돈趙盾이 진군晉軍을 이끌고 진군秦軍을 물리치고자 출정을

나간 사이에 기정보箕鄭父는 강성絳城의 경비를 맡고 있었다.

 

       조돈趙盾이 중군 원수가 되고부터, 우리 두 사람은

       군사에 관한 권한을 모두 잃어버렸소이다.

 

       조돈趙盾의 권한이 너무 막강한 것이 아니오?

       조돈趙盾은 군주를 폐하고 올리고 하는 일을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되어 자기 마음대로 하고 있소!

 

       이제 진군秦軍이 병거 400승으로 공자 옹

       호송하여 우리 강성絳城으로 오고 있다고 하오.

 

       만약 양쪽의 군사들이 서로 싸우게 된다면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이며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오!

 

       그때 우리가 반란을 일으켜, 이고夷皐를 폐하고

       공자 옹을 받아들여 우리 진의 군주로 세운다면

       우리나라 대권은 모두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이오!

 

기정보箕鄭父,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세 사람이 서로 모의하여,

진군秦軍과 진군晉軍이 싸우게 되어서, 만약 막강한 진군秦軍에게

우리 진군晉軍이 수세에 몰리게 되면, 그 배후에서 반란을 일으켜

이고夷皐를 죽이고 조돈趙盾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뜻밖에 조돈趙盾이 먼저 기습을 가하여

       진군秦軍을 패퇴시키고 개선가를 부르며 강성絳城으로

       돌아오자, 그들의 마음은 더욱 분노로 가득 찼다.

 

311 . 선극을 죽이고 변란을 일으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