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 열국지 301∼400 회

​제 311 화. 선극을 죽이고 변란을 일으키나.

서 휴 2023. 1. 26. 20:50

311 . 선극을 죽이고 변란을 일으키나.

 

       하군 부수 선도先都는 그의 주수 였던 선멸先篾

       조돈趙盾의 배신으로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그 역시 조돈趙盾에게 원한을 품게 되었다.

 

또한, 괴득蒯得은 옛날 자기가 싸움 중에 휘하의 병거를 진군에게

뺏긴 잘못으로 선극先克에 의해 추궁당하여, 그의 전답과 녹봉을

빼앗긴 일에 대해, 마음속으로 원한을 갖고 있다가, 복수復讐

위해 사곡士穀에게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곡士穀 , 이 괴득蒯得의 말을 들어보십시오.

       조돈趙盾의 배려로 중군 부수가 된 선극先克

       감히 모든 일을 자기 맘대로 하고 있소이다.

 

       조돈趙盾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군사는

       오르지 선극先克이 있는 중군뿐입니다.

 

       만약 우리가 먼저 몰래 선극先克을 죽인다면

       조돈趙盾은 혼자 고립되고 맙니다.

 

       선극先克을 죽여야 할 만큼 중요한 일은

       하군 부수 선도先都가 아니면 할 수 없네.

       사곡士穀 , 이 괴득蒯得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지금 선도先都는 그의 주수 선멸先篾이 조돈趙盾

       배신으로 진나라에서 돌아오지 못하게 되자

       매우 분개하며 조돈趙盾을 원망하고 있습니다.

       선도先都가 앞장서주기만 한다면야

       선극先克을 죽이기는 쉬운 일이라 하겠으나

       자네, 괴득蒯得이 선도先都를 움직일 수 있겠는가

 

       그대가 선도先都에게 내가 말한 대로 전한다면

       이번 일은 쉽게 이룰 수 있을 것이네.

 

       사곡士穀 , 이 괴득蒯得을 믿어 주십시오

       제가 당장 달려가 사곡士穀 장수의 말씀을

       선도先都 장수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곡士穀과 헤어진 괴득蒯得이 곧바로 선도先都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때 선도先都는 기다렸다는 듯이 괴득蒯得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입을 열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조돈趙盾이 그럴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말았네.

       조돈趙盾은 선멸先篾과 사회士會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비겁하게도 야밤에 진군秦軍을 기습하여 패퇴시켰네.

 

       이는 국가 간에 신의가 없는 짓을 저지른 것이네.

       나는 결코 이런 조돈趙盾과 함께 일할 수 없네.

       선도先都 , 사곡士穀의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선도先都 , 잘 들어 주십시오.

       으음, 좋도다. 진실로 좋은 말이로다.

 

       사곡士穀이 말한 대로만 된다면 우리 진나라에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 되고 우리가 정권을 잡게 된다.

이렇게 어느덧 겨울철이 끝나가며 봄을 맞게 되었다. 이때 정월이

되자, 중군 부수 선극先克은 할아버지 선진先軫에게 제사를 올리기

위해 기성箕城의 사당으로 가게 되며 이를 선도先都가 알게 되었다.

 

       가재家宰는 가복家僕 중의 우두머리를 말한다.

       선도先都는 가재家宰에게 가병을 이끌고 기성箕城 밖에

       매복하였다가 선극先克이 지나가면 죽이도록 명했다.

 

이윽고 선극先克의 일행이 나타나자, 선도先都의 가재家宰 일행은

모두 한꺼번에 일어나 선극先克에게 달려들어 무수히 찔러 죽였다.

선극先克을 따르던 종자 몇 명은 놀라 달아나며 가재家宰를 보았다.

 

       어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인가

       선극先克이 복면 쓴 도적들에게 살해되다니 말이 되는가

       사구司寇 집획緝獲5일 안에 모두 잡아들이도록 하라

 

선도先都는 자기가 한 짓이 드러날까 겁을 내며 마음이 황망하게

되어, 사곡士穀과 기정보箕鄭父, 양익이梁益耳, 괴득蒯得과 만나

하루빨리 거사擧事를 일으키도록 종용하고 흩어지게 되었다.

 

       양익이梁益耳 형님, 어디 갔다 오십니까

       그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돌아가는 중일세.

       별일 없으시다면 동생이 술 한잔 올리겠습니다.

       허 어, 오랜만에 동생의 술을 마시게 되는구먼

 

양익이梁益耳은 평소 믿고 있던 사촌 동생 양홍梁弘이 오랜만에

술대접하자, 은밀히 자기편의 가입을 권하면서, 다섯 사람이

모의하고 있는 일을 모두 그만 발설하고 말았다.

양홍梁弘은 형님 되는 양익이梁益耳 일행이 모의하는 이야기를 다

듣자 매우 놀랐으나, 얼굴에는 내색하지 않으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이거는 우리 양씨梁氏 가문의 씨를 말릴 일이로다

       나는 우리 양씨梁氏 가문을 지켜야 한다.

 

       유병臾騈은 집에 계시는가

       아니 양홍梁弘무슨 일로 늦은 밤에 왔는가

 

       믿을 사람은 유병臾騈이 자네 뿐이라 찾아왔네.

       양홍梁弘어서 들어 오게나.

 

양홍梁弘은 사촌 형 양익이梁益耳에게서 들은 대로, 다섯 사람의

음모 사실을 모두 유병臾騈에게 밀고密告 하자, 상황을 파악한

유병臾騈은 곧바로 조돈趙盾에게 알려주게 되며, 이렇게

사람은 그에 대한 대비를 남모르게 재빨리 하기 시작했다.

 

       군사마軍司馬 유병臾騈 장수, 정말 수고했소,

       제일 걱정 되는 건 하군을 지휘하는 선도先都

 

       선도先都는 지략이 있고 부하들의 신임을 받는바

       유병臾騈 장수는 먼저 선도先都를 잡아야 하오

 

       기정보箕鄭父는 우리 도성인 강성絳城의 경비를

       책임지는 주요한 직책이긴 하나, 그는 성격이

       우유부단優柔不斷 하여 쉽게 거사를 일으키지 못할 거요!

 

양홍梁弘의 밀고密告로 유병臾騈과 조돈趙盾이 조용히 움직일 때

선도先都,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기정보箕鄭父, 괴득蒯得, 다섯

사람도 남모르게 만나 대책을 짜기에 바빠졌다.

 

       선도先都 장수, 거사擧事를 빨리 시행합시다.

       왜 그리들 서두르십니까

       아무래도 낌새가 이상합니다.

 

       나 기정보箕鄭父가 말하겠소!

       정월 대보름날은 군주가 신하들에게

       음식을 내어 잔치를 베푸는 날이오.

 

       얼마 남지않은 대보름 그날, 신료들이 마음 놓고

       즐기고 있을 때 거행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다섯 사람은 또 모여 갑론을박甲論乙駁 만을 되풀이하다가, 겨우

정월 보름날에 거사擧事 하기로 정하고 헤어진 그 날의 밤이었다.

 

       유병臾騈 장수님, 선도先都의 집을 소리 없이

       포위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사구司寇 집획緝獲은 재빠르게 선도先都

       가재家宰를 붙들어 끌고 나오시오!

 

그날 밤 유병臾騈이 한 떼의 갑사를 이끌고 포위해버리니, 사구司寇

집획緝獲은 재빠르게 선도先都와 가재家宰를 꼭 5일 만에 붙들었다.

 

       나, 선도先都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선극先克의 살해범이 가재家宰 라 하오.

       무슨 소리냐? 나 선도先都는 잘 모르는 일이다.

 

선도先都가 선극先克의 살해사건으로 옥에 갇히자, 양익이梁益耳

괵득蒯得이 황망하게 되어, 기정보箕鄭父와 사곡士穀이 있는 곳으로

찾아와 모의를 시작하게 된다.

 

       선도先都 말고는 다들 무사하군요.

       현재까지 의심받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직까진 아무도 없는 것 같소이다.

       보름날까지 갈 것 없이 빨리 거사擧事를 합시다.

 

       각자 집의 가병家兵을 모아 우선 선도先都

       옥에서 구해낸 후 란을 일으켜 뒤집어버립시다.

 

       기정보箕鄭父 , 선도先都의 일을 의논하자며

       내일 아침 조당에 나와달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조돈趙盾이 나를 불러, 의논하자는 걸 보니

       아직은 나를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오!

 

조돈趙盾은 그들의 음모를 파악하고, 선도先都와 기정보箕鄭父

그들의 직위를 이용하여 그 휘하의 군사들을 동원하여 변란을

일으키게 되는 경우를 걱정하여 하나씩 체포하는 작전을 썼다.

 

       기정보箕鄭父, 어서 오시 오.

       ​선도先都가 선극先克의 살해를 부정하고 있소.

       선도先都와 그 가재家宰를 어찌하면 좋겠소

 

기정보箕鄭父는 의심이 가긴 했으나, 서둘러 조돈趙盾을 만나기

위해 조당朝堂에 입조入朝 했으며, 이때 조돈趙盾은 태연하게

선도先都그 가재家宰의 처리문제를 의논하기 시작한다.

 

       한편으론 조돈趙盾이 기정보箕鄭父를 붙들어놓고

       있는 사이에, 비밀스럽게 순림보荀林父, 극결郤缺,

       란돈欒盾, 세 장수는 각기 군사를 이끌고 각각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괴득蒯得을 잡아 오게 했다.

 

세 장수는 세 사람의 반란자들을 모두 잡아서 옥에 가둬 놓은 후에

조당朝堂에 들어와 조돈趙盾에게 보고하려다가 고함 지른다.

       기정보箕鄭父너도 반란 음모자가 아니냐

       어찌하여 감옥에 가지 않고 여기에 있느냐?

       나, 기정보箕鄭父는 명을 받아 도성에 남아서 주군을

       보호하며 삼군이 출정 중에도 혼자서 성을 지켰소

 

       그렇게 좋을 때도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는데,

       어찌 나를 의심하여 생사람을 잡으려 합니까?

 

​       그때 반란을 일으키지 않고 지연시킨 것은

       선도先都와 괴득蒯得 이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이 아니오

 

       나 조돈趙盾이 기정보箕鄭父에게 말하겠소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괴득蒯得 도 옥에 갇혀있소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무슨 말이 그렇게 많소?

기정보箕鄭父가 체념하여 머리를 숙이자, 군사들이 조당 밖으로

끌고 나가 감옥에 가두었다.

 

       주공, 반란을 음모한 자들을 모두 옥에 가두었습니다.

       조돈趙盾 원수는 그들을 어찌하려 하시오

 

       이들은 반역죄를 저지른바 참수형에 해당합니다.

       알겠소. 그리하도록 하시오.

 

조돈趙盾이 다섯의 반역反逆 음모자들을 모두 참수斬首 형으로

죽이겠다고 하자, 진영공晉靈公은 알아서 하라고 했을 뿐이었다.

 

       주공,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사옵니까

       다섯 반역反逆 음모자들을 참수斬首 시킨다고 하여

       그리 알아서 하라고 승낙했을 뿐입니다.

 

       주공, 그들은 권세를 다투려는 마음으로 음모했지

       군주의 자리를 노리고 한 짓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들은 선극先克을 한 사람 만을 죽였을 뿐입니다.

 

        선도先都와 가재家宰 만을 처형하면 될 일을

        어찌하여 한꺼번에 다섯 대부를 모두 죽인단 말이오!

 

        하루아침에 다섯 사람의 신하를 죽여 버린다면

        주공, 조당이 텅 비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주공은 어찌 이를 염려하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죽인다면 어린 군주께서 나이가 들게 되면

       인재들을 찾기가 매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어린 진영공晉靈公이 내당으로 들어가자,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던 어머니 양영襄嬴에게 말하자, 양영襄嬴은 이미 다섯 사람이

음모하다 발각이 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에 진영공晉靈公은 어머니 양영襄嬴이 염려하여 들려준 말을

모두 빠짐없이 조돈趙盾을 비롯한 신료들 앞에서 말해 주었다.

 

       다섯 명을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겠소이까?

       ​주공이 나이가 어려 백성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대신들이 자기들 멋대로 다른 대신을

       죽이며, 군주까지 바꾸려 하였나이다.

 

       만일 이번에 이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후에 일이 커지게 된다면 어찌할 수 없게 됩니다.

 

조돈趙盾은 즉시 선도先都와 가재家宰, 사곡士穀, 양익이梁益耳,

기정보箕鄭父, 괴득蒯得을 살인과 반역 죄목으로 시정市井으로

끌고 나가 모두 참수형에 처하게 했다.

 

       조돈趙盾은 선극先克의 지위를 아들 선곡先穀에게

       이어받게 하여 대부로 임명하였다. 이때가

       기원전 618119일이며, 진영공晉靈公 3년이었다.

 

강성絳城 안의 백성들은 조돈趙盾의 지엄함을 두렵게 생각하여

따르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진나라의 내정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       호사고狐射姑 대부, 어떻게 지내시오.

       오, 풍서酆舒, 같은 로국潞國에 살면서도 뜸하였소.

 

       진나라가 어린 세자 이고夷皐를 군주로 세웠다 하오.

       알고 있소,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요!

 

       조돈趙盾이 반역자 다섯 명을 참수시켰다 하오.

       알고 있소, 이제부터 관용寬容 한자들이 진나라를

       안정시켰으니, 이제는 내가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소이다!

       부자父子 간인 조돈趙盾과 조쇠趙衰를 비교해 본다면

       어느 쪽이 더 현명하다고 할 수 있겠소이까?

       허허, 조쇠趙衰 임을 겨울철의 태양이라 한다면

       조돈趙盾은 여름철의 태양이라고 할 수 있소이다.

       

       어찌 그렇게 생각하시오?

       겨울철의 태양은 세상을 품어 따뜻하게 해주며

       여름철의 태양은 그 뜨거움으로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품게 한다고 볼 수 있지요.

 

       허허, 이 풍서酆舒가 웃으며 한마디 하겠소이다.

       허허, 좋소, 어서 말해보시오.

 

       호사고狐射姑께서는 싸움터에서는 백전노장이지만

       역시 조돈趙盾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오

 

       풍서酆舒, 로국潞國에 살게 되면서 많을 걸 깨달았소.

       조돈趙盾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는 나에게

       폭넓은 관용寬容의 덕에 대한 가르침을 주었소이다.

 

312 . 초목왕, 정과 진을 정벌하는가.